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거울 (박숙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오동나무 거울 (박숙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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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경남 창원에서 활동 중인 박숙희 시인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육성지원사업을 받아 창연기획시선 시리즈 열네 번째 시집 『오동나무 거울』을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1부에는 ‘빈방, 히스테리아’ 외 14편의 시, 2부에는 ‘오월의 신부’ 외 15편의 시, 3부에는 ‘빗장 잠그는 날’ 외 14편의 시, 4부에는 ‘바람이 부는 이유’ 외 13편의 시 등 총 60편의 시와 박윤배 시인의 시집 해설 ‘생과 사의 경계에서 감응한 시혼의 기도’가 실려 있다.
저자

박숙희

박숙희 시인은 창원 출생으로 창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했다. 1997년 《경기일보》로 시 등단을 했으며, 2022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창원대문학상 수상, 경남은행 여성백일장 장원, 경기도백일장 우수상, 하동토지백일장 장원 등 다수 수상을 하였다. 시집으로 『시간 속에 박물관 하나 그려 놓았다』 『오동나무 거울』 이 있다. 현재 경남문인협회, 마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목차

1부
빈방, 히스테리아
마티네의 가을바다
붉은 우체통이 없다
푸른 물고기
엄지공주처럼
칠월
소리를 달아 둔다
호스피스
세상의 바깥
본포의 가을·1
본포의 가을·2
귀현리에서
연못
자운영·2
야경

2부
오월의 신부
도라지꽃·1
그녀의 뜰
고백
시 찾아오는 길 푯말을 세운다
젖무늬거울
램프가 켜진다
세월
용지호수의 밤
달빛 고향
남해에서
이름이 붙은 전설
고양이가 쥐를 잡는 이유
잠들지 않는 이유
여행수첩·2
詩가 있는 알코올 도수

3부
빗장 잠그는 날
시인
어머니
탱자나무 가시 웃고 있던 날
침범
혼불로 핀다
그림자 반죽
어두워졌다
통증 서랍
도라지꽃·2
그녀는 말하려 한다
머리를 감아올린 후
우동 한 그릇 비우는 사랑
내 사랑은
詩, 그 이후 바람에 닿다

4부
바람이 부는 이유
서어나무와 목단
세탁기
수선화
자화상·2
자화상·3
오동나무 거울·1
오동나무 거울·2
오동나무 거울·3
오동나무 거울·4
오동나무 거울·5
오동나무 거울·6
오동나무 거울·7
오동나무 거울·8

■시집 해설
생과 사의 경계에서 감응한 시혼의 기도
- 박윤배 시인

출판사 서평

박숙희 시인의 시에는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울컥함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진솔하다는 말과 절실하다는 말이 아마도 그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그의 시 속에는 고통 뒤에 얻는 순도 높은 사랑의 힘이 충만하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들은 아프지만 긍정적이다. 나보다 힘든 장애우들의 애환과 그런 애환에 다가가서 함께하는 박애의 사랑이 들어있다. 그가 몸 안에서 키우는 것은 병이 아니라 어쩌면 누군가에게 그늘을 주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들은 모두 길에서 나서 길로 돌아가는 생의 흔적이다. 박숙희 시인에게 이 시집은 알약이 되고, 박숙희 시인의 『오동나무 거울』을 눈으로 마음으로 읽은 독자들은 이 시집이 희망의 손거울이 되기를 나는 기원한다.

- 박윤배 시인

[시집 해설]

생과 사의 경계에서 감응한 시혼의 기도

박윤배 (시인)

1.
시인은 아파서 시를 쓴다. 즐거움이 커도 시를 쓴다. 동시에 놀라운 감탄 뒤에 그 감동을 기록하고 싶어서도 시를 쓴다. 모르던 지식을 알게 되어서도 시를 쓴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늘 변화무쌍하며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은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각종 자연의 재난이 그러하고 인간의 우매함으로 저지른 많은 일에 의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생겨난다. 작은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에도 지구 반대편에는 태풍이 동반한 쓰나미가 도시를 삼켜버리는 것처럼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시인의 생각 하나가 우주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시집을 상재하면서 해설을 부탁한 박숙희 시인의 시들 또한 책으로 묶여 발표되면 독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만난 독자는 그 이해의 폭이 다양하고, 감동의 정도 또한 천차만별일 것이다. 이러한 독자들 앞에 시인이 시를 묶어 책으로 낸다는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일이기도 하다. 자신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요즘 독자보다 시인이 더 많다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많은 문학 잡지에 발표되는 시인 중에는 정말로 시를 잘 쓰는 시인도 많다. 그렇게 잘 쓴 시가 많은 틈새에서 자신의 시는 어떻게 살아남을지 시인은 가끔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잘 쓴 시만이 독자를 감동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번 박숙희 시인의 시를 읽은 솔직한 감정이다. 박숙희 시인에 시를 대하는 내내 나는 가슴이 아팠다. 평소에 잘 울컥하지 않는 냉정한 가슴을 가졌다고 나름 나를 믿었는데, 이게 뭔가? 시가 나를 울컥하게 하다니! 박숙희 시인의 시에는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울컥함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진솔하다는 말과 절실하다는 말이 아마도 그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가 한 편의 시다.’라고 말한 고은 시인의 말 속에서 사는 일의 사소하지만 별것 아닌, 일상의 체험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시들을 최근 내가 써야 할 시라고 생각하던 나는 박숙희 시인의 시 속에 드러난 그의 체험들을 시를 통해 보면서 내가 지금 얼마나 사는 일에 사치스러운가? 안일한 일상을 붙들고 시를 쓰겠다고 끙끙거렸던가? 생과 사를 넘나들 만치 아픈 몸으로 정신을 갈고 닦은 그의 시혼이 빚어낸 언어의 결정체인 그의 시들은 한 편으로서의 완벽하지 않은 시들도 더러는 있다. 이는 조탁의 과정이 힘들기도 했을 그가 와병 중에 쓴 시인 것이고 어떤 성급함까지 읽히고 있어, 오히려 오랜 퇴고의 작업으로 다듬어 빚어낸 시보다도 그가 아팠던 사람임을 먼저 생각하면 더 큰 울림이 되어 여백을 탕탕 친다. 그의 시를 중에서 아팠던 날의 기록을 고스란히 남긴 시들 중 하나를 보자.

꽃잎이 나에게 말을 하기엔
구토를 참아 내기엔
봉분의 사랑을 이야기하기엔

이곳에서 손 뻗어 닿고 싶은 사람
사이에 둔 채석강만큼 저 멀리에 있다

하루를 사랑하는 하루살이가 부러워지는 건
내가 호스피스 병동에 들었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게 엄습해오는 죽음들 앞에서
비상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싸인펜과 물 종이와 내가 함께 번진다

안으로 삼켜진 울음을 다져야한다고
거대한 목선이 무너진다고
지금 지구를 그려 보여
지구를 지금 어디에다 그려 보여

종이에 싸인펜의 물이 스미는
나는 꼭 그만큼의 시간에 잠을 잔다

내가 묶인 이곳은 호스피스 병상
벌린 입속에서 고엽제 증발하는
환자여
떨지 마라

-시 「호스피스」 전문

시인이 이 시 속에서 자신을 기록하고 있는데 ‘호스피스 병동 침대에 묶여 있고, 물이 종이에 싸인펜이 물에 스미는/ 나는 꼭 그만큼의 시간에 잠을 잔다’라고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밀려오는 통증 속에서도 머리맡에 둔 그것은 종이와 싸인펜과 물인데, 무너지는 목선과 안으로 삼켜진 울음 속에서도 시인은 아마도 뭔가를 쓰겠다고 머리맡에 둔 싸인펜을 통해 동그라미 하나 기어이 그리려는 의식의 어떤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그렇게 그려진 동그라미는 자신이 숨 쉬고 있는 지구 윤곽의 모습일 뿐이어도 어떻게든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없는 이런 고통의 현실을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손 뻗어 닿고 싶은 곁의 사람조차 채석강쯤을 사이에 두고 저편에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현실의 한 표현인 것이다. 오죽 갑갑했으면 ‘하루를 사랑하는 하루살이가 부러워지는 건’이라고 시인은 병상의 감정을 기록하고 있겠는가. 위의 시 「호스피스」는 단지 병실의 기록이며 시집의 시들 중 많은 시에서 그러한 고통의 잔재들과 아픔이 전편에 은유로 내재 되어 있다.

2.
아픈 그의 시 속에는 고통 뒤에 얻는 순도 높은 사랑의 힘이 충만하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 들은 아프지만 긍정적이다. 나보다 힘든 장애우들의 애환과 그런 애환에 다가가서 함께하는 박애의 사랑이 들어있다. 그가 몸 안에서키우는 것은 병이아니라 어쩌면 누군가에게 그늘을 주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길 위에서 만나는풍경들은 모두 길에서 나서 길로 돌아가는 생의 흔적이다. 고성군 마암면 삼락리 푸른 횟집을 다녀와서 그는 시 「푸른 물고기」를 썼고, 본포저수지, 창원군 용지리 387번지, 귀현리, 용지호수, 남해, 사량도 등 살아있는 몸이 발로 다녀온 곳을 나름 꼼꼼히 기억하고 그러한 곳에서 얻은 영감을 시로 기록하듯쓰고 있다. 아마도 자신이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지난 시절에 가본 추억의 장소들이 하나씩 소중한 기억의 자산임을 깨달아서 여러 지명이시 속에 등장하는것은 아닐까? 그중 한 편을 보면

누군가 사진을 찍어 하얀 벽에 걸어 놓았다
송미찻집 벽에 걸려 있는
액자 속의 수선화 사진
뭍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나누었던
기억을 담고 있다

누군가 사진을 찍어 놓았어요
등대길의 수선화
길은 저만치 사라지고 등대만 보이네요
시간의 틈 속에서 자라고 있는 등대의 하늘
하늘에는 그대의 산 그림자 그려 두었고
바닷가 물빛 여울목에서 자라고 싶어 하는
하루라는 섬
그늘이란 집을 손에 쥐고
떠나려 하네요

그대 흔적을 남겨두기 위한 파도 소리
길고도 긴 등대 길의 오두막집에서
밤이 내리는 시간
내 젖은 가슴으로 안아도
떠나려 하네요

벽의 손님이었던 나를
구릿빛 거울에 담아서
거울의 그림자에게 보여드릴 때
그대는 조용히
나만의 문에 잠겨 버렸습니다

바람이 불고 간 등 뒤의 자리에 서서
벽의 손님이었던 나를 기억하며
이젠 벽에 걸린 사진액자 속의 수선화
꽃 지는 자리도 아름다워

해를 해로 가려 그늘집 지어 주어야
살아갈 수 있겠니
라고 말하는

- 시 「수선화」 전문

정지선이 없는
활주로에 오른다

구름 위를 오른다

동백꽃 암술이고 싶었다고
그니
그니를 생각하며
시계 초침 움직일 때마다
목화구름
흉터자국을 만들어
하늘 위를 올랐다

자궁 속
활주로에
피어나는 설국

- 시 「여행수첩·2」 전문

여행지의 한곳인 등대가 있는 어느 섬이나 바닷가에 있는 송미찻집에서 액자 속 수선화 사진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만나고 있다. 과거 한때 이곳에 손님으로 왔었던 자신을 흰 벽에 걸린 수선화는 기억하고 있다고 시인은 믿는다. 사실은 변함없는 사진 속 수선화임에도 시인은 감정을 통해서 자신을 기억하길 바라는 그 감정이 얼마나 절실한 가늘 보여주고 있다. 행여나 자신이 병을 앓다가 생을 마감한 후에도 잠시나마 자신의 시선을 붙들었던 한 송이 수선화는 거기서 자신을 기억해 줄 것으로 믿는다. 이렇듯 평범환 사물과 말 걸기는 시인의 독백으로 ‘해를 해로 가려, 그늘집 지어 주어야/ 살아갈 수 있겠니/ 라고 말하는’ 의 차원으로 애틋한 마음을 녹여내고 있다. 이렇듯이 여행은 시인에게 있어서 꿈꾸기의 다름 아니다. 낯설기 그지없는 새로운 영혼의 영지를 찾아가는 시인의 발은 새로운 길 위를 걷고 싶어 한다. 모태의 자궁 속도 알고 보면 물이고 그런 물에서 나와 물로 회귀하는 그 길 위의 행로는 여행이다. 시인의 여행 수첩이라는 시에서도 ‘정지선 없는 활주로’ ‘자궁 속에 활주로에 피어나는’ 자신을 설국이라 비유하고 있는 점 또한 주목된다. 또 다른 여행지에서 쓴 시 한 편을 더 보면

누가 그 길을 따라 걸어 들어 갔던가

저수지 물살 아래 길이 놓여 있다

늪 아래 물소리로 만든 길이 있다

풍경이 낯선 사진 속에 알을 낳던 새
시간 속으로 돌아가
하늘을 베어 물고 날아오른다

남겨진말새떼소리아득한내밀창에비치는거울이되어간다
흩어져놓인일기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