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철학하다

죽음을 철학하다

$22.00
Description
살아있다는 것, 죽는다는 것, 죽인다는 것
생명과 존재 그리고 소멸에 관한 철학적 논증
삶의 가치로 결정되는 죽음의 무게
『불안을 철학하다』에 이은 안타레스 인문 기획 시리즈 「가슴으로 읽는 철학」 두 번째 타이틀. ‘죽음’에 관한 논쟁의 종결급 철학서다. 저자 스티븐 루퍼(Steven Luper)는 미국 인문대 명문 트리니티대학교 철학 교수로, 국내에 『죽음이란 무엇인가(DEATH)』로 잘 알려진 예일대 셸리 케이건(Shelly Kagan) 교수보다 ‘죽음’ 강의를 먼저 시작했고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명실상부한 ‘죽음 전문’ 철학자다. 케이건 교수의 개론서가 죽음 논의를 터부시하던 사회 분위기를 환기했다면, 루퍼 교수의 이 책 『죽음을 철학하다(THE PHILOSOPHY OF DEATH)』는 제목 그대로 ‘죽음’ 논쟁 한 가운데 뛰어들어 정면 돌파한다. ‘살아있음’의 의미를 확정한 뒤 ‘죽음’, ‘살해’, ‘자살’, ‘안락사’, 심지어 대부분 철학자가 꺼리는 주제인 ‘태아 살해(낙태)’까지 다루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 ‘죽는다는 것’, ‘죽인다는 것’, ‘스스로 죽는 것’, ‘남의 손에 죽는 것’의 합리성과 도덕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철저히 이성의 언어로 죽음을 사유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가슴 뜨거운 인간애가 담겨 있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죽고 마는 필멸의 존재들이기에 죽음을 이해할수록 삶을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고 역설하면서, “좋은 삶은 나쁜 죽음을 남긴다”는 말처럼 “죽음의 무게는 결국 삶의 가치로 결정된다”는 묵직한 메시지도 전달한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스티븐루퍼

저자:스티븐루퍼(StevenLuper)
트리니티대학교철학교수.베일러대학교에서철학과역사학을전공한뒤하버드대학교대학원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형이상학,인식론,윤리학(도덕철학)분야에서학문적업적을쌓아왔다.특히예일대학교셸리케이건(ShellyKagan)교수보다1년앞선1994년에시작해지금껏이어가고있는‘죽음의철학(PhilosophyofDeath)’강의가학부생들에게인기가높다.케임브리지대학교출판부의제안으로그강의를엮은것이이책이다.지은책으로『삶과죽음(LifeandDeath)》(‘케임브리지철학의동반자’시리즈),『필멸의대상들:삶과죽음을꿰뚫는존재의동일성과지속성(MortalObjects:IdentityandPersistencethroughLifeandDeath)』,『존재한다는것:실존주의사상입문(Existing:AnIntroductiontoExistentialistThought)』,『상처받지않을권리:행복을지키는것에관하여(Invulnerability:OnSecuringHappiness)』,『회의론자들(TheSkeptics)』,『본질적지식(EssentialKnowledge)』등이있다.

역자:조민호
안타레스대표.연세대학교철학과를졸업한뒤단행본출판편집자로일하면서인문및경제경영분야150여종의책을기획·편집했고저작권에이전트로도활동했다.옮긴책으로『불안을철학하다』,『모든삶은충분해야한다』,『과학이권력을만났을때』,『이코노믹허스토리』,『지루할틈없는경제학』,『로빈니블렛의신냉전』,『가난한리처드의달력』,『리더십의심리학』등이있다.

목차

서문_생명과정의돌이킬수없는중단

제1부_죽음(DYING)

제1장_살아있다는것
생명그리고살아있는존재ㅣ인간성,인격성,동일성

제2장_죽는다는것
생명의노화,종결,중단그리고존재의소멸ㅣ죽었다는기준

제3장_죽음에관한논쟁들
대칭논증ㅣ시점의문제ㅣ평온에이르는길

제4장_필멸의해로움
삶의타산적가치ㅣ해악논제

제5장_죽음은언제해로운가?
에피쿠로스의도전ㅣ죽음이나빠지는다섯시점

제2부_죽임(KILLING)

제6장_죽인다는것
해악설명ㅣ주체가치설명ㅣ동의설명ㅣ결합설명

제7장_스스로죽는것과남의손에죽는것
자살과안락사ㅣ합리적으로선택한죽음ㅣ도덕적으로선택한죽음ㅣ막거나돕거나

제8장_태아살해의딜레마
낙태반대논증ㅣ낙태옹호논증ㅣ철학으로풀기어려운유일한죽음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우리는어떻게존재하다가언제소멸하는가?
우리는왜‘없어진나’를두려워하는가?
삶과죽음에대한합리적이고도덕적인선택들

예전보다는비교적허심탄회하게죽음을이야기할수있는사회분위기가형성됐다.과거에는입밖으로꺼내기조심스러웠던안락사나조력사망(의사조력자살)에대해서도많은사람이저마다의의견을개진한다.낙태죄는사실상유명무실해졌다.어느정도개념이정리돼서일까?이제우리는무작정죽음을터부시하진않는다.그래도‘죽음’이라는말을들으면썩좋은느낌은들지않는다.여전히우리대부분은불안,두려움,상실을떠올린다.당연한말이지만우리는언젠가반드시죽는다.태어나는순간부터죽음을향해나아가는필멸의존재들이다.이사실이때로는우리삶전반에어두운그림자를드리운다.그러나살아있는모든존재는필멸한다는진리가역설적이게도더잘살려는우리의의지를북돋는다.죽음은우리에게서좋은것들을앗아가는동시에나쁜것들도빼앗는다.그래서죽음은우리에게나쁜것일수도,좋은것일수도있다.달리말해죽음이나쁜것이되려면우리는더좋은삶을살아야한다.죽음을철학하면할수록자꾸만삶을되돌아보게되는이유다.

―에피쿠로스의도발:죽음은아무것도아니다

죽음에관한철학적논쟁은우리에게‘쾌락주의(hedonism)’로잘알려진고대그리스철학자에피쿠로스(Epicuros)가『메노이케우스에게보내는편지(Epistol?ProsMenoikea)』에쓴이글이촉발한것이었다.
“죽음은사실우리에게아무것도아닐세.우리자신이존재하는한죽음은우리와아무런상관이없다네.죽음이우리를찾아왔을때우리는이미사라지고없지.따라서우리가살아있든죽었든간에죽음은우리와무관하네.살아있을때는죽음이없고죽었을때는우리가없기때문일세.”

에피쿠로스는아주단순하면서도강력한이논증으로죽음을바라보는우리의두려움에정면으로맞섰다.죽음은우리에게해롭다는‘해악논제’에대항한그의논점은이랬다.뭔가가우리에게해를끼치려면해를입는‘주체’와해악의‘내용’그리고해가발생하는‘시점’이명확해야한다.그에따르면죽음이해롭다고말할수있는시점은오직우리가살아있을때와죽은후,이렇게두가지뿐이다.그런데죽은사람은더는존재하지않으므로이세논점을짚어내기가어렵다.일단죽고나면해를입을‘나’라는주체가없으니죽음이나쁘다고할수없고,반대로살아있을때는해를입을주체는분명하나아직죽지않았으니죽음이그주체에게어떤해를입히는지설명할길이없다.에피쿠로스가죽음은전혀나쁜게아니라고역설한까닭이여기에있다.

에피쿠로스의이논증은얼핏완벽해보이고위안이되기도한다.그도그럴것이,에피쿠로스철학의궁극적목표는우리가‘아타락시아(ataraxia)’,곧‘마음의평온’을찾게하는데있었다.죽음이우리에게해롭지않다는주장을펼친것도이때문이다.죽음에대한두려움이아타락시아의가장큰걸림돌이니이를제거하고싶었을것이다.하지만아무리애써도죽음을생각하면불편하다.이게우리의직관이다.사실우리가두려워하는것은‘죽은상태’가아닌‘삶의상실’인데,에피쿠로스는교묘하게그지점은외면했다.

―시간의비대칭:왜‘없던나’는괜찮고‘없을나’는싫을까?

에피쿠로스를추종한로마의철학자루크레티우스(Lucretinus)는한걸음더나아가흥미로운질문을던졌다.이른바‘대칭논증(symmetryargument)’이다.그는우리가태어나기이전의‘없던나’를떠올려보라고말했다.그과거의비존재를두고불안이나고통을느끼는사람은아무도없을것이다.그러니마찬가지로그와대칭을이루는죽은뒤의비존재인‘없을나’에대해서도두려워할까닭이없다는논리였다.하지만이‘대칭논증’은곧바로강력한반론에부딪혔다.다름아닌태어나기전의비존재와죽은이후의비존재는다르다는‘비대칭논증(asymmetryargument)’이다.태어나지않아서없는것과죽어서없는것은본질적으로다르다는얘기다.우리의삶과관심사는기본적으로‘미래’지향적이다.우리의계획,목표,희망,사랑은하나같이앞으로다가올시간을향해뻗어나간다.

우리는삶이과거로연장돼더일찍태어나기보다미래로삶이지속되기를바란다.더욱이결정적으로죽음은우리가더살았더라면누릴수있었을‘좋은삶’을앗아가지만,태어나기이전의비존재는그어느것도빼앗은적이없다.탄생은앞으로누릴좋은일들의‘시작’일뿐이나,죽음은지금까지누렸고앞으로누릴수있을좋은일들의‘끝’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죽음이우리에게전혀해롭지않다는고대철학의관점은죽음을바라보는우리의태도뿐아니라,시간을경험하고미래를지향하며살아가는인간존재의근본적인심리를날카롭게드러낸다.죽음을두려워할수록,죽음을나쁘게받아들일수록,자꾸만삶을생각하게된다.죽음을향한우리의두려움은정말로비합리적인착각에불과한걸까?

―상실과박탈의해로움:‘죽은상태’가나쁜게아니다

스티븐루퍼교수는에피쿠로스의도발적인주장과정교한논리가우리마음을온전히설득하지못하는이유를이렇게설명한다.죽음에대한우리의근원적두려움은비합리적감정이아닌삶을향한애착에서비롯된합리적이고자연스러운반응이기때문이라고.잃을게많을수록상실의고통도더크다.삶의가치가클수록죽음도더두렵다.죽음이우리에게나쁜진짜이유는‘죽은상태’가고통스럽기때문이아니다.살아있었다면누렸을좋은것들을우리에게서‘박탈(剝奪/deprivation)’,즉빼앗아가기때문에나쁜것이다.우리가죽지않았더라면경험했을사랑,우정,성취,행복,아름다운풍경,맛있는음식같은온갖가치있는모든것들을누릴기회를영원히박탈당하는것이야말로죽음이가하는진짜해악이라는얘기다.물론죽음이좋은것들만앗아가진않는다.저자가지적하듯이죽음은좋은것들과나쁜것들을함께빼앗는다.회복불가능한고통에시달리는사람에게죽음은그고통을박탈함으로써오히려좋은일이될수도있다.

“좋은삶은나쁜죽음을남긴다”는말이있다.삶이가치있고풍요로울수록죽음으로잃게되는것들이더커진다는뜻이다.형편없는삶을살았다면죽음으로잃을게별로없겠지만,충만한삶을살았다면죽음은그만큼더큰해악이된다.루퍼교수의비유처럼“미래의나는나자신이키우고돌보는아이”와도같다.우리는그아이가행복하고자랑스러운사람이되길바라면서현재를더잘살고자애쓴다.그런데죽음은바로그‘미래의나’라는존재자체를소멸시킨다.내가애써돌보던아이가사라지면,지금까지의모든계획과돌봄은무의미해지고만다.이관점은죽음에대한우리의생각을완전히다른방향으로돌려세운다.죽음의문제를‘죽은이후’의미스터리에서‘살아있는동안’의가치로되돌려놓기때문이다.이는죽음의무게가삶을어떻게가꿔나가느냐에따라결정된다는속깊은통찰로이어진다.그렇다면여기서우리는또다른질문에다다르게된다.만약우리의삶이더이상좋은것을기대할수없고끔찍한고통만으로가득차게된다면,그때죽음은우리에게어떤의미를갖게될까?

―죽음의두얼굴:죽음은삶의거울이다

죽음은우리에게서좋은삶도박탈하지만나쁜삶도거둬간다.동전의양면처럼죽음도두얼굴을가졌다.동전의다른면,즉삶자체가견딜수없는고통이됐을때죽음이오히려해악으로부터의구원이될수있음도깨달아야한다.이를통해삶의가치가결코절대적이지않다는사실을알게된다.삶은때때로대단히끔찍한것이되기도한다.사랑하는사람을모두잃은슬픔,끝없는고통만가득한질병,기억을잃어가는치매와같은상황을떠올려보자.이런고통으로부터우리를벗어나게해준다는측면에서보면죽음은오히려우리에게‘이로운일’이될수도있다.

이런논의는우리를자살과안락사라는매우어렵고민감한철학적질문으로이끈다.삶을계속살아가는것이우리의이익에절대적으로반하는상황이라면,다시말해살아있다는것자체가고통의연속일뿐이라면,고통없는죽음이되레합리적이고도덕적인선택이아닐까?루퍼교수는삶의가장자리에서벌어지는이와같은문제도정면에서다루고있다.그렇게이책의모든논의는우리스스로가장근본적인질문을던지게한다.
“삶의가치는무엇으로결정되는가?”
“살아갈가치가있는삶이란무엇일까?”
이에대한답을찾으려는노력이죽음이라는거울에비친우리삶의진짜의미를깨닫는과정이될것이다.죽음자체에매몰되려고죽음을철학하는게아니다.

―죽음의무게:삶이좋을수록죽음은무거워진다

죽음의무게는삶의가치에비례한다.하찮은삶의끝에서는가벼운죽음이,가치있는삶의정상에서는무거운죽음이우리를기다린다.이책은죽음이아무것도아니라는에피쿠로스의도발적인주장을시작으로삶과죽음에관한모든것을다루고있다.여기서살핀내용은극히일부에지나지않는다.‘살아있다는것’,‘죽는다는것’,‘죽인다는것’의의미와더불어‘스스로죽는것’과‘남의손에죽는것’까지깊숙이들여다본다.철학은얼핏어떤질문에관한집요한분석으로보일때가많지만,그내면으로조금만들어가면우리삶에서한치도벗어나지않고있음을알게된다.이책『죽음을철학하다』또한철저히이성의언어로만죽음을파헤치고있는것같아도,그밑바탕에는가슴뜨거운인간애가담겨있다.우리는언젠가반드시죽고마는필멸의존재들이기에죽음을이해할수록삶을마주할용기가생긴다.

결국우리가이철학적여정의끝에서마주하는것은‘죽음’이아닌‘삶’이다.단한번뿐인우리의유한한삶을어떻게채워나갈지,그의미와가치에대한답을찾으려는시도다.죽음이라는명확한끝이있기에우리에게주어진삶의모든순간,모든관계,모든경험이더욱소중하고절실한의미를갖게된다고할수있다.죽음이우리에게보여주는가장커다란역설이다.죽음이우리가살아생전누리게될좋은것들을박탈해서나쁘다면,그런죽음을그저두려워만할게아니라오히려우리삶을더좋게만들어서,죽음을더나쁘고무거운것으로완전히확정해버리는게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