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타이밍 (이송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신세기 타이밍 (이송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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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21년 첫 시집 『나는 노란 꽃들을 모릅니다』 발간 이후, 2022년 미얀마 혁명시집 『나의 투쟁 보고서』를 공동 편집했던 이송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신세기 타이밍』을 2023년 봄에 출간한다.

경쟁을 통해 생존을 강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공정성과 능력주의 담론, 돌림병 전파로 인한 정서적 단절 심화와 경제 환경 악화 등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는 현실들. 이송우 시인은 이 현실 속에서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공감을 통해, 현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응원한다. 시집 『신세기 타이밍』은, 취업 문턱에서 허덕이는 청년, 취업 후 생존 투쟁에 놓인 초보 직장인, 과로 사회 속 중간 관리자, 청춘을 바친 후 뒤안길로 사라지기를 강요받는 장년 등을 등장시킨 연대기이다. 이 연대기 안에는 눈물과 웃음, 청승과 비장함, 대립과 연대가 공존하고 있는데, 그 중층의 감성을 함께 껴안은 상호모순의 시선은 준엄한 비판보다 우리에게 더 따뜻한 위로를 준다.
저자

이송우

2018년계간≪시작≫에「유신의기억」,「세례자요한의머리앞에」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나는노란꽃들을모릅니다』,미얀마혁명시모음인공편시집『나의투쟁보고서』가있다.현재한국작가회의및창작21작가회회원이다.

목차

제1부신세기타이밍
청년아력산뎐/新견원지간/그연극은대학로였으니/힘센마법/망울을여는복수초처럼/정전,라고스/내인생분석의결과/신세기타이밍/선인장/인간상관계수0.3/T2O/숫자의강물/계절을검증하지않듯/가면놀이
제2부보스턴강에나갔어야했다고
상품기획,불발/눈과눈을맞추고/생살을벗겨내고가죽을새로/다르니까함께/상호안전보장원칙/영업백서발간/헬조선의숙제/아스팔트위의물고기/아를로뇩호텔의까레이스키/보스턴강에나갔어야했다고/호모루덴스/나의왼쪽/마케팅출사표
제3부취업기
취업기1-신세계/취업기2-학생부부/취업기3-비씨카드사면접/취업기4-취업야사/취업기5-그레이칼라/취업기6-우리의셈법/취업기7-노란동백/취업기8-레미마르탱/취업기9-눈물의똠양꿍/취업기10-서른즈음/취업기11-숙취의방정식/취업기12-발렌시아의밤/취업기13-내일일기
제4부사십대에현악기는안된다고요?
아이가아이를/불임/모세의기적/역량개선프로그램/임원항대박횟집/강제휴업명령/당신의비전/아웃오브아메리카/사십대에현악기는안된다고요?/타임머신을타라/상품기획홈커밍/우두커니섰다/미술치료/진부령종산제

출판사 서평

“길이끝나고/길이시작되는//당신과나를기억하겠습니다”

“노동을중심으로한개인의삶을재구성한연대기:노동자극한생존기”
다양한방식으로균열된노동자가겪는운명적상처를고발하고,생존을위해벌이는투쟁적일상속작은연대를드러내고있어(문학평론가고봉준)
현대기업은배제와연대라는상호모순적인생태계를모태로한다.이송우시인의두번째시집『신세기타이밍』은마치드라마〈미생(未生)〉이그러했듯,직장인의애환과현대인의삶을전형적으로드러낸다.‘노동자극한생존기’는배제된이들에대한공감의눈물을기록함과동시에,살아남은이들이서로의얼굴을어루만지며생존을확인하는의식(儀式)이다.기업은태생적으로극한의효율과최적의조합을추구하지만,오늘을살아가는직장인들은오늘도어딘가에서함께소주를부으며‘우리세상에서없는상품을만드는거야’(「상품기획,불발」)라고다짐을하거나,‘떨어진꽃잎을한주먹그러모아’서로의‘머리위로뿌려주’(「생살을벗겨내고가죽을새로」)는것이다.

본디한뿌리였던노동자는기업내에서임원과사원,선배와후배,인사관리자와저성과자등으로균열된다.이송우시인은이균열속에서발생한배제와상처가초기자본주의체제와달리더정교하고교묘하게한개인의삶속으로침투했음을증언한다.더불어시인이천착하는바는,기업에서살아남은이와떠난이,앞으로도살아남을이들사이의정서적연대에대해서보내는공감이다.시인은생존을위해분투한이들의생장(生長)과소멸을프리즘을통과한빛처럼형형색색으로기술하고,또한오늘을살아가야할직장인들을뜨겁게응원하는것을잊지않는다.연대와공감과응원은만남과헤어짐의연속성으로재현된다.그연속성위에‘당신과나’(「진부령종산제」),즉모든균열된노동자가연결된다.시인에게‘기억’의의미는이것이다.아니,시인은기억하는존재인지도모른다.그기억이존재하는한삶의한구비에서만나고헤어진사람들,즉‘당신과나’는영원히존재할수있는것이아닐까.(해설에서)

지독한일상의반복속에서기적같이발굴된시적언어
평범한삶에서건져낸원석들이문학을넘어직장인들의손에널리들리기를(신동호시인)
시는지독한일상의반복속에서기적같이발굴되는것.시인의눈은위로향할리없다.언제나자신만이천벌처럼주목하는,낮은곳으로향한다.이송우시인은인간다운삶을영업하고싶지만그럴수없다.영업현장에서가장으로서의책임을다하고,알렉스의살벌한자본주의와부딪쳐야한다.세계는‘한솥밥먹던사람들,노소로단번에갈라놓는다.’(「모세의기적」)그러나시인은‘우리눈과눈을맞추고일할수있기를무릎꿇고앉아온우주가담긴눈동자를서로바라볼수있기를’(「눈과눈을맞추고」)꿈꾼다.덕분에‘귀국편에서목을맨’(「호모루덴스」)영업팀이부장의이야기도잊지않게되었다.이번『신세기타이밍』은평범한삶에서건져낸원석이다.솔직하면서화가나고,눈물겨우면서용서하게된다.이시집이문학을넘어직장인들의손에널리들렸으면좋겠다.큰위로가되리라.(표사전문)

직장생활의다양한애환을비즈니스언어가아닌감성적인시로대하니새로워
시집의서정성이현업에서고군분투하는이들에게격려가되기를(양정열칸타코리아대표)
새로운세기를시작한2000년가을대학원졸업을앞둔이송우의첫직장면접관으로서기억이선명하다.리서치회사에서분석업무를,그후전자회사에서상품기획과마케팅을담당한이송우는이번시집에서본인의경험을직접적으로때로는무심하게그려나간다.직장생활의다양한애환을비즈니스언어가아닌감성적인시로대하니새롭고흥미롭다.하나의경험을표현하는다양한방법이우리의삶을더풍성하게함을느낀다.이시집의서정성이현업에서고군분투하는이들에게격려가되기를소망한다.(표사전문)


■이송우시인과의짧은인터뷰(질의_편집자)

-첫시집이후두번째시집입니다.이번시집을발간하게된어떤계기가있었는지요?

무엇보다가장큰변화이자계기는제가직장생활을마감하고프리랜서로일하게된것입니다.직장생활은일용할양식을구하는일이자,한편으로경제3주체의하나인기업내에서개인으로서는할수없는보다가치있는일을할수있는시간입니다.그런생활과공간을떠나는것이쉽지는않았지요.제게큰도전이자난관이었습니다.이런어려움속에서시를쓰는것이제게는일종의위로와자기구원이되었다고할까요?시안에서시적화자와대화를하고,또시적형상화과정에서과거의슬픔과기쁨을다시체험한다는것모두위로가되었습니다.

-프리랜서로업을바꾸신것이계기가되었다고말씀하셨는데,집필배경과취지를좀더자세하게말씀해주실수있을까요?

저는HPPrintingKorea와삼성전자프린팅솔루션사업부에서시장및고객분석,마케팅,상품기획등의업무를주로해왔습니다.그이전칸타TNSKorea근무기간에분석및마케팅업무의기본기를배웠고요.2016년11월삼성전자는프린팅솔루션사업부를분리하였고,2017년11월에HP는이를인수·합병하였습니다.이과정에서많은사람들이비자발적으로퇴직하게되었는데,그들안에는현재국내판매되고있는복합기를개발한원년멤버들이상당수포함되어있었습니다.돌이켜보면저역시지난오년간천천히직장생활을정리했던셈입니다.

프리랜서가되는과정은만만치않았습니다.그간역할과지위를내려놓고맨몸으로나서는게쉽지않았기때문입니다.그런데그과정에서오히려직장생활하나하나를곱씹어보고,기뻤거나슬펐던점,괴로웠거나행복했던순간을다시체험해볼수있었습니다.좀더말씀드려볼까요.소위‘삼성맨’들은자기일에대한자부심을가지고있는데,합병된회사에서자신의역할이부정되고더이상쓸모없는것으로간주되면서,그들은정서적으로모욕받았다고느꼈습니다.저는저자신뿐만아니라이분들의상실감을기록해야한다고생각했습니다.또한극한의경쟁을뚫고삼성에입사한청년세대들역시매각처리과정에서그분노를쏟아내기도했고요.그분노와상실감을들여다보다보니직장인의주요생애주기전반을찬찬히살펴보게되었습니다.그러면서고봉준평론가가지적했듯,‘균일하지않고다양한’노동자의생존기라는,일종의연대기식시집을집필할생각을하게되었습니다.

제첫번째시집의집필취지를‘역사를시로기록하기’라고말한적이있었는데요.참고로첫시집은,국제법학자회의가‘사법사상암흑의날’로기록한인혁당재건위사건이라는한국현대사의격동앞에부서진청춘,그리고그고통을그대로함께견뎌낸가족들의삶을담담하게기록했는데요.이번시집은그런거대역사가아닌,일상의역사를배경으로한것에가장큰차이가있습니다.

저는일상역시중요한역사의사초라고생각하기때문에,이번시집의취지를‘직장인의일상을미시사(微視史)로기록하기’라고말씀드리겠습니다.일상에는생로병사와희로애락애오욕이모두존재합니다.저는이십대에서오십대에이르는직장인들의일상,그작은사건하나하나를시적으로재현하고싶었습니다.그러다보니제가직간접적으로겪었던체험들을기반으로시적형상화를확장해갔습니다.현재일하고있고,과거일했으며,미래일할사람들모두에게제시집이위로가되었으면좋겠습니다.사실우리인간은‘당신은혼자가아니다’라는사실만으로위로받는존재들이거든요.한편으로는선배님들과술마시면서직장생활에대해말하고웃고울면서,인수합병이후의삶을해원(解冤)한것이아닌가싶습니다.

-이번시집을묶으면서각별했던이야기나사건이있으신지요?

앞서말씀드렸던것처럼,이시집은직장생활,혹은노동의연대기(年代記)입니다.이연대기중제마음에있는세가지장면혹은일화를말씀드려볼까요.순서상으로말하자면,학교를졸업하고취업하고자하는순간의간절함,숱한이력서를넣고낙방하면서도직장을찾아야하는취업준비생이보입니다.지금은취업하기가더어려워졌습니다.이제는청년창업이나고시준비쪽으로구조적으로도내몰리고있다고봅니다.지금은그렇게하지못하지만,한때산에올라가면‘야호!’라고외치곤했지요.저도취준생시절에무던히도산에올라가서울부짖었습니다.그때의울부짖음을3부청년취업기에담았습니다.

다음으로짚고싶은경험은한창일할때얘기입니다.얼마나업무스트레스에시달렸는지자면서식은땀을무척흘렸습니다.제가워낙땀을많이흘리는편이지만,제가누웠던곳은이불이며베개며모두다흥건히젖었습니다.특히일요일저녁이면월요일출근이긴장되어서잠을잘수가없었습니다.이런고충을밀라노출장갔을때선배한테토로한적있었습니다.‘다괜찮아.너혼자다책임지려고하지마.결국은지나간다.’그선배도먼저퇴직해서지금프리랜서로일하고계십니다만,그때정말고마웠습니다.그날택시에서바라봤던밀라노기차역이얼마나황홀한주황색이었든지모르겠습니다.이야기를들어주고,고개를끄덕이고,나도그렇다는공감만으로도위로가되었던걸알았지요.

제가좌충우돌하는어린망아지처럼날뛰던때,상품기획고참부장님과의일화를마지막으로뽑고싶습니다.그때는제가업무에몰두하면술한잔안마시던때였습니다.그선배는다짜고짜술자리를만들고제게소주를권했지요.처음엔거절했는데,반복되니까원래안먹던꼼장어나곱창까지먹게되었습니다.그형님엄청고집쟁이로유명했는데,벚꽃만발한어느날낙화한벚꽃을모아손에쥐고선,골똘히생각하며걷는내머리앞에뿌려주는것이었습니다.단언코그처럼아름답던벚꽃비를본적이없습니다.세상에서오직나만을위해날리는벚꽃비를보며얼마나행복했는지모릅니다.이런장면들이직장생활의시름을잊고,또가치있는일에몰두할수있게해준경험이었습니다.참고맙습니다.

-문학평론가고봉준선생님께서는이번시집을‘노동자극한생존기’라고명명하시면서‘균열된노동의연대와기억의영속성’이라고짚으셨는데요.이런‘기억의시’들을계속쓰실생각인지궁금합니다.

첫시집이거대역사를배경으로했다면,이번시집은개인의미시사를다루고있습니다.지금으로서는또시를쓸수있을까하는생각마저듭니다.평론가선생님들은주로두번째시집을낸분들이그런말을많이한다고하네요.지금당장은프레시안에서연재되고있는,〈한국전쟁기간민간인학살사건〉을다룬시를준비하고있습니다만,제가시를계속쓰게될지는모르겠습니다.분명한건어떤형태의글을쓴다고해도역사에천착하는습성은아마도변하지않을것이라말씀드리겠습니다.솔직히지금은어떤역사적사건을다루게될지는잘모르겠습니다.어찌되었든일상의구체성을기반으로보편적가치를보여줄수있는작품을쓰고싶습니다.역사와이야기는제창작의힘과뿌리이기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