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연습한 시간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사랑을 연습한 시간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17.00
Description
“더 잘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의 책들로부터 시작된
신유진 작가의 신작 에세이
엄마의 삶, 여성의 성장, 우리의 미래에 대하여
읽고 쓰고 살기, “이야기로 나아가기”
《상처 없는 계절》, 《창문 너머 어렴풋이》를 비롯한 다섯 편의 에세이를 통해 그 특유의 섬세한 문장으로 삶의 풍경과 진실을 내밀히 전해온 신유진 작가가, 이 책 《사랑을 연습한 시간》에서 아주 오래도록 품어온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그러나 반드시 한 번은 꺼내놓아야 했던, 자신의 글쓰기의 근원을. 나를 쓰게 한 언어와 또 쓰게 할 것들을.
속에 뜨거운 것을 품고 허기지다는 듯 책을 갈망하던 사람, 나의 첫 번째 학교, 엄마. 엄마가 읽은 책들, 들려주던 이야기, 때로 침묵하던 시간,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언어와 쓰기를 이루었다고 고백한다. 엄마의 사랑을, 불행을, 삶을 이해해 보려, 그의 말과 속을 내 것으로 옮겨보고자 번역자를 꿈꾸었다고도 쓴다. 그는 엄마의 오래된 책들에 먼지를 떨어내고(1부 엄마의 오래된 책), 모성과 여성성을 파헤쳐 다시 모으고 이어 붙여(2부 여성이라는 텍스트), 끝내 엄마와 나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껴안으며 새롭게 사랑하고야 만다(3부 삶을 쓰기).
이 책은 우리에게 당도한 새로운 모녀 서사이자 지금 박동하는 여성의 성장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며, 한 작가가 절실히 고백하는 읽기와 쓰기에 관한 뜨거운 증언이다. 무엇보다 한 작가가 쌓아올린 세계가 응축된, 한층 더 깊어진 사유와 파고드는 문장, 반짝이는 진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에세이.
저자

신유진

저자;신유진
읽고쓰고옮기는사람.엄마의책장앞을서성이고파리의오래된극장을돌아다니며언어를배우고이야기를꿈꿨다.그모든것이사랑을연습한시간임을이책을쓰며알았다.
산문집《상처없는계절》,《창문너머어렴풋이》,《몽카페》,《열다섯번의낮》과《열다섯번의밤》을썼고,소설집《그렇게우리의이름이되는것이라고》를지었다.옮긴책으로아니에르노의《남자의자리》,《빈옷장》,《세월》을비롯해클라리시리스펙토르의《세상의발견》과희곡집《소프루》등여러책이있다.《생텍쥐페리의문장들》과프랑스근현대산문선《가만히,걷는다》를엮고옮겼다.

목차

프롤로그:이야기로나아가기

1엄마의오래된책별거아닌것들의별것/닫힌문앞에서/갈망혹은비명/여름과사강/새로운삶을시작하는너에게/다그리고싶어

2여성이라는텍스트버지니아울프에대하여/내가집이된것만같을때/나와엄마와마릴린먼로1/나와엄마와마릴린먼로2/엄마가될수있을까?/첫눈오던날

3삶을쓰기환한말/아니에르노로부터/사납게써내려간글자들/맨발로오롯이/우리가같이걸을때/오렌지빛하늘아래당신의손을잡고

에필로그:사랑을연습한시간

출판사 서평

“나는그곳으로돌아가내가반복하고있는게무엇인지묻는다.
엄마,여자,한계,사랑,장소,나…”
전혜린,사랑,뒤라스,울프…엄마의오래된책들위로한여자를다시쓰는시도

나의첫번째이방인,엄마.그는한겨울서늘한방에서작은스탠드의노란불빛아래읽고썼던사람,문이달린책장을좋아했던사람,문을닫고자신만의모험으로떠날줄알았던사람이다.그리고‘나’는,감탄과깨달음의‘아!’가아니라갈망과비명의‘악!’소리를내며읽던엄마의책들속에서엄마의언어를배우며내것으로옮겨보고싶었던사람.

그리하여나는엄마의오래된책들을,무엇보다엄마를,엄마의삶을받아쓴다.엄마의책들속전혜린처럼갈망의언어로,울프처럼진실을캐내는언어로,사강처럼가벼운슬픔의언어로,뒤라스처럼침묵을듣는언어로.번역가가되어절실히옮기듯이.또나의새로운책들속에르노처럼내계급을향한언어로,솔닛처럼날실과씨실의언어로,그리고고닉처럼길위의언어로,오늘의엄마와나를,여성이라는텍스트를통과한다.한계와갈망을,금기와자유를,불안과불행을,희생과죄책감을,그침없이가쁘게,다시쓰고고쳐쓴다.

오래전아니에르노는어머니를한여성으로돌려놓는시도로《한여자》를썼고,신유진작가는거기에서실패를읽어내고는딸인우리가어머니에게서어머니를떼어내는일이가능한지물었다.그럼에도,그토록명확한한계를품은채로써나가는용기를보여준다.복원사가되어엄마,그리고여성으로서의삶을,그두번째시간을살아낸다.금기와불행과희생으로축소하지않고온전한한존재의삶으로.실패할시도가될지언정“엄마로서고정된삶이아닌,엄마로서변화하는삶,생명력넘치는그삶을”내앞에있는엄마에게,나에게,세상모든딸에게전하기위해.

“끈끈한혈육관계의이야기가아닌,살면서놓친연기같은것들을바라보는두여자의이야기,그런모녀서사를쓰고싶었다.덜끈끈하고,덜달라붙어있고,덜애잔한글.”_<우리가같이걸을때>

“내가엄마안에서폭발할것같은여성의에너지를발견한다면,그것을옮길수있다면,금기와불행과희생을뛰어넘은그다음이야기를쓸수있지않을까.자궁이축복의전부이거나불행의전부이지않은이야기,모성과감성,이성과야성을두루가진존재의이야기.”_<나와엄마와마릴린먼로2>

신유진작가의글쓰기의기원과지평
우리의갈망,가장자리,어쩔수없음,그모든사소하고소중한것들을사랑하기위해
“별거아닌것들의별것을향한몸부림.그말을선명하게기억한다.별거아닌것을말할줄아는용기도.엄마의그말이없었다면나는아무것도쓰지못했을테니까.”_<별거아닌것들의별것>

“내자리에서날아가는모든것의아름다움을지켜보는목격자가되리라다짐했다.(…)내가목격한어떤발들의아름다움을말하기위해.어떤말은날개가될수있으므로.”_<맨발로오롯이>

나의언어를이루고쓰기의기원이된엄마의책들에서시작된이야기는또한여성으로서작가로서앞으로써나갈것들과나아갈걸음을비추는등불이된다.가져본적없는언어,품은적없는사유가아니라별거아닌것들을,가장자리를,하찮고사소한것들을진실로응시하고그것들에날개를달아주겠다고.그가가장먼저날개를달아주고자하는것은엄마의가장자리,엄마의발이다.맨발로삶을마중나가는,생을열정적으로만나기위해망설이지않고걸음을내딛는.

엄마는그뜨거운발로,한때‘여자들은어쩔수없지’라고읊조리면서도그어쩔수없음으로멀리까지나아갔고,이제는집에서일터까지5분거리를‘내인생의순례길’이라고여긴다.마침내그길을나와나란히걷는다.

엄마의책위로나의책을,엄마의삶위로나의삶을포개며씨실과날실로엮어낸이이야기를,신유진작가는완성이라말하지않는다.이모든것은‘사랑을연습한시간’이라고,이연습끝에탄생하게될진짜작품은바로연습했던시간,우리의‘인생’일거라고.언젠가이연습이완성된다면그끝에쓰일마지막문장은엄마의편지처럼,언제나‘사랑한다’일것이다.

여성의이야기에귀기울여온오후의소묘가선보이는더없이애틋한작품
엄마와딸이라는그아슬아슬하고아름다운관계를탐구한그림책《두여자》,사랑과폭력사이에서무너진삶위로자신의길을찾아나서는이야기를담은아티스트북《고양이와결혼한쥐》,여성창작자10인의‘자기만의방’에관한앤솔러지에세이《자기만의방으로》까지,여성창작자와여성의이야기에깊은관심을기울여온출판사‘오후의소묘’가전하는새로운여성서사.작가자신만큼이나오래품어온,반드시하고자했던이야기를이제당신에게건넨다.여성으로서의나를,우리를오롯이사랑하자고,함께뜨겁게살아가자고,여자아이들의미래를낙관하자고,여전한야만의시대에간절히전한다.

“나는그책이엄마와딸을방구석에처박아둔이야기가아니어서좋아.”
엄마가고개를끄덕였다.“이제여자들이야기도방구석에서나와야지.”_<우리가같이걸을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