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순간들 (사루비아 다방 티 블렌더 노트 | 양장본 Hardcover)

고유한 순간들 (사루비아 다방 티 블렌더 노트 |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향미는 이미지들의 결합이고 기억과 시간들의 콜라주였다”

삶에서 길어 올린 순간들을 찻잎으로 그려내는 예술
티 블렌더의 일에 관하여
전작 《차의 기분》에서 차를 마시는 일에 대해 시적인 문장들로 독자들과 만난 바 있는 사루비아 다방의 김인 대표가 이번에는 차를 만드는 일에 대해 내밀하고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그는 오늘도 차를 블렌딩한다. 귤피를 말리고 계피를 자른다. 마른 꽃잎을 꽃송이에서 한 잎씩 딴다. 단지 음료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비틀거리는 뒷모습, 어떤 어깨의 윤곽, 사랑스러운 약점, 찻그릇에 드리운 그늘, 끝내 풀 수 없는 걸작의 비밀, 생의 최초의 냄새, 그가 채집한 모든 고유한 순간들을 찻잎으로 전한다.
그리하여 책을 덮으며 가만히 떠오르는 것은 이제 저자의 기억과 경험이 아닌 바로 나의 기억과 경험, 나의 일, 나의 고유한 순간들이다.
저자

김인

뒤샹이그랬듯내가원하는것도월세를내고,식비를대고,여가시간을자유롭게즐길수있는작고조용한직업이다.사루비아다방에서차를만들고틈틈이글을쓴다.둘다작고조용한직업이다.월세를내고,식비를대지만,여가시간을자유롭게즐기진못해여전히고군분투중이다.《차의기분》을썼다.
사루비아다방은크라프트블렌드티컴퍼니로계절을담은순하고신선한블렌딩차를만든다.서촌에서시작해현재연희동에자리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다시시작

1부티블렌더입니다:향미는소리도없이
향미는소리도없이/티블렌더입니다/조말론/그르누이의불행/최초의냄새/물/베네치아/오트티쿠튀르/프랑스적이라는말/야근단상1/저도차좋아해요/이내처럼고요한,수선/향미라는악보/비밀을아는사람/야근단상2
|작업노트|일장춘몽/화사집/백야

2부나의샹그릴라:사루비아다방에서
뉴욕에서/질문의책/사루비아다방/우리셋이언제다시만날까/나의샹그릴라/영혼의음식/마지막밤/수업시대/수강하는마음/번아웃/제일싫어하는일의즐거움/돈과나/만약에돈이/출근하는기쁨/무슨차야?
|작업노트|분홍반지/물랭루즈

3부예술이란대체:차에스민것들
좋은벽/아테네학당/토끼케고르/검은짐승/예술이란대체/이것은항아리가아니다/도자기문제/가늘고긴곡선/보는것과만지는것/고양이와와비/어떤작가론/그늘에서
|작업노트|여름에숲/램프와소설

에필로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작고아름다운직업,티블렌더의기쁨과슬픔
티블렌더라니.이런직업이있었던가.저자는티블렌더라는생소한직업에대해이렇게쓴다.“세상이필요한직업이아니”며“갑자기세상의모든티블렌더가사라진다”해도“누구도알아채지못할것”이라고.그러나우리는알고있다.무용한일들의아름다움을,예술이지닌힘을.이책에는15년넘게차만드는일을해온저자의오롯한순간들이담겨있다.하얀작업실에고요히틀어박혀붓이아닌찻잎으로향미를그리는모습,음악을들으며소재들을조율하고지휘하는모습,말린귤피와빻은강황으로시를쓰는모습…이렇듯삶의모든방향에서영감을얻고그것을꿰어차라는작품으로풀어내는그의일은예술가의그것과꼭닮은듯보인다.
그렇다고일의귀하고아름다운면만을보여주는것은아니다.그는몸에맞지않는홍보일을오래하다삼십대중반에야새로운길을찾아나섰으며방황과실패를거듭하기도했다.카페가대세일때찻집을열고,손님맞는일이나사업가로서해야하는일에젬병인그가좌충우돌하고,원하는향미를그려내기위해고군분투하는이야기끝에는자신의내면을따라자신의업을단단히다져가는사람만이줄수있는작은감동이있다.

“선생님,저는마침내틀어박혀잘지내고있습니다.붓이아닌찻잎으로향미를그리면서요.제게는걸작을만들겠다는야심이있습니다.아직은성공하지못했지만,이렇듯향기나는곳에틀어박혀있으니실패를거듭해도태평하기만합니다.저는티블렌더입니다.”

차한잔에담긴영감의순간들,그비밀한노트
‘화가가선과색을조합해그림을나타내고,작곡가가음표를조합해곡을나타내며,도예가가흙과불을조합해그릇을나타내고,코미디언이말을조합해웃음을나타내게’하듯티블렌더는향미를조합해차를나타낸다.마시면사루비아다방의차라는걸금세알아챌만큼개성이분명한향미의블렌딩티를만들어내는김인대표의작업노트에는향미를조합해내는순간들이담겨있다.
사루비아다방에서가장사랑받는차‘분홍반지’는바로그이름에서비롯된향미로〈로미오와줄리엣〉을떠올리게한다.‘모어댄루이보스’는“에디히긴스의연주를오마주해만든차”이며,홍차다즐링과녹차와매화를블렌딩한‘화사집’은파헬벨의〈캐논변주곡〉에서모티프를얻어바이올린,첼로,피아노의선율에맞는소재를찾아낸것이다.음악뿐일까.‘물랭루즈’는툴루즈로트레크의몽마르트를그리며완성한차다.앤디워홀,글렌굴드,달항아리,메리올리버,발터벤야민,파블로네루다,그리고모스크바에사는올가아주머니에이르기까지.그러니까예술로부터차오르는순간들이빼곡히.
이제우리가마시는차한잔은그저차한잔이아닐것이고.

“비로소향미라부르는순간.그제야모든성부,모든향미가자신의소리를드러낸다.”

★정오표
초판1쇄발행본139쪽8행:알베르틴→마르셀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의주인공이름으로표기된‘알베르틴’은‘마르셀’의오기입니다.알베르틴은주인공화자가사랑한인물의이름.)

*ðiːinspiration작가노트시리즈
오후의소묘에서선보이는첫에세이시리즈로자기만의일을단단히꾸려가며우리에게영감을주는사람들,그들의작업노트를들여다본다.첫권인티블렌더노트에이어플로리스트,도예가,서점원노트가예정되어있다.

*객원에디터후기
출간전원고를읽으며함께작업한객원에디터들의후기중일부를소개합니다.

많은꽃잎과찻잎은마른가지에서피어난다.특히겨울에그가지들을바라보면,앙상하고투박하기그지없지만그안에는숨겨진수많은빛깔과결이있다.그것은감추어져있다가때가되면스스로를틔운다.티블렌더는그것을정성스레모아서적당한습도와온기아래말리며빛깔과결과향기들을간직해두었다가따뜻한물위로다시피워올린다.사라진줄만알았던향이그곳에있다.잊힌줄만알았던기억이그곳에있다.차한모금에향과고요와기억과계절이함께실려온다.이처럼애틋한위로가있을까.(윤민지)

이책은휴먼다큐멘터리혹은드라마로쓴,신,단,짠맛의다양한맛이가지런히어우러져장인의손맛을이룬다.물론뼈대는차의맛과향미.티블렌더로서작업의영감을얻는순간들이조선의달항아리에서앤디워홀,글렌굴드,다우케고르등의이야기로넓게번져나간다.경험치가단단하게쌓여있다.책의사이사이에있는‘작업노트’는별사탕처럼해맑게빛난다.이책에기록된저자의시간은유머러스하게적혀있지만분명그늘이다.차를많이마시다보니선잠을자고,일을몰아서하다보니번아웃이된다.“나는버그에걸린것이틀림없었다”라고고백하지만그녀는수정되길원치않는다.자신안에있는것을털어내고쏟아내며오늘도차茶라는‘영혼의음식’을차린다.그녀가차린영혼의음식으로주린배를채우고싶은마음으로가득찼다.무엇보다이책은정말재밌다.(홍민정)

읽기전에는단순히티블렌더라는직업인의이야기일거라상상했다.단아한모습으로천천히차를우리는이가내게조곤조곤차에대한이야기를건넬거로생각했는데막상문을열어보니헝클어진머리를한채고민하고고민하는한장인이여전히머리를쥐어뜯고있었다.고뇌에빠진장인이있었다.예술가가있었다.그녀가만든차는그녀가담겼다.그녀의무의식에있던기억들이,그녀가좋아하는것들이,그녀의여행추억들이,그녀가읽은책들이,그녀가들은음악들이,그녀가본그림들이,그녀의후회들이,그녀의그늘이.자기전부를조각내넣어끝내하나의예술작품을만들어내는장인이었다.그의몸부림이담긴글에나또한내기억,내가좋아하는것,내가읽은것,내후회,내그늘이만들어준내이야기가하고싶어졌다.예술가의마음으로살고싶다.그녀처럼예술가의마음으로,온마음을다해자신의작품을만들어간다는마음으로일하고싶다.그마음을,그렇게보내는시간을천천히글로적어보고싶은마음이든다.(황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