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와 잡놈 (차승호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엄니와 잡놈 (차승호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2.42
Description
2003년 시집 「즐거운 사진사」, 2004년 ≪현대시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줄곧 농투성이들의 애환을 보듬으며 탁월한 유머 감각과 뭉클한 서정을 선사해 온 차승호 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 〈엄니와 잡놈〉을 냈다.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자라고, 성년이 된 이후에는 타향살이로 잔뼈가 굵은 차승호 시인이 고향 당진과 농촌의 서정을 노래하는 데 한 생을 바치고 있는 이유는 시 「예당평야에서」 구절에서 찾을 수 있다. “들판에 서서 들판이 되어 가는 사람들”, “단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그들의 생애가/어두워지는 세상 불 밝히고 있다”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모든 생명을 품고 있는,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농투성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으로 꼽는 시인의 마음이 곧 차승호의 시를 낳는 젖줄인 셈이다.
차승호 시인이 추구하는 “날것 그대로의 농촌시”(시인의 말)는 자연의 이치와 이어지는 ‘하늘의 섭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생명을 향한 절실한 의지를 바탕으로 특유의 능청과 해학으로 풀어가는 삶의 이야기는 웃고 울리며 때로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독자에게 서사와 서정이 어우러지며 생성되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물처럼 안겨주는 독보적인 시세계를 구축한다.
이번 시집은 삼십 년 밥벌이의 지겨움을 털고 고향 들판에서 늙은 엄니의 농사일을 도우며 투덕거리는 엄니와 아들의 풍경으로 시작된다. 엄니도 늙고 아들도 늙었다. “빗살무늬 토기처럼 갈빗대 도드라진 사내, 구부정한 등짝의 나”로 표현되는 잡놈의 현실은 “팔순 엄니와 지지고 볶을 시간 얼마나 남았을까” 지난 시절의 흔적들을 떠올린다. 엄니와 잡놈의 시간은 농투성이로 한 생을 살다 가신 아버지의 기억을 뿌리로 마을 사람들, 시골 장터 약장수의 “그리운 사설”의 재현으로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진 점은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대중가요, 민요, 고전수필 등과 직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년설의 〈나그네 설움〉, 〈번지 없는 주막〉, 배호의 〈누가 울어〉, 방실이의 〈서울 탱고〉 등 그리운 노래가 흘러나오면 어김없이 그리운 삶이 뒤따르며 시의 감각은 피어난다. “저녁이면 게딱지 같은 달동네를 밝히는 불빛”(따듯한 종점)처럼 세상살이 설움과 그리움을 담은 노랫말들은 타자의 마음을 빛내는 언어로 거듭난다. 따라서 세상 잣대로 보면 잡놈이되, 잡놈만은 아닌 잡놈의 시학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홍진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차승호가 그리는 시적 세계는 현재인 듯 과거이고, 과거인 듯 미래인 사건들로 넘쳐난다. 잡놈이되, 잡놈만은 아닌 잡놈의 시학은 여기서 뻗어 나온다. “오래전 나는 그곳에서 왔다”(「좋은 시」)라는 결구를 가만히 음미해 보라. 자연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존재만이 사물의 심연을 밝히는 시를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차승호

1963년충남당진에서태어났다.2003년시집「즐거운사진사」,2004년≪현대시학≫에시를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8년≪푸른동시놀이터≫에동시가추천되었고2020년〈전북일보〉신춘문예에동화가당선되었다.시집으로「오래된편지」,「들판과마주서다」,「소주한잔」,「얼굴문장」,「난장」이있으며동화집「도깨비창고」,동시집「안녕,피노키오」가있다.한국작가회의회원,‘젊은시’동인이다.

목차

제1부고추따다봉창
하늘의섭리/엄니와잡놈/그냥속터지는/세살버릇/쌀자루도둑맞다/아침문장/저녁문장/꽃들의폭력/지랄도풍년/늙은제사장/눙개염소/밥벌이의지겨움
제2부무용無用의용用
잡놈,장승을보다/잡놈,건배를하다/건강검진/잡놈,약국에가다/아!/행님도그려요?/잡놈,아라리가났네/잡놈,유튜브를보다/개구리춘야도春夜圖/남탕/씨벌에빚지다/내참더러워서/산책
제3부그리운사설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직업/애창곡/백년출타/그리운사설/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세류리트로트/빈소주병/워낭소리/털날리는들판/해남들판문장/잡놈,성묘를가다/좋은세월
제4부변방
백년밥상/백년삽자루/얼어죽을시는무슨/It'saheartache/커피시대,을의용서/변방/라면쉰상자/족발유감/이팔망통/좋은시/다산초당연지석가산/문패/예당평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