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어려운 나 - 달아실시선 67

나는 참 어려운 나 - 달아실시선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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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등단 후 30년 동안 남다른 언어 감각으로 시를 조각하고 있는 조항록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나는 참 어려운 나』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67번으로 나왔다.

시집의 〈시인의 말〉에서 조항록 시인은 이렇게 썼다. “말과 글에는 시제가 있다./ 삶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나의 삶에서/ 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명료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삶의 시제가 뒤엉킬 때마다/ 나는 표정을 지우고/ 나는 가끔 허공에/ 시를,/ 썼다.(/ 쓴다./ 쓸 것이다.)”

이번 시집에 관하여 조항록 시인과 인터뷰를 했다. ‘나는 참 어려운 나’라는 제목만큼이나 시집을 읽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고, “삶의 시제가 뒤엉킬 때마다 표정을 지우고 허공에 시를 썼다”는데 아무래도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했다. 그리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묻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시집은 일상의 통속과 삶의 순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것과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하는 것, 달라져야 하는데 달라지지 않는 것과 달라지지 않아야 하는데 달라지고 마는 것에 관한 제 나름의 관찰기라고 할 수 있지요. 인생의 진실은 서사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한 편의 기승전결이 아닐 것입니다. 단 한순간의 분명한 사실과 단 한 줌의 틀림없는 감정, 다만 그것들의 퇴적이 인생의 본색 아닐까요? 어쨌거나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그래서 앞뒤 없는 하룻밤의 꿈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허공의 심상을 응시하며 『나는 참 어려운 나』에 차곡차곡 음각했습니다.”
저자

조항록

시인조항록은1992년『문학정신』신인문학상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지나가나슬픔』,『근황』,『거룩한그물』,『여기아닌곳』,『눈한번감았다뜰까』를썼다.

목차

시인의말

1부.통속과순정
킬링타임|순간의기분|목욕|공공연한비밀|고뇌하는돼지|의자관찰기|연역적사랑|마트료시카|물리적슬픔|자각몽|기쁠까,슬플까|나는뭘까?|미스터리|환영은나의힘|나쁜날씨|태풍주의보|팝콘을튀기며|나무젓가락을쩍가르다가|아비의마음|어쨌거나,슬픔에관한수다

2부.흉터와흔적
겨울잠|절교를품다|동고동락|망각,하다|어른1|어른2|공갈빵을먹는시간|한사람건너|새드엔딩|섬|이별을고하다|상처예방법|산책1|너에게|아내의속마음|동문서답|미련|그의순수|문상가는길|잡담하는사이|산책2

3부.잠과환영
여백|폭염의서정|다이어트비법|썩어서달콤한|소년의취미|안경을벗다|도살|관점의차이|식물의병|귀신이야기|질투맛|민담-공부이야기|질서|고수|잠못이루는밤|달빛이하도좋은밤|깡깡얼어붙는밤|내가아닌나의밤|홀리거나,끌리거나|지인|자연의섭리

해설_나를찾는여정,혹은사랑에이르는길?황치복

출판사 서평

우리속의돼지에관한기담과어쨌거나슬픔에관한질문들
―조항록시집『나는참어려운나』

등단후30년동안남다른언어감각으로시를조각하고있는조항록시인이여섯번째시집『나는참어려운나』를펴냈다.달아실시선67번으로나왔다.

시집의<시인의말>에서조항록시인은이렇게썼다.“말과글에는시제가있다./삶은,/그렇지않은듯하다.//나의삶에서/나는,과거와현재와미래를/명료하게구분하지못한다.//삶의시제가뒤엉킬때마다/나는표정을지우고/나는가끔허공에/시를,/썼다.(/쓴다./쓸것이다.)”

이번시집에관하여조항록시인과인터뷰를했다.‘나는참어려운나’라는제목만큼이나시집을읽기에어려운부분이있고,“삶의시제가뒤엉킬때마다표정을지우고허공에시를썼다”는데아무래도좀더설명이필요할것같다고,독자의이해를돕기위한간략한설명을부탁했다.그리고독자에게전하고싶은메시지가무엇인지를묻자그는이렇게설명했다.

“이번시집은일상의통속과삶의순정에대해이야기해보려고했습니다.이를테면하고싶은데할수없는것과하기싫은데해야만하는것,달라져야하는데달라지지않는것과달라지지않아야하는데달라지고마는것에관한제나름의관찰기라고할수있지요.인생의진실은서사에있지않다고생각합니다.인생은파노라마처럼펼쳐지는한편의기승전결이아닐것입니다.단한순간의분명한사실과단한줌의틀림없는감정,다만그것들의퇴적이인생의본색아닐까요?어쨌거나저는그렇게믿습니다.그래서앞뒤없는하룻밤의꿈을,아무도눈여겨보지않는허공의심상을응시하며『나는참어려운나』에차곡차곡음각했습니다.”

“이번시집이누군가에게,잠깐이나마,강물속물고기의비늘에닿는햇살처럼삶의비의를반짝이게하면좋겠습니다.그러기위해유행의유혹에서벗어나정제된이미지의발현을이루려고힘썼습니다.나아가정제된이미지로시를짓되,그것이작위와허영에빠져드는강박을경계하려고애썼습니다.인간의삶에당연히이래야한다거나,절대로그러면안되는일이있을까요?그저정색하지않고풀어놓는한편의이야기가시로완성될것을믿었습니다.비록또다시실패했을지라도말입니다.”

끝으로조항록시인이생각하는시는무엇인지를물었다.다소통속적인질문에도그는성실히대답을해주었다.

“폴오스터(PaulAuster,1947~)는작가의숙명을‘그것은선택하는것이라기보다선택되는것이다.’라고했습니다.제가바라는시의정의도그말과다르지않습니다.열병처럼앓게되는시,어쩔수없는고백같은시,감추려해도드러나고야마는시.그런시들이제가펴내는시집『나는참어려운나』를저녁놀저미듯붉게물들이기바랍니다.그리하여환멸의시간이용서의오늘이되고,그리움의통증이파문없는내일이되는소박한기적이일어난다면더바랄나위없겠습니다.”

시집의해설을쓴황치복문학평론가는이번시집을“나를찾는여정,혹은사랑에이르는길”이라명명하면서이렇게평한다.

“조항록시인은시집『지나가나슬픔』을비롯하여『근황』,『거룩한그물』,『여기아닌곳』그리고『눈한번감았다뜰까』등다섯권의시집을펴낸바있다.이번시집이시인의여섯번째결실인데그동안시인은현대인이처한사회적삶의조건과실존적삶의곤경에대한진지한모색과사색을펼치면서그것을도시적감수성으로담아내왔다.또한서민들의신산한삶의모습이주조를이룬시인의시편들은비애와우수의정동으로가득차있었다.”

“이번시집은조항록시인의작품세계에하나의전환점이될만하다고생각하는데,시적주체의본성과정체성에대한사유를비롯하여그것을둘러싼세계Umwelt에대한근원적인질문과모색이이루어지고있기때문이다.이러한시적문제의식이지배하고있기에이시집에서는시적사유의향연이펼쳐지는데,아마도근래보기드문시적사유의아름다움을보여주는시집으로기억될듯하다.시인은이번시집에서시란정동의생성이나이미지의창출이라기보다는시적사유의향연이라는것을강조하려는것처럼보인다.그만큼완강하게사유의길을따라서시상의행로가전개되고있다.”

이번시집을편집한시인박제영은또이렇게얘기한다.

“그가맡긴원고를살피다가문득미야자키하야오의<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과다자이오사무의소설『인간실격』의주인공,인간의삶이라는것을도무지이해할수없다던오바요조를떠올렸다.그러니까<나는참어려운나>는돼지우리라는삶의공간과돼지우리를살고있는우리속돼지의시간에관한이야기이거나도무지부조리한삶,도저히맥락없는미스터리한삶의본색에관한질문들이다.삶은결코기승전결이논리정연하게서술되는서사가아니라는자신의고백을증명해보이면서,개별적이고공시적인사건(사실)들을보편적이고통시적인개념(진실)으로묶어버리는식자들과식자연하는자들을향해사기치지말라며멋지게잽을날리기까지한다.돈오점수라는돼지들,맹목이라는돼지들,지성과회의라는돼지들,이율배반과자가당착에빠진돼지들에관한기담(奇談)과어쨌거나슬픔에관한질문으로가득찬,수선할틈이보이지않을만큼한치의오차도없이미세하게직조된그의문장들을나는과연끝내수선할수있을까?수선을끝낸들독자들이과연끝내감당할수있을까?”

그렇다면이제남은것은순전히독자의몫이겠다.

이유따위묻지말것
사랑이일종의가설일수있으나
절차를따지며
자료를들먹이며
사랑의실존을모르는척하지말것

모든변절이가능한세상에서
때로는죽음마저믿을수없는것
무엇을어떻게검증할지
사랑은아무근거없이
사랑으로확인되는것

나는사랑한다,라는명제에서
단하나의결심은출발하고
실험을시도해도
증명을요구해도
단하나의결론은여기에존재하는것
―「연역적사랑」전문

시집『나는참어려운나』를읽고있는당신,당신의삶의행간이다만저녁놀처럼붉어지기를바랄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