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하리나 개부치 씨 - 달아실 기획시집 32

가타하리나 개부치 씨 - 달아실 기획시집 32

$10.00
저자

최보기

시인최보기는1963년거금도에서태어났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서시|너에게보낸다|여명|동백|꽃바람산구름|바위처럼|시여,직설하자|새벽기도|가타하리나개부치씨|능소화1|천지창조|설중목雪中木|능소화2|만우절|시詩

2부
미생未生|국밥집1|국밥집2|개미들의축지법|내통內通1|민들레|디지털|봄과나|인생|출가出家|길1|친구|배려|팔월,매미|길2

3부
공연히|서울살이|욕의방정식|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참외한개|못난놈|아내의생일|애기똥풀|밥상을치우며|이런!|겨울밤|다육이|내통內通2

4부
1963거금도|비틀각시|감도리가는길|게으른섬|나비의꿈|생生|아부지1|바늘같은바다|바다의끝|침묵|등대없는섬|연못끄미에뜬달|연애하는바다|소록도|아부지2|56살,겨울

해설_직설(直說)하는시의길을위하여―최보기의시세계정훈

출판사 서평

가타하리나개부치씨를기다리다
―최보기시집『가타하리나개부치씨』

고려대학교에서행정학을전공한후수십년동안홍보전문가로활동해온,스스로야매시인이라칭하는최보기작가가첫시집『가타하리나개부치씨』를펴냈다.달아실기획시집32번으로나왔다.

홍보전문가와메시지라이터로수십년유명세를떨쳤지만최보기는사실지난십수년동안소설,에세이,평론등다양한분야에서여러권의책을낸작가이며또한인터넷에서수만명의팔로워(구독자)를보유한북칼럼니스트이기도하다.그런그가이번에첫시집을펴내면서시의분야까지자신의전문영역을넓힌것이다.

스스로를“야매시인”이라낮추는그는이번시집에서약력을“시인최보기는1963년거금도에서태어났다.”라는한줄로적었고,<시인의말>은“그가,시詩를가리켰습니다.그게,전부입니다.”라는두줄로끝냈다.그러니그가과연어떤시인인지,그의시집에어떤시편들을싣고있는지독자로서는감을잡을수없을테다.그리고그것이시인이노리는바일테다.“독자들이여.시인이라는타이틀을보지마라.”“독자들이여,시인의약력도시인의말도사족이고췌사이니오롯이시집을읽어라.”껍데기대신알맹이로승부하겠다는얘기일테다.그리고마침내시집을통독한후라면그가매우뛰어난서정시인임을알게될것이다.

작가이자문예평론가김미옥은최보기와그의시집에대해이렇게얘기한다.

“작가최보기는재주가많은사람이다.나는그를‘산문형인간’으로알았다.그가우리에게내어준서평과수필과소설이그러했다.간결하면서동시에만연하기는쉬운일이아니다.오늘그의시詩가걸어왔다.”

“한인간의생애를시로함축한다는건놀라운일이다.‘피는것보다/지는것에전력을다하는/철벽같은바닥으로/온몸내던지는’동백이피고,‘젊은아내를쫓아/대문까지기어온바다’가있는섬,거금도에서태어나유목민처럼육지를생존한그의삶은시詩였다.”

“꽃과바다와인연을사랑하는이에게거친세상은고달팠을것이다.몸피를부풀리는약육강식의세상에서그는호기롭게직설하지만우리는안다.그가인연의뒷모습을바라보며침묵했던말은사랑이었다고.시詩를삼키고시인을숨기던그가항복하듯정체성을드러내었다.”

“시詩의행간마다젖은사랑이묻어난다.사랑이웅변되는세상에그의침묵은사랑이었다.유년의아픈기억마저회한이아닌사랑으로다가온다.사랑을말하지않고사랑을말하는그의시詩는홀홀하다.”

“그의시詩가도시로바다를불러왔다.동백이거리로낙하하고능소화가빌딩을타고오르며도심의소음이파도소리에묻히던어느마술같던퇴근길,최보기의시집을읽는저녁이었다.시인이우리에게걸어왔다.”

시집의해설을쓴문학평론가정훈은또이렇게얘기한다.

“최보기시집『가타하리나개부치씨』에실린짧은시편들을들여다보면,시인의마음과삶을대하는태도가어떤지짐작할수있다.여기에는자신을위장하거나치장하지않고직대(直對)하면서꼿꼿한심성의결을매만질수있다.대개이런시들을읽으면독자들은자신을되돌아보게된다.서늘한바람속에서도흔들리지않고서있는한남자의결기가느껴져잠시주춤거리기때문이다.이건윤리적자기점검과다를바없다.자신의의지와의식마저타인이나공동체의방향에손쉽게의탁하기십상인요즘,이러한단독자의날선의지를만나는일이여간반갑지않다.이런의지는엄밀한의미에서실존적자기고뇌에서비롯한다.숱한고민과방황속에서체득한마음의심지로말미암아생겨난삶의태도이다.여기서최보기의시들은한편한편나름의의미와세계를만들어내는것이다.”

“왜사느냐는물음,혹은어느방향으로삶의가치를설정해야하느냐는물음은인간이끝내풀고싶어도풀수없는문제일것이다.그런사태의와중에시인은그래도자신만의길을찾으려했으며,애써찾은길이힘들고험해도결코놓치지않고제것으로만들려노력한다.이것은시쓰기가주는외로운실천이기도하고,삶의방법에몰두하는실존적인자아의지난한탐색이기도하다.직설하는시쓰기의고독한감행만큼허망한삶의여백에성긴길을만들어묵묵히걷는자의독백이이번최보기시집이보여주는의미이다.”

칼이빠진바람불어산책하기좋은봄날저녁공원의벤치에서가타하리나개부치씨를생각한다.그가물었다.어디로가려느냐?모르겠다고했다.나는알고있다고그가말했다.나는네가아는것은너의것이라고했다.그는고개를끄덕이며떠났다.지금개부치씨는어디에있는가?그를만나야겠다.눈썹달만이어둡고긴문장끝에마침표로달려있어개부치씨에게로가는길을모르겠다.다시벤치에우두커니앉아가타하리나개부치씨를기다린다.봄여름가을겨울다시봄여름가을겨울그후로도몇개의봄을더지나왔지만가타하리나개부치씨는아직오지않는다.
―「가타하리나개부치씨」전문

이번시집을편집한박제영시인은이번시집에서가장난해하면서가장뛰어난작품으로「가타하리나개부치씨」를꼽으며이렇게얘기한다.

“에스트라공과블라디미르가누군지도모르고언제부터기다렸는지도모르고언제올지도모르는고도를무작정기다리듯이최보기형은가타하리나개부치씨를기다렸다.최보기형은아쉬울것없는선전선동전문가이고,북칼럼니스트이고,소설가였지만언제부턴가오매불망가타하리나개부치씨를기다렸다.그런형이보기에안쓰러웠다.가타하리나개부치씨는이제그만기다리라고해도소용없는일이었다.할수없이에스트라공과블라디미르처럼우리는함께가타하리나개부치씨를기다리기로했다.”

「가타하리나개부치씨」를빼면,이번시집의시편들은어느하나읽기에무리가없다.그가자신의시쓰기전략으로비유와상징이라는곡설(曲說)대신일상의언어를차용한직설(直說)을택한까닭이다.직설이지닌단점은행간의여백이작아독자의상상력이개입하기어렵다는점인데,최보기시인은이런단점을절묘하게피하면서울림과떨림을만들어내고있다.그리고그것이최보기시가지닌독특한매력일텐데,다음번시집은또어떤전략으로어떤시편들을펼쳐보일지벌써부터궁금한까닭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