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과 변명 (죽음을 계획한 어느 청년 남성이 남기는 질문들)

증명과 변명 (죽음을 계획한 어느 청년 남성이 남기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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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대남’ 혹은 ‘잉여’… 동질적이고 단일적인 존재로 규정되었던 한국 청년 남성. 『난치의 상상력』 『망설이는 사랑』의 작가 안희제가 한국 사회에서 폭력과 차별의 주체로 기능할 뿐 서사를 갖지 못하는 청년 남성의 생애사를 다시 쓰고자 한다. 『증명과 변명』은 오랫동안 우울과 강박에 시달리다 스스로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리고 죽음을 계획한 20대 남성 우진과의 내밀한 대화를 통해 한국 사회가 구조화하는 전형적인 청년 남성의 삶을 그려내는 동시에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한 청년이 사회로 진입하며 어떻게 희망을 잃고 좌절해가는지 추적한 기록이다. 문화인류학, 사회학, 철학, 정신분석학 이론에 기대어, 특히 퀴어 이론의 언어를 빌려 친구를 이해하고 분석하려 한 이 작업은 망설임과 고뇌로 가득하지만 저자는 절실한 마음으로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고 젠더, 계급,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며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

안희제

문화인류학을공부하는작가이자연구자.자신의아픈몸과주변적위치에서대중문화를더나은논의로이어가기위해무엇이필요한지고민한다.《시사IN》,홈리스뉴스,웹진이음,《기획회의》,《문화일보》등에글을썼다.지은책으로는『망설이는사랑』『난치의상상력』『식물의시간』『아픈몸,무대에서다』(공저)『우리는이어져있다』(공저)『몸이말이될때』(공저)등이있다.
가벼운공감이만들어내는무해한거리보다는정확한통감이만들어내는따가운감각이더나은관계와사회를만드는길이라고,더많은사람과더많은이야기를아프게느낄때비로소더나은‘우리’가만들어진다고믿는다.서로의안팎을조심스럽게오가는일을잘하고싶다.
인스타그램@neezeh

목차

망설이며
들어가며살고싶으면싸우세요

1장에앞서,친구로서친구에대해쓰기
1장.여자,보다는자기자신에대한실험
1장에부쳐,차이를삭제하는글쓰기

2장에앞서,뭔가머릿속에서와글거리는기분
2장.모든것이어서아무것도아닌마음
2장에부쳐,뭔가목속에서걸리적거리는기분

숨을돌리며,살고싶으면증명하세요

3장에앞서,벗어날수없는증명의굴레
3장.패배와정신승리의변증법
3장에부쳐,아버지들에대하여

4장에앞서,미련
4장.그럼에도무너지고있다
4장에부쳐,덫에걸렸다

배웅하며
더듬거리며
나가며살고싶으면질문하세요
기댄이야기들

출판사 서평

한국청년남성의삶에서우울과강박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

『난치의상상력』『망설이는사랑』안희제작가신작
권김현영,조문영추천!

증명해야살아남고실패해도변명할수없는사회
소수자의언어로한국청년남성의서사를다시쓰다

‘이대남’혹은‘잉여’…동질적이고단일적인존재로규정되었던한국청년남성.『난치의상상력』『망설이는사랑』의작가안희제가한국사회에서폭력과차별의주체로기능할뿐서사를갖지못하는청년남성의생애사를다시쓰고자한다.『증명과변명』은오랫동안우울과강박에시달리다스스로에게시한부선고를내리고죽음을계획한20대남성우진과의내밀한대화를통해한국사회가구조화하는전형적인청년남성의삶을그려내는동시에평범하게살고자했던한청년이사회로진입하며어떻게희망을잃고좌절해가는지추적한기록이다.문화인류학,사회학,철학,정신분석학이론에기대어,특히퀴어이론의언어를빌려친구를이해하고분석하려한이작업은망설임과고뇌로가득하지만저자는절실한마음으로세계를향해질문을던진다.
이것은이사회에대한이야기이고젠더,계급,세대에대한이야기이며한인간이다른인간을온전히이해하고자하는노력에대한이야기이다.

죽음을계획한친구와인터뷰를시작하다
이대남혹은잉여…한국남성에게는서사가없다?

수능준비과정에서시작된우울과강박으로오랫동안고통받다가스스로‘K-타임라인’이라고칭한‘대입-연애-군대-취업-결혼’의생애주기에서벗어났다고말하는우진.그는좌절을거듭하다결국자신이정한시일안에특정한목표를달성하지못하면생을끝내겠다고결심하기에이른다.십년지기인우진의폭탄선언을듣고저자는친구의마음을돌리기위해이책을쓰기로한다.
‘이대남’,‘여혐’,‘청년’,‘시민’…한국사회는청년남성을여러방식으로호명한다.한국청년남성은‘여성’,‘장애인’,‘성소수자’와대척점에놓이기도하고,때로는‘정상시민’이라는정체성을떠맡기도한다.청년남성들은‘학벌’,‘군복무’,‘취업’,‘연애’같은몇가지틀을기준으로스스로에게점수를매기고남성중심적사회에서배제되었다고느끼는순간‘잉여’,‘루저’같은말로자신을명명한다.청년남성들이자신의삶을설명할때,“그이야기들은기괴할만큼비슷해보인다”.저자는한국“남성들에게는서사가없다”고말한다.
동질적이고단일적인존재로규정되었던한국남성의서사화를시도하는것에대해저자는“너무평범해서책으로만들어질가치가없다”는걱정과함께“청년남성들이연루된폭력을정당화하는것이아니냐”는오해를받았지만청년남성에대한다른해석과비판을하기위해이작업이필요하다고말한다.
친구우진과장시간나눈대화를통해저자는한국의교육정책,성차별,금융자본주의,신자유주의가한사람의삶에켜켜이쌓여초래하는결과를이야기하고자한다.이는연구를위해친구를섭외한인터뷰가아니라생각이다른친구를이해하기위해저자가“배운것들을동원”하는과정이다.사회를이해하기위해한사람이필요한게아니라한사람을이해하기위해사회가필요한것이다.

끊임없이증명을요구하는사회의이면
‘보통의삶’에대한낙관은어떻게고통이되는가

우진의삶에서가장중요한키워드는‘증명’이다.자신의매력을증명해야하는연애,학습능력과노력을증명해야하는수능,그리고영원히끝나지않는증명인주식.저자는우진과연애,수능,군대,주식등을주제로긴시간인터뷰를진행한다.그리고그과정에서한청년을절망과체념에이르게한이‘증명사회’의모순적인욕망이모습을드러낸다.
여성에게는순결을,남성에게는경험을요구하면서도이성간의연애를종용하는섹스중심사회에서배제된모태솔로남성이어떻게여성을비인격화하는‘이상한놈들’이되는지,단한명의1등을제외한모두를패배자로만드는시험사회가어떻게개개인에게자기책임론을주입하며학벌로계급을만드는괴물들을키워내는지,군대내에서‘폐급신병’을선별하는과정을통해군대가어떻게자신이피해자가되지않기위해누군가를피해자로만들어야하는‘소극적가해자들’을양산해내는지를저자는지적한다.
오직‘좋은대학’이라는환상을좇으며이어간수험생활은우진에게희망과좌절을동시에안기며평생따라다닐우울과강박을남겼다.구체적인목표가아니라그저‘좋은대학’에진학하면모든고통이끝날거라는막연한낙관은성공혹은실패만으로삶을정의하는사회의명령과만나우진이여섯번의수능을보게만들었다.대입실패와그로인한정신적고통은거듭된연애실패로이어졌고,만족스럽지않았던대학을자퇴하고시작한주식에서타고난잠재력을발휘하며성공을거두지만매일새로운장이열리는주식은그에게‘매일치러야하는수능’일뿐이었다.
좋은대학에가야행복을생각이라도할수있다고믿으며수능을준비했다는우진의말은,아직의미를생각할때가아니다,의미는돈을번뒤에생각해도된다,하는주식투자에대한우진의말과도이어진다.‘정상적인삶’,‘보통의삶’이라고일컬어지는삶들-연애하고결혼한사람들,능력있는가장들,수험생활에성공해명문대에진학한친구-은잡힐듯잡히지않으며막연하기만한‘성공’에대한희망을주입한다.“‘정상적으로’성공할수있다는믿음이그럭저럭괜찮은실패,혹은나만의것이아닌실패에대한상상력을차단한”것이다.“한국에서살아가는청년남성이자신의언어나욕망을발견,혹은발명할기회자체를포착하지못하거나포기하는이유다.”

경계에서서바라본망설임의기록
자긍심이아닌수치심으로만들어갈세계를위해

저자는친구의삶을기록하면서“지금한국에서살아가는청년,특히청년남성의삶안에서어떻게우울과강박이만들어지는지,그것을극복하려는시도가어떻게좌절되는지”를이해하고자했다.서울한복판에있는자가에서부모님과함께사는이성애자남성인우진은분명소수자와는거리가멀다.그러나타인의눈에안락해보이는조건을갖춘사람의“마음이오랜시간에걸쳐마모되면서실존적빈곤을경험”할수있다는점을저자는지적한다.또한“사회가그어둔직선과우진이들어맞지않는지점”들을분석하기위해저자는퀴어이론을가져온다.소수자의대척점에있다고여겨지는한국청년남성의삶을다른방식으로이야기해보기위한시도이며,“위태로움이나취약성혹은‘불행’을포착”하는데에는퀴어이론이적절한언어라고판단했기때문이다.
페미니스트이자크론병당사자이며장애인권과소수자이슈에발언해온저자는SKY를졸업한중산층청년남성이라는정체성도갖고있기에내부자도제3자도아닌자신의위치에대해고민한다.그러나내부도외부도아닌경계에서발화한질문이기에그깊이와파장은더욱커진다.저자는이책이‘망설임’이라는태도에서출발하길바란다.매장하나의주제로우진과이야기를나눈글의앞뒤에‘○장에앞서’와‘○장에부쳐’라는거대한각주를붙인이유다.특히‘○장에부쳐’는논리라는무기로무장한글쓰기가위험한프레임을만드는상황을방지하기위해인터뷰이우진에게준반박의무대다.인터뷰어,글쓴이로서어쩔수없이갖게되는권력을방지하고자함이며,더욱‘윤리적인대상화’를고민하기위함이다.저자는우진과마찬가지로한국청년남성이라는정체성을가진자신이,자신과우진을,나아가자신과한국청년남성을구분짓기하려는욕망을글에드러내는것을경계하면서‘글쓰기에대한글쓰기’,‘비판에대한비판’을시도한다.
우진이이책의인터뷰에서가장많이하는말은“내잘못이다”이다.실패와좌절을거듭겪으면서도한순간도사회를원망하지않고모든것을자기탓으로돌리는우진에게저자는끊임없이말한다.너의잘못이아니라고,자기잘못이라고착각하는그생각조차이사회가주입한것이라고.
이책의기획은저자가2022년발표한「질병갓생」이라는칼럼의마지막문장에서시작되었다.“우리안의수치심을직면할때만누구도배제되지않는세상이열린다고나는믿는다.자긍심이아닌수치심이만들어갈세계를상상한다.”세대,젠더,빈부갈등이그어느때보다첨예해진시대에개개인의상처,그리고이사회의손상과균열을똑바로들여다보고받아들일때비로소세상은조금씩진보할것이다.이책이그변화의실마리가될수있기를,그리고이세상의우진들이부디‘그럭저럭괜찮은실패자’로서행복해지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