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가에 어둠이 새겨질 때(큰글씨책) (쓸쓸한 식탁에 빛이 되어 준 추억의 음식들)

입가에 어둠이 새겨질 때(큰글씨책) (쓸쓸한 식탁에 빛이 되어 준 추억의 음식들)

$27.93
Description
ㆍ 요리사를 꿈꾸었던 저자가 식탁에서 써 내려간 음식-추억의 기록들
당신이 먹은 음식에는 누구와의 이야기가, 어떤 맛과 순간이 담겨 있나요?
어둠이 내린 마음에 허기진 당신을 여기 식탁의 빈자리로 초대합니다.

거기 계신 당신은 어디에서 태어나고 자랐나요? 당신의 유년과 청년 시절을 채운 음식은 무엇일까요?
『입가에 어둠이 새겨질 때』를 읽고 있으면 고향 평안북도 말로 음식과 가족을 노래한 백석 시인이 떠오릅니다. 혹시 백석의 「고향」이라는 시를 아시나요? 이 시의 화자는 홀로 타향살이 중인데, 앓아누운 어느 날 한 의원을 만나게 됩니다. 놀랍게도 그는 화자가 아버지로 섬기는 이와 막역지간이라고 하지요. 화자는 의원의 진맥하는 손길에서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느끼며 일순간이나마 따스하고 부드러운 마음이 된답니다.
저자의 책 속 음식들이 행하는 일이「고향」 속 의원의 손길처럼 느껴집니다. 그녀가 말하는 음식에는 ‘고향도 가족도 친구도’ 모두 그득그득하니까요.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온기로 부풀어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이야기가 꽤 길어졌네요.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예요. 당신을 위로해 준 다정한 음식이 있나요? 어둠이 내린 마음에 한 줌 빛이 되어 준 맛과 기억을 들려주세요. 여기 식탁의 빈자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곳으로 와서 당신 입가에 새겨진 이야기를 조용조용 나눠 주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저자

김미양

감귤과흑돼지의섬,제주에서태어났다.
오므라이스위에케첩으로하트를그려주는중국집,사탕대신감초조각을입에넣어주는한약방,온가족이다함께뼈를뜯고나면후식으로빛깔고운당근주스를내어주는갈빗집이모인동네에서배봉끄랑한시간을보내며자랐다.
어린시절앨범속사진은딱두종류다.먹는사진,아니면먹을것을빼앗겨우는사진.먹보에울보였던아이는서른을훌쩍넘겨서도여전히잘울고,잘먹는다.
배고프고서글픈순간이올때마다글을쓰며견뎠다.푸근한쌀밥같은이야기를짓고나누며살아갈수있기를바란다.눈물이앞을가리는와중에도숟가락들기를포기하지않는사람들을위해.
브런치@tastymemory

목차

Invitation:식탁의빈자리에당신을초대해

제주濟州나를살찌운섬,나를살찌운말
돼지비계:나를키운것은팔할이돼지기름이었다
봉끄랑:오늘저녁,배봉끄랑하신가요?
매기:그어떤맛보다더그리운그말
곤밥:눈을녹여밥을짓는참고운마음
콩잎:이모랑나랑콩밭그늘에숨어앉아
엄마의작은섬,부엌:불씨가꺼지지않는그곳의이야기
부엌에서쓰는편지1봄길만걷게해드리고픈엄마에게

자취自炊혼자여도혼자가아니었던시간
타지에서의첫식사:바다를반쯤건넌기분으로
꼬마요리사의수제비:설익은어른의거짓말
프렌치토스트:일요일아침의행복한조각
겨울날의산모미역:깊이를헤아릴수없는내리사랑
감귤:화산재위에서키워나간아버지의꿈
설탕이소복소복:한해를살아낸것을축하해
비릿한온기:섬을떠나서닿은새로운바다
부엌에서쓰는편지2시들어버린배꽃잎같은당신에게

식구食口서로의입을보며우리는울고웃었네
대왕오징어:캄캄한바다위반짝이는별하나
제기위의미수전:거룩한아득한슬픔을담는것
문어숙회:오래씹어야느낄수있는투박한부성애
돗궤기반:당신을떠나보내며고기를썰었다
벌꿀카스텔라:우리를잠시마주보게하는마법
독새기반숙:달걀한알에담긴사랑
부엌에서쓰는편지3어둠속에서홀로울고있는소녀에게

출판사 서평

ㆍ요리사를꿈꾸었던저자가식탁에서써내려간음식-추억의기록들
당신이먹은음식에는누구와의이야기가,어떤맛과순간이담겨있나요?
어둠이내린마음에허기진당신을여기식탁의빈자리로초대합니다.

거기계신당신은어디에서태어나고자랐나요?당신의유년과청년시절을채운음식은무엇일까요?

제주에서나고자란이책의저자는20살이될무렵육지로의탈출을감행합니다.누군가에게제주가휴식과아름다움의공간인데반해저자에게는제주와그곳의가족들이자신을억누르는무거운족쇄처럼느껴졌기때문이죠.영화〈브루클린〉의주인공이아일랜드를떠나대도시로향하는배에올라탔던것처럼말이에요.
멋진요리사가되는꿈을꾸며도시로나갔지만,그곳에서의삶은생각했던것과달리자주괴롭고외롭고또헛헛했다고해요.그럴때마다고향에서먹었던음식들을떠올리게되었고요.그렇게1년,2년이흐르고어느덧10년이넘게지난어느날,저자가거울에서발견한것은아버지와할아버지의얼굴을꼭닮은자신의얼굴이었습니다.
그토록벗어나고싶던세계가자신의한축을단단히지탱하고있었다는것을깨달으며그녀는한결홀가분해졌다고고백합니다.그리고어둠을부정하기보다는그것을끌어안고그속에서다른의미들을찾아내며지내보기로합니다.이때그녀를찾아온것이‘글’이었습니다.요리를짓던마음으로글을지으며과거를다시바라보는작업을이어간결과,이렇게당신에게초대장을보낼수있게되었고요.

“한때요리사를꿈꾸었던사람에게남은유일한교훈은바로이것입니다.쓰고짜고매운양념과달고고소한양념이조화롭게섞일때,비로소삶은더진한맛을낸다는것.
저는이제추억을요리하는사람이되어밥대신글을짓습니다.
아주오래전부터입에서입으로전해져왔을제주의음식과고유의언어들,홀로밥을지어먹는자취생활동안의지가되었던다정하고따뜻한순간들,서로입을마주보며함께먹고지낸식구이기에더욱가슴에사무쳤던기억들.칼대신연필을손에쥐고그것들을요리했습니다.”(Invitation중에서)

책에는그녀를위로해주었던‘따스하고보드라우며애틋한’음식들의이야기가가득합니다.글을쓰게했던동기이자계속해서써나갈수있었던원동력인이음식들에는제주의바다와바람소리가,여러지역에서자취하며만나게된계절과사람들,또거기에곁따라생겨난다양한기분이담겨있습니다.맛과향,시간과사람에얽힌추억이넘실대며교차하는글들에서어쩌면당신도당신몸과마음에깊숙이새겨져있는음식들을떠올리게될지도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책에서중요하게이야기되는것은‘가족’입니다.가족은한개인이가장처음겪게되는밀접한세계로,가까운거리가친밀함으로작동할수도있지만괴로움이될수도있으며,상반되어보이는두성격이공존할수도있지요.행복을주면서동시에고통을주기도하는가족,우리는살아가는동안그들로부터큰영향을받습니다.가족과자신의관계를건강하고행복하게정립하는것이야말로인간의과업이아닐까요?저자또한글을쓰며이지난한과업을수행합니다.완전히극복하기는어렵다는걸알면서도지금할수있는최선을다하면서요.그과정에서가족과과거를제대로마주보는‘이해’와‘화해’의순간들이탄생하기도합니다.현재의우리또한어루만져주는그런빛나는순간들이요.

“오래전그날,나는아버지의문어한접시를깨끗이비웠다.따스한온기가남아있는문어는씹으면씹을수록맛이있었다.아무리질겨도오래오래씹다보면어느순간배어나오는문어의감칠맛.세상엔그렇게오래도록씹어야만제맛을알게되는것들이있다.아버지의투박한표현속에담긴진득한사랑이이제와서야어렴풋이느껴지는것처럼.
나는아직도,아버지와의관계를소화시키는중이다.”(본문중에서)

『입가에어둠이새겨질때』를읽고있으면고향평안북도말로음식과가족을노래한백석시인이떠오릅니다.혹시백석의「고향」이라는시를아시나요?이시의화자는홀로타향살이중인데,앓아누운어느날한의원을만나게됩니다.놀랍게도그는화자가아버지로섬기는이와막역지간이라고하지요.화자는의원의진맥하는손길에서“고향도아버지도아버지의친구도”느끼며일순간이나마따스하고부드러운마음이된답니다.
저자의책속음식들이행하는일이「고향」속의원의손길처럼느껴집니다.그녀가말하는음식에는‘고향도가족도친구도’모두그득그득하니까요.그래서책을다읽고나면마음이온기로부풀어오르는경험을하게될거예요.

이야기가꽤길어졌네요.이제당신의이야기를들려줄차례예요.당신을위로해준다정한음식이있나요?어둠이내린마음에한줌빛이되어준맛과기억을들려주세요.여기식탁의빈자리에당신을초대합니다.이곳으로와서당신입가에새겨진이야기를조용조용나눠주기를설레는마음으로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