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기를 알아채다 - 소울앤북 시선

아름다운 사기를 알아채다 - 소울앤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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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의 시는 격조 높은 시어(詩語)를 절차탁마를 거쳐 한 방울, 때로는 폭포수 같이 표출한다. 깊고 끝 간 데 없는 사유로 통해 새겨진 시상(詩像)의 튼튼함은 그 견고하기가 다이아몬드보다 더 튼실하여 오히려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의 심상(心像)에 새겨진 영롱하고도 광채가 나는 시적 조상(彫像)들이 나를 일깨운다.
- 김세연(시인⸱소설가)

맥주를 따르면 방울져 솟아오르는 기포(氣泡)처럼 일상 속에 켜켜이 쌓여 있던 시감(詩感)들이 솟아올라 시의 숲(forest of poetry)을 이루었다. 때로는 사색의 파편으로, 때로는 날선 감각으로 마음 밭에 거름하여 피워 낸 일흔일곱 송이 꽃들이 만발하였다.
- 김종철(문학평론가)

다의적인 해석과 추측의 가늠자가 되어주는 시의 구문(構文)들로 인해 우리는 시의 영역 속에서 삶을 그윽하게 톺아가기에 이른다. 김영익 시인의 이러한 통찰력은 시가 형이하학이냐 형이상학이냐를 떠나 삶의 본질에 한 발짝 다가드는 질문의 가치를 열어준다.
- 유종인(시인⸱미술평론가)

저자

김영익

저자:김영익
강원도홍천에서출생하였다.한국외국어대를졸업하고,동국대학교정보산업대학원석사졸업을하였다.2017년시사모의계간지『시와편견』창간발기인으로참여하였다.시를사랑하는전국모임(시사모)부회장을역임하였고,현재㈜서울교과서에서편집인으로근무하면서시사모와『시와편견』의동인으로활동을하고있다.

목차

[작가의말]만화경으로바깥세상을보다

1부깨달음이다가오다
생불
독백
다시보는생
시로채집한순간들
늙는다는것
공감
눈감아보이는것들
말많은사전
좋은망상
물끄러미
자기성찰의방법
사모곡
무상(無常)
윤회란것
그놈의기억
후회를너머
공감의힘
아내의구박
권태를해소하는방법
말하는영정

2부자연은스스로를노래한다
달빛
시인의길
어떤유체이탈
배려의힘
유사호접몽
자유의여신
땡추들
한낮의깨달음
멍때리기
자존감키우기1
자존감키우기2
선인장
어느추모일즈음
배웅
느티고목
힐링포인트
절망의끝
겨울한파
낙향의꿈
시습작

3부하늘끝에머무르다
무서운겨울하늘
아름다운사기
숲예찬
스마트폰중독
징검다리
낙서가시로여행하는순간
이상한충동들
양광(陽光)

4부땅의속셈을알아채다
판데목으로가라
불국토
가로등불빛아래에서
어떤위로
삶의변죽을두들기다
자존감키우기3
어떤질투
지존감키우기4
늦은밤광장에서
디지털사막에서
병든원향(遠鄕)
깊은대화
겨울의속셈

5부사람답게살아보
아내의빈자리
아지랑이
그리움의속성
어떤본능
인생소묘
기계로쓴씨
버려진양수기
나와동명이인들
상선약수4
어떤자위
진동하는스마트폰
누드모델
행복한착각
욕심의이면
!보따리
마애불

[발문]끝까지가는시작의길│유종인

출판사 서평

김영익의시에서나타나는지향은일상생활속에서자기발견의소중함과자연의풍취에서존재의풍정으로나아가려는서정적발걸음을돋아내고있다.그리고그런시적지향을벼리고있는존재에게자아는소중하고종요로운시적화두이자생각과에스프리(esprit)의발판이된다.

다의적인해석과추측의가늠자가되어주는김영익시인의구문(構文)들로인해우리는시의영역속에서삶을그윽하게톺아가기에이른다.시인의이러한통찰력은시가형이하학이냐형이상학이냐를떠나삶의본질에한발짝다가드는질문의가치를열어준다.특히기억과풍경과마음의미래를노래한김영익의시편들을보고있으면풍경의오롯함과기억의아련함과따뜻한상상의훤칠함이서로갈마든다.그리하여시란글자로보는그림이라했거니와인상적풍경이자아내는동경의헤테로토피아(hetorotopia)는먼데있는것이아니라지금우리곁에기억의잔물결로시인의발등을적시며찰랑댄다.

김영익의시에서서정의입시울이마를날이없는것은그가자연과의교감을항시갖고자하기때문이다.이제자연은별스러운외계가아니라시인의존재를반영하는일종의진설된거울의형태로현존하기에이른다.
-유종인(시인,미술평론가)

저자의말

나에게시짓기란만화경으로마음과세상의안팎을들여다보는것이다.거울로된통에형형색색의유리구슬,알록달록한색지조각등을넣어아름다운무늬를보는만화경처럼나는시란만화경속에어휘들을담아돌려가며세상을읽는다.

때로는만화경속에내가들어가만화경밖의세상을살펴본다.세상은천지인(天地人)이란텔레비전에서보여주는한편의드라마이자인생다큐이다.그것을쳐다보고있는순간현실과꿈의경계가허물어지고,무한한가능성이내앞에펼쳐진다.그때날개를단나의어휘들이이륙하기시작한다.

만화경속에서빛의조각들은춤을추고,색깔들은캔버스위에흩뿌려진별똥별같다.순간의움직임에따라끊임없이변화하는무늬들이내가사는천변만화하는세상을대변한다.작은유리조각들이모여무한한패턴을만들어내듯이,우리의삶도다양한경험과감정들이조화를이루며만들어진다.나는그것들을어휘로엮은그물로낚아낼뿐이다.

책속에서

<판데목으로가라>

햇볕이가득한바닷가
마음을널어말릴수있는곳
언제마음속비내려습해진다면
그곳에가라

파도를가르며
물수제비총총떠서는
점점이파문으로오려진것들,
누군가에게던지고싶거든
그곳에가라

그곳은원래그런곳,
한번가본이는누구나마음에두고
괜히나누고싶은곳

바람의속살에파고들어
사그라진연정들을하나,둘씩
기억으로되돌려놓고싶으면
그곳에가라

보랏빛그믐달밤
연실너울대는나룻배타고
쉼없이서성이며흥얼거렸을시인,
그의심정을달래주고싶거든
그곳에가라

그곳은원래그런곳,
앞으로가볼이에게내마음을담아
괜히주고싶은곳

<불국토>

박달재넘는길,
한켠에쌓아놓은돌탑더미에서
쑥덕임이새어나온다

가던길멈춰귀기울이니
저마다더쌓아달라는아우성

탑들의소란그냥내칠수없어
내절실한기원을담은
돌하나를올린다

아슬아슬함이춤춘다
탑신은나의간절함을세워보려는듯
칡넝쿨로제몸을휘감는다

돌들끼리는자기쌓은손길을
분명기억할거고,
나무들은기원이돌에스미는것을
지켜봤을터

내친김에탑위에돌하나더올려놓자
솟대에앉은새
푸릉,푸르릉오르더니

부처의나라는저기,
따라오라한다

<생불>

파주교하리마을가게앞
파리도얼씬않는자리

고요함으로짠니트를두른
할머니는늘그자리에서
시간을뜨개질한다

두터운주름으로점점가늘어져만가는눈매
가리마사이에내려앉은하얀나비,
그반짝거리는연륜들

꿈꾸었던미래가보낸시선을마주하며
회한을달래는건아닌지
발밑에굴러든낙엽은말이없다

어스름이차오르는시간,
할머니를불상으로만들려는
노을빛만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