발문을쓴화가이광택은이번소설을한마디로“생의벼루에갈린휘황한허무”라칭하며이렇게얘기한다.
“‘사실이달빛에물들면신화가되고햇빛에바래면역사가된다’(이병주)고하듯일사(逸事)에가려진조선의기인화가의삶을이렇듯야무진직조처럼,십자수처럼올올이치밀하게엮어내세상에내놓다니!역시나허접한소원따위야저만치내던진채임원(林園)에서교양을갖추며한평생을마칠것같은풍모의문사에서나나올문장의솜씨가아닐수없다.관찰의미더움과따뜻한상상력이,평정과여유,관조와지혜가도처에서빛난다.시대에대한비판적안목과따스한마음씨가단아한문장으로교직되어있다.크게보되작게살피고,작은것속에큰의미를담았다.”
“그가써낸소설을읽고난뒤책을흔들기라도하면월용(月容)의여인이뜯는가야금소리에실려오랜시간이쟁여놓은웅숭깊고아득하면서도고즈넉한향기가날것같다.그것만이아니다.소설안에는산맥으로서의이땅의역사와그골짜기에서벌레처럼낮게엎드려살아온뭇백성들의다채로운삶의결이깊은음각으로새겨져있다.암석의지층처럼겹겹이쌓인조선시대민초들의절망과눈물로응달진고통스러운상처가사금파리처럼엉켜있다.삶의잡스러움,그이질적인것들의혼효속에현실이있다고하지않던가.그래서인지소설에서는왁자한장바닥의풍각소리도들리는듯하다.”
“어찌보면최북은예술의가장깊은곳을본것같다.예술이란것의본질이결코삶과유리될수없고삶의마당에서역할하는것이니까.그리고건조한우리삶을촉촉하게해주는수분크림같은것이니까.또한살천스럽고황량한세상의덤불에걸리고찢기며속병든한생이었지만최북은그‘생의한철’을잘놀고간것같기도하다.힘없는백성들이너나없이비인칭주어로살던험악한시절이었음에도호생관이야말로세상의주인공이되어정신만큼은온전하게‘주체’로깨어있지않았던가.그의죽음이푸짐한함박눈의축복아래에서길마벗은황소마냥편안했던이유를이제야알겠다.권력과폐쇄성으로꽉조여진조선사회에서‘환기통’같은역할을한예인이최북이아니었을까싶다.”
이미오래전부터최삼경은글을업으로살아온사람이다.비록호구지책으로숱한잡문을써내야했지만,그의마음에는늘소설이자리잡고있었고,홀로절차탁마한지도꽤되었다.그리고마침내호구지책을벗어버린그가펜을들었다.밤낮없이조선의반고흐,칠칠이최북의일생을써내려갔다.그사이몇개의계절이지났다.1,200장의원고지를채웠다.<붓이나의국가였고,붓이나의생이었다>는문장을끝으로마침내소설<붓,한자루의생>이세상에나왔다.우화등선(羽化登仙),마침내그가껍질을벗었다.이번소설을통해화가최북과소설가최삼경이제대로조명받기를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