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대책 없는 낭만에 담은 희고 붉은 노래
- 홍대욱 시집 『도대체, 대책 없는 낭만』
세상에 없는 노래를 부르는 래퍼, 홍대욱 시인이 첫 시집 『세상에 없는 노래를 위한 가사집』(달아실刊, 2022)을 낸 지 1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도대체, 대책 없는 낭만』을 펴냈다. 달아실기획시집 27번으로 나왔다.
첫 시집에서 “세상에 없는 노래”를 보여주었던 시인이 이번에는 “도대체 대책 없는 낭만”을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인데, 이번 시집을 여는 글(「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마치 타일공처럼 삶을 보기 좋게, 또는 있는 그대로 짜 맞추어 가기 위해 애쓰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시는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니라 삶이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짙어집니다. 겨울 시인은 칼바람에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지상에서 도려내지면 어쩌나 걱정하지만 여름 시인은 상처가 짓무르거나 도지면 어쩌나 걱정합니다. 첫 시집에 이어서 어쩌다 보니 생일 달에 다시 한 번 여름 시인이 됩니다. 저의 상처에 대한 시도 담았지만 타인의 상처를 늘 걱정합니다.”(「시인의 말」)
이번 두 번째 시집에 관해-1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펴냈는데 첫 시집과 어떻게 다른지, 이번 시집에서 꼭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시를 쓸 것인지-간략하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간략하게 답했다.
“첫 시집은 난생처음이다 보니 서정이면 서정, 서사면 서사(시로 쓴 자본)에 힘을 잔뜩 주어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식 과잉이라 할 만한 흠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시집은 그보다는 (삶의) ‘노래로서의’ 시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런 의식을 바탕에 둔 까닭이겠지만 이번 두 번째 시집은 소리를 낮추었던 저의 알량한 미학적 고집(낭만주의, 탐미주의 성향)이랄까 하는 것의 볼륨을 높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쓸 텐데, 무엇보다 ‘시다운’ 삶(사람마다 다르겠지요)을 사는 것, 삶이 쓰는 시에 힘을 다하고자 합니다.”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박성현은 이번 시집을 “온통 희고 붉은 ‘노래’, 그 뜨거운 시의 심연들”이라 함축하였고, 다음과 같이 평했다.
“홍대욱 시인은 생활과 실존의 거의 모든 곳에서 시를 발견한다. 이러한 집요하고도 놀라운 집중은 ‘여름 끝자락/ 소슬바람에도 시인을 만’(「9월엔」)나도록 추동하며, ‘고이지 않는 시/ 흐르지 않는 마음’(「시」)이라는 형용 불가한 양가성을 대칭한다. 결국 이러한 사태는 ‘살아 있는 것은 무조건 아름답다’(「세월 막잔」)는 진리로 이어지며 ‘나라는 개 한 마리에게는/ 사랑할 때와 죽을 때만 있다’(「달세뇨」)는 막중한 선언을 가능하게 한다. 이 ‘선언’은 시인의 ‘기억-이미지’가 ‘기억-서사’로 고양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바, 이야기의 끈질긴 생명력이 홍대욱 시의 바탕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홍대욱) 시인에게 ‘시’는 무엇일까. ‘견딜 수 없어서 마음은 야차夜叉가 되어’(「시를 위한 시」)가면서 얻은 병, 그 약도 없는 병이 시일까. ‘옛날 극장 애국가와 함께 흐르던 풍경/ 그저 하늘, 바다, 섬, 꽃나무, 새들, 야트막한 담장 집들/ 스크린에 내리는 비/ 사월과 오월의 옛사랑’(「파랑새는 어둡다」), ‘내가 볼 수 없었던 편지들의 하혈이 번진 작은 꽃잎의 추신들,/ 달콤한 글라디올러스 꽃잎 물을 꿀벌에게 빼앗은 죄의 대가/ 손톱만 한 작약 이파리 쓴맛’(「작약 잎을 씹으며」)까지도 말이다.”
“그렇다. (홍대욱 시인에게는) 도처가 ‘시’이고 모든 생명이 ‘시인’이다. ‘못다 사랑한 고문拷問/ 앙갚음하는 눈부신 햇살/ 오랜만이다 온몸에 꽂히는/ 탄환 같은 비’(「봄喪」)도 ‘캄캄한 어둠의 숲속 드물고 듬성한 창의 불빛/ 외롭고 무서워 어찌 살까 하던 바로 그 불빛’(「일곱 개의 별」)도 그 풍경 자체로써 시로 정립된다. ‘깃들었던 집들, 학교, 나무, 파릇한 풀밭들/ 변색된 폴라로이드/ 어린 연인의 얼굴’(「칸나의 죽음」)도 기억-서사 속에서 숙성되며, ‘나 태어나기 전부터 사랑해준/ 하늘빛 공기/ 그런 불멸의 연인’(「링거」)으로 탈바꿈된다.”
몽돌에 실이끼 같은
푸른 글씨가 쓰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했었노라고
가까이 멀리 떠 있는 배는
갈 수 없는 집 같았습니다
집어 가면 징역을 살거나
가난한 이의 전셋값어치를
물어야 한대서
겁을 먹었습니다
그대 고백을 고스란히 파도 곁에 놓고 갑니다
바다에 던지진 않았습니다
어느 심해어 한 마리가
오래 기억해줄 것을 기약할 수는 없으니까요
비 오는 속초 앞바다
그대 생각합니다
─ 「몽돌 편지」 전문
박성현이 간파한 바, 홍대욱 시인에게 있어 “도처가 ‘시’이고 모든 생명이 ‘시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삶이 시가 되고 삶이 시를 쓰는 경지로 나아가고자 한다. “세상에 없는 노래”에서 “도대체 대책 없는 낭만”을 넘어 그는 이제 시-삶-노래 삼위가 일체된, 하나로 반죽된 곳까지 가려고 한다. 그의 시-삶-노래를 응원하며 그의 시집을 읽자. 그의 노래를 듣자. 도대체, 대책 없는 낭만이 부르는 음악, 지금은 다만 그의 음악에 볼륨을 높일 때이다.
- 홍대욱 시집 『도대체, 대책 없는 낭만』
세상에 없는 노래를 부르는 래퍼, 홍대욱 시인이 첫 시집 『세상에 없는 노래를 위한 가사집』(달아실刊, 2022)을 낸 지 1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도대체, 대책 없는 낭만』을 펴냈다. 달아실기획시집 27번으로 나왔다.
첫 시집에서 “세상에 없는 노래”를 보여주었던 시인이 이번에는 “도대체 대책 없는 낭만”을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인데, 이번 시집을 여는 글(「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마치 타일공처럼 삶을 보기 좋게, 또는 있는 그대로 짜 맞추어 가기 위해 애쓰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시는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니라 삶이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짙어집니다. 겨울 시인은 칼바람에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지상에서 도려내지면 어쩌나 걱정하지만 여름 시인은 상처가 짓무르거나 도지면 어쩌나 걱정합니다. 첫 시집에 이어서 어쩌다 보니 생일 달에 다시 한 번 여름 시인이 됩니다. 저의 상처에 대한 시도 담았지만 타인의 상처를 늘 걱정합니다.”(「시인의 말」)
이번 두 번째 시집에 관해-1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펴냈는데 첫 시집과 어떻게 다른지, 이번 시집에서 꼭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시를 쓸 것인지-간략하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간략하게 답했다.
“첫 시집은 난생처음이다 보니 서정이면 서정, 서사면 서사(시로 쓴 자본)에 힘을 잔뜩 주어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식 과잉이라 할 만한 흠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시집은 그보다는 (삶의) ‘노래로서의’ 시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런 의식을 바탕에 둔 까닭이겠지만 이번 두 번째 시집은 소리를 낮추었던 저의 알량한 미학적 고집(낭만주의, 탐미주의 성향)이랄까 하는 것의 볼륨을 높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쓸 텐데, 무엇보다 ‘시다운’ 삶(사람마다 다르겠지요)을 사는 것, 삶이 쓰는 시에 힘을 다하고자 합니다.”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박성현은 이번 시집을 “온통 희고 붉은 ‘노래’, 그 뜨거운 시의 심연들”이라 함축하였고, 다음과 같이 평했다.
“홍대욱 시인은 생활과 실존의 거의 모든 곳에서 시를 발견한다. 이러한 집요하고도 놀라운 집중은 ‘여름 끝자락/ 소슬바람에도 시인을 만’(「9월엔」)나도록 추동하며, ‘고이지 않는 시/ 흐르지 않는 마음’(「시」)이라는 형용 불가한 양가성을 대칭한다. 결국 이러한 사태는 ‘살아 있는 것은 무조건 아름답다’(「세월 막잔」)는 진리로 이어지며 ‘나라는 개 한 마리에게는/ 사랑할 때와 죽을 때만 있다’(「달세뇨」)는 막중한 선언을 가능하게 한다. 이 ‘선언’은 시인의 ‘기억-이미지’가 ‘기억-서사’로 고양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바, 이야기의 끈질긴 생명력이 홍대욱 시의 바탕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홍대욱) 시인에게 ‘시’는 무엇일까. ‘견딜 수 없어서 마음은 야차夜叉가 되어’(「시를 위한 시」)가면서 얻은 병, 그 약도 없는 병이 시일까. ‘옛날 극장 애국가와 함께 흐르던 풍경/ 그저 하늘, 바다, 섬, 꽃나무, 새들, 야트막한 담장 집들/ 스크린에 내리는 비/ 사월과 오월의 옛사랑’(「파랑새는 어둡다」), ‘내가 볼 수 없었던 편지들의 하혈이 번진 작은 꽃잎의 추신들,/ 달콤한 글라디올러스 꽃잎 물을 꿀벌에게 빼앗은 죄의 대가/ 손톱만 한 작약 이파리 쓴맛’(「작약 잎을 씹으며」)까지도 말이다.”
“그렇다. (홍대욱 시인에게는) 도처가 ‘시’이고 모든 생명이 ‘시인’이다. ‘못다 사랑한 고문拷問/ 앙갚음하는 눈부신 햇살/ 오랜만이다 온몸에 꽂히는/ 탄환 같은 비’(「봄喪」)도 ‘캄캄한 어둠의 숲속 드물고 듬성한 창의 불빛/ 외롭고 무서워 어찌 살까 하던 바로 그 불빛’(「일곱 개의 별」)도 그 풍경 자체로써 시로 정립된다. ‘깃들었던 집들, 학교, 나무, 파릇한 풀밭들/ 변색된 폴라로이드/ 어린 연인의 얼굴’(「칸나의 죽음」)도 기억-서사 속에서 숙성되며, ‘나 태어나기 전부터 사랑해준/ 하늘빛 공기/ 그런 불멸의 연인’(「링거」)으로 탈바꿈된다.”
몽돌에 실이끼 같은
푸른 글씨가 쓰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했었노라고
가까이 멀리 떠 있는 배는
갈 수 없는 집 같았습니다
집어 가면 징역을 살거나
가난한 이의 전셋값어치를
물어야 한대서
겁을 먹었습니다
그대 고백을 고스란히 파도 곁에 놓고 갑니다
바다에 던지진 않았습니다
어느 심해어 한 마리가
오래 기억해줄 것을 기약할 수는 없으니까요
비 오는 속초 앞바다
그대 생각합니다
─ 「몽돌 편지」 전문
박성현이 간파한 바, 홍대욱 시인에게 있어 “도처가 ‘시’이고 모든 생명이 ‘시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삶이 시가 되고 삶이 시를 쓰는 경지로 나아가고자 한다. “세상에 없는 노래”에서 “도대체 대책 없는 낭만”을 넘어 그는 이제 시-삶-노래 삼위가 일체된, 하나로 반죽된 곳까지 가려고 한다. 그의 시-삶-노래를 응원하며 그의 시집을 읽자. 그의 노래를 듣자. 도대체, 대책 없는 낭만이 부르는 음악, 지금은 다만 그의 음악에 볼륨을 높일 때이다.
도대체, 대책 없는 낭만 (홍대욱 시집)
$1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