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묻은 것을 파내야 한다 : 죽고 싶은 몸과 마음의 흔적을 찾아서

정원에 묻은 것을 파내야 한다 : 죽고 싶은 몸과 마음의 흔적을 찾아서

$17.00
저자

사이토미에

저자:사이토미에(齋藤美衣)
1976년히로시마현에서태어났다.게이오기주쿠대학교종합정책학부를졸업했다.네살무렵부터타인과‘말이통하지않는다’고느꼈고,외부와상호작용하는데어려움을겪었다.청각,시각등의감각과민으로여전히어려움을겪고있다.열네살에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1년동안입원했다.열아홉살에섭식장애증상이나타났고,이후간헐적으로정신과에다니고있다.30대초반부터중반까지정신과입퇴원을반복했다.현재스스로알고있는진단명은자폐스펙트럼,ADHD,적응장애,복잡성PTSD.백혈병으로입원했을때읽은책을계기로일본의전통시단카(短歌)를쓰기시작했다.2022년단카작품「말매미」30수로‘제69회O선생상’을수상했고,2024년첫번째단카집『세계를믿다』를출간했다.

역자:김영현
출판기획편집자로서교양,인문,실용,문학등다양한분야의책을만들었다.현재프리랜서기획편집자로일하며일본어번역을하고있다.옮긴책으로『매일의존하며살아갑니다』『나는옐로에화이트에약간블루1,2』『서로다른기념일』『나를돌보는책』『우연의질병,필연의죽음』『오작동하는뇌』『지속불가능자본주의』『은하의한구석에서과학을이야기하다』『목소리순례』『먹는것과싸는것』『마이너리티디자인』『물속의철학자들』『살아남기위해필요한고통』등이있다.

목차

이책을읽으려하는독자에게

1부세계와의접점

1흔해빠진평범한행정입원
2급성골수성백혈병의일상
3살아있다는체감과섭식장애
4자폐스펙트럼을자각하다

2부더욱더파고들기

1쓸쓸하다
2죽고싶다
3사과하다,용서하다
4자신을용서하다
5시간이란무엇인가
6만지다

에필로그
마치며

출판사 서평

“열네살부터내가살아간시간은,‘말년’이었습니다.”

ADHD+자폐스펙트럼+섭식장애+자살충동+백혈병...
'죽고싶다'와'살고싶다'사이에서써내려간가장내밀한기록

묻어둔내면의고통을어떻게꺼낼것인가
어떻게세계와다시만나,살아갈것인가

『정원에묻은것을파내야한다』는ADHD,자폐스펙트럼,섭식장애,급성골수성백혈병등여러질환과장애당사자인저자가반복되는자살성사고와적응장애로고통받아온자신의삶을돌아보며쓴기록을엮은책이다.자신에게나타난증상과겪어온일을담담하게서술하는1부와논픽션과픽션의경계를넘나들며누구에게도말하지못한내면의고통을탐구한2부로구성된이책은‘투병기’나‘회복기’가아니다.끊임없는자살충동에시달리면서도모순투성이인자신을이해하려하고,자신에게상처입힌세상과대면하고자하는저자의고백록은뜻밖에도생에대한의지와희망을가득품고있다.저자는자신처럼삶과죽음의경계에있는사람들이“살아갈수있길바라”는마음으로이책을썼다고말한다.

세계를대하는감각이다른사람
‘왜나는죽고싶은가’를파헤치다

이책은저자가여름방학중인세아이에게식사를만들어주고일상적인일을처리하며보내던어느날,저녁밥을차리다갑자기밧줄을가져와목을매는장면으로시작한다.이자살시도를계기로저자는정신과폐쇄병동에행정입원을당하고,퇴원후병동에서겪었던일들을어떻게든소화해내기위해글로쓰기시작한다.글을쓰면서저자는‘왜나는죽고싶은가?’라는질문을파고들게되고어린시절부터자신의몸과마음에새겨진숱한상흔,그고통의기원을거슬러올라간다.자폐스펙트럼경향때문에‘사람들의말이외국어처럼들리고,청각이과민해자신이들어야할말과주변의말을구분하지못하고,대화가활자로눈앞에그려지고,사람을만나면그가가진고유의색채가보이는’저자는어린시절부터세상을다르게감각했다.그리고그때문에많은이들에게대수롭지않은온갖상황에서도적응장애를겪는다.

어린시절부터늘세상에적응하지못한다고느꼈던저자는열네살에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1년동안소아병동에입원하며더욱깊이고독으로빠져든다.자신의병명을‘빈혈’로알았던저자는여러번의항암치료로쇠약해진어느날정확한병명을알게되지만,부모를비롯해주위어른누구도솔직하게말해주지않는상황에서고통을홀로짊어지고고립된다.소아백혈병의5년생존율이극히낮다는통계를본저자는자신이열아홉살에세상을떠날것이라믿는다.하지만백혈병이갑자기관해기로접어들고,저자는1년만에퇴원해학교와가정으로돌아온다.갑자기다시시작된일상에서주위어른과또래는저자를건드리면안되는종기처럼대하고,저자는마음나눌이하나없는상황에서5년뒤죽음만을기다리며홀로말년을살아간다.그리고열아홉살에우연한계기로섭식장애증상이시작된다.

토하기위한먹기,낯선타인과가족이번갈아입히는상처,반복되는‘정원’의악몽,예고없이닥쳐오는자살충동…세상과,사람들과겉도는고통스러운시간속에서도삶은이어지고저자는어느새세아이를둔40대중년이된다.40대가넘어서야자폐스펙트럼진단을받고자신이세상에부적응한이유를알게된저자는여전히죽음의그림자에서벗어나지못하지만,자신이수십년동안감각하고경험한세상을독자들에게들려준다.누군가자신을이해해주면좋겠다는절실한바람이담긴저자의글은독자들에게전혀상상하지못했던,하지만이세상에분명히존재하는삶을뚜렷하게보여준다.

여성으로서,환자로서,한인간으로서
세계와다시만나기위해,다시살아가기위해

저자는자신에게찾아오는‘죽고싶다’는충동이어디에서오는지를고민하며자신의감각과민과그로인한부적응뿐아니라오랫동안의료의관리를받으며세뇌된몸의물질화,여성이기에가족과사회에게요구받는희생,가족과타인에게입은몸과마음의상처등다양한원인을추적한다.그과정에서내면에묻어두었던상처를꺼내며잊었던고통의기억을하나씩떠올린다.

이책의2부는매우독특한구성으로쓰였다.“‘사실’이라는올가미”에사로잡히지않고사고를자유롭게해방하기위해저자는픽션과논픽션을넘나들며자신의내면을깊이파고든다.발달장애인이자,정신질환당사자이자,소아암생존자이자,가부장제의여성이자,성폭력피해자라는여러정체성이교차하는저자는‘고독’‘자살성사고’‘사과’‘용서’‘시간’‘만지다’같은핵심개념을중심으로자신의내면에있는얽히고설킨실타래를신중히풀어낸다.그글쓰기가저자에게회복이라는기적적인결말을가져다주지는않지만,저자는글쓰기를통해자신의내면에오랫동안존재해왔던‘살고싶다’는마음을깨닫게된다.일본의전통시가인단카(短歌)작가이기도한저자는자칫‘처절하다’라는단순한형용사로묘사되기쉬운자신의삶과감정을입체적으로조명한다.

이책은‘투병기’도‘회복기’도아니다.평생누구의이해도받지못한,심지어스스로도이해하지못한자신의삶을이해하고받아들이기위해쓰인이책은‘죽음’을이야기하지만실은생에대한의지와갈망으로가득하다.회복과치유는그저아픈부분을제거하거나약으로증상을없애서이른바‘건강한상태’가되는것이아니라는저자의말은질병과장애를바라보는우리의관점뿐아니라삶을대하는자세까지다시금생각해보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