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순례

목소리 순례

$16.00
Description
침묵 속에서만 태어나는 목소리가 있다
『서로 다른 기념일』 사이토 하루미치의 또 다른 이야기
『목소리 순례』는 농인 사진가 사이토 하루미치가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 진정한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에세이다. 전작 『서로 다른 기념일』로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닌 존재와의 소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청각장애를 극복하려 했던 어린 시절부터 장애를 인정하고 농인으로 살아가며 접한 다양한 언어와 감각에 대한 내밀한 고백을 전한다.

저자 사이토 하루미치는 두 살 때 청각장애를 진단받은 뒤 바로 보청기를 끼고 발음훈련을 시작한다. 일반학교에 다니며 ‘듣는 사람’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저자가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건 마음에서 우러난 말이 아니라 잘 발음할 수 있는 말들이다. 그런 그에게 돌아오는 것 역시 마음이 담긴 대답이 아닌, 발음에 대한 칭찬이나 조롱뿐이다. 자신에게 들리지도 않는 말을 내뱉고 상대가 알아들었는지 표정을 살피며, 저자는 말하면 할수록 타인과 거리가 멀어질 뿐이라고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듣는 사람인 척 스스로를 속이며 고독한 성장기를 보내던 저자의 삶은 고등학교를 농학교로 진학하며 변화한다. 농인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농학교에서 ‘보이는 목소리’, 수어와 만난 저자는 비로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진심으로 타인과 대화하게 된다. 농학교에서 지낸 5년 동안 말을 재활한 저자는 스무 살에 보청기를 아예 빼버리고 수어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기 위해 전업사진가의 길로 나아가기로 한다.

저자

사이토하루미치

1983년도쿄에서태어났다.선천적난청으로중학생때까지일반학교를다니다고등학교는도립샤쿠지이농학교로진학했다.사진가로활동하며2010년‘사진신세기공모전’에서우수상을수상했고,2013년에는도쿄와타리움미술관에서개인전을열었다.사진집과저서로『감동』『보물상자』『사역봄과수라』『그래도그럼에도그렇지만』『목소리순례』『감동,』등이있다.2017년부터사진프로젝트‘신화神話’를진행하고있으며,2020년2월에는농인으로서줄곧싫어했던노래와마주하는과정을다룬다큐멘터리영화「노래의시작」이일본에서개봉했다.장애인프로레슬링단체‘도그렉스’에도소속되어있다.주특기는마구때리기.

파트너인모리야마마나미는1986년도쿄에서태어났고도립샤쿠지이농학교재학중에사이토하루미치와만났다.데이쿄대학문학부교육학과를졸업한후일본사진예술전문학교에서사진을공부했다.2010년에는‘미오사진공모전’에서장려상을수상했다.

목차

1
원초적인석양
도플갱어
은빛원
손으로말하는사람
스무살이었다
고요가울린다

2
악의에찬말
진짜말
원초적인대화
가슴남자
새하얀감탄
목소리피어나다

3
역시세계는아름답구나
몸의목소리
시선의목소리
세계를살아가는현자
음악의차안으로부터
음악의피안에서
구원받은비경의목소리
어렴풋한경계의노래

4
빛그자체인당신
끌어안는시선
살갗의기억

작가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침묵속에서만태어나는목소리가있다
『서로다른기념일』사이토하루미치의또다른이야기
김연수소설가,김원영변호사추천!

『목소리순례』는농인사진가사이토하루미치가다양한존재들을만나진정한‘목소리’를찾아가는여정을담은에세이다.전작『서로다른기념일』로서로다른감각을지닌존재와의소통을감동적으로그려냈던저자는이책에서청각장애를극복하려했던어린시절부터장애를인정하고농인으로살아가며접한다양한언어와감각에대한내밀한고백을전한다.저자가찍은사진과섬세한문장이어우러져잊을수없는‘대화’의순간을포착한다.

음성사회에고립되어있던청각장애소년
잃어버렸던목소리를재활하다

저자사이토하루미치는두살때청각장애를진단받은뒤바로보청기를끼고발음훈련을시작한다.일반학교에다니며‘듣는사람’이되려고부단히노력하지만저자가입밖으로낼수있는건마음에서우러난말이아니라잘발음할수있는말들이다.그런그에게돌아오는것역시마음이담긴대답이아닌,발음에대한칭찬이나조롱뿐이다.자신에게들리지도않는말을내뱉고상대가알아들었는지표정을살피며,저자는말하면할수록타인과거리가멀어질뿐이라고자책하고괴로워한다.
듣는사람인척스스로를속이며고독한성장기를보내던저자의삶은고등학교를농학교로진학하며변화한다.농인의정체성을받아들이고농학교에서‘보이는목소리’,수어와만난저자는비로소자신만의‘목소리’를내고진심으로타인과대화하게된다.농학교에서지낸5년동안말을재활한저자는스무살에보청기를아예빼버리고수어의아름다움을사진에담기위해전업사진가의길로나아가기로한다.

다양한몸과낯선존재들을순례하며찾은
경계너머진정한소통의가능성

사진가가된저자는다양한몸을가진사람을만나사진에담는다.각자다른장애를지닌몸을격렬하게부딪히는장애인레슬러들,긴포옹으로인사하는다운증후군당사자,오직눈을깜박여서대화할수있는ALS당사자,자신만의세계에살면서도타인을향한걱정과기쁨을전할줄아는자폐성장애인….그들은서로가다르다는사실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고온몸의감각을동원해소통하려한다.저자는장애와다른몸이경계가아니라새로운대화의가능성을열어준다는사실을깨닫고“대화란서로를이해하기위해하는것이아니라이해할수없는다름을서로받아들이면서관계를맺기위해하는행위”라고정의한다.눈빛으로뜻을전하는동물과올곧게마주보며상대를받아들이는갓난아기역시저자에겐서로다른존재와대화하는법을가르쳐준스승이다.

온갖말이범람하는세상에서
진짜말을되찾기위한감동적인여정

기술의발전으로장애인이갈수없는곳을대신가주는로봇이있고,휴대폰만으로시각장애인과청각장애인이소통할수있는세상이지만,그와동시에세상에는혐오와차별의말,피상적인배려와경솔한선의를담은말이넘쳐나고있다.청각장애인인저자가음성사회의강박에서벗어나다양한‘목소리’와마주하고낯선존재들과진심으로소통하는풍경은그래서더욱깊은감동을전한다.
문장에담기어려운다양한목소리를전하기위해한국어판에는저자의사진집에수록되었던사진들을내용에맞춰추가수록했다.사진가로활발히활동하며각종상을수상한저자의작품들이섬세한글과어우러져특별한소통의순간을전한다.
해야하는말과하고싶은말사이에서종종길을잃는많은이들이자신만의목소리를찾을수있도록,언어를뛰어넘어타인과진정한소통을시도할수있도록,이책이그모든목소리순례에적절한이정표가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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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들리지않는사람이란행동이나자연현상처럼말이없는침묵속에서번뜩인무언가를‘목소리’로들을수있는존재가아닐까.그런능력이내게도이미있는것아닐까.사진이그능력을한층키워주지않을까.―본문91면중에서

그들은결코강하지않다.그렇지만자신의슬픔과약점을얼버무리지않고포용하면서,나아가자신의발로일어서길선택한사람들이다.약점도슬픔도꼴사나움도,그너머에있는기쁨도,전부내가스스로결정하겠다고결의한사람들이다.그런사람일수록홀로있는것을두려워하지않는다.홀로있는것이매우중요함을아는사람일수록홀로살아가는다른사람을만나면고유한한개인으로대한다.상대를신뢰하며그냥놓아둘줄안다.―본문117면중에서

시간이란시곗바늘처럼일정한속도로만흘러가는것이아니었다.바로‘지금’이라는순간을진심으로살아가면,순간이영원처럼농밀하게눈앞에나타날수있다는것을직접몸으로느꼈다.―본문137면중에서

대화란서로를이해하기위해하는것이아니었다.‘다끝났어.’‘도저히서로이해할수없어.’‘공유할수없어.’‘전해지지않아.’이런고통과괴로움에서시작되는것이대화였다.서로다름을통감할수록‘당신’이라는타인을바라보는‘나’의시선도새로워진다.‘당신’이‘나’를바라보는시선에도빛이더해진다.대화란이해할수없는다름을서로받아들이면서그렇게다름에도관계를맺기위해하는행위였다.―본문138면중에서

필담과수어통역은‘쓸데없는’대화를생략하고의미만요약하여전달하는경우가많다.분명히용건을해결하는데는그걸로충분하다.하지만의미있는말만으로마음이통하느냐면,그렇지는않다.오히려가치없어보이는사소하고‘쓸데없는’말에모든인격이응축되기도한다.그처럼‘쓸데없는’대화가대수롭지않게쌓인자리에서사람과사람의관계가싹튼다.―본문227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