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은 노래 (이정숙 시조집 | 양장본 Hardcover)

홀로 남은 노래 (이정숙 시조집 |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마산문인협회에서 활동 중인 이정숙 시조시인이 창연시선 시리즈 스무 번째 시조집 『홀로 남은 노래』를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1부에는 ‘장사도’ 외 15편의 시조, 2부에는 ‘홀로 남은 노래’ 외 13편의 시조, 3부에는 ‘상족암에 핀 소금꽃’ 외 15편의 시조, 4부에는 ‘사라진 나루터’ 외 14편의 시조 등 총 61편의 시조와 정용국 시인의 시조집 해설 ‘담박한 시어가 피워 낸 무미의 시학’가 실려 있다.
저자

이정숙

시조시인

부산출생.
가야대학교사회복지학과졸업.
《한맥문학》등단,시와늪문학회창립회장및발행인역임.
한국문인협회,경남문인협회,마산문인협회,한국시조시인협회,
경남시조시인협회,경남현대불교문인협회회원.
디카시집『바람이불면피는꽃』
시조집『홀로남은노래』

목차

□시인의말

1부
013장사도
014상사화
015달팽이
016돝섬
017세월
018금강산세존봉
019진달래꽃
020낙동강역
021무학산
022억새
023별
024백련
025침향
026자장매화
027설렘
028신발

2부
031홀로남은노래
032만날고개
033조개나물
034갈대
035선
036가시연꽃
037지리산을오르다
038향유
039끊어진길
040비상
041해금강
042석양
043주남저수지
044스마트폰

3부
047상족암에핀소금꽃
048원동역
049바람이어라
050아귀찜
051들국화
052향기를품다
053지심도
054허수아비
055허수아비·2
056인애원에서
057자벌레
058풀꽃
059시간
060오월
061케이블카
062민들레

4부
065사라진나루터
066흔적
067다솔사
068길
069제비
070폐선
071루브르박물관
072동백
073강
074생명
075좀바위솔
076첫눈
077설날
078설앵초
079동래역에서

■시조집해설
담박한시어가피워낸무미의시학
-정용국시인

출판사 서평

이정숙의시조는여백으로가득채워진동양화와같아서담박하다.음식으로치자면느끼하지않고간도약해서무슨맛인지알아채기어려운무미의지경에가깝다.여기에서무미는맛이없다는것이아니라깊은맛을느끼는데조금시간이필요하다는뜻이다.어떤작품에는자신의감정을조금도넣지않고주변의풍광이나작은움직임을끌어들여서조촐한상을차리는데그것만으로도독자는시의배경과세태나분위기를아주천천히읽고감흥하게되는것이다.마치남의이야기를하듯시치미를뚝떼며건성건성주워담은것같은장면들이모여따듯하고오붓한삶의이야기를펼쳐나간다.시인이자신의감정을감추기는참어려운일이지만작품안에서열정을토로하는것또한아주위험한일이다.더구나율격을지키며응집을통하여최소한의뼈대로깊고간결한표현을지향하는시조에있어서는더욱그렇다.재료본연의맛을살리기위해과다한조미료나향신료를자제하려는격조높은음식이바로시조라고한다면이정숙의행보는바람직하다고할수있다.

-정용국시인


[시조집해설]

담박한시어가피워낸무미의시학
-이정숙의『홀로남은노래』

정용국시인


1.들어가며

시에는시인이걸어온굳건한발자취와구비마다얼룩진생의신산함이오롯이스며있다.작품속에아무리화자를앞세우고시점을바꿔가며객관의힘을빌려서표현했다고하더라도자신을감추고넘어서기란지극히어려운작업이다.누구의인생이던지결국은장삼이사의삶이요고난의바다를건너기위한지독한몸부림인것을생각하면모두소중하고각별한기억이아닐수없다.생에있어서달콤하고평안한시간은늘잠깐이고끝없이부과되는마찰과문제의연속이라고보아야한다.한구비를지나면새로운언덕이나타나고또애써그것을넘으면더크고무거운짐들이줄줄이놓여있는것이인생의외로운길이다.의학의발전과복지의개선등으로인간의생명은점점늘어나는추세이고이제백세인생시대에진입하면서퇴직이후로길어진노년의시간은단순한생명연장의덤으로온시간이아니라제2의청춘을엮어가는소중한기회로변신하였다.직장과가정에헌신하느라즐기지못했던생의이면을여유롭게펼쳐가는게작금의현실인데그래서60세청춘은경륜과적당한경제력까지갖춘문화아이템으로거듭나고있다.여기새청춘의눈으로느끼고되돌아본이정숙의시조집『홀로남은노래』를살펴보기로하자.

이정숙의시조는여백으로가득채워진동양화와같아서담박하다.음식으로치자면느끼하지않고간도약해서무슨맛인지알아채기어려운무미의지경에가깝다.여기에서무미는맛이없다는것이아니라깊은맛을느끼는데조금시간이필요하다는뜻이다.어떤작품에는자신의감정을조금도넣지않고주변의풍광이나작은움직임을끌어들여서조촐한상을차리는데그것만으로도독자는시의배경과세태나분위기를아주천천히읽고감흥하게되는것이다.마치남의이야기를하듯시치미를뚝떼며건성건성주워담은것같은장면들이모여따듯하고오붓한삶의이야기를펼쳐나간다.시인이자신의감정을감추기는참어려운일이지만작품안에서열정을토로하는것또한아주위험한일이다.더구나율격을지키며응집을통하여최소한의뼈대로깊고간결한표현을지향하는시조에있어서는더욱그렇다.재료본연의맛을살리기위해과다한조미료나향신료를자제하려는격조높은음식이바로시조라고한다면이정숙의행보는바람직하다고할수있다.


2.시가된풍경,풍경의경고

텅빈교실에는

먼지만쌓여가니

바람이종을친다

바다에섬하나

햇살만홀로받는데

동백꽃툭,떨어진다
-「장사도」전문

음식으로치자면흰죽이고그림으로보자면온통여백으로채워진휑한공간이여유로운수묵화라고해야겠다.“텅빈교실,종,섬,동백꽃”이일상처럼변함없이놓여있다.언뜻불친절하다는생각이들수도있다.이게뭐지?시제가“장사도”니까우선섬을검색해볼일이다.인터넷공간에는온통장사도해상공원여행광고로도배가되어있다.그리고무인도가된섬에는공연장과미술관,식물원등여행목적으로지어진시설로가득하다.사람이살지않는섬이라학교는폐교되었고「죽도국민학교장사도분교」의옛표지판과거미줄이진을치고있는자물쇠가채워진교실문도사진한장으로남아있다.그리고다시작품으로돌아와한번더시를읽어본다.한때십여명의사람들이물고기를잡고양식을하며섬에서살았다.그래서분교도세워졌지만주민은모두떠나가고학교는폐교가되었다.여기까지가시에그려진그림이다.

뱀처럼기다랗게생긴장사도의문제만이아니고농어촌이통째로무너지고사람이살지않는폐허로변해가는참담한우리나라의현실이시에숨어있다.통계에의하면전국의군단위에서이십년내에사라질위험에놓인곳이한두군데가아니라는것을알수있다.농어촌이무너지면우리의먹거리는어찌될것이며그리하여수입농산물에의존하여살다가국제관계가악화되는순간식량이무기로변하여우리의목줄을조여올것은당연한결과라는상식을유추할수있다.이렇게점차소멸되고있는지방의현실을짧은단수에서말하고있는것이다.끝까지섬에남기를바랐던80세고령의할머니들은출산율이0.81밖에안되고노인이인구의절반을차지하는심각한우리나라의문제를경고해주고있다.섬을찾는등산객들을위해멋지게차려놓은동백꽃길은사진으로만보아도아름다웠으나“동백꽃툭,떨어진다”로마무리한시속의장사도는한없이외로워보였다.주민이살지않는기형으로변해가는농어촌의현실을경고하려고“바람이종을”치고있는것은아닐까.단시조한수안에무너져가는우리사회의절망이담담하게그려져있다.


3.홀로가다홀로남는노래

1987년서정윤시인이펴낸시집『홀로서기』는300만부가팔리면서한때세간의주목을받았다.주로성인이되기직전의나이에있었던고등학생들의관심이이시를유명하게만들었던것으로기억한다.여기에서“홀로”라는의미는‘혼자라서외로운’이라기보다는‘당당하게혼자서’라는뉘앙스에가까웠다.또는이두개념이겹쳐지면서성인이되어가는청소년기의과정을‘발전과완성’의의미로확장시켰다고생각된다.그런데성인이되고가정을이루어살때는‘홀로’라는개념을떠나서살다가노년에이르면다시‘홀로’라는의미는새롭게다가온다.다키운자식이부모의품을떠나가고부부의인연도자연법에의하여이별을해야할때가바로이시기인것이다.

제망매가읽던밤문득다시떠오르는
영취산단풍에기댄그의잠을생각한다
바람이꿈꾸던이슬털면서떠나가고

그가가고나는가슴에뻐꾹새를길렀다
때가되면한소절슬픔을읽어주는
그새를나는아직도벽속에가둬놓았다
-「홀로남은노래」전문

“그”는누구일까?“제망매가를읽던밤”이라면죽은누이일수도있겠고아니면연인이거나배우자일지도모른다.어쨌든사랑하는중요한사람인것은틀림없는데그가“떠나가고”없다.“영취산단풍에기댄그의잠”은상당히추상에휩싸여있어서유추하기가쉽지않다.‘영취산’은전국에여러군데에있는지명인데혹시그가죽어묻힌곳일수도있겠다.여러궁금증이풀리지않는가운데“그가가고나는가슴에뻐꾹새를길렀다”라는조금은유행가가사같은둘째수초장이등장하고그‘뻐꾹새’는“슬픔을읽어주는”풍부한상징을유발하고있다.즉‘그가’‘뻐꾹새’로환치되었고그러고보면‘슬픔’은‘그가’가져다주는정서의산물이라고볼수있다.하지만“그새를나는아직도벽속에가둬놓았다”라고고백하면서‘슬픔’또한스스로선택한것이라는사실을알게된다.그리하여“홀로남은노래”는떠나간그를화자가잊지못하는극한상황이라고단정할수있다.

시인이표제작으로올린이작품은여러가지상황이혼재하는추상화를보는듯한느낌이강하게든다.‘홀로남았다’고하지만역설로‘스스로잊지못하고남겨둔’어떤강력한원인이내재하는추상성을지닌시라고할수있다.마치아무간이되지않은설렁탕한그릇이놓여있고후추,고춧가루,파등은독자의구미에맞춰알아서더넣어먹는선택형작품으로보면어떨까싶다.그러나작가가던져놓은이별에감응하는간절하고도그윽한이미지의힘이강해서독자누구라도추가양념을쉽사리더하기는어렵다.‘홀로숨겨둔노래’를찾아서오래된비밀의성문을열고들어가는듯한궁금증을증폭시키는작품이다.

갈매기물고오는선착장뱃머리에
만선의꿈을찾아파도와앉아있는
빠알간등대하나만점호등깜빡이네

아저씨가슴은노을되어넘어가고
방향을잃어버린비릿한고등어가
붉게탄구공탄위에구워지고있구나
-「폐선」전문

홀로오랜시간을기다리다“폐선”이되었을것이다.“갈매기물고오는선착장”에서부러운마음만가득한채“만선의꿈”도포기한굴욕의시간은고통그자체였으리라.“점호등깜빡”일때는힘차게고동을울리며바다로나아가고싶은적이얼마나많았을까.그러나“아저씨가슴은노을되어넘어가고”말았으니주인이포기한‘나’는폐선이되고말았겠다.근심가득한‘아저씨’는술로허전함을달래려고“고등어”를굽고있다.그러나고등어마저도“방향을잃어버린”형편이었으니폐선과주인의심사가고스란히드러나는구절이다.배나사람이방향을잃어버린다는것은곧죽음을의미할만큼중요한결점이다.선착장이바라보이는허름한선창가에서“붉게탄구공탄위에”안줏감으로고등어를굽고있는아저씨의굽은등허리가아슬하게보인다.더군다나‘홀로’누워있는‘폐선’이저만큼내다보이는선창의분위기는쓸쓸하기그지없다.폐선과고등어가모두‘방향을잃어버“리고노을이내려앉는선착장의애처로운풍광이생의아릿하고까칠한장면을명징하게보여주고있다.배와사람은’홀로‘있어서는안되는것인가보다.


4.기적은멀어도꽃은피고

이정숙은부산에서태어나교육을받고줄곧경남지역에서활동하고있다.시조집에상재한작품들에도「낙동강역」「주남저수지」「지심도」등의소재로채워진것을볼수있다.경남지역은전국을통틀어시조문학이지속하여명맥을잇고발전한곳으로주목받고있다.인간은누구나태어나성장한지역의자연과환경등에지대한영향을받으며자신의정신과품격을완성하는것을볼때이십년이상의시간을시조에정진하고있는이정숙의시력은자연스러운환경의흐름그연장선상에있다고보여진다.부산과경남지역은대체로별도의조직과문학단체로구성되어있지만서울의수도권과유사하게두지역이쉽게소통하며혼재하고발전하는양상을볼수있듯이시조집의소재들도부산과경남의여러곳을배경으로삼고있다.

아버지갈꽃덮고포근히잠드셨나요
아침일찍동구밖나서시다가
고개를떨구고섰던아버지모습

이세상없는웃음하나허허로이
가을햇살로젖은옷말리시던아버지
이제는잠들어계신그곳은멀기만한데

바람살이차고도깊지는않으시나요
조석으로들리던밭은기침소리
지금은들을수없고아련하기만합니다

금정산고향길넘어서동래역이
녹슨레일위로한조각구름이흘러
기적은멀고아득한소리로들려옵니다
-「동래역에서」전문

동래와금정산은부산의대표적인지명이다.노년이되어고향의거리를돌아보면온통추억과한이스며든장소로가득할것이다.곳곳에서부모님의발자취를읽을수있고어려서이해할수없던일들도이제감이잡힌다.나이가들어부모님이감당해야했던곤란한지경이어렴풋이이해의문을넘어설때주체하기어려운감정의소용돌이에휩싸일때도많았겠다.한때원망스럽기만했던“고개를떨구고섰던아버지모습”에서눈물이배어나고“젖은옷말리시던”모습과“밭은기침소리”는애처롭고가슴이메어질듯한기억으로되돌아왔을것이다.이렇게누구나어른이되어가고“동래역”“녹슨레일위로한조각구름이흘러”세월의무상함을연출하고있다.화자의눈에보이는모든사물과기억이‘아버지’에게로집중되면서“기적은멀고아득한소리로들려”오는환청이독자를멍멍하게만든다.앵초한송이피는일도바람과해와빗줄기가어우러지지않으면불가능한자연의섭리라는것을“갈꽃덮고포근히잠드”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