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소리로다시읽는,27편의영화속사랑과고독에관한이야기
우리는영화앞에서,사랑앞에서두번깨어난다.
intro,사랑이란
‘사랑의정의대신사랑에빠진순간을이야기해보면어떨까’
이책의시작은각자존재하는사람의수만큼‘사랑의모양’이다름을살펴보는데서출발한다.그리고그사랑의모양은어떤소리들로채워지고이루어지는지귀를기울이게한다.호기심이극으로달하는이국의여행지에서,달궈진호기심만큼이나설렘을극대화하는하룻밤의사랑〈비포선라이즈〉,사랑의끝과끝,사랑이삶의전부인〈베티블루37‘2〉,의욕없는삶에서사랑을꿈꾸게하는〈만추〉,그리고에이미와인하우스,반고흐,에디트피아프의재즈와음악,예술에대한사랑까지,저자는’사랑‘이라는이름안에서변주된다양한삶의모습에주목한다.사랑이시작된연인들에게는같이듣는노래가,같이추는춤을위한왈츠곡이,곧사랑이다.오로지사랑밖에모르는’철부지베티‘에게서흘러나오는모든소리는’삶‘이자곧’죽음‘이다.이렇게이미지의화면이어쩌면감추었을지도모를소리의울림을찾아내어사랑을정의하는저자는호주멜버른한가운데서도영화속한여인의노래를,가을내끊임없이듣다결국이렇게영화의이야기로,사랑의이야기로쓸수밖에없음을’늦가을처럼‘쓸쓸하게고백한다.
“시간을녹여내는화면에는언제나그리움이깃들어있다.어쩌면영화는시간을담아내는사각형의그릇인지도모른다.그리고이영화에는대부분의소리가절제되어있다.말하지않고,부르지않고,들리지않지만그래서관객의마음은그들에게더가까이다가간다.”_늦은가을의이야기,〈만추〉를들으며
take1,사랑하거나
‘타인을엿듣는건은밀하고도신비로운일이다’
사랑하는순간,우리의온몸은사랑하는대상을향한다.눈과귀,마음이.그사랑은타인의삶에대한이해로나아가거나,혹은소유하려는욕심으로변질되기도한다.〈퐁네프의연인들〉의미셸과알렉스,〈아이즈와이드셧〉의부부,〈박쥐〉의상현은이둘의줄타기에서아슬아슬하다.그불안함은첼로의선율로,탱고로,트로트로음악에실려증폭되어전달된다.반면,누군가를감시하는자에서지키려는자로바뀌는〈선한사람들의소나타〉속비밀경찰,한때의사랑이현실을침범해균열을내지않도록서로를바라봐주는〈쉘부르의우산〉의연인,죽음을앞둔아내의외도상대에게그녀의마지막을함께해달라고부탁하는〈디센던트〉의주인공은사랑이‘사랑하는사람의삶에대한이해’임을들여다보게한다.그곳에는눈물을흘리게하는소나타가,보드라운샹송이,하와이의바람을담은알로하의노래가함께한다.
사랑이어느모습으로향하건,저자는그모든것이다사랑이라는것을,영화를빌려소설처럼들려준다.그리고조용히전한다.사랑의기억을지운다음날,‘자동차문이닫히는소리,시동이걸리는겨울아침의메마른소리로지끈한머리를부여잡고깨어나는’〈이터널선샤인〉의조엘이향하는곳은지워내버린사랑이있던곳이라는것을.잊어버렸으나아직잃어버리지않은유일한그사랑으로향한다는것을.몸이뒤바뀐소년과소녀가서로의이름을묻고,부르고,기억하는〈너의이름은.〉속마츠하와타키의그리움도‘티없는마음의영원한햇살’,바로‘사랑’의다른이름이라는것을.그리고이런사랑을들여다보게해주고,사랑을꿈꾸는길로인도해준사람은,바로엔니오모리꼬네였음을.
“‘너’와‘나’의거리를좁히는첫번째방법은이름을묻는것이다.두번째방법은이름을부르는것이며,세번째는기억하는것이다.서로의이름을묻고,부르고,기억하는일보다더아름다운순간이있었던가.”_간절히부르는이름,〈너의이름은.〉을들으며
take2,고독하거나
‘고독을살피기위해선고독하지않은순간이필요하다’
사랑에는사랑으로타오르는‘끓는점’이있다면,사랑이사라지거나메아리로돌아오지않을때생의모든것을쓸쓸하게만드는고독이라는‘어는점’이있다.그것이연인과의사랑이든,삶에대한사랑이든,예술에대한사랑이든.‘문제없어요’의가수김일두와〈그녀에게〉의두주인공은실패한사랑이주는고독에,〈토니타키타니〉의토니와〈데몰리션〉의데이비스는행복했던삶을빼앗긴후의고독에,〈본투비블루〉의쳇베이커와〈아비정전〉의아비는스며들지못하는삶으로부터의고독에휘청인다.그마음은삶을‘사랑과죽음’으로경계를가르려는가사로,영혼까지고독에푹전듯한재즈연주로,소리없는발걸음으로,침묵으로도드라진다.그소리를듣게하는저자는이러한고독또한사랑의다른모습임을이야기한다.그렇기에비뚤어진욕망의리플리도,천국의문앞에서노크를하며죽음을앞둔마틴과루디도,삶의고독,즉삶에대한사랑의다른모습속에있는거라고.그고독은바흐,베토벤,차이코프스키부터찰리파커,마일스데이비스,디지길레스피까지풍성하지만혼란스러운음악이대신하며,이는고독이라는정체가고독하지않은순간이있어야비로소가능하기때문이라고.
“최후에서야떠올리는그리움의감정으로영화는처음부터다시시작한다.발자국,라이터,병뚜껑,동전,선풍기의덜덜거리는팬…….과장되어들려오는주관적인소리들은아비에의해재생된기억의울림,혹은고독의몽상이다.”_그리고세상은이토록고독하다,〈아비정전〉을들으며
사각형의프레임안으로모든시간을현재로불러오는마법같은영화,그안에서살아움직이는,음악을포함한다양한소리들.그안에서저자는‘사랑’에관한이야기를뜨겁게,또는쓸쓸하게이야기한다.사랑앞에서두번깨어나는,‘듣기적체험’을선사한다.
늦은가을,사랑에대한소리로서음악을따라갈수있도록,부록에이책에서소개한영화음악목록과저자가뽑은‘내인생의영화음악100’곡을테마별로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