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잃어도 꽃은 피고

길은 잃어도 꽃은 피고

$10.47
Description
『길은 잃어도 꽃은 피고』는 저자 권산하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권산하외17인

권산하시인
춘천민예총문학협회장,춘천민예총문학협회회원.

목차

제4집을펴내며

시문동인들의시

[권산하]48초|꿈꾸는7번국도|연리지|잃어버린시|그림자인생
[김빈]가족사진|시놉시스|있지-있지|그럼에도|잘못된만남의이력|엇갈린이동경로
[김종수]안개도시|연애|춘야몽주春夜夢酒|어떤이별|독작과대작의변증법|괴담,2023
[김진숙]김해내외동시장에서|꽃꽂은여자|명의|월남댁|습작
[김택성]효자동낭만골목벽화|꿈속의파란대문집|걸어오는봄|화천미륵바위|겨울
[김해경]원형의법칙|나무가베어지던날|현을위한아다지오|Cafe,씨엘|누리호3차
[김홍주]인도1|인도2|인도3|인도4|인도5|인도6|인도7
[노용춘]안개|사과꽃|봄엔바람이분다|낙엽의무게|가을꽃은오래핀다
[유정란]만동묘가는길|하지의낮|월하별리|노래하듯이|토마토
[유태안]습자習字|사람과사람속사람종|전설|세가지색깔의약|아내의토끼
[이정훈]팔자소관|평화주의자|우주에창을내고|검은눈|사람을안다는것은
[정지민]어린맹꽁이|7월에내리는눈|그날|소설
[정클잎]시간의강|우수雨水
[정현우]반성|사막|커피믹스|아름다운중독|일본우표
[제갈양]여름끝자락에서|폭우|그바다|봄을위하여|눈사태
[조현정]그별에서보기로하자|시라는모종의잔해1|시라는모종의잔해2|시라는모종의잔해3|시라는모종의잔해4
[최관용]천마도|숲속의詩O2|미운오리|콩순을주며|텔레토비
[탁운우]조문|가사조사관을만나러가는날|키오스크앞에서부고를읽어|다만두달째붉은비가내려|흰꽃잎후두둑날리는봄

출판사 서평

시를통해우주를여행하는즐거움
-시문동인제4집『길은잃어도꽃은피고』


춘천에서활동하고있는시문동인(회장권산하)이네번째동인지『길은잃어도꽃은피고』를발간했다.이번에발간된제4집에는권산하시인의히로시마의하늘에서원자폭탄이비행기에서땅에닿을때까지의시간을통해찰나와영원의일생을그려낸「48초」등18명의동인들의시작품90편을싣고있다.

시문동인은춘천민예총문학협회원들-권산하,김빈,김종수,김진숙,김택성,김해경,김홍주,노용춘,유정란,유태안,이정훈,정지민,정클잎,정현우,제갈양,조현정,최관용,탁운우-로구성되어있으며지난2020년부터동인시집-제1집『부詩詩핀가詩넝쿨의장미』(2020),제2집『나비문신』(2021),제3집『카페에서시쓰기』(2022)-을펴내고있으며,해마다춘천의김유정역에서〈詩門으로가는여행〉이라는시화전및시낭송행사를이어오고있다.

이번제4집을펴내는글에서회장권산하시인은이렇게이야기한다.

“언어의세계는저광활한우주와같을것이고그광활한우주를여행하는일이야말로시를쓰는시인의즐거움일것이다.비록무게도느껴지지않을언어들이지만우리동인들의손을거쳐탄생한시는시간과공간을초월해빛날것임을믿는다.”

그리고그의시「48초」는이런이야기를시로형상화하고있다.


욕실의네모난타일처럼분명하게48초동안나는사랑하는사람들에게무슨말을할까노래한소절을들려주려나커피한잔을따라주려나그것도아니면독한양주한컵을원샷소리치며마시려나48초동안지구는동에서서로돌고어디선가눈이오고비가오고또밤이오고해가뜨고강물은흐르고새는막날개를펴고수평선을날아오르고지는나뭇잎걸음을걷기시작한아기같은풀잎들이바람에솜털을흔드는48초동안내가사랑하는사람들은지평선넓이처럼입을벌려웃고울고욕실의붉은핏물손목을긋는시간이한방울두방울서서히떨어지다결국엔마른입술을핥고48초동안흘리는눈물이일생의모든눈물보다더깊은우물물같이흘러내려우주로가는푸른눈이되는가,48초이후의나는너는미립자처럼서로를모르는채저어둠의동굴에갇힌빛처럼48초동안의사랑기억을지닌채로영원히우주의떠도는유적처럼.
-권산하,「48초」전문

다음은이번동인지에실린시편들중눈에띄는문장들이다.

“바람같은사람에게마음이생겨나/기댈곳이필요했던나는기댈궁리만하다가허공에몸을묻었다”(김빈,「잘못된만남의이력」)

“울음을떠나보낸/그짧았던생의껍질처럼/툭건들기만해도부서질것같기도하고”(김종수,「대작과독작의변증법」)

“출생신고/못한/아이들/노트속에/갇혀있다”(김진숙,「습작」)

“연탄불에달고나뽑기를하는아이들/나는타임머신을타고은하수를건너다”(김택성,「효자동낭만골목벽화」)

“트럭에실려가는나무를따라/너의그늘을살펴보곤해”(김해경,「나무가베어지던날」)

“세상의모든언어들이불타고있다”(김홍주,「인도5」)

“햇빛은바다에서태어나/바다에진다”(노용춘,「낙엽의무게」)

“한사람의말이천년을강학하는한낮/햇살도이곳에선허물어진다”(유정란,「만동묘가는길」)

“그와나,동물계척삭동물문포유강영장목사람과사람속사람종다시만나야할이유를내려놓고사는거”(유태안,「사람과사람속사람종」)

“불협화음은내안으로부터의비명이며/영원에대한침묵의항변이자/슬픈기도”(이정훈,「팔자소관」)

“메밀은야무지게피어나고/새까만아이들여물고있었네”(정지민,「7월에내리는눈」)

“얼마나많은밤의주름을접었다펴야/한줄문장이파닥거릴까”(정클잎,「비문증」)

“나무그늘밑에서/노숙자들이술을마셨다/구청은나무를잘라그늘을철거했다”(정현우,「사막」)

“하얀눈은하얄수록음험하다.새하얀거짓말천지다.겉만눈부신미혹이다.”(제갈양,「눈사태」)

“달빛내리는눈밭이좋겠다거기누워너와부르는후렴많은노래가소음을이겼다졌다시소를탄다”(조현정,「시라는모종의잔해2」)

“숲속詩O2의여자./눈부詩게빛나는/밀림의햇살투명한누드”(최관용,「숲속의詩O2」)

“찡그린표정하나없이/사막을다이해한한물처럼웃고있다”(탁운우,「조문」)

시문동인들은지난몇년동안한번도거르지않고매달시합평회를이어오고있을만큼치열하게시를쓰고있는춘천을대표하는문학동인이다.그들의과거보다현재가현재보다미래가더욱기대되는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