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대장 장지항과 의도 일지매

포도대장 장지항과 의도 일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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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지항 VS 일지매, 법을 수호하는 자와 위반하는 자의 대결
100년 전 대중이 상상한 정의로운 현실은 무엇일까?
딱지 시리즈 6편은 『포도대장 장지항과 의도 일지매』이다. ‘일지매’는 홍길동과 더불어 조선의 대표적인 도둑 캐릭터 중 하나인데, 백성을 착취하여 부정하게 부를 축적한 이들만 노리고, 훔친 재물을 모두 가난한 자에게 분배한다는 점에서 대중에게 사랑받았다.

도적놈이란 것은 주색잡기에 쫓기어서도 도적질을 하옵고 또는 기갈(飢渴)에 견디다 못해서 도적질하는 놈도 있습니다. 그놈들은 진정으로 남의 재물을 도적해다가 주색잡기에도 소비하고 기갈도 면하지요마는, 소인은 도적질을 할 망정 그런 짓은 하는 일이 없삽고 오직 곤궁한 백성들을 구제할 뿐입니다. 고리대금을 해서 모은 부자라든지, 소작인의 고혈을 긁어서 욕심을 채운 사람이든지, 수령 방백으로서 잔학하게 불법으로 모은 재산가라는 사람들이 누구 하나 구제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본문 中

뛰어난 도둑에게는 그에 걸맞은 맞수가 필요한 법. 일지매의 라이벌로 짝지어진 대상은 포도청의 총책임자인 포도대장이다. 일지매의 인기를 증명하듯 일지매에 관련된 이야기는 여러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일지매의 맞수라 할 만하지!”라며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인물, 일지매만큼이나 매력적인 인물을 찾아내려다 보니 포도대장 역할은 여러 번 바뀌게 된다. 이번 딱지 시리즈 6편의 원본인 1929년 대성서림에서 나온 『포도대장 장지항과 의도 일지매 실긔(捕盜大將張志恒과義盜一枝梅實記)』에서 포도대장 역할을 맡은 이는 장지항이다. 그는 뛰어난 자질을 바탕으로 전라좌도수군절도사부터 시작해 말년에는 형조판서에 올랐으며, 영·정조대에 걸쳐 포도대장을 지낸 실존 인물이다.
장지항과 일지매의 만남은 한 시대를 풍미한 실력자와 대중이 희구하는 의적(義賊)형 캐릭터 간의 대결이며, 그들은 각각 법으로 구현되는 정의와 이러한 법이 미칠 수 없는 사각지대를 보여 준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장지항과 일지매를 나란히 두는 구도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두 가지 방식의 해결책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저자

이규용

저자:이규용

역자:장지훈
동국대학교대학원에서고전문학을전공하고있습니다.고전문학에서비규범적주체들이재현되는양상과,그들이시대와필요에따라새롭게독해되는방식을연구합니다.

목차

현대어번역│해설:경계를뛰어넘는조선의불온한주체들│원문

출판사 서평

원귀,간통하는여성,가난한자,도적…
조선의불온한주체들현대의독자를찾아오다

『포도대장장지항과의도일지매』에장지항과일지매만나오는것은아니다.원한을가진여자귀신이여럿등장하고,남편에게매맞으며사는한여성은다른남성과의행복한삶을꿈꾸기도한다.감옥에갇힌일지매가자신을잠깐만풀어주면평생먹고살돈을주겠다하자그를놓아주는가난한옥졸도있다.이들불온한주체들은『포도대장장지항과의도일지매』에생동감을불어넣어주며이야기를훨씬더다채롭게만든다.
한편이야기속귀신,간통하는여성,빈자가겪는문제는개인의결함에서기인하는것이아니고,그들이발딛고사는현실의모순과부조리에서발생한다.따라서현실질서를바탕으로정의를구현하려는장지항의방식은불완전하면서균열의지점을내포하고있을수밖에없다.그렇다고일지매의방식이완전한해결책이되어주지도않는데,이는일지매가현실질서에어느정도타협하며이야기가마무리된다는점을통해서도확인된다.결국『포도대장장지항과의도일지매』는현실질서(장지항의세계)와그질서바깥의영역(일지매의세계)중어느한쪽으로기우는선택을하지않고,두세계의경계를넘나드는인물들을보여줌으로써끝까지팽팽한긴장감을유지한다.이두세계중어떤세계를더지지할지는독자의몫으로남겨두는것이다.

사람들의원한을풀어주는포도대장과탐관오리의재산을훔쳐가난한이들을구제하는의적일지매의대결.이는정의롭게구현되는공권력에대한동경과부조리한현실을법바깥에서바로잡으려는욕망의충돌과다르지않다.당대딱지본대중독자들은둘중무엇에더열광했을까?
-추천사中

100년전이야기를읽는현대의독자들은과연장지항과일지매중누구의목소리에더공감하게될까?누군가는장지항과일지매같은이야기의주된목소리보다부수적인인물들의작은목소리에더민감하게반응할수도있고,이야기속목소리들을넘어서는새로운목소리를꿈꿀수도있다.독자라는존재는언제나텍스트보다더멀리나아가는존재라는점을생각해볼때,『포도대장장지항과의도일지매』의세계역시독자와의만남을통해새로운버전의이야기로성장과갱신을거듭하리라기대한다.

넘쳐나는상상력속끝없이이어지는세속의이야기,두두딱지시리즈

두두딱지시리즈는‘너저분하고잡스러운세속의이야기’를모토로딱지본소설을현대어로번역하여선보인다.
딱지본소설은20세기초많은대중에게사랑받았으나이후근대소설에미달한다는평가를받으며문학장에서잊힌작품군이다.딱지시리즈는근대소설의규범과기준에얽매여우리가잃어버린이야기와그속에담겨있는정제되지않은욕망들에주목했다.이‘미달’의이야기들속에‘넘쳐나는’다양한인물과사건그리고상상력은100년전독자들이그러했듯현대의독자들에게도이야기를읽는다는것자체의즐거움을선사할것이다.
물론이이야기들에도한계는존재한다.그러나불완전하고모자란이야기는또다른이야기를필요로한다는점에서계속해서이어질수있는이야기이기도하다.한편의완전하고완벽한이야기가아닌시리즈로구성한까닭이바로여기에있다.딱지시리즈는‘이야기의한계는이야기로채운다’는마음으로작품리스트를쌓아나가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