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영화의관객이될게요”
흔들리며고민하는자기삶의모든주인공에게
관여도참견도없이산뜻하게건네는사려깊은PS.
“정답없는질문이내삶을덮쳤던때.아무도나를이해할수없다는생각에사무치게외로웠던때.《엔딩까지천천히》를읽다가그때내가생각나서많이울었다.그시절의나에게도이책이있었다면좋았을텐데.책과영화,드라마에기대어한시절을건너가본사람은안다.나를붙잡고살리고구하는이야기의힘을.미화리는내가아는사람들중이야기의힘을가장잘아는사람이다.”
_정지혜(사적인서점대표·책처방사)
영화처방사미화리의본격영화처방에세이
영화가삶의크고작은순간마다마음을들여다보게해준다고믿는이미화작가가일상의고민과인생의질문들을마주하며아끼는영화들을꺼내놓았다.관여도참견도없이다만사려깊게건네는이스물다섯통의영화처방편지는때로영화깊숙이들어가고때로자신의이야기를진솔하게들려주며,우리로하여금저마다바라는엔딩을다시금꿈꾸게한다.누구나자신이주인공인삶에서“엔딩까지천천히,멀리”가기를,당신이라는영화의1열관객이되어응원하는책이다.
“PS.이책의면면에는살면서필연적으로만나게되는삶의고민과질문들이담겨있는데요.짐작하건대H님의고민과크게다르지않을거예요.누구나하는고민을나도한다는것,가끔저는그게내가남들과다름없이무탈하게잘살고있다는증거처럼느껴지기도한답니다.긴터널을통과한H님의인생이앞으로아주뻔하게흘러가더라도,제가그영화의관객이될게요.그러니오늘의가장큰고민은저녁메뉴뿐이길.”
꿈과실패,일과인간관계,사랑과죽음까지스물다섯가지삶의고민과
그에답하는미화리의아끼는영화스물일곱편
‘아무도내꿈을지지해주지않아요’,‘인간관계가불필요하다고느껴져요’,‘평범한일을하는내가초라해보여요’,‘힘들때마다죽고싶어져요’…OTT플랫폼왓챠와함께200명의고민사연을받아영화처방사미화리가그중스물다섯명의사연자들에게직접영화를처방하는편지를보내왔다.
‘미화리’라는이름은드라마<나기의휴식>속한인물에게서비롯한것으로,드라마에는상처받은주인공들을집으로데려가자신이사랑하는영화를틀어주며그들을조용히응원하는‘미도리’할머니가나온다.이책이그리는풍경이꼭그와같다.정답없는고민과질문들에섣불리모범답안같은것을내놓기보다미도리할머니처럼가만히영화한편을건네는것이다.미화리작가가섬세히고심하며고른영화가담백하고도정성스레소개되고,영화이야기가끝난뒤에고민사연이쿠키Cookie로등장하며,그사연편지에대해붙인미화리의다정한추신은이책의백미라할만큼먹먹한울림을준다.
1우리가꿈꾸는엔딩으로:“우리는그런것들을사랑했어요.”
우리는왜영화를보고또좋아하는걸까.미화리작가는영화를좋아하는이유중하나로“영화가우리에게해주는것은다름아닌영화의결말을보여주는일”이라는점을꼽는다.삶의여러측면에서우리가겪는고민은대개자신의선택이어떤결과로이어질지모르는불확실성을안고살아가는데서비롯되지만,영화는끝까지보기만한다면“한인간이목표를이루거나이루지못하는전과정을”두시간안에관람할수있는것이다.그끝에이처럼작은탄식을내뱉을지도모르겠다.살면서“흐지부지그만두느라놓쳐온수많은엔딩”이얼마나많은지!어떤영화든어떤주인공이든우리가‘도중에꺼버리지만않는다면결말을향해나아’가듯《엔딩까지천천히》는우리의삶을영화라는틀안에서새로이바라보게해줄것이다.
이처럼영화와인생의은유가펼쳐지는1부에서는특히사랑하는무언가를꿈꾸고도전하는이야기,그리하여성공하거나실패하고그안에서삶의의미를발견하는영화를소개한다.아무도자신의꿈을지지해주지않을때낯선모습으로다가오는타인의작은선의에기대어나아가는<스탠바이,웬디>를,하지못한일에대한미련이남은이에게는티셔츠를팔아인공위성을쏘아올리며불가능은없다는것을증명해낸<망원동인공위성>을,실패가두려워시작을망설이는이에게는<우리가못자는이유>속주인공아버지의대사를손에꼭쥐어주면서.“너는네꿈을지켜야지.”모두자신이꿈꾸는엔딩을향해“전진”하기를.
2나를잘돌보기위해:“살면서한번은가족을떠나야한다.”
나를잘돌보는일과나를둘러싼인간관계는왜이토록어려울까?그럴때영화속주인공들에게힌트를얻자.2부에서는“사람이변할수있다는것만이희망”이라는미화리작가가,안팎으로변화를겪으며자기자신으로서온전히홀로서는인물들의이야기를그리고있다.약점을잡히기싫어거짓말을일삼다가처음으로자신의이야기를솔직히써내게된명은(<비밀의언덕>),번번이발목을붙잡는엄마의손을끝내뿌리치고자신의길을향해떠나는JD(<힐빌리의노래)>,아무도모르는곳으로도망치듯전전하며지내다마침내떳떳하게자기힘으로살아가기로결심하는스즈코(<백만엔걸스즈코)>까지.그들은이제“자신이책임지고싶은모습을아는”사람이된것일테다.미화리작가또한스물아홉에돌연베를린으로떠나지냈던이야기를들려주며그것이자신에게가져다준변화에대해진솔하게풀어놓는다.유독군더더기없이단호해보이는2부의명제들은그고민들을이미깊이통과해낸이여서가능한처방이기도할것이다.
3좋아하는일을계속할수있을까:“지치지않고훼손되지않는마음.”
‘좋아하는일을직업으로삼아도될까?’,‘내가그일을할수있을까?’,‘내일이보잘것없이느껴질때어떻게하면좋을까’,‘그동안이룬걸다포기해도괜찮을까’…일에관한고민에끝이있을까.20~30대내내다종다양한일들을경험하며직업의격랑을겪어온미화리작가가가장끈질기고치열하게붙잡아온질문도여기에있으며여전히현재진행형인만큼,조언은어느고민들에서보다신중하며영화를통해“좋아하는일로선택할수있는거의모든갈래의삶”을보여준다.일과직업에관해상상가능한선택과결과들이총망라한백과사전이라해도무방할것이다.
그러면서직업이란건“조금도극적이지않게찾아오는법”이라고담담히말하는미화리작가의이야기가오히려극적으로느껴지는이유는무얼까,그의“자,각오가되셨나요?”라는말이응원처럼들리는이유는무얼까.그건좋아하는일을직업으로삼고서좋아하는마음을지키며살아가는미화리자체가답이되기때문아닐까.“하지말아야할이유가넘쳐나는세상에서해도되는선례가되기”를응원하는미화리의마음이충분히전해지기때문아닐까.우리가지치지않고서로의롤모델이되어줄수있다면그것이바로영화같은일일거라고.
4부디사소한이유로살아주세요:“잘산다는건나를만나다행이라고여기게되는삶.”
모든삶의엔딩에상실과죽음이있다는것을피하지않고마주하기.그것만으로도우리가삶을사랑할이유가된다는것을마지막4부를통해전한다.크고작은고민과어려움속에서도자신을잃지않고사랑하며살아가는법을.
“왜살아야하는지,고난뿐인삶을왜견뎌야하는지도무지알수없을때부디사소한이유로살아주세요.삶의의미같은건없어도,눈물이터질듯코끝이찡하고턱끝까지숨이차오르고귓가가간지럽고눈이부시고군침이도는,당신만의체리한알을떠올려주세요.”(<체리향기>)
사적인서점대표이자책처방사로활동하는정지혜작가가추천의말에적었듯누구보다‘나를붙잡고살리고구하는이야기의힘을믿는이’가건네는여기스물일곱편의영화들은살면서지치고힘들때떠올릴‘체리한알’이되어줄것이다.당신이이마법같은이야기의주인공이되기를바라며.“최대한돌아가서가세요.엔딩까지천천히,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