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새를 생각하는 밤 (민창홍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 (민창홍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경남 창원에서 활동 중인 민창홍 시인은 여섯 번째 시집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제1부 “어느 신부님이 물었다”에는 「사과」 외 시 14편, 2부 “새가 모이는 나무”에는 「단감나무 묘목」 외 시 14편, 3부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에는 시 「문-마스크·1」 외 14편, 4부 “코를 시원하게 풀고 싶습니다”에는 시 「포효」 외 14편 등, 총 시 60편과 신상조 문학평론가의 해설 ‘삶의 내력과 맞닿은 시적 성찰’이 실려 있다.
저자

민창홍

민창홍시인은1960년충남공주에서태어나경남대교육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받았으며1998년계간『시의나라』와2012년『문학청춘』신인상으로등단하였다.시집으로『금강을꿈꾸며』,『닭과코스모스』,『캥거루백을멘남자』『고르디우스의매듭』,『도도새를생각하는밤』,서사시집『마산성요셉성당』이있다.경남문협우수작품집상,경남올해의젊은작가상,경남시학작가상,옥조근정훈장을받았으며2015년세종도서나눔우수도서에『닭과코스모스』가선정되었다.계간『경남문학』편집장및편집주간,마산교구가톨릭문인회,민들레문학회,문학청춘작가회회장,성지여자고등학교교장을역임하였다.현재마산문인협회회장,경상남도문인협회,경남시인협회부회장,한국문인협회홍보위원,한국현대시인협회,한국시인협회회원,시문학연구회하로동선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005시인의말

제1부어느신부님이물었다
013사과
014어느신부님이물었다
016해자
017빈둥지증후군
018윤이월
019딱,한평
020사막으로가는길
022썩어야안다
023열려있는방
024유리의집
026거제외도
027봄날은간다
028늘그랬으면좋겠다
029무덤속에서
032가을들판에서면

제2부새가모이는나무
037단감나무묘목
038고라니가뛰어가는날
040포인세티아
041부림시장지나며
042꽃은산에기대어
043거울속회랑에서
044대구大口
045유채의강
046홍매화
047은행
048두현각
049유기분遺棄盆
051새가모이는나무
052갈비탕


제3부도도새를생각하는밤
057문-마스크·1
058도도새를생각하는밤-마스크·2
060슬픈봄날-마스크·3
061봄날의일기-마스크·4
062비대면수업-마스크·5
064PCR검사-마스크·6
065벌-마스크·7
066대면수업-마스크·8
068조부기일에-마스크·9
070거미와낚시-마스크·10
071안경과마스크-마스크·11
072풍장-마스크·12
073균형감-마스크·13
074잔도棧道-마스크·14
076설날아침-마스크·15

제4부코를시원하게풀고싶습니다
081포효
082텃골할머니
084혼자가되지못하고
085흐르는물에등을띄우고086겨울비
087노루잠을자고있는데088벌목장
089북천역
090등대섬가는길
092폭염경보
094하늘오르는길
095나를비우는법
096소를추억하며
097수국水菊
098코를시원하게풀고싶습니다

■해설
101삶의내력과맞닿은시적성찰
-신상조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이달균시인은“민창홍시인의여섯번째시집『도도새를생각하는밤』은등단이후걸어왔던시간을점검하고앞으로의방향성을설정하는중요한시집이다.삶의방편이된교직을정리하면서제2의인생을설계하는징검돌위에서바라보는미래의지평은어떤빛깔로채색될까.그질문에대한대답이바로이시집이다.「어느신부님이물었다」는작품에서“연어가물살을가르는연습은계속되고/등창의농이눈물로쏟아진다”는구절을통해연어가닿고자하는고통의극점이시인의궁극과동일시됨을고백한다.그런진정성이곳곳에묻어난다.또한,이시집을통해자신이처한현실을냉정히짚어보고그곳과의작별을통해또다른나를찾아가려는부단한몸짓을읽을수있다.시인이부르고찾는도도새는어디있는가?도도새와의만남은언어의집을완전히허물지않는한만나지지않을어떤대상이겠지만,그운명을향해순응과역진을거듭하며부단히닿고자하는의지를드러낸다.그치열한과정이습자지에스민물처럼자연스레번져있다.그래서더욱처연하다.“라고시집을말했다.

삶의내력과맞닿은시적성찰

신상조문학평론가


0.
삶과시가함께간다는‘시생일여詩生一如’의시학은민창홍시인의시집『고르디우스의매듭』해설을맡은시인이자경상국립대학교에재직중인장만호교수가한말입니다.그는민창홍시인이그동안의시적이력을통해시와삶의일치를추구해왔음을강조하는동시에,시인의시가우연을필연의질서로전유專有하지않고삶그자체의경이와마주하는아이러니적태도,전이의상상력을통해감각을확대하고대상과소통하는힘,회상을통한존재론적기원의탐색과자기실천의특질을가진다고설명합니다.그글에도나와있다시피고르디우스의매듭(GordianKnot)에는이매듭을풀어내는사람은온아시아땅의왕이될것이라는신탁이있었다고하지요.훗날알렉산드로스대왕이동쪽으로원정을가다가프뤼기아에들러장난삼아자기도매듭을풀어보겠노라고했다나요.그러나아무리해도매듭이풀리지않자짜증이난그는칼을뽑아그매듭을잘라버렸다고합니다.장만호교수는「고르디우스의매듭」을해석하면서난제는예상을벗어난방법도필요하지만,한편으로는운명이란주어진것을푸는게아니라주어진것을거부함으로써스스로가만들어가는것이라는신화의의미를짚어줍니다.
과연시인은“배배꼬이고얽힌것/칼로과감하게잘라/흐르는물이되어매듭을풀리라”라고선언합니다.‘-리라’는마음속으로다짐하는뜻을나타내는종결어미입니다.이는운명을거부하며매듭을칼로자르는과감함과어울리는어조입니다.반면흐르는물이가진유연함과는사뭇결이다릅니다.이렇듯단호함과유연함의상반된태도는귀가순해지는나이에접어든시인의정신적깊이,그리고오랜사회경험속에서터득한노련하고성숙한처세가서로간섭한결과일터입니다.『도도새를생각하는밤』의해설을시작하면서직전시집의해설에기대는이유란다음과같습니다.흔히새로이발표하는시집은이전시집에서자신의정체성을형성했던많은부분을은폐하는데바쳐집니다.새롭게출간되는시집은그자신의글을통해스스로를갱신하려하기때문이지요.때문에신간의핵심은자기를전복하는에너지일경우가잦습니다.이전시집에서있었던다짐이나결의,교훈이나주장마저휘발되어버린채마치이전것은아무것도아니라는것처럼자신을새롭게드러냅니다.그렇지만새로운시가기존의시를전적으로부정하는건아닙니다.“아무것도자임하거나자부하지않으면서뭔가를지속”하는일은불가능하니까요.저는이글을통해민창홍시인의시에서일관되게지속되는‘뭔가’가무언가를규명할예정입니다.미리말씀드리자면민창홍시인의시에서일관되게지속되는시적특질은‘나는어떻게살것인가’라는생활실천적문제로수렴됩니다.그리고이번시집에서‘실천’은소비자본주의내에서의욕망을문제삼습니다.
다음으로저는이번해설을통해“말한대로행하고행한대로글을쓰는”시인의실존이시에서어떻게육화하는지를밝혀보고자합니다.존재자체에대한관심을포기하는대신존재하는세계를어떻게인식할것인가에관심을집중하는서사와달리,시는근본적으로존재와존재의실존에대한질문을내려놓지않습니다.민창홍의시는결코삶과분리되지않거니와,시와삶이무관하다면대체시인이란누구를위해있고,그가쓰는시를대체어디다쓸것인가를거듭질문합니다.싸움의대상이시인자신이라면,자신과싸워나가는시인의칼은그의작품입니다.뒤집어말하면그는시로써인간적인결함을가진복합적상황에부닥친자신을베기에주저하지않습니다.현실의비루함을넘어그너머를희구하고,현재적삶을성찰하고반성하는시인의시는나날의현실에육화된모습으로드러납니다.
마지막으로민창홍시인의시는개인적서정과사회적성찰이맞물린형태를보여줍니다.오해하지말아야할것은이러한그의시가사유로만가득하다는생각입니다.루트비히비트켄슈타인은‘사유’를다음과같이정의합니다.“사유가‘정신적활동’인것처럼이야기하는건잘못이다.우리는사유가본질적으로기호들을운용運用하는활동이라고말해도될것이다.”라고말이지요.따라서민창홍의시가사유로가득하다는말은기호들의적극적운용이활발하다는표현으로바꿈이적절하겠습니다.“새와꽃과나무와노루와꿩/매지구름오기전에바람꽃보고/이야기의벼리살피며/우리말큰사전펼쳐보리라”(「노루잠을자고있는데」)라며시인은우리말기호에대한사랑을숨기지않는군요.그렇다면이제민창홍시인의시를만나러본격적으로떠나보겠습니다.

1.
‘나는어떻게살것인가’라는생활실천적문제로수렴되는민창홍시의특질을가장잘드러내는작품은시집의서시를감당하는「사과」입니다.시의제목은장미과에속하는과실수인사과나무의열매를가리키는동시에,자기의잘못을인정하고용서를빌거나(‘謝過’)어떤잘못이나실수에대하여그까닭을말하는‘변명’을가리키기도합니다.이렇듯중의적인제목을가진시의전문은다음과같습니다.

아내의성화에분리수거를하려고종이상자를들었는데사과하나가툭떨어진다내발등을찍고구르는사과,반쯤썩어서시커멓다도려내고먹을수있을까하고얼른집어들었는데물이흐른다종이상자에갇혀목을조여오는답답한시간들이흘러내린다어찌견디었을까얼마나외롭고두려웠을까어둠의공포혼자이겨낸장렬한죽음이다검게그을린농부의잔주름메워주던붉은미소는우리집에와서일그러졌구나웃음기없이생을마감하고있는사과하나,그것도흙으로돌아가지못하고음식물쓰레기통에서또다시긴어둠에갇히고뜨거운불구덩이에서몸부림칠것아닌가달콤함오래간직하기위한욕심이었다너의잘못은결코없다한순간의망각을탓해다오나이를먹는다는게억울하다고하소연하기에도벅차다모든피조물을위한기도를하면서너를기억하마사과상자에번진너의흔적
-「사과」전문

시인은아내의성화로분리수거를하려다종이상자안에서시커멓게썩어서진물이흐르는사과를발견합니다.나중에먹으려고아껴둔다는게그만깜빡하고때를놓친거지요.사과를맛있게먹으려던시인도낭패지만사과역시난처하기는마찬가지입니다.사과의생은결실에만족해하는“검게그을린농부의”의손을떠나사람들에게맛있게먹힌후다시땅으로돌아가다른생물의양분이되는순환의과정을겪는게바람직하기때문이지요.그런데이사과는쓸모없이다만음식물쓰레기통으로들어갔다가땅에매장도되지못하고소각될운명입니다.시인은오래두었다먹으려던자신의욕심으로말미암아,사과가생태계내의물질적순환을거치지못한채잘못된처지가되고말았음을마치지옥도를펼치듯펼쳐보입니다.
인격화된채반쯤썩어서시커멓게된사과의감각은그렇게되기까지의과정을되짚어보는사고思考로이어지고,이감각적사고는“어둠의공포혼자이겨낸장렬한죽음”이라는사과에대한시인의관점을실어나릅니다.이러한시인의관점에는사과의장렬한죽음이자신들의욕심탓이라는윤리적태도가담겨있습니다.사과한알이매개하는공감과연민,성찰과반성은썩은사과를향한시인의정중한사과謝過로끝을맺습니다.썩어진물이흐르는사물에시인의사고와관점과태도가얽혀민창홍시의정체성이감각적으로훌륭하게드러나고있는작품입니다.

이를심어야한단다
통증이심했을텐데어찌참았느냐고
의사는위로를하고
이를뺀다
이가썩어가는동안이만썩었을까
욕망으로가득찬다른곳은괜찮을까
먹는즐거움에빠져서
이가썩어가는것도모른것이다
심어본들그이는내것인가
실에매어이마를치며뽑아내던이
지붕에던지며새이달라던소망
어디로갔는가
썩은것은썩은것이고
썩은것은버리는것이고
이는심어야한단다
남의것이지만내안에있으니
내것이라는,
내것이아닌것을
내것이라고우기는것이
비단이뿐이겠는가
-「썩어야안다」전문

이번에는사과가아니라시인의신체일부인이가썩었습니다.시인은치과에서이를빼며“이가썩어가는동안이만썩었을까”라고자문합니다.이와같은질문을시작으로‘썩었을까’‘괜찮을까’‘내것인가’‘어디로갔는가’‘이뿐이겠는가’로이어지며반복되는자문자답이이시의주된시상전개방식입니다.연속적으로반복되는질문은실상누구나다알수있는사실을설문說問형식을빌어독자에게결론을내리도록만드는방식이지요.이에독자는다음세가지해답을내리게됩니다.첫째,“먹는즐거움”으로대변되는자본주의적욕망은우리의삶을썩게만듭니다.주목할건이러한욕망은어린시절의순수한“소망”과대비된다는점입니다.
둘째,욕망으로말미암아본래의이가썩고,썩은이를새로운이로대체하는일이야말로소비자본주의원리에충실하다는사실입니다.이가상하면인공이로대체해야하는치과치료의과정은새로운상품구입을강요하는자본주의의폭력적시스템을닮은면이있습니다.자본주의는‘돈’으로굴러가는세상입니다.자본주의체제내의‘정상적삶’이란소비하는삶이고,소비의중점은언제나새로운것이주어짐은주지의사실입니다.모든것이재빨리그리고과거어느때보다더널리전파됩니다.욕망의대상은소유하는즉시유혹적이던아우라를잃어버리고,소유하기위해애가탔던만큼이나더빠르게,지금막소비한상품에미처지루함이깃들새도없이또다른상품이우리를유혹합니다.소비를부추기기위해결핍을강제하는자본주의사회에서진정으로새로운상품이불가능한이유입니다.
시인의질문에답하노라면탐식이‘내것’이던건강한이를썩게만들듯,내삶을병들게하는자본주의적욕망이깨달아집니다.두려운건‘먹는즐거움’으로대변되는자본주의적욕망이내것이아닌것을내것이라우기도록한다는겁니다.인간은타인의욕망을욕망한다는자크라캉의말처럼,우리는타인의욕망을흉내내느라우리자신의진정한욕망이무엇인지조차모르고살아갑니다.우리가‘보는것’‘듣는것’‘생각하는것’중에서자본의속삭임으로부터자유로운게과연있기나한걸까요?마지막으로이시는“썩은것은버리는”소비자본주의의폐해를지적합니다.지금도‘낭비자본주의’를대표하는아마존물류창고에서는창고비용절감을위해매주수백만개의신상품이폐기되고있습니다.소비사회의뒷골목에거대한쓰레기통이버티고있는현상은우리의이를썩게만드는자본주의적욕망을동력삼아실현되고있습니다.지그문트바우만은소비자사회란욕망을달래는데드는시간보다빠르게욕망이솟구친다고지적합니다.민창홍의「썩어야안다」는이러한소비문화의본질을시인의경험에빗대어비판적으로형상화하고있습니다.


2.
한편으로민창홍의시에서욕망으로인한‘썩음’은소비문화에충실한자본주의적삶을넘어정치ㆍ사상ㆍ의식따위가타락하는‘부패’와등가를이루는개념입니다.사적삶을매개로인간일반에대한도저한성찰과반성을담은민창홍의시는소리만요란한구호로그치기를거부합니다.삶이손에잡힐듯한시적진정성과시와삶이따로가지않는시인의윤리적태도가이를뒷받침합니다.「늘그랬으면좋겠다」를통해시인이희구하는삶의형태를살펴보겠습니다.

툇마루에
슬그머니다녀가는햇살처럼
늘그랬으면좋겠다

비가와서
하루쯤오지못했다고
미안해하지않았으면좋겠다

방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