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환해서 맥주 생각이 났다 (김서현 시집)

목련이 환해서 맥주 생각이 났다 (김서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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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말하지 않으면 가까운 시, 말하면 머나먼 시
- 김서현 시집 『목련이 환해서 맥주 생각이 났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2022년 『강원작가』로 등단하여 현재 춘천에서 시작 활동을 하고 있는 김서현 시인이 첫 시집 『목련이 환해서 맥주 생각이 났다』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74번으로 나왔다.

이번 김서현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누구보다 반가워한 이가 한승태 시인이다. 그는 김서현 시인이 『강원작가』 신인상을 수상할 때 심사를 맡은 인연이 있는데, 당시 한승태 시인은 선정의 이유(심사평)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김서현은 감각과 서사를 다루는 자기만의 호흡법으로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목련이 환해서 맥주 생각이 났다」 「리스본으로 떠난 당신」 「점희에게」 「처음 온 십일월」 「여름이 쌓여가는 창문 아래」는 자신만의 서사를 감각적으로 주조해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장점은 서사를 감각으로 잘 버무려 관념 너머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인데, 다른 작품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단순화시키거나 과잉된 감정이 혼재하여 아쉬웠습니다. 다만 그는 자신만의 이야기 방법을 터득하고 있어 조급함을 이겨낸다면 더 좋은 시인이 될 것으로 보여 손을 내밀었습니다. 다른 응모자도 정진과 용기를 기대합니다.”

김서현 시인에게 짧게 물었다. “시를 언제부터 썼고,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 첫 시집에서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시 세계를 만들어가고 싶은지?” 그랬더니 “말하지 않으면 가까운 시, 말하면 머나먼 시”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답변을 보내왔다.

“시를 쓰기 시작한 지는, 정확하게 말하면 시를 알게 된 지 딱 4년이 되었습니다.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몇 편 외웠던 거 이후로, (그것도 국어 선생님의 강요로) 시란 내겐 덴마크어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름비처럼 시가 나에게로 스며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한 번도 시보다 먼저 있던 사람이 아니었음을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2년 동안 하루 한 편 쓰기를 실천했습니다. 단 한 줄이라도 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시작하면 밤을 새우기 일쑤였습니다. 한 달, 두 달, 일 년, 이 년, 열정의 과잉 탓이었을까요. 그 뒤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시를 더 쓸 수가 없었습니다. 2년 동안 시가 없는 삶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놀라운 것은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는 사실입니다. 시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결국 시란 나에게 있을 단어가 아닌가 보다, 그렇게 시를 포기하려는 찰나 책장에 꽂혀 있는 삼백여 권의 시집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다시 시가 나를 불렀습니다. 시를 떠날 수 없겠구나, 그렇게 다시 시작한 시 쓰기에 대한 보상이었을까요? 동서문학상 수상과 강원작가회의 신인상 수상이라는 선물을 받은 겁니다.”

“등단 후 1년 만에 내는 첫 시집이지만, 수록된 50여 편의 시들은 등단 전부터 쓰기 시작해서 등단 후 완성한 작품들입니다. 첫 시집이니만큼 하나의 주제나 메시지에 묶이지 않고 이미지나 소리의 결, 여백의 울림 같은 데에 마음을 주었습니다. 나는 한 편의 시를 쓸 때마다 새로운 나로 태어납니다. 내가 쓴 시를 읽으며,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닌 사람으로서 다시 태어나고, 내가 이해할 수 없던 ‘나’를 체험하는 거, 그게 좋아서 나는 시를 씁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나는 시를 통해 새로운 ‘나’로 태어날 테고, 새로 태어난 나는 다시 또 새로운 시를 쓸 겁니다.”

시집의 해설을 쓴 이홍섭 시인은 “이번 시집이 칠레의 민중시인이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파블로 네루다와 비교해 그 시심과 서정이 맞닿아 있고, 세상의 모든 첫 시집이 지니고 있는 순정한 설렘과 뜨거운 연정을 품고 있는 시집”이라며 이렇게 부연하고 있다.

“김서현의 첫 시집은 세상의 모든 첫 시집이 지닌 순정한 설렘과 뜨거운 연정을 품고 있고,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가능성의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이 설렘과 연정이 그 뜨거움을 견디지 못해 날것인 채로 드러난 경우도 있지만, 그것 또한 첫 시집이 지닌 열려 있는 세계, 가능성의 세계에 충분히 수렴될 수 있으리라 본다.”

“김서현의 이번 첫 시집도 젊은 시인들의 첫 시집, 또는 초기 시세계를 지배하는 우수(멜랑꼴리)가 짙게 배어 있다. …(중략)… 김서현의 첫 시집은 모든 첫 시집이 그러하듯 ‘살아 있다는 것의 기쁨’으로 충일하다. 시인이 좋아하는 ‘겨울비’가 이를 상징한다. 시인은 ‘눈보다 비를 더 좋아’(「겨울비」)하고, ‘그것도 월요일에 내리는 겨울비’(「이렇게 긴 월요일은 오늘이 처음!」)를 좋아한다. 이 겨울비는 ‘우수’와 ‘살아 있다는 것의 기쁨’이 하나로 결합된 상징이다. 이 상징이 다음과 같은 도취를 낳는다. ‘손가락에 쥔 연필은 발소리처럼 사각거리고/ 책 속의 활자는 창밖 자동차처럼 튀어 올랐다/ 장독대의 간장처럼/ 문장 속에 흠뻑 젖어버린 나는/ 시 한 사발에 온통 취해버린 오후를 보냈다’. ‘시 한 사발에 취해버린 오후’를 갖는 것은, 네루다뿐만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든 시인의 꿈이 아니던가.”

그리고 김서현 시인의 첫 시집 『목련이 환해서 맥주 생각이 났다』를 편집한 시인 박제영은 원고를 처음 받던 그날을 이렇게 기억한다고 했다.

“첫눈에 수줍음이 많은 여자였다. 잔뜩 주눅이 든 채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 이것 좀 봐주실래요? 수선하면 시집이 될 수 있긴 할까요? 그럼 거기 탁자에 두고 가세요. 살펴보고 연락드릴게요. 여자가 떠난 후 원고를 펼쳤다. 〈북반구의 시간이 적도를 지나온 구름처럼 떠가고 있다〉며 하얀색의 문장들이, 〈붕어빵 가시를 발라내며 네루다를 생각해요〉라며 파란색의 문장들이, 〈지금 엄마를 칠하는 중입니다〉라며 노란색의 문장들이, 그리고 〈수요일이 되기 전에 당신을 사랑할래요〉라며 빨간색의 문장들이 빨갛게 하얗게 노랗게 파랗게 수를 놓고 있었다. 밤새 가을비가 내리는데, 여자는 〈목련이 환해서 맥주 생각이 났다〉고 했지만, 나는 첫사랑과 이별했던 강촌의 시외버스 정류장과 옛 애인이 살고 있는 리스본, 그리고 애인과 거닐었던 로마의 광장을 떠올리면서 맥주 생각이 났다.”

김서현 시인 자신의 고백이든, 한승태 시인과 이홍섭 시인의 평이든 이번 시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실은 하나의 범주로 묶기보다는 다양한 울림에 방점을 찍는 것이 맞을 듯싶다. 다만 확실한 것은 독자가 이 시집을 다 읽고 덮을 때쯤이면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날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

김서현

시인김서현은충북청주에서태어났다.청주사범대학지리교육과와한국방송통신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콘텐츠학과를졸업했다.2022년『강원작가』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3년강원문화재단예술첫걸음지원금을수혜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북반구의시간이적도를지나온구름처럼떠가고있다
서면반점맞은편테라스가있는커피집의오후|오월|목련이환해서맥주생각이났다|리스본으로떠난당신|처음온십일월|여름이오래가지않도록|흑백렌즈를닦다|정답말고해답|봄의행방|이십사시간|멀어지는네곁에서멀어지려고|기억|소화불량|가을의국적|시드니의시간태엽

2부.붕어빵가시를발라내며네루다를생각해요
정류장|당신과함께한두번째여름이옵니다|손목시계|겨울비|비밀인데요,다락방에는불면이살고있어요|오후두시|붕어빵가시를발라내며네루다를생각해요|거짓말|딸이둘인데아가씨냐는소리를들으면기분이좋아요|월요일에는오해받고싶어요|절기에관하여|이렇게긴월요일은오늘이처음!|바람부는날에는전화를걸지않는다|눈이내려요,사과를씻어요,눈이내려요|주차장|캘리그래피는처음이고,첫눈은두번째예요

3부.지금엄마를칠하는중입니다
붉은다락방|참괜찮은비가온다|힘찬거짓말|엄마의매니큐어|꽃무늬버스

4부.수요일이되기전에당신을사랑할래요
성베드로성당|쓰레기버리는일|로마의일요일|오늘의한일|산수유|저녁|단하나의이유|시집읽다가생긴일|첫눈이여름처럼|대답|곤돌라|사진사람|남춘천역|화요일|러시아혁명|낫놓고‘ㄴ’을말하다|공연후기|dal.kommcoffee

해설_첫시집과네루다|이홍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