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 푸른 창을 깨뜨릴까 (김원욱 시집양장본 Hardcover)

누가 저 푸른 창을 깨뜨릴까 (김원욱 시집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1976년 ‘정방동인’으로 문학에 입문하고, 1997년 《예술세계》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원욱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누가 저 푸른 창을 깨뜨릴까』가 애지시선 시리즈 138번째로 나왔다.

이번 시집의 시편들은 대부분 경계에서 피어나고 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 밝음과 어둠의 경계, 지상과 하늘의 경계, 남아 있는 것과 사라지는 것의 경계에서 시인은 간절한 질문을 던진다. 사라진 것은 어디로 가는가? 사라진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고, 일상 언어로는 채 표현할 수 없는 틈이 거기에는 스며 있다.

김원욱 시인은 적막이 흐르는 침묵을 통해 자신을 비우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시인의 말대로라면 “흔들리는 통로이며, 잠시 머무는 투명한 균열”이기도 한 경계, 즉 상상의 자리에서 무심(無心)과 무심(巫心)을 오가는 시세계를 다층적으로 구현한다.

시집의 첫 시인 「원담」에서 시인은 꽃밭에 앉아 돌담을 쌓다가 제주도의 전통인 원담이 집안의 뒤꼍에서 펼쳐지는 상상과 마주한다. ‘원담’은 바닷가에 돌담을 쌓아 물고기를 잡는 가두리를 가리킨다. 일상에 매이면 경계 너머로 나아가는 상상이 제대로 펼쳐질 수 없다. 이 시에서 시인은 “깊은 공중/인드라망에 갇힌 생채기를 걷어 올”리는 순간 “남방큰돌고래에 둘러싸인/ 뒤꼍”으로 들어간다. 인드라망은 거미줄처럼 얽힌 생명줄을 의미한다. 모든 생명은 모든 생명과 이어져 있다. 당연히 한 생명이 아프면 다른 생명도 아프다. 김원욱의 시에 드러나는 경계의 감각은 무엇보다 생명의 이런 감각을 눈여겨보는 데서 비롯된다.
김원욱 시집_ 누가 저 푸른 창을 깨뜨릴까 02


이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김원욱의 시에는 ‘할머니’로 불리는 존재가 유독 많이 나온다. 생명을 점지하는 ‘삼신할미’에 젖줄을 대고 있는 할머니의 형상은 이편과 저편을 가로지르는 경계인으로 표현된다. 시인은 할머니의 눈으로 하늘 저편을 상상하고, 사물 너머로 나아가는 길을 엿본다. 이편과 저편을 잇는 할머니의 형상이 곧 김원욱 시를 낳는 원형인 셈이다.

한편 이 시집에서 자주 그려지는 푸른빛은 문명을 거슬러 오른 시원의 언어이고, 본향당 할머니이고, “얼마나 더 살아야 눈물 없이 흔들릴 수 있을까//골다공증 앓듯 숭숭 뚫린 상흔”(「흔들리는,」)이고, 울혈 맺힌 시대를 건너 휘적휘적 달려오는 어둠의 바다이기도 하다. 색깔로 치자면, 그것은 천연색보다는 회색이나 검은색에 가깝다. 제 마음을 갈무리하지 못한 존재는 어둠이 빚은 무색의 세계를 감당할 수 없다.

오홍진 평론가는 “자신의 눈을 고집하면 색(色)으로 넘쳐나는 세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침묵 속에서 펼쳐지는 소리의 향연은 무색(無色)의 생(生)을 실천하는 존재의 귀로만 들을 수 있다. 자신을 잃음으로써 무색의 생을 표현하는 소리에 이르려는 김원욱의 시”에 주목한다. 또한 “고요한 마음은 끝없이 움직이는 뜨거운 마음과 같다. 김원욱 시에 나타나는 적멸과 침묵의 시학은 겨울의 차가운 유리벽을 뚫고 나오는 뜨거운 봄의 마음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

김원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