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지옥 SOS (본질을 잃어버린 학교와 교사 구하기)

2023년 여름, 한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비롯한 여러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에 학교 안 사람들은 곪아 있던 상처가 마침내 터졌다고 생각했지만, 학교 밖 많은 사람들에게는 큰 충격을 주었다. 방학과 연금이 있고 출퇴근 시간이 좋은 점 등 교직을 장점이 많은 직업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왜 여지껏 견디기만 했느냐고 물었다.
교사들의 죽음 이전에도 수많은 교사가 억울한 고소와 고발을 당했고, 부당한 악성 민원에 저항하며 외로운 싸움을 했다. 매일 만나는 학생들이 있기에 학부모를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고, 도움을 요청할 마땅한 외부 기관도 없었다. 악성 민원은 어쩌다 운이 없어 겪게 되는 일로 여기며 거센 폭풍이 지나가기만 바랐다.
악성 민원을 견디다 못한 교사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개인사로 은폐되었던 교사의 사망 이유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학부모 악성 민원과 교권 문제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시작했다. 이제 학교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각 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고인이 겪었던 공포와 불안감이 어찌 그들만의 일이었을까? 이 시대의 교사라면 학부모 민원으로 고뇌하지 않은 이가 있을까? 죽음으로 저항하지 않았을 뿐, 죽을 만큼 힘들고 고독한 시간을 감내했을 많은 교사들을 위로하는 마음에서, 참으로 비상식적인 악성 민원이 다시는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모두가 제대로 알고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쉽게 말하기 어려운 '학교 민원'을 세상에 알린다.
이 책은 교육의 어느 주체를, 특정 집단을 폄훼할 의도가 전혀 없다. 각자 자신의 상황과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타성에서 잠시 시선을 돌려 이것이 과연 최선인지, 지금 이대로 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보자는 것이다.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돌려야 한다. 무기력에 빠진 이 땅의 교사들이 다시 일어나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올바른 교육을 펼칠 수 있도록, 그저 아무 걱정 없이 가르치는 일에만 몰입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