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봐도 비디오 - 달아실시선 69

안 봐도 비디오 - 달아실시선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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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춘천의 강원도민일보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치열하게 시를 쓰고 있는 박희준 시인이 첫 시집 『안 봐도 비디오』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69번으로 나왔다.
저자

박희준

시인박희준은1988년무주에서태어나대전에서자랐다.한남대문예창작학과와동대학원문예창작학과석사를졸업했다.2023년『시와정신』으로등단했다.

목차

시인의말

Take1.주인공이먼저죽는영화
에필로그|푸른번식1|푸른번식2|선데이대전|한글의위대함|CCTV|각주의정의|뇌의전족纏足|데드캣바운스|나는자주역을지나쳤다|책은눕지않는다|시인의말|불을삼킨개구리|프롤로그

Take2.좋은소식과나쁜소식
겨드랑이갤러리|바리새인|룸,서비스|우유는건강해야한다|고시텔|나는샤워할때오줌을눈다|개모임|겨|아가씨는주어고,아저씨는목적어|언제밥한번먹어요|ufheben|오후,네시

Take3.시작과동시에커튼콜
새폴더|문을열때마다열쇠가맞지않았다|주의사항|다음중내가아닌것을고르시오|Copyright|킹피셔|의|크레파스살인사건|카니발니즘|잘알지도못하면서|비유와상징|엑스트라는마지막에등장한다|제로베이스

Take4.120분의엔딩크레딧
실내를등지고바깥을향한테이블잎이무성한나무들80억개의의자와단하나의아틀리에|탄성|사사건건|괘종시계|토끼는굴속에서장례를치른다|꽃잎의무게|병명미상|합정동|농담들|일부상품제외|불안한구도|비밀번호#1234*|그림자타이쿤|종이의무덤|타르

해설_‘시인은어떻게단련되는가’에대한55편의기록|박성현

출판사 서평

‘시-쓰기’의진의와‘시인-되기’의본색
―박희준시집『안봐도비디오』

춘천의강원도민일보편집기자로일하면서치열하게시를쓰고있는박희준시인이첫시집『안봐도비디오』를펴냈다.달아실시선69번으로나왔다.

이번시집에대해손미시인과이근석시인은이렇게각각이야기한다.

박희준의시가도착하려는곳은시다.시뿐이다.“자라나는걸막기위해”묶었다는『안봐도비디오』에는참혹한위트가있다.박희준의시는시자체로존재한다.“시답지않은말”,“병걸린문장”등시자체대한근원과그리움이공존한다.박희준의시집에는모든것으로환원되는“시”가있다.그것은최초의연인이며,최초의마주침,사랑과혐오,문장과비문장,“좋은소식과나쁜소식”.모든것이있다.모든것은“나”이고“내”가아니다.그러므로박희준의시에서도착하려는시는모든것이자아무것도없는백지다.“사람이사람을흉내내는시”가빼곡한백지.
―손미(시인)

시들을읽는내내무표정한아이가떠올랐다.첫시부터마지막시까지그랬다.미아같다는생각이들었지만딱히무언가를찾는것같지도않았다.웃지도울지도않는아이.슬퍼하지도기뻐하지도않는아이.그것이거기있었기에,그것을당위로받아들이는아이.아이는아무것도묻지않았고나역시아무것도물을수없었다.무엇보다설명할자신이없었다.나는아이가대상들을아무렇잖게그러쥐는것을보았다.그아무렇잖음이뒤늦게아프다.『안봐도비디오』는아이가짓고있던무궁무진한무표정이다.네가그곳에혼자남아서나도이곳에혼자였다는생각이오랫동안들었다.
―이근석(시인)

오랫동안담금질하고그보다더오랫동안벼리고벼려마침내세상에선을보이는첫시집이라고했다.박희준시인에게몇가지간단한질문―문학의여러장르중시를선택한이유는무엇인지,첫시집을낸소감과이번시집에서독자와소통혹은교감하고싶었던것은무엇인지,그리고본인에게시는어떤의미이고추구하는시혹은시세계는무엇인지―을보냈더니이렇게답변이왔다.

“사람과사람간의복잡한감정을길게서술하는게아닌몇개의단어와몇개의현상으로대신할수있다는것에서시의매력을느꼈습니다.수학과과학처럼원인과과정,결과를정확하게도출해내지않아도,무한한가능성을지닌몇개의단어가만들어내는시의세계를사랑하게되었습니다.”

“이번시집‘시인의말’에서‘연체료는나를움직이는연료다’라고썼습니다.첫시집이기도하고독자들에게처음저를소개하는문장이기에길게,정중하게쓰는게마땅하다고생각했지만,길게쓰면쓸수록저를표현하는데부족함이많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그래서단한마디로표현하고싶었습니다.제소감은시인의말로갈음할수있다고생각합니다.”

“어떤사회현상이나기억에잊히지않는사건을접했을때,아무도관심없는일이지만나에게큰의미로다가오는일을마주했을때,그럴때마다떠오른단어와짧은문장이점점몸을불려가며뒤뚱뒤뚱걸어올때,모른척할수없어어색하게인사를건넬때.그럴때마다펜을꺼내듭니다.저의무의식의세계에서꺼낸한조각이우연히책을집어든독자무의식세계의조각과맞아떨어지길바랍니다.끝내교감할수있는단하나의문장만살아남아그사람의인생에실낱같은힘이라도전해지길바랍니다.”

“3살때몇번의죽을고비를넘긴큰수술을겪었습니다.아버지께서말씀하셨습니다.너의삶은그때부터시작된것이라고.제게시는‘수술대위에서떨고있는작은짐승’과도같습니다.수술후에도겨우생명을부지하겠지만,살아야겠다는강한의지가분명한순간.그순간이제가시를쓰는순간과겹치는부분인것같습니다.저는덤으로주어진삶을살아가고있습니다.밥을먹고웃고떠들고잠이드는순간까지도모든순간이제겐빚입니다.저를사랑하는사람들이묵묵히저를기다려주었으니이제수술대위에서내려와빚을갚아야할시간입니다.”

“제가추구하는시는‘손가락하트’같은시입니다.손가락두개가겹쳤을뿐인데사랑이라는큰의미를내포하는것처럼,작은동작하나로도독자들의삶에스며들수있는시인이되고싶습니다.”

한편문학평론가이자시인인박성현은이번시집을한마디로“‘시인은어떻게단련되는가’에대한55편의기록”이라고했다.시인은태어나는것이아니라대장간에서강철이단련되듯,끊임없이단련되는존재임을이번시집이증명해보이고있다고했다.

“박희준시인은(이번시집을통해)시인으로서받아들인,세계와자아의은밀한교감,다시말해‘세계는무엇으로구성되고우리는어떤것을알고실천할수있는가’가아니라,‘시인으로서나는도대체어떻게단련되는가’에대한경험의은밀한,지속적이고내밀한장면들을필사한다.그것이박희준시인이우리에게던지는질문의핵심이다.”(박성현)

손가락이손가락에게

그림자없는광장
과녁없이날아간화살

광고의곡선들
어두워질수록분명해지는
사정거리

우리는우리의권리를찾기위해
경기를합니다

타자와투수가없는콜드게임

당신이자리를비웁니다
비로소서로를이해하기시작합니다
―「농담들」전문

이번시집을읽고있는당신은지금어쩌면불편하고,어쩌면불안하고,또어쩌면고개를갸우뚱하고있을지도모르겠다.그렇다해도끝내55편의시를다읽어내기바란다.그러면비로소당신은‘시-쓰기’라는것의진의와‘시인-되기’라는것의본색을알아챌수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