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 관하여 :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

우리에 관하여 :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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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하여 말하지 말라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장애인들이고,
또 하나는 아직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다.”

장애인이 보는 장애는 비장애인이 보는 장애와는 매우 다르다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하여 말하지 말라.” 이 말은 그 어떤 정책도 그 정책에 영향을 받는 집단 구성원의 완전하고 직접적인 참여 없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정치적 슬로건이다. 1990년대 이후 장애인 인권 운동은 이 말을 운동의 모토로 삼기 시작했다. 비장애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신들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에 관하여』는 바로 그 목소리들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 장애에 관한 전국적인 관심과 논의를 불러일으킨 『뉴욕 타임스』 기명 논평 시리즈 “장애”에 실렸던 60여 편의 글을 ‘정의’, ‘소속’, ‘일’, ‘항해’, ‘대처’, ‘사랑’, ‘가족’, ‘기쁨’ 등 8개의 주제로 나누어 담은 『우리에 관하여』는 우리가 알고 생각하는 장애에 대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앤드루 솔로몬이 말하듯이, 장애인이 보는 장애는 비장애인이 보는 장애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올리버 색스를 포함해 자신이 장애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이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에 관해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철저하게 장애인의 관점에서 본 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글 속에서 장애에 대한 기존 관념은 폐기되고 전복되며, 자신이 결코 되고 싶지 않은 것, 다른 것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 드러난다.
그래서 이 이야기들은 또한 진정으로 우리 모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들의 목소리가 우리 모두를 향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장애의 영역에 발을 들일 터이기 때문이다. 노화라는 불가피한 인간 발달 과정을 거치면서 말이다.
저자

피터카타파노

저자:피터카타파노
??뉴욕타임스??오피니언섹션편집인.<스톤TheStone>,<불안Anxiety>,<행복한나날들HappyDays>등??뉴욕타임스??의가장인기있는온라인시리즈들을기획하고편집해왔으며,그공로를인정받아2008년퍼블리셔스어워드를수상했다.2016년장애인들의권익을대변하는목소리를창출할목적으로이책의근간이된오피니언시리즈“장애”를기획했다.

저자:로즈마리갈런드-톰슨RosemarieGarland-Thomson
에모리대학영문학및생명윤리학담당교수.장애문화,윤리,정의의문제를광범위한제도와공동체의차원에서연구하고있다.

역자:공마리아
대구대학교대학원에서특수교육학과정서행동장애전공으로문학박사학위를취득후현재대구대학교재활심리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

역자:김준수
대구대학교에서재활심리학박사과정을수료하고,현재대구시소재수성심리의사소통센터를운영하고있다.

역자:이미란
이화여자대학교에서서양화와미술교육을전공하고대구대학교에서재활심리학박사과정을수료하였다.현재마인더스재활심리센터를운영하고있다.

목차

발간사|서문|머리말|들어가며

1부정의
장애인이된다는것|나치의첫희생자는장애인들이었다|정신질환은호러쇼가아니다|장애와선택할권리|당신이휠체어를타는한,차별은존재한다|나의메디케이드,나의삶|넌특별한아이야,그런데좀유별나게굴지않을순없니?|뇌손상과우리가생각하지못한시민권
2부소속
나는“영감을주는”사람이되고싶지않다|공공장소의청각장애인|“고아질병”이맺어준나의새로운가족|뚜렛증후군과함께한나의인생|말더듬이의불안한일상|시각장애인을진정으로보는법|얼굴평등의중요성|내피부의안식처를찾아서|치유된다는것의의미

3부일
네,저휠체어탑니다.맞아요,당신의담당의사예요|내가필요한것을위해일어서기|모든몸이아름다운곳|나는목소리를잃었지만,그래도당신과대화하고싶다|“미치광이”,업무에복귀하다|힐데가르트의환상과나의환상|행간에서나를찾다|학생들에게내가우울증이있다고말해야할까?우리는생활을더편리하게해주는원조라이프해커다.

4부항해
나의초강력블루투스휠체어생명력|뉴욕지하철은훌륭하다,당신이휠체어를타고있지않다면|모두를위한“아무도아닌자”를위한기호|실명속에서나의길을찾다|내안의운동선수는멈추지않을것이다|“트라이보그”의여명|시각장애와함께하는비행

5부대처
마비와함께하는삶,그것은운동이다|나의1,000달러짜리불안발작|삶이레몬을주었을때,나에게공황발작이왔다|그런말을하느니차라리죽는게낫다고생각하고있는걸까?|나의패럴림픽블루스|
매는날아오를수있다

6부사랑
나의여자친구|마침내,사랑|휠체어를타는사람의데이팅앱활용기|우리몸을설명하기,우리자신을찾기|남자의시선을갈망하다|접촉없는친밀감|세개의다리로나를이끌어준반려견

7부가족
나는아이들에게장애를물려준엄마입니다|나는당뇨병자예요,그게비난받을이유인가요?|만성질환이내아이들에게가르쳐준열가지교훈|가족찾기의중요성|치료법이가져다준번민|어머니의눈과나의눈|친밀한폭력의초상

8부기쁨
오청|우주여행:하나의비전|다시노래하는법을배우다|소리의감각:청각장애와음악에대하여|할수있기에나는춤을춘다|장애에관한이야기가슬퍼야할이유는없다|만성질환에서나는더깊은의미를찾았다|장애인의삶은살만한가치가있는삶이다

필진|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문제는장애가아니라그것을바라보는시선이다

장애를가지고살아가는삶이어떠한것인지장애가없는사람들은상상조차하기힘들다.겪어본적이없기때문이다.그런데도비장애인을중심으로돌아가는세상은장애인의삶이란이럴거라고멋대로가정하고단정짓는다.절대로자신은그렇게되고싶지않기에,장애를가지고산다는것은더없이불행한일이고,살만한가치가없는삶이라고말이다.그리고이러한생각은종종실행으로옮겨졌다.이것이과거에우생학과나치가한일이고,오늘날현대의학이암묵적으로하는일이다.
하지만장애를가지고산다는것이무엇을의미하고,그것이어떤느낌인지를말해줄적임자는누구인가?바로장애인들이다.자기자신을장애인으로인식하는이책의작가들은장애라는인간조건의최전선에서일어나는가장인간적인경험들에관한내밀한이야기를들려준다.이이야기들은장애인의삶이어떻게비장애인의삶과같고다른지에관한이야기들이다.
장애를가진사람들은살아가면서하나의사실을고통스럽게마주한다.그것은바로이세상이자신들을위해만들어져있지않다는사실이다.장애는그자체로고통과불편함을초래하지만,그보다더한고통은정서적인차원에서온다.장애인들을바라보는사회의부정적인시선과차별과무시로인해서말이다.이책의저자들에따르면,장애는문제가아니라존재의한방식,또하나의정체성일뿐이고,문제는오히려그것을바라보는세상의시선에있다.
이시리즈에참여한작가들은이러한시선이장애인들에게어떻게부정적인영향을끼치는지반복해서증언한다.앤드루솔로몬은<정신질환은호러쇼가아니다>에서정신질환자들을공포체험을위한오락의수단으로삼으려는태도에경악하며이러한태도가정신장애를겪고있는사람들을어떻게더깊은상처를입히는지말한다.“상처는외부로부터오는무시만이아니라내면으로부터오는끔찍한의심에의해서도생긴다.……자신을위협으로보는세상속에서자신을좋게생각하기는어렵다.”(66쪽)이러한시선이주는고통은종종육체적인고통을넘어선다.<얼굴평등의중요성>에서에리얼헨리는이렇게말한다.“육체가감당하기힘든충격적인수술들에도불구하고내건강의육체적인측면은계속해서모습이바뀌는상태로살아가면서내가감당해야했던정서적고통에비하면아무것도아니었다.……손상과신체적차이를가진개인들이주류사회에편입될가치조차없다고여겨지는상황에서어떻게우리가자신을받아들이고우리의차이를사랑하기를기대할수있을까?”(134∼136쪽)낯선사람으로부터“믿음이있었다면치유되었을겁니다”라는말을들은충격적인경험에관해이야기하는복음주의루터교목사신디존스는신약성서에나오는치유와관련된이야기의대부분은치유를받는사람의신앙과는아무런상관이없으며,치유가필요한것은공동체라고주장한다.그는이렇게말한다.“나는내장애때문에치유를원했던적이없다.그러나장애를대하는태도에대해우리사회가치유되기를바란적은많다.”(143쪽)

장애에대한차별은태어나기전부터시작한다

우생학운동이절정에달한시기,미국에서도이운동에영향을받아장애인들에게불임시술을하려는움직임이나타났다.그리고1927년대법관올리버웬델홈스는다음과같은판결문으로이러한흐름에지지를보냈다.“타락한자손들이범죄를저질러사형을당하거나지능이모자라굶어죽게내버려두기두기보다는사회가더불어살아가기에명백히부적합한이들이계속대를잇지못하도록막을수있다면그편이훨씬나을것이다.백치는삼대로충분하다.”(11쪽)이러한사고의경향에힘입어히틀러는인류를개선한다는명목으로장애인들을가스실로보내대량학살했다.결함있는인자를제거하면순수하고우월한인종을양성할수있다고보는우생학의관점에서장애인은근절의대상이었다.유전자결정론에따르면,약점과결함이없는최고로우월하고강한자들만남기고나머지모두를제거하는일은인류모두를개선하는일이될터였다.
하지만앤드루솔로몬에의하면이러한사고방식은“허울만그럴듯한헛소리”에불과하다.사실상장애가없는부모들도장애아를낳고,장애를가진부모들도장애가없는아이를낳기때문이다.솔로몬은“차라리태어나지않았더라면좋았을거라고여기는장애인들은거의없다”고말하며장애인들은장애에도불구하고,또는장애덕분에사람들이생각하는것보다훨씬풍요로운삶을살고있다고말한다.
하지만장애에대한부정적인인식은너무나뿌리깊어서,오늘날에도우생학적사고는우리문화와사회,현대의학에깊이스며들어있다.대중문화속에서신체적기형을가진인물은일그러진욕망을가진사악한괴물로등장하고,출산전에산전태아검사를통해태아에게장애가있는지확인하고아이를낳을지결정하는일은일상적으로일어나고있다.
임신과출산의과정에서,장애인들은장애인의삶은살만한가치가없다는암묵적인인식과마주하게된다.“장애에대한어떤이미지가신생아의탄생에개입되어있는것이다.”(14쪽)뇌성마비를가진작가제니퍼바틀렛은<장애와선택할권리>에서자신의장애는유전되는것이아니기때문에임신하는데하등의문제가없었지만,그것은“사회적으로는복잡한문제”였다고털어놓는다.그녀에게진짜어려움은“뇌성마비임산부로서의료기관을상대하는일”(68쪽)이었다.그녀는의료기관을상대하면서“현대의학이어떤식으로장애가있는사람을평가절하하고뿌리뽑는데이용되고있는지이해하기시작”한다.
우리는영감을주는존재가아니다

30대때운동신경질환이발병한작가랜디데이븐포트는<매는날아오를수있다>에서장애가없다가장애가생긴경험을이렇게묘사한다.“장애는당신이과거에어떤사람이었는지,그리고미래에어떤사람이될수있었는지에관한모든것을대신한다.그럴리가없다고말해도,당신이장애의존재를거부하더라도,아무소용이없다.장애는당신의거부를업신여기고,당신의절박한염려들을비웃는다.장애는계속앞으로나아가며당신의목덜미를부여잡고질질끌고간다.”(285쪽)그몸은이제자신의통제범위밖에있다.“내몸은나와는다른계획이있고,그계획에대해나와의논하지않는다.내몸은나의소유이면서도내가꿈에그리는것들을전혀알지못한다.내가바라는것들말이다.이상하지만,나는내몸이나의일부가아니라내가그저내몸의한부분일뿐임을받아들이게된다.”(285쪽)
하지만데이븐포트가보기에,장애를가지고산다는것을더욱어렵게만드는것은장애인들에게장애를극복하는영웅적이고감동적인이야기의주인공이될것을은근히기대하고강요하는사회다.“이이야기는어떤깨달음으로끝나야할것이다.내가여전히날아오를수있음을스스로자각하는순간으로말이다.우리미국인들은이런이야기를얼마나사랑하는가!혼자힘으로일어서기위해궁극적인행동에나서는그런이야기,이런이야기속에서주인공은통제불가능한몸에굴복하기를거부하고,치료에도움이되지않는약도거부한다.”(285쪽)
비장애인을중심으로돌아가는세상은장애인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기를거부하며,“슈퍼장애인”이되어자신들의일원이될것을권한다.장애인들은흔히이런말을듣는다.“당신은정말영감을주시는분이에요!당신같은분도하는데,제가어떻게못하겠다는소리를하겠어요.”(278쪽)<나의패럴림픽블루스>에서에밀리랩블랙은이러한말을듣는것에진저리를치며말한다.“내이야기는영감을주는이야기가아니다.때로는힘들고,때로는매우슬픈것에관한이야기다.나는여자라는존재를종종무엇보다외모로평가하곤하는이결함있는세상에서살아가는결함있는인간이기때문이다.나는내장애를극복하지못했고,앞으로도절대그럴수없을것이다.남은생애를나는장애를안고살아갈것이다.하지만어떤날은다른날들보다더좋은날일것이다.나의이야기는몸을가진사람이라면누구든겪을수있는그런평범한이야기일뿐이다.”(280쪽)
독립철학자존올트먼은<나는“영감을주는”사람이되고싶지않다>에서“영감을준다”는말에화를내는자신을이해하지못하는사람들에게그이유를이렇게들려준다.“나라는사람의개인적특성,내가사랑하는사람들,내가추구하는관심사,내가가진신념은모두고려대상에서사라지고,뇌성마비가있으며걷기위해목발을사용한다는사실만이존올트먼이라는사람의존재와능력전부를규정”하기때문이다.“나는존올트먼이고나는나의뇌성마비로정의되지않는다.이것이세상모두의상식이되면내가항상목발을쓸지라도나는사실상나의장애로부터자유롭게될것이다.”

우리는인간의정신과신체의다양성을포용하는학교와직장,공동체를요구한다

우리사회가장애인을어떤시선으로바라보고있는지를상징적으로드러낸한사건이있다.장애아를둔부모들이특수학교설립에반대하는지역민들앞에무릎을꿇고호소한사건이다.이일은결국특수학교인‘서진학교’가7년만에설립되며마무리되는듯했다.하지만최근이사건을다룬다큐멘터리영화<학교가는길>속에서학교설립에반대입장을표명했던지역민이자신의명예가훼손됐다며이영화에대한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함으로써이사건은다시언론의주목을받고있다.
이사건은많은의문을품게한다.과연이사건에서누구의명예가더훼손된것일까.애초에장애인교육을위한학교설립은왜지역주민의동의를구해야만하는일이었을까.그리고그것은왜장애아를둔부모들이무릎을꿇고호소해야할만큼강력한반대에부딪혔을까.학교설립에반대하는일자체가이미장애인들의명예를깊이훼손한것은아니었을까.나아가우리사회가장애인을바라보는수준이그정도라고짐작하게함으로써장애가없는다른모든사람의명예또한실추시킨것이아니었을까.우리는지금“타인의처지에대한공감”을“성공의장애물”(66쪽)로여기고있는건아닐까.
헌법제31조1항은“모든국민은능력에따라균등하게교육을받을권리를가진다”고규정하고있고,특수학교의설립은이처럼헌법이보장하고있는“능력에따라균등하게교육을받을권리”에기초해있다.앤드루솔로몬은이보다한발더나아간다.그는장애인과비장애인의“분리교육은결코평등하지않다”고주장하며,그런통합교육이장애아들만이아니라장애가없는아이들에게도혜택을가져다준다고말한다.“장애가없는아이들은과거와달리이제차이를그다지두려워하지않으며성장하고,동료학생들의강한인간성에좀더수용적인입장을가지게될것이다.이렇게자란아이들은독립은성공이고의존은실패라고말하지않는다.”(21쪽)솔로몬은“독립”과“의존”의개념을다시정의한다.“독립이란흔히우리가주장하듯이그렇게용감한가치가아니며,거의불가능한것이기도하다.우리는집단적인구조안에서살아가며,우리의모든삶은다른사람들의삶과얽혀있다.인간은사회적동물이다.……의존성에는그자체로특별한우아함이있다.의존성은친밀함의기본적인측면이고,사랑의결정적인특성이다.”(20쪽)이와유사한성찰은엘리엇쿠글라의<만성질환은나는더깊은의미를찾았다>에서도찾아볼수있다.쿠글라는이렇게말한다.“우리는살아가면서때때로우리자신이독립해있는존재라는환상을품지만……나자신의독립성이라는환상을떨쳐내는순간,비로소인간이라는존재의근본적진실이제모습을드러낸다.”(423쪽)
서진학교사건에서이해의상충을본다면,이책의저자들중한명인조너선무니가쓴다음과같은문장을숙고하는편이좋을것이다.“모든민권운동의핵심에는,문제는당신에게있다는생각을거부하고문화와제도의변화를요구하는싸움이놓여있다.나같은사람을장애를갖고있다고생각하건단순히다르다고생각하건간에우리는모두같은것을요구한다.그것은바로인간의정신과신체의다양성을포용하는학교와직장,공동체다.우리는모든사람의다를수있는권리를위해싸워야한다.”(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