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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숙
경남함안출생창신대학문예창작과졸업2002년《자유문학》으로시2회추천완료마산문인협회회원참글문학회회원붓꽃문학회회원시집『봄의지퍼가터지다』E-mail:9974027@hanmail.net
1부골목안풍경땅따먹기엄마수박꽃삼월삼짇날호박꽃안부봄의지퍼가터지다베토벤얄궂어라누드절벽의봄함안역두꺼비의겨울나기부지깽이낙서쇠비름쑥을캔다봄2부앉은뱅이풀능멸유효기간2009년4월1일공갈빵병원비용지공원영화를찍다어느봄날바람의일기수족관의풍경희망그물짜기청개구리시월의마지막밤바리스타의의수3부검둥이개구리울음소리냉이꽃동백꽃피던날북천코스모스인연검버섯벼꽃이피던날쓰레기올림치매병동아들걱정행사장에서로또동무맛있는사투리쑥을캐면서4부스타키산세베리아원+원기억내원사코로나19허공에도원룸을짓는다외할머니대화일일남편연장불모산저수지에서통기타를배우며쫀디기안구건조증생쥐깡을먹으며말장난전립선아리랑비상구는없다■시집해설삶을이기는해학의지혜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삶을이기는해학諧謔의지혜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시작하며시인이란무엇인가?이물음에대한질문은늘반복되어왔다.프리드리히횔덜린은“사유가는존재를진술하고시인은성스러운것을명명한다”라고말했다.과연이명제에부합하려고시를쓰는시인은얼마나되겠는가라는질문이있을수있겠다.‘성스러운것을명명한다’라는말은마치창조주의경지에서문장을만들어낸다는말과같다.성경의창세기에기록에의하면하나님은사람을창조한이후동물들을창조할때그이름들을아담에게맡기셨다.하나하나이름을명명할때‘보시기에심히좋았더라’고기록되어있다.세상의모든존재는이미지어져있고그것을진술하고다시명명하는것은인간의몫이다.그럼시는무엇인가?아치볼드매클리시는시란무엇인가를시적이미지와은유로표현하면서“시란의미하는것이아니라그냥존재하는것”이라고말했다.하지만그존재하는것을문장으로다시명명하는것이시인의주어진숙명이다.남들은그냥지나치면되는존재를다시명명하는의무를지닌것이시인인셈이다.이미수많은시인이세상의존재와사물들을명명했건만또다시다른명명을해야하는부채를지닌시인은어쩌면천형을받은존재이다.여기에안진숙시인이첫시집『봄의지퍼가터지다』를세상에내어놓는다.시인은세상을보는관점도태어난환경과현실에거주하는공간에따라다른목소리를낼수밖에없는것이다.이에그의시의흔적을따라서함께이야기를나누고자한다.이웃을향한시선시인의마음은어디로향해있을까?그의시를따라가면그마음을읽을수가있다.월영남5길8번지좁은골목안좌판한쪽대문만빼꼼이열려있는하루한번오가는길딱히살것없어쪽파를샀다오천원짜리한장,머리에쓱쓱문질러줌치에넣고거스름돈다른줌치에서꺼낸다할머니계산법쪽파값계산하지않고천원짜리다섯장거슬러받아다시그돈으로쪽파값을계산하니아가씨고마우이하신다자꾸불러주는아가씨란호칭지나가는행인들힐끔힐끔쳐다본다쪽파값은하락했고아가씨값은천정부지로올라그당혹감어찌하지못해사장님아가씨아닙니다했더니사장은무슨사장하시며구십넘은할머니가손사래를친다-「골목안풍경」전문매일한번오가는골목길에는구십넘은할머니가좌판을벌여놓고있다.시인은그냥지나치지못하고쪽파를한단을산다.당장필요해서산것은아니다.매일지나치면서마음에부채가진까닭이다.그러나그부채는계산대에서바코드로읽히는정확하고빠른계산이아니다.‘오천원짜리한장,머리에쓱쓱문질러/줌치에넣고/거스름돈다른줌치에서꺼낸다’는골목좌판의주인장할머니만의계산법이다.오천원짜리한장이천원짜리다섯장으로되돌아와서물건을산사람이다시계산해주는느긋한셈법이다.그리하여아줌마는아가씨로가치가상승하고주인장은사장으로상승하는말의셈법이다.이셈법들은이웃이라는따스한눈길이없다면이루어지지않을계산이다.이것은다른시-‘열여섯살엄마는/봄이면/등에베개업고아이어른다-「함안역」’이나‘나는/박수를/할부로치지않고일시불로몽땅쳐주고왔다-「행사장에서」’그리고‘바리스타의비밀하나/봄비에젖는다/나는/바리스타의오른손을살짝스친다-「바리스타의의수」’에서도따스한시인의시선이시로만들어진작품들이다.시는존재에대한관심이며존재너머의이야기를문장으로끌어내는작업이다.마음의그물을던져넣어천천히끌어당겨야만잡아낼수있는,문장이라는고기를잡는과정인것이다.오른손이없는그는왼손으로카푸치노거품속으로미소를밀어넣는다약간허리를구부리고하트모양을커피위에덧칠을한다그가커피잔의입술을살짝밀어올리면하얀거품들이울컥울컥일어섰다쓰러진다그는사랑을사랑이라쓰지않고하트그림을그린다거피향따끔따끔혓바늘돋던날바리스타의비밀하나봄비에젖는다나는바리스타의오른손을살짝스친다-「바리스타의의수」전문오른손이의수인바리스타가만든카푸치노를마시며시인은결코동정어린시선을보내지않는다.‘카푸치노거품속으로미소를/밀어넣는’바리스타의마음처럼무언의격려를보내고있다.사랑은관심이며마음을끌어안는일이다.시가만들어지는과정은바로세상의존재를향하여사랑을하는일이다.관찰과사유를통한문장의벼리기다.그결과물이시로만들어지는것이다.결코사랑없이만들어진시는독자들에게감동을주지못한다가족이라는이름가족이라는공동체는태어나는순간선택없이주어지는공동운명체이다.시인역시이문제는피할수없는일이다.그중에서도엄마라는존재는가장아픈손가락이다.이엄마를시로아름답게노래한작품을만난다.봄날꽃길따라걷지는못해도마음은나비처럼날아다녔지요긴긴겨울밤기저귀에싼오줌은막내가몇번이나그리다만엄마얼굴이라고이봄날기저귀에싼똥은고향집마당에핀자목련꽃이네요말짱하던하늘에서억수같이내리던빗물엄마의한많은눈물이었지요마지막가는길에좋아하는불경소리도들려주지못했소엄마할미꽃몇그루다복이핀아버지옆에한줌의영혼묻어주었소-「엄마」전문‘기저귀에싼똥’이‘고향집마당에핀자목련꽃’이라니.이얼마나어머니를애련하면서도미려하게노래한문장인가.엄마의죽음에대한요란한슬픔의문장대신행간에는눈물을숨기고‘아버지옆에한줌의영혼묻어주었소’로문장을마무리한다.시는문장의절제와아름다운시어로만들어지는예술품이다.눈물대신아름다운문장으로들려주는「엄마」라는노래가만들어진것이다.호박꽃이제일예쁘다는엄마는머리에호박꽃핀을달고아버지무덤옆에무덤도없이있는듯없는듯가을햇살에앉아있다-「호박꽃안부」일부위작품역시엄마의기억을노래하고있다.딸에게엄마는더없는동병상련의관계이다.고스란히그길을따라걷고있는자신을보기때문이다.여자라는운명은남자들이흉내도못내는해산의고통과살림살이라는작업이늘따른다.그래서그다른이름이아내라는호칭으로불리는것이다.가족이라는세상의기초가되는공동체는사랑과희생없이는세워질수없는성채인것이다.시인은아버지도빼놓지않고이야기한다.뜨거운여름날아버지의가슴처럼갈라진논바닥에벼꽃이피었다아버지는밀짚모자눌러써도눈이데인다낮도밤도아닌어슴푸레헷갈리는시간안도바깥도없는세월을꿀꺽삼킨아버지오늘고향가는길논두렁에검정고무신한짝뜨거운지문남긴채아버지의벼꽃이아득하게피어있다-「벼꽃이피던날」전문아버지의가슴은‘갈라진논바닥에/벼꽃’처럼늘바깥에서노동이라는일로몸이고단하다.‘밀짚모자눌러써도/눈이데인’그런현장에서작업을하고있다.마치뜨거운여름날바깥에놓인에어컨실외기처럼가족들을위해시원한바람을제공하는존재이다.올해처럼폭염에시달리는여름에는더더욱아버지의존재는쓸쓸하고아픈이름이다.어스름저녁부리다친새끼비둘기안고들어온남자주사기로우유와물을먹이고상처에연고를발라준다작은박스로집을만들어주고계속비둘기를보살핀다야구를좋아하는남자TV화면속을나와베란다에쪼그리고앉아비둘기의눈과자신의눈을맞춘다어린시절병아리눈이자불자불하면죽었던기억이떠오른다고하며비둘기박스앞임둘기라는문패도달아놓았다-「인연」전문위인연이라는시는아버지라는다른이름의남편을이야기한시이다.‘어스름저녁/부리다친새끼비둘기안고들어온남자’는‘주사기로우유와물을먹이고/상처에연고를발라’주는따스한마음을가진남자이다.아마이시의결과는그비둘기가건강하게회복해서자연으로돌아갔다는이야기로끝날것이다.이따뜻한마음을가진남편은늘자신과가족을위해헌신하는아내를위해생일선물로이첫시집『봄의지퍼가터지다』를깜짝선물로마련했다.아내에게는끝까지숨겨달라고말하며준비를했다.이시집을받아든안진숙시인의기쁨이얼마나기쁠지는상상이되고도남는다.시인이만나는삶의현장그는간호조무사다냉동고에간,쓸개를두고출근한다기도문보다더나비효과가크다오늘깜박잊고간,쓸개를가지고출근한것이화근이었다그환자갑질값천정부지로올라도영혼없는웃음티없이웃어주고생각을휴지통에버렸다묵주목걸이만지면서침꿀꺽삼켜도감정노동이자꾸만시비를건다최저임금도주먹을불끈쥐는사이억수같은소낙비가내린다비내리는풍경속에서들려오는개구리울음소리목이더쉬었다절절한사연다들어주고나니반성문같은새벽이온다-「개구리울음소리」전문시인은요양병원에근무한다.‘냉동고에간,쓸개를두고출근’하는일이다.환자의갑질로마음을상하는한두번이겠는가.본인은감정노동자라했지만육체노동도상당한것이요양병원이기도하다.직업의특성상야간근무도병행해야하니노동의강도도셀것이다.‘절절한사연/다들어주고나니반성문같은새벽이’오는현장이다.그러는가운데도시인은주위의자연과환자들에게도관심을놓지않는다.달빛이창가에귀를대고있다아무도울지않아도귀가먹먹하다그렇게죽은사람은장례식장으로바쁘게옮겨갔고가족들은호상이라고웃는다-중략-저승사자왔다간빈침대를사이에두고초록이치매할머니의대화가조근조근글케아프다-「대화」일부요양병원이라는특성은노인들이기에늘죽음이가까이있다.삶에있어서피할수없는일이다.그러나어떤사람에게는호상이되고어떤사람에게는커다란아픔이된다.시인의시가죽음에대해더깊은성찰로이끌어지는현장인것이다.이밖에도다루지못한시들중에는삶을이기는해학의지혜가있는-‘엄마의잔소리도/장독안에넣어봉했다-「삼월삼짓날」’이나‘“샘!지는아직18살입니더”’그러자승낙하셨다.오늘약속도거짓말인줄도모르고…-「2009년4월1일」’그리고표제작인‘“영수야앞지퍼터지겠다”/벚꽃들이자지러졌다-「봄의지퍼가터지다」’등은시인이삶을살아가는현장에서유머로주위사람들을늘기쁘게해준다는것을알수가있다.실제로안진숙시인은모임에서좌중을기쁘게하는대화를툭툭던져서모두를웃게만드는센스가있다.그런삶의태도가시에서도여지없이보이고있다.첫시집『봄의지퍼가터지다』는안진숙시인의삶을하나로묶어서독자들에게보여주는출발점인동시에시인으로한껏도약하는전환점이될것이다.지금껏보여준행보위에시의깊이도더해지고앞길에보이지않는안개가걷히고꽃길에꽃이더만발하는시간이많기를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