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줏빛 꽃술은 햇살처럼 웃고 (제차순 디카시집)

자줏빛 꽃술은 햇살처럼 웃고 (제차순 디카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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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경남 고성에서 활동 중인 제차순 작가는 창연디카시선 시리즈 열네 번째 디카시집 『자줏빛 꽃술은 햇살처럼 웃고』를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1부 〈마음이 접힌 하루〉에는 ‘생명’ 외 21편의 디카시, 2부 〈도둑 맞은 세월〉에는 ‘노을이 지다’ 외 20편의 디카시, 3부 〈서로의 가슴에 고이는 말들〉에는 ‘고목의 하루’ 외 20편의 디카시, 4부 〈어디쯤 왔을까〉에는 ‘입추’ 외 24편의 디카시 등 총 90편의 디카시와 이상옥 교수의 디카시집 해설 ‘노년문학의 새 지평’이 실려 있다.
저자

제차순

경남고성군대가면출생
현재거류면송산리송정에서거주
어르신디카시창작프로젝트수강
디카시창작수업‘나도시인’수강외다수
고성문화원,고성향교회원으로활동중이다
2020년자서전『인생살이그렇더라』
2022년디카시집『자줏빛꽃술은햇살처럼웃고』

목차

□작가의말

1부_마음이접힌하루
생명
돌감나무
골다공증
코로나
무법자
억지를부리다
침묵
은하수
살다보니
백년노송
질주
빈의자
아스라이
도전
부평초
두더지집
재활용
무기고
분수
흔적
고인돌

2부_도둑맞은세월
노을이지다
경로당
칡꽃의일생
기다림
옹이
수행
보릿고개
농심
저울
고대광실

엉겅퀴
상사화
화무십일홍
회춘
우리같이가입시더
월동준비
엄마나무
나의애장품
만학

3부_서로의가슴에고이는말들
고목의하루
아버지의벗
신풍경
솜방망이
천년의사랑
추석앞날
우리집정원
어린천사
돌탑의꿈
헝클어진실타래
억새
할미꽃
춘설
토닥토닥
좋은시절
소풍
옛추억
쉼터
어깨동무
곰방대

4부_어디쯤왔을까
입추
외면
횡재
웃음보따리
담쟁이의사계
-어부바(봄)
-약속(여름)
-명화(가을)
-수묵화(겨울)
소원나무
상족암
어허야 풍년
거리공연
옹골차다
보호수
만세삼창
유리벽사랑
꽃이진자리
만추
흑진주

■해설
노년문학의새지평
-구원의생명시학
이상옥(창신대명예교수)

출판사 서평

[디카시집해설]

노년문학의새지평
-구원의생명시학

이상옥(창신대명예교수)

디카시는2004년경남고성에서지역문예운동으로펼쳐져서지금은한국을넘어해외로도확산되면서디카시의발원지로일컬어지는고성에대한관심또한뜨겁다.한국디카시인협회와한국디카시연구소가고성에터를두고있는것도우연이아니다.고성읍내에는두단체의사무실이있고,필자의고향집에는서재로도사용하며디카시관련업무를보는한국디카시연구소별관‘시움’도있다.고성장산숲에는마을주민들이디카시발원지표지판도세웠다.장산숲에서는매년한국디카시연구소주최로경남고성국제디카시페스티벌이열리며전국적인주목을받고있다.디카시의발원지고성답게글향이라는디카시전문동아리도있고,한국디카시연구소에서는고성의어르신들을대상으로디카시창작프로젝트를실시하여생활문학으로서의디카시를보급하고있다.
2019년경남고성에서발기인대회를하고2020년정식출범한한국디카시인협회는매년학술심포지엄을열고,또한이병주디카시공모전,황순원디카시공모전등을주재하고있으며,최근에는한국디카시인협회경남지부를비롯하여제주지부,대전충청지부등의창립총회를개최하였고,대구,부산,전주,광주,서울등의지부도속속창립총회를개최할예정이다.한국디카시인협회부설국경없는디카시인회도구성돼글로벌조직망구축도가속화되고있다.
디카시의발원지고성에서제차순어르신이팔순기념디카시집을상재하게된것은특별한의미를지닌다.이미제차순시인은수필집도상재해서문재를널리알린바있다.문학에관심이많으신제차순시인은한국디카시연구소고성어르신디카시창작프로젝트에참가하여서디카시공부를제대로하였고,타고난문재를발휘해이번에디카시집을상재하게된것이다.
이번디카시집은구원의생명시학을보여준다.팔순기념디카시집은무엇보다노년문학의한가능성을제시하고있다는점에서주목을요한다.시는일반적으로청춘의문학이라고해서청춘의아름다움과고뇌등이세계시문학사를수놓고있다해도과언이아니다.유명시인들의대표작도노년의작품보다는한창감성이풍부할때의젊은시절의것들이아닌가.제차순시인은노년에본격문학의길에들어서서노년의실존을절절하게표현한다.이번디카시집한권을위해전생을살아온것처럼생의모든에너지를투여한다.이디카시집은생의끝자락에도달한노년이어떻게구원받을수있는지,생의허무를극복하고부활의새로운생을살아갈수있는지를보여준다.전생을바쳐가정을일구고자녀들을키워서세상으로내보내고이제스스로자신을어떻게구원할수있는지를보여준다는것이다.생명을견뎌내는힘을세상의다른무엇에서구하는것이아니라시로견인해낸다는점에서제차순시인의디카시집은노년문학의새지평을연다.
제차순시인은세상과의싸움은물론이고무너져내리는몸의절망을딛고일어서는생명으로다시일어서는포즈를보인다.존재의의미를다른대상에서구하려는것이아니라자신의실존을때로분노하고배척하기도하지만종국에는수용하고그것을딛고견디고긍정하는길로간다.
이번시집은노년의긍정적리얼리티를극명하게보여준다는점에서도그의의를찾을수있다.노년문학의가능성을한껏제시한다.

딱딱한세월견디고나니
내마음속
꿈틀거리는꿈들
쏘옥쏘옥밖으로
고개를내민다
-「생명」

제차순디카시집을관통하는구원의생명시학의키워드가되는작품이다.팔순기념디카시집은제차순시인에게는시인으로당당하게새롭게태어나는부활의새생명의표징이라해도좋다.딱딱하게짓누르는세월을묵묵히인고의세월로견뎌온시인의생명의면류관이아닌가.얼마나할말이많았겠는가.얼마나많은사연이가슴속에켜켜이쌓여있었겠는가.기적처럼견고한세월을뚫고이제막신생으로피어오른초록의싱싱한생명을보라.이것이구원이아니고무엇인가.노년의문학이탄식과한탄과회한을넘어생명의찬가로승리의노래가될수있음을보여준다.세월의절망적무게를비집고한없이연약하지만피어오른푸른생명은인고한노년만이맛볼수있는환희라할것이다.얼마나많은이들이이를견디지못하고불명예스럽게중도하차의길을걷기도했던가.얼마나무수한절망과한탄과탄식의세월을넘어야이런생명의시학에도달할수있을까.

백옥인얼굴
눈도삐뚤코도삐뚤
입또한삐뚤이라
세월따라삐뚤어진줄몰랐네
-「살다보니」

노년의슬픔이배인작품이다.여자의일생이라할만하다.바위에투영된노년의리얼리티가절절하다.백옥인얼굴이눈도삐뚤코도삐뚤입도삐뚤세월따라변한모습을정작화자자신은모르고살아왔더란말이다.사는데바빠서얼굴이어떻게변하는지도몰랐다.남편돌보고아이들키우느라정작자신은잊고살다보니어느새아이들은장성해서떠나고,남편마저도먼저돌아올수없는곳으로가고서야자신을보니,이런모습이었을법하다.이런절망을겪지않고서는생명과부활의시학에도달할수는없다.

어디다두고왔을까
어디다놓치고왔을까
도둑맞은내청춘찾으러날아간다
-「경로당」

이디카시는한평생가족을지키며자녀를키우다보니어느새노년이되었고,경로당에모여든같은연륜의새하얀생을새삼목도한다.어쩌면경로당마당에민들레갓털이흐드러지게핀것을보고썼지않았을까.아니면집마당이면어떤가.이디카시의영상은시인을포함한노년의객관적상관물로제시돼언술을넘어서는노년의정서를대변한다.민들레갓털의아래에는노란민들레꽃이피어있다.민들레꽃은청춘을환기하는것임은물론이다.시인도한때는노란민들레꽃처럼빛나는청춘이었다.아름다운청춘의기억인민들레꽃도시간이지나면지고그자리에솜방망이모양의호호백발의갓털들이씨앗을안고바람을타고흩어지게될터이다.여기서흩어지기직전의정황이시인의포즈이라고하면,절망적정황인것처럼도보인다.그것이끝이아니다.바람을타고멀리날아가새로운땅에서싹을틔우고또꽃을피울것이기때문이다.시인을포함한경로당의어르신들은모두민들레갓털의포즈이지만그것은결코비극적인것만이아닌것도이때문이다.도둑맞은내청춘이라며청춘에대한아쉬움과회복을간절하게염원하지만한편으로는새로운생의길로가는것임을,언술로다표현못다한것을영상이말하고있다.이디카시는이중적의미구조이다.언술로는탄식과한탄을표출하지만영상의의미구조를통해서는생의긍정과낙관을드러낸다.역설과아이러니구조라할만하다.

내삶의무게만큼
남겨진가을속으로

천천히걸어간다
-「돌감나무」
백옥같은얼굴이던것이삐뚤어진얼굴로드러난것에절망하고도둑맞은청춘의세월을원망하고탄식을쏟아내기도하는언술이왜없겠는가마는그런절망과분노를넘어돌감나무의결실을보여주며생은결코도둑맞은것이전부가아님을돌감나무의입으로말한다.생의양가성이다.기쁨과슬픔이교차하며,행복과불행이넘나드는생이기에어찌모든걸긍정하고낙관만할수있겠는가.그렇다고분노하고절망하며탄식만하는것도아니다.깊은생의통찰을통해서담담히생을받아들이며짓누르는무게를견뎌내는노년의정서를담담하게보여준다.수다하게말하지않지만생이결코가볍지도헛되지도않은것임을돌감나무의가득한결실로충분히환기하는것이다.얼마나노년이장엄할수있는가를언술이아닌영상으로입증한것이다.

지난밤길냥이친구가
어느목로주점에서
약주한잔드셨는가
제멋대로헤매고가셨구나
-「무법자」

이디카시는노년의유머와조커가돋보인다.도로콘크리트를양성시키는데고양이가밟고가서발자국이생긴걸이렇게언술하고있다.노년의여유를보여주는것이다,제목을무법자라는다소무서운말로설정했지만여유와아량이느껴지는것이,산전수전다겪고세상의이치를아는노년의넉넉한품을보여주기때문이다.

골목길에핀
벙어리꽃
가깝고도먼이웃
거리두고앞만바라본다
-「신풍경」

구원의생명시학을구현해낸노년의담론은코로나시대의신풍경으로도변주돼드러난다.시골의할머니들이마스크를쓰고있는모습을벙어리꽃이라고은유한것도예사롭지않다.꽃은일반적으로청춘시절을표현하는언사이지만마스크쓴할머니들을꽃은꽃이되벙어리꽃이라고말한다.단순히마스크를써서벙어리꽃이라고한것은아니다.
영상한컷이시사하는바가크다.가깝고도먼이웃이돼서이제거리를두고앞만바라보는것이어찌코로나시대로한정되는것이겠는가.코로나가환유하는것은노년의풍경이고현실이다.코로나와시골할머니들의병치는의미의자장을확장한다.노년의소외와쓸쓸함이코로나의환유로드러난다.그럼에도이풍경은매우아이러니칼하다.쓸쓸함가운데서도생의여유와낙관이묻어나는것은무엇때문인가.코로나보다더무서운세상을견뎌낸할머니들의표정의넉넉함은마스크로가려지지가않는다.코로나보다더무서운세월을능히건너온할머니들은담담하고여유롭다.이디카시의영상은역시직접적언술을넘어서낙관으로표출된다.여기서도구원의생명시학의힘을보여준다.

누군가무심코던진말
마음이접히고
오랫동안
열리지않았던그세월
-「침묵」

빈집에열쇠가채워지고꽁꽁닫힌대문이을씨년스럽게클로즈업되어나타난다.그것은침묵이라고말한다.왜침묵인지그이유가언술돼있다.그것은큰사건이아니었다.누군가무심코던진말한마디에마음이접혀오랫동안열리지않던세월을보낸것이다.사람은정서적동물임을드러낸다.오랜삶의지혜로포착한생의경구와같은메시지를던진다.개인이나사회나국가의흥망성쇠도실상은이와같은작은말한마디에서시작됐다해도과언이아니다.작은말한마디가개인의마음을닫게하고국가의명운까지좌우한다.점점가벼워지는오늘의세태에대한어르신의꾸중이라고해도좋다.이런평범하게보이는언사도힘을지니는것은구원의생명시학을구축해낸한생을견딘몸의울림통으로하는말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