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무겁다 - 달아실 기획시집 24

밥그릇 무겁다 - 달아실 기획시집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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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물의 흐름으로 삶을 기록하다
- 엄의현 시집 『밥그릇 무겁다』
영월에서 나고 자란 엄의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밥그릇 무겁다』를 펴냈다. 달아실기획시집 24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을 펴내면서 엄의현 시인은 이렇게 얘기한다.

“인간의 잣대로는 지금껏 꽤 먼 길을 걸어왔다. 두 번째 시집을 낸다.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지금껏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것이 시 공부를 한 것이다.’ 일상의 모습들을 시적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있고 행복한 일이다. 시를 읽고 쓰면서 내 영혼의 생김새는 이렇고 내 여행의 풍경은 이런 거였고 내 뒷모습의 그림자는 이랬구나 하고 깨달아간다. 이 느낌으로 남은 길을 가야겠다.”
저자

엄의현

시인엄의현은1959년영월새터에서태어나하송리은행나무아래서자랐다.중앙대학교대학원행정학과를졸업(행정학박사)하고행정대학원객원교수로오랫동안출강했다.2017년칼럼및수필집『엄의현의세상여행과생각』발간으로글쓰기를시작했다.고향으로귀향하여영월동강문학회회원으로활동하면서2020년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창작준비금지원사업의수혜로시집『연어는왜돌아오는가』출간으로시인이되었다.영월문화원회원,영월향교장의掌議로활동하며,세경대학교에출강하고있다.포토에세이『덕안당사람들』,시화집『엄의현의도보여행_새터에서하송리까지』,공저『동강에뜨는별』,『노루목에부는바람』,저서『지방정부노인복지』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봄부추|발산鉢山|무서리가내렸다|동사|연당리672|대관령아흔아홉구비|오월의하숙집|대성전뜰에서다|강그리고길|양재역8번출구|마음에도길이있다|숨구멍|목련이지다|길을잃은적은없었다|친구를위한조사弔辭|말속에혼이깃든다|관수재觀水齊|춘春

2부
개인의삶은역사|발꿈치를한껏들었다|밥그릇의무게|각한치를넘는다|관음보살의미소|욕망의크기|본능의향기|손두부|서강西江|영월요리골목에서|1인시위|필수노동자|폭우에방이잠겼다|콩심은데콩나는가|1029|故이지한|난쏘공|유년의추억|사람꽃

3부
태백산유일사를지나며|살아있다는것과죽어가는것|전보를쳤다|살아간다는것은|뒤태|단테알리기에리|땅속을돌고있다|아름다운소풍|평생삿갓을썼다|주민등록초본|가보지못한곳의호기심|음과양|팔월의바다|월담작은도서관앞에서|미련은연민이다|복숭아몇알|새들에게묻는다|덕안당멧비둘기|새우젓

4부
누구와밥을먹는가|십문칠|인연人然인문학당|오토바이|카톡|글마루손님|빈터가쉼터|낮술|경자년庚子年겨울|시|시집|삼만원에팔았다|시적인사람|미스미얀마한레이HanLay|시집을읽다|아들의메일1|아들의메일2|아들의메일3|청록다방|평화가밥이다|관풍헌觀風軒

해설_물의흐름을쓰다?오민석

출판사 서평

물의흐름으로삶을기록하다

영월에서나고자란엄의현시인이두번째시집『밥그릇무겁다』를펴냈다.달아실기획시집24번째시집이다.이번시집을펴내면서엄의현시인은이렇게얘기한다.“인간의잣대로는지금껏꽤먼길을걸어왔다.두번째시집을낸다.아내가이렇게말했다.‘당신이지금껏한일중에가장잘한것이시공부를한것이다.’일상의모습들을시적언어로이야기하는것은의미가있고행복한일이다.시를읽고쓰면서내영혼의생김새는이렇고내여행의풍경은이런거였고내뒷모습의그림자는이랬구나하고깨달아간다.이느낌으로남은길을가야겠다.”

해설을쓴시인이지문학평론가인오민석단국대교수는이번시집을이렇게평한다.“엄의현시인에게시는일상의기록이다.그에게삶은물같다.그에게삶은흐르고,새롭고,변화하며,움직이는어떤것이다.그는유동하는삶의윤슬들에마치플라이낚시하듯시의찌를던진다.그의낚싯대에걸려올라오는것은개인사나가정사만이아니다.그에게삶이란개인적인층위와사회적인층위가만나는두물머리이다.그의시에서개인과사회는별도의공간이아니라삶이라는캔버스를가로지르는씨실과날실이다.그의시는총체성의재현을향해있고,이런점에서그는리얼리스트이다.그의시는화려한수사를거부한다.그의시는마치무색,무취의물같다.노자의말대로최고의선은물과같다.그의정동affect은물처럼낮고고요하며맑다.그는겸허하고담백하게현실을언어화한다.그의시선은낮은곳을향해있고,그의언어는낮은곳을그리며깨달음의경지에도달한다.”

검각산劍角山칼날중앙부근에있는새터마을생가生家번지이고등록기준지로는남면살개골길14의12이다
할아버지가열네살에당신의아버지를잃고가장이되고열여덟살에혼인하신후직접지은집이다
초입부터일자로된건물에는돼지우리와소외양간과재래식뒷간과갈비와땔감을보관하던작은공간과탈곡하던큰마당옆에는담배건조실이있었다
다섯계단위대문옆에는사랑채가붙어있고대문을지나들어서면작은마당과행랑채가있었다
행랑채에는작은방과먹거리를보관하는광이있고작은마당에는지하수를퍼올리는수동식펌프가있었다
안채는니은자로봉당封堂위에대청마루와안방이있고소죽을끓이던대형무쇠솥이걸렸던건너방서쪽의툇마루에는큰한약장이놓여있었다
대청마루에는부엌으로통하는쪽문도있었다
행랑채에서태어나십년을자라고은행나무아래하송리로옮겨와반세기도훌쩍넘었다
―「연당리672」부분

“태어나자란곳에대한이세밀한기록엔,보다시피낭만적허위나과장이전혀없다.화자는육십세를‘훌쩍’넘겼지만,고향을회상하는노인들이통상그러하듯추억을뻥튀기하지않는다.그는마치고고학자나역사학자처럼생가의모습을마치사진을찍듯이정확하게재현한다.이세부묘사의진실성은먼과거의공간에서현재로이어지는삶의객관적모습을호출해낸다.그리하여‘연당리672’엔‘열네살에당신의아버지를잃고가장이되고열여덟살에혼인하신후직접’이집을지은할아버지부터시작하여그곳에서‘태어나십년을자라고은행나무아래하송리로옮겨와반세기도훌쩍’넘긴화자의역사가기록된다.독자들은마치선명한흑백화면을보듯순식간에3대에걸친가계의역사를훑게된다.그것은마치먼발원지에서현재로흘러온시간의물줄기를들여다보는것과같다.”

“엄의현시인의시선은매우포괄적이며총체적이다.이런시선은그만의독특한리얼리즘적세계관을이룬다.모더니스트들에게개인의삶이탈사회적이고탈정치적인것이라면즉,늘고립되고파편화된실존의모습이라면,리얼리스트들에게개인의삶은사회적이고,정치적이며,역사적이다.리얼리스트들에게모든개인은사회적개인이고,역사적개인이며,정치적개인이다.‘인간은정치적동물’이라는아리스토텔레스의전언은리얼리즘의유구한인간관이다.역사는오로지개인들의삶속에서실존하며,개인은오로지역사적인삶속에서실존한다.리얼리스트들에게개인은역사가머무는자리이다.그들에게개인은역사와분리불가능하다.역사는수많은개인들을통하여움직인다.실물의개인들없이역사는가동될수없다.”

시집의제목이기도한“밥그릇무겁다”라는문장은시집속의시「밥그릇의무게」에서따온문장이다.그리고어쩌면이문장에이번시집에서시인이하고싶었던말을담아내고있는지도모르겠다.시인이보기에민초들의삶이란것이,밥그릇하나를얻기위해죽기살기로살아낸/살아내고있는삶들인것이다.밥그릇하나에어쩌면고달픈생의무게가고스란히담겨있다고보는것이다.우리가어디에서왔고우리는누구이고우리는어디로가야하는지,우리는어떻게살아왔고,어떻게살아내야하지는지,시인은남들이그냥지나칠법한시시콜콜한일상의소품까지찾아내어한땀한땀시로기록을남기고있는중이다.시집을읽다보면사라져서는안되는데사라져가고있는어떤풍경이서늘하게다가올지도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