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으로 - 우리의 내면에서 무언가 말할 때
저자

고운,무루,박세미,송은정,서수연,신예희,안희연,이소영,휘리

저자:고운

양장점‘리틀스티치’를운영하며작은방에서옷을짓는다.실과글이지나간자리를사랑한다.그림책《두여자》를옮겼고,사랑,기쁨,바다,세아이와심장을나눠가졌다.



저자:무루

사방이열린작업실에서어른들과함께그림책과문장을읽는다.에세이《이상하고자유로운할머니가되고싶어》를썼고,《인생은지금》,《할머니의팡도르》,《섬위의주먹》등여러그림책을동료와같이옮겼다.



저자:박세미

문학과건축,두축에속해있다.건축기자로오래일했으며,시집《내가나일확률》,《오늘사회발코니》를지었다.그밖에《나개있음에감사하오》,《당신의그림에답할게요》,《전자적숲:더멀리도망치기》등에글을썼다.



저자:송은정

바깥을걷고여행하며,집에서글을쓴다.출판편집자,책방‘일단멈춤’의주인,라이프스타일숍에디터를거쳐프리랜서로살고있다.《오늘,책방을닫았습니다》,《빼기의여행》,《저는이정도가좋아요》,《비건베이킹:심란한날에도기쁜날에도빵을굽자》를지었다.



저자:서수연

그림책《백살이되면》을비롯해에세이《돌봄과작업》,《이상하고자유로운할머니가되고싶어》,매거진《AROUND》에그림으로참여했고,2016년부터카페일과양육의틈틈이작업을하며‘퇴근드로잉’을이어오고있다.서로와서온,두아이의엄마다.



저자:신예희

20년넘게그림을그리고글을쓰며프리랜서로살고있다.여행과음식을몹시좋아한다.늦깎이초보운전자의좌충우돌성장기《마침내운전》을비롯해《이렇게오랫동안못갈줄몰랐습니다》,《돈지랄의기쁨과슬픔》등여러책을썼다.



저자:신지혜

건축설계사무소에서일했다.태어나처음살았던집부터열한번째집까지의기억을담은《0,0,0》과타인의첫번째집을인터뷰한《최초의집》을썼고,건축의모양에관한책들을지었다.창문과책과춤을좋아하던그는2022년5월유명을달리했다.



저자:안희연

면벽의책상에서시집《너의슬픔이끼어들때》,《밤이라고부르는것들속에는》,《여름언덕에서배운것》,산문집《흩어지는마음에게,안녕》,《단어의집》,《당신이좋아지면,밤이깊어지면》등을썼다.



저자:이소영

식물세밀화가,원예학연구자로식물곁에오래머물며그림을그린다.네이버오디오클립‘이소영의식물라디오’를통해식물이야기를전해오고있다.《식물의책》,《식물과나》,《식물산책》등을썼다.



저자:휘리

살아있는것의힘을그려나가고있다.태몽에서비롯된이름‘아름다울휘徽,잉어리鯉’처럼자신의세계에서만큼은자유로이유영하는존재가되고싶다.그림책《허락없는외출》,《곁에있어》,《잊었던용기》를쓰고그렸다.

목차

우리내면의무언가가말할때-안희연
단한사람을위한책상-송은정
열병합방식으로그리는일-서수연
가장작은방에서짓는것들-고운
열린문,한뼘의틈으로-휘리
나를구축하는질료들-박세미
세개의집,두권의책-신지혜
내가있는곳어디든-신예희
홀로살아갈수없다-이소영
나에게로이르는길-무루

출판사 서평

“빈방을갖게된후에야비로소태어나는것들이있어”(서수연)
나만의공간,그안에서자신의가능성을발현하며,열린문너머로나아가는여성들의이야기
여성이자기만의방에들어갈때어떤일이일어날까?이책은버지니아울프의《자기만의방》(1929)의문제의식에서출발했다.울프는100년뒤라면자기만의방과돈을가진여성들이성의제약없이자신의재능을발현할거라고썼는데,95년이흐른지금우리는어떨까.자기만의방이있는가?자기만의방이있다면그안에서어떤일들을벌이고있는가?
고운,무루,박세미,송은정,서수연,신예희,신지혜,안희연,이소영,휘리.이열명의여성창작자들이방으로들어간다.그곳에서태어나는것은시인,작가,엄마,화가,공예가,번역가,건축가,식물세밀화가…아니실은한단어로포섭할수없는새로운무엇이다.스스로의가능성을발현하며자신의‘자리’를찾고만들고넓혀온이들은,나만의방으로부터시작된이야기가어디까지뻗어나갈수있는지를보여준다.작업과영감,돌봄과사랑,기억과상실,고독과연결,나이듦과가능성의돛들이그곳에펼쳐진다.방은배가되어먼바다로나아간다.

“책상이닻을올리고항해를시작한다.우중의숲길이다가도순식간에사막이펼쳐지는곳.둥지의알을쓰다듬다가도뜬금없이번지점프를하는곳.이책상의이름은가능성이다.이곳은나의방이다.”_안희연

“먼바다에서내방은작지만튼튼한배가되어주었다.나만의공간에서오롯이혼자였던시간덕분에타인에게로힘껏건너갈수있었다.…나로충분했던가장작은방에서타인의방으로,그너머로.”_고운

“어느곳이든우리의방이될수있어”(박세미)
자기만의방의다채로운형태들,방이데려오는더많은우리의이야기
책상하나와작업실사이,1인가구와5인가구사이,넓게펼쳐진스펙트럼안에서일과삶의형태가모두다른열명의여성들이써내려간자기만의방은그조건들만큼이나다채로운모습을하고있다.각자방에대한정의도모두다르다.누군가에게방은나를구축하는것들의집합이고,다른누군가에게방은삶의형식을뜻하기도한다.그러므로방은육면체의물리적공간만이아니라,시와글이되고,기억의저장소가되고,몸과정신이머무는옷이되고,내가끝내다다를목적지도될수있다.때로는간절함과절실함으로자기만의방을구하는이야기와,자기만의방너머로나아가기위해분투하는이야기가교차한다.
그리고이토록제각각인방들이실은조금씩닮았거나나란하다는것을우리는금세알아챌수있으리라.한뼘열린창으로,문틈으로서로연결되고확장되는모양이라는것을.그러므로이이야기들은육면체의닫힌방으로끝나지않고저마다의가능성이자라나고뿜어나오게될창을내어준다.우리의가슴과손에서한없이열리며,자기만의언어로우리내면에서말하는것들을꺼내놓을수있는단한사람을위한책상이되어줄것이다.

책상에서비롯되는시와글의가능성:
우리내면의무언가가말할때-안희연X단한사람을위한책상-송은정
“우리내면의무언가가말할때,내가아니라그것이나의몸을빌려더듬거리며말할때,나는그것을받아적는사람이다.입없는존재들의몸짓을언어로번역하는사람이라고불러도좋겠다.이모든일은책상에서이루어진다.”_안희연

“방금전까지오이를소금에절이며싱크대앞에서있던한여자가글을쓰는동안만큼은명백한작가로존재한다는사실이내겐여전히놀라울따름이어서,나는그런자신을계속해서목도하고응원하고싶어졌다.…나는그글이나만의어디로든문이되길고대하고있다.문을열면그곳엔단한사람을위한책상하나가놓여있을것이다.”_송은정

양육과가사의틈으로나자신이되는분투:
열병합방식으로그리는일-서수연X가장작은방에서짓는것들-고운
“내그림에대해서사람들에게제일많이듣는말은“그림이따뜻하네요”였다.그말을들을때마다나는내그림이열병합방식이어서그런가보다생각한다.일과육아가끝나고버려지는폐열을이용해온수를만들고그걸로그림그리나보다생각한다.”_서수연

“내방은,물리적공간뿐아니라그공간에서보낼수있는시간의양과질에있어서도모두투쟁으로얻은것이다.가족들에게사랑과이해와도움을구하면서.간절함으로.…우리는사랑안에있어.우리는함께자라고있어.육아도일도제대로하는것없이우왕좌왕하는것처럼보이는순간에도,사실은있는힘껏삶을아끼고사랑하고있는거라고.그렇게나도나를응원해주고싶다.”_고운

고유한나를이루는존재로서의방:
열린문,한뼘의틈으로-휘리X나를구축하는질료들-박세미
“내방에서일어나는일은대체로나만알수있었다.방문이한뼘열려있어도,그문을불쑥열거나서랍을허락없이열어보는사람이없었기때문이다.…그덕분에‘고유한나의영역’이라는감각이내삶에자연스러운일로자리잡았다.나의고유함을지켜주는사람들을곁에두게되었으니,나도그사람들의고유함을지키고또궁금해하며살아가려고노력하고있다.”_휘리

“방을채운질료들,이를테면책,침대,옷,화병같은것들은내가새로운껍데기로이동할때마다내가끝내맨몸이아님을역설적으로알려주었다.…나는내가사랑하는질료들을붙잡는다.그것들이나를구축하므로,나는간절히,그것들을지켜내는방이되고싶다.”_박세미


1인가구,선택한고독과삶의형식으로서의집:
세개의집,두권의책-신지혜X내가있는곳어디든-신예희
“나는누군가와함께살고싶었던집을떠나며나만의집을선택했다.…이집에서나는혼자마음껏고독할수있다.집에틀어박혀서한마디도하지않고지나가는날이늘었지만어쩐지나의세계는확장되고있다.”_신지혜

“1인가구의삶.조금은외롭고가끔은쓸쓸하지만대체로만족스럽다.가족과함께살때는‘나만의방’에대한애정을깊이느껴본기억이없다.어차피독립된공간이아니라고생각해서였을까?내방이있다고해서혼자일수있는건아니다.”_신예희

혼자지만혼자가아닌작업실:
홀로살아갈수없다-이소영X나에게로이르는길-무루
“생물은홀로살아갈수없다.길가콘크리트사이에핀외딴풀한그루역시그곳에자리를잡을수있었던것은어느작은동물이멀리에서씨앗을물어번식시켰기때문이다.그리고이풀이아름다운꽃을피우는것은또다른곤충이다가와수분하기를바라기때문이다.나의작업실만큼은온전히나만의공간이길바라지만그렇다고늘나혼자만이곳에있길원치않는다.”_이소영

“작업실생활은내게일종의평형추인셈이다.일을하기위한공간이라는본래의목적보다도어쩌면일정시간타인과연결될수있어서이장소가내게는중요한지도모르겠다.결핍된관계성을회복할수있는이이틀의시간이내게는나자신과잘지낼수있는동력이된다.”_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