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차원 놀이터 (임창연 시집)

사차원 놀이터 (임창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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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경남 창원에서 활동 중인 임창연 시인이 창연기획시선 시리즈 열세 번째 시집 『사차원 놀이터』를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1부에는 ‘바다의 꽃’ 외 9편의 시, 2부에는 ‘전지전능·2’ 외 9편의 시, 3부에는 ‘비밀번호’ 외 9편의 시, 4부에는 ‘시루봉 얼레지꽃’ 외 9편의 시 등 총 40편의 시와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교수의 시집 해설 ‘존재론적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역동적 꿈의 세계’가 실려 있다.
저자

임창연

약력

1978년고등학교시절학생중앙문단에고박두진선생께시2회추천
1998년무크지〈매혹〉으로시등단,2013년〈시선〉으로시등단
2015년〈한비문학〉으로문학평론등단
디카시집『화양연화』,시집『한외로움다가와마음을흔들면』
『아주특별한선물』『꽃꿈』『아버지뿔났다』『사차원놀이터』
현재한국문인협회,경남시인협회,민들레문학회회원,경남문인협회이사,
마산문인협회부회장,붓꽃문학회회장,창연출판사대표.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바다의꽃
시인
프로파간다
말의지문
목욕탕
전설·2
물고기의하루
피터팬증후군
사랑의기억
악의꽃

제2부
전지전능·2
여탕의추억
배롱나무는오래도록꽃을피운다
여름이온다고하자
가포수리봉해변
생목生目
여름을떠나보내며
문장의살해
푸른하늘은하수
세탁소주씨

제3부
비밀번호
아버지
죽음은날래다
주남도서관
젓가락을놓다
영암사지전설
말의칼
오영수문학관
사차원놀이터
인사법

제4부
시루봉얼레지꽃
사랑은늘시간에게백기를든다
문신미술관
해동解冬
임화를생각함
내발끝에사는이여
협잡의시대
바보들의행진
도둑놈우화
민주라는이름으로
첫눈을기다리며

■시집해설
존재론적도약을가능하게하는역동적꿈의세계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국문과교수)

출판사 서평

존재론적도약을가능하게하는역동적꿈의세계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국문과교수)

1.삶의비전을새롭게창출하는경험적방법론

임창연의신작시집『사차원놀이터』(창연출판사,2022)는시인자신이오랜시간겪어온삶의경험에대한스스럼없는고백과새로운삶을설계하려는서정적개진의지가결속된은은한내면의화첩(畫帖)이다.시인은“문자는일차원의종이에쓰지만문장자체는삼차원과사차원을오간다.”(「시인의말」)라고하면서자신의언어가여러차원에서생성되고구축되어왔음을암시하고있다.오랫동안축적해온기억과그것을성찰로끌어올리는의지사이에서그의시는발원해온것이다.그연장선상에서완성된이번시집은‘시(詩)’라는언어적구성물에대한외경과신뢰를실어보여주는예술적기록이기도한데,이는서정시가구현하는시간예술로서의속성을충족하면서시인자신의존재론적기원과궁극을유추하게끔해주는유력한형질로기능하고있다.그만큼임창연시인의필치는서정시가쌓아온핵심기율로서의기억을진솔하게반영하면서망각된가치들을복원해가는과정에심혈을기울여간다.그는삶의비전을새롭게창출하는경험적방법론으로서시를써가는것이다.

2.오랜시쓰기의기율과시인으로서의존재론

원래풍경묘사의본질은산뜻하고선명한대상재현과정에있을것이다.그러나서정시는사물의순수한외관을사실적으로묘사하는데본령을두지않고,시인자신의삶과정신을적극적으로매개하여풍경을선택적으로변형함으로써그안에새로운존재론을투영하는데힘을기울이게된다.서정시가근원적으로일인칭고백의속성을널리견지하고있기때문일것이다.그만큼서정시는시인스스로의고유한시선과필치를통해풍경을묘사하면서도그안에서삶의다양한육체를발견하는과정을담게마련이다.이때시가담아내는풍경은사실적외관과함께시인의해석이개입된형상을띨수밖에없다.사물과풍경을적극적으로외화(外化)하는과정에서임창연의시는풍경이내면과의접면(interface)을통해드러나는것임을확연하게보여준다.이른바‘은유로서의풍경’이펼쳐지는것이다.그래서그의시에서풍경은내면과유추적등가성을띠면서펼쳐지고,그안에는시인자신이지향하는삶의가치랄까페이소스랄까하는것이형상적으로담겨있다고해도좋을것이다.다음작품을먼저읽어보도록하자.

윤슬은바다의꽃
찰나로피었다지는꽃
바다의들판에태양이피워내는꽃

가끔은숭어가
빛으로피워낸꽃을따먹으려솟구치고
떨어지면더많은윤슬꽃이피어난다

바람도덩달아꽃빛을드넓게피우고
바다를가르며지나던뱃전에도
수많은꽃들이피어난다

아무도보지않는바다위
수억송이의꽃빛으로
찬란한하루가피고진다
-「바다의꽃」전문

임창연시인은바다의외관이파생해가는은유적성격을시안쪽으로끌어들이고있다.두루알다시피‘윤슬’은달빛이나햇빛에비쳐반짝이는잔물결을말하는데,그것을일러시인은찰나에피었다지는“바다의꽃”이라고명명한다.윤슬은바다라는들판에태양이피워낸꽃인것이다.그렇게순간의빛으로자신의존재를드러냈다가사라져가는윤슬을가끔씩바다의식솔들이따먹으려고솟구쳤다가떨어지면바다위에는역설적으로더욱많은꽃들이피어난다.그렇게수많은꽃들이피고이울어갈때시인은“아무도보지않는바다위/수억송이의꽃빛”이야말로“찬란한하루”를피고지게하는미학적원천임을노래한다.그렇게“바다의꽃”은시인이열망하는예술적함의를띤채바다위로천천히번져간다.이처럼임창연의미학적시선은“문득내마음에남겨질물방울자국들”(「생목生目」)처럼“태양이영원하듯이당신의가슴속에서/꺼지지않는불로남아”(「사랑의기억」화양연화·3」)있을문양을발견하고채록하고있다.아름다운예술적의장(意匠)이아닐수없다.

시인은세상의비밀을들려주는자
별들의노래를받아적고
바다의눈물을보는자

시인은곡비노릇을하는자
로드킬당한짐승에마음아파하고
억울한사람의죽음에잠못들고우는자

시인은신의대언자
꽃잎속에서우주의소리를듣고
나무에서바람의목소리를듣는자
-「시인」전문

그러니자연스럽게‘시인’이라는존재는“세상의비밀을들려주는자”로규정될수밖에없을것이다.“별들의노래”나“바다의눈물”은시인의몸과마음에차례차례새겨지고들어앉게된다.그것을받아적고바라볼수있는‘견자(見者,Voyant)’가말하자면‘시인’이다.그리고시인의존재론은‘곡비(哭婢)’와도같아누군가를위해아파하고잠못들고울어주는역할을하게된다.“로드킬당한짐승”처럼억울하게죽어간이들의불행에흔연하게동참하는‘시인’은결국“신의대언자”로몸을바꾸고,바다위에서윤슬꽃을발견하듯이,“꽃잎속에서우주의소리”를듣거나“나무에서바람의목소리”를들을수있게되지않는가.그렇게임창연의내면에서‘시인’이란“눈으로처음보고가슴두근거렸던기억”(「시루봉얼레지꽃」)을통해오래고도빛나는결정(結晶)으로서예술적각인을수행하는자로비상하게된것이다.
이처럼임창연시인은풍경과내면의접점을통해시쓰기의기율과시인으로서의존재론을깊이사유해간다.서정시가시인스스로겪어온시간에대한경험형식으로씌어지는양식이라는점에서이러한그의지속성은이채롭고값진것이아닐수없다.서정시가시간에대한경험적재구성의양식이라고할때,풍경과내면의결속을통해새로운차원에가닿는과정을그는환하게보여준다.그래서우리는임창연의시를읽으면서‘바다의꽃’과‘신의대언자’를만나게되고폐허의시대를훌쩍건너갈수있게된다.그의시에담긴시간의심층에몸을기대면서한세상을상상적으로견뎌가는것이다.그점에서임창연은오랜시간을순간적으로발화하면서이불모의시대를견디게해주는귀한시인이라고해야할것이다.

3.시대의단면을드러내고치유해가는상상력

아닌게아니라‘시인’이란현실에서는불가능한존재전환을하염없이꿈꾸는존재일것이다.‘시인’은일상현실을벗어나전혀새로운곳으로상상적이동을꾀하기도하는데,그때이루어지는경험이야말로세계를향한한없는원심력을띠다가다시자신으로돌아오는구심력을견지하게마련이다.임창연시인은이러한서정시의확장성과회귀성을동시에치러가는미학적장인(匠人)이다.그래서그의목소리는시종바깥쪽에대한가열한탐구의지와안쪽에대한내밀한발견의감각을우리에게건네고있다할것이다.

중국의어느깊은골짜기에사는
소수민족의인사말은
“어느산에가십니까”이다
길을잃고돌아오지않으면
그산으로찾으러갈수있기때문이다

전화를받으면인사말로
“식사는하셨습니까”라고묻는사람이있다
끼니를거르지말고건강을잘챙기란말이겠다

돌아가신어머니는출근할때
“차조심해라”라고늘말씀하셨다
퇴근할때쯤이면늘베란다에서계셨다

가끔노을지는하늘을보며
마음속으로인사를한다
“어머니,거기서는아프지않으시지요”
-「인사법」전문

이따뜻한작품에나타난‘인사법’은‘시법(詩法)’이기도하고‘인생론’이기도할것이다.중국어느소수민족의인사법은삶과죽음의갈림길에서누군가를찾아야했던오랜지혜가모아진것이다.누군가가떠나는“어느산”은깊은골짜기에서살아간그들의삶터이자길을잃으면돌아오지못하는절애(絶崖)이기도했을것이기때문이다.그렇게모든인사법에는한공동체의습속과지혜가담기게되는데,가령식사하셨느냐는인사에는건강잘챙기라는권면이담겨있고,“차조심해라”하고당부하는말씀에는자식걱정을하는어머니의마음이배어있다.이제는돌아가신어머니를향해시인이마음속으로건네는인사법은아프시지말라는것이다.그렇게시인이들려주는인사법은“죽음이기억을지울때까지/영원히숨쉬고있을”(「사랑의기억」화양연화·3」)어떤간절함과고마움을안고있다할것이다.

아침마다주씨는일찍일어나
골판지박스를가게앞에쌓는다

먼저세탁소를하던손씨는
아들사업에집을담보잡혔다가
가게를보증금까지털리고세탁소를닫았다

여전히세탁이라고달린보조간판하나
아직도그이름은유효한듯
주씨는리어카로종이박스들을날라온다

뒷골목에위치한가게가임대가안돼
자신이손수버려진박스를하나둘
모으기시작했다
우크라이나전쟁덕에종이값은세배가올라
주씨는더부지런히종이박스를나른다

인류의핏값이종이값을올리는
모순된경제학
나비효과로주씨는요즘살만하다
-「세탁소주씨」전문

이작품은세탁소에서일하는누군가를향한관찰의결실이다.그런데주인공‘세탁소주씨’는언제나아침일찍부터골판지박스를가게앞에쌓는일을반복한다.먼저세탁소를운영하던이가문을닫고나서세탁소를맡았을그는세탁이라고쓰인간판을그대로둔채리어카로종이박스들을날라오는일에열중한다.그런데그는뒷골목가게가임대가안되어하는수없이시작한박스모으기덕에살만해졌다.우크라이나전쟁여파로종이값이오른탓이다.이를두고시인은“인류의핏값이종이값을올리는/모순된경제학”이라고일갈한다.비록그나비효과로살만해진‘세탁소주씨’의이야기가작품배면(背面)을이루고있지만,시인으로서는전쟁이가져온희유(稀有)의파생효과를반어적으로담아냄으로써시대의반영체로서의시를쓴것이다.“어떤사람이하는말은지문”(「말의지문」)이되기도하는것처럼,이작품은감염병과전쟁이겹쳐진우리시대의불구적초상으로손색이없다.
말할것도없이,누군가를향한애정어린관찰과관심은서정시의가장중요한자산이다.그형상은가장사사로운맥락으로부터공공적흐름에이르기까지우리주위에편재적으로존재한다.감각적표현으로부터사회적호소에이르기까지그관찰과관심은폭넓게걸쳐있는것이다.이러한다양한언어를임창연시인은그만의단정하고도결기있는시법으로노래해간다.우리는그의시가삶의축도(縮圖)로서‘인사법’이나‘나비효과’를담아낸형상을바라보게된다.말하자면우리사회의고통을드러내고치유하는쪽으로그의시가정향되어있음을알게되는것이다.그래서우리는우리시대의단면을드러내고치유해가는상상력을그의시에서일관되게간취할수있을것이다.

4.언어를단련하고조율하면서성숙해가는과정

나아가우리는임창연시인이견지하는‘시’에대한강렬한자의식을두고두고기릴수있다.그의시는시간예술로서의면모를충실하게견지하는범례에해당하는데,앞에서도강조한이러한시의속성은과거로부터절연된현재가아니라과거와미래를동시에포괄하는‘충만한현재형’에본질을두고있을것이다.과거를되살리면서도미래를함께암시하는현재형을통해임창연은지나간것들의흔적을생생하게복원하면서‘오래된미래’를꿈꾼다.이때강렬한기억은현재에대한우회적비판이되고미래적비전은복원의형식을통해현현하게된다.이러한상상적복원과탈환과정을수행하면서임창연은자신의몸과마음을되돌아보는성찰자세를줄곧유지해간다.그리고시인으로서의자의식이그러한과정을균형있게수행하게끔하는원천이되어주고있다.

물에젖어야만읽히는경전이있었다억겁의시간동안빛나는달빛아래,오천년된우물에서물을길어벼루에먹을갈아,천년된여우꼬리붓으로한자한자써내려가며,수정동굴에서죽을때까지책만만들었다소문만무성했고정작서책을본사람은없었다글을쓰는동안피를흘린고기는먹지않고,풀도뿌리째먹으며잘말린곡식만먹었다그의생각을적은것도아니었고,이제껏세상사람들은본적없는문장들이었다서책이완성되자그는그것을가슴에품고,동굴을나와책을가진채우물로뛰어들었다우물은폐쇄되고입구는돌로메워졌다그이후보름달이뜨는밤이면우물곁을지나던사람들이무언가의울음소리를듣기도했다고한다서책을만든사람은죽었고본사람은없으니내용도알수가없었다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