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생이다 (김명이 시집)

이것이 인생이다 (김명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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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경남 창원에서 활동 중인 김명이 시인은 다섯 번째 시집 『이것이 인생이다』를 한국예술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제1부 ‘남해 가천 다락논’에는 「더부살이」 외 시 9편, 2부 ‘철고래는 수컷이었다’에는 「이런 날도 있었다」 외 시 9편, 3부 ‘암흑 속 48시간’에는 시 「낙안읍성에서」 외 9편, 4부 ‘작은 행복’에는 시 「하나님의 기적」 외 9편, 5부 ‘구원의 샘물’에는 시 「딸이 시집가는 날」 외 9편, 6부 ‘하늘도 땅도 울었다’에는 시 「내 앞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람」 외 10편, 총 시 39편과 시인인 예시원 문학평론가의 해설 ‘지구를 지배하는 건 남자, 그 남자를 키우는 건 어머니’가 실려 있다.
저자

김명이

김명이시인은창원시마산합포구진동면광암출생으로경남대학평생교육원시창작과정및수필창작과정을수료했다.2005년〈미래문학〉으로시등단,2007년〈다산문학〉으로수필등단을했다.시와늪작가상,시와늪문학상,한국해양문학상장려상,수협중앙회창립50주년수기공모전에서장려상을수상했다.경남문인협회,마산문인협회회원,시와늪문학회고문으로있다.저서로는시집『그사람이보고싶다』,『바다가쓴시』,『늙은고래의푸념』,『시작이반이다』,『이것이인생이다』와수필집『바다는성추행을해도왜죄가되지않을까』그리고작품모음집『강바구를노래한사람들』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_남해가천다락논
더부살이ㆍ12
남해가천다락논ㆍ13
봄바다는ㆍ14
오늘만이내날이다ㆍ15
사천무지개길ㆍ16
바다가그리운날에ㆍ17
광암해수욕장을걸으며ㆍ18
주도가는길ㆍ19
구들방아랫목ㆍ20
한세월살다보니ㆍ21

2부_철고래는수컷이었다
이런날도있었다ㆍ24
이것이인생이다ㆍ25
바다를이겼다ㆍ26
어떤인연ㆍ28
철고래는수컷이었다ㆍ30
참새사랑ㆍ32
인연이란ㆍ34
핑크뮬리ㆍ35
수능합격통지서ㆍ36
동반자ㆍ38

3부_암흑속48시간
낙안읍성에서ㆍ40
십년지기날벌레ㆍ41
만남이란ㆍ42
동창생ㆍ43
암흑속48시간ㆍ44
추억을찾아ㆍ45
첫눈찾아천릿길ㆍ46
증인이된소나무ㆍ47
추억에웃었다ㆍ48
주도의지명과유래ㆍ49

4부_작은행복
하나님의기적ㆍ52
하나님의기적·2ㆍ54
첫사랑ㆍ55
그분의은혜ㆍ56
봉사는나의즐거움ㆍ57
새벽별ㆍ58
가을들녘에서ㆍ59
그때는나주님을몰랐네ㆍ60
첫손녀사랑ㆍ61
작은행복ㆍ62

5부_구원의샘물
딸이시집가는날ㆍ66
바다는쉬운일아닌데ㆍ67
양다함양과닉군의결혼식축시ㆍ68
코로나19ㆍ70
쪽방촌봉사가는날ㆍ71
코로나19는ㆍ72
구원의샘물ㆍ73
한장남은달력을보면서ㆍ74
하늘가는항해사ㆍ75
박수훈과양다은결혼축시ㆍ76

6부_하늘도땅도울었다
내앞에나타난하나님의사람ㆍ80
주님다시내손을ㆍ82
듣든지아니듣든지전하라ㆍ83
나의멘토님ㆍ84
하늘도땅도울었다ㆍ86
그리운목소리ㆍ88
사랑의꽃동산ㆍ89
야베스공원에서ㆍ90
빚진자의심정ㆍ92
땅다지개망께노래ㆍ94
뒤돌아보지마라ㆍ96

■해설
지구를지배하는건남자,그남자를키우는건어머니
예시원(시인·문학평론가)ㆍ97

출판사 서평

지구를지배하는건남자,그남자를키우는건어머니

예시원(시인·문학평론가)

■들어가며

세상엔허접한사람과허접한인생은있을수있어도허접한시는있을수없다.시인들의주옥같은시편들은그들이살아온인생내력의흔적이며세상을바라보는살아있는세계관이기때문이다.김명이시인은작품을겸손으로내려놓으며허접하다고했지만,한생을옹골차게바다와싸우며살아온질곡같은그녀의인생내력이기에시집『이것이인생이다』는너무나소중한기록이라고할수있다.
2004년『그사람이보고싶다』,2011년『바다가쓴시』,2013년고향저서『강바구를노래한사람들』,2016년수필집『바다는왜성추행을해도죄가되지않을까』,2018년『늙은고래의푸념』,2020년『시작이반이다』2023년『이것이인생이다』등시인의저서에서볼수있는특징은한생을온전히바다와힘겨운사투를벌이며온몸으로세상과질긴줄다리기를해온투쟁이력들이고,그것을모티브로가족과이웃공동체를따뜻한시선으로바라보며세상과화해하고용서하는마음으로써내려온육필수기라고할수있다.
시대적배경과상황은다르지만경남통영이고향인소설가고박경리님의장편소설『불신시대』에서도나타나는뚜렷한특징은,남편을잃고참담했던그녀가겪어야만했던질곡같은전생을일기쓰듯이차곡차곡모아둔기록물이었다는것이다.그것은눈물과한숨으로쓴처절한『간양록』이라고도할수있는작품이었다.
시집『이것이인생이다』에서는시인이쓴초기작품들과는달리어기찬뱃노래와함께하늘에계신그분을마음에영접하며찾은평화로움을그려낸시편들이많았다.그것은다행한일이었고큰은총이며축복이라고할수있다.인간이기에가질수있는분노와절망의시간들조차그녀는항상기도하고감사하며살수있었다.삶의에너지를창조적으로바꿔나갈수있었던건그녀의강한정신력이었고그원천은신앙의힘이었다고할수있다.
김명이시인이초기발간했던작품집대부분에서우러나오는속울음의메시지는가수이미자님의《동백아가씨》같은동질류의느낌들이많았다.어쩌면여자여서삼켜야만했던‘속울움’이아니었을까.
“헤일수없이수많은밤을/내가슴도려내는아픔에겨워/얼마나울었던가동백아가씨/그리움에지쳐서울다지쳐서/꽃잎은빨갛게멍이들었오.”-중략-
그럼에도불구하고그녀의시편에서는슬픔을슬픔으로남겨두지않는것,바다의거친파도와세상의모든시련과당당히맞서며아금박지게살아온내력과억센삶의현장에서생성되는에너지를느낄수있다.또한그리움의한과여자이기때문에겪어야만했던희생과억울함을한탄속에잠기지않고,어기차게삶을개척하는역동성으로그모든것을치유해내고정화(catharsis)함으로써시인의서사시는삶의지혜서역할도함께해주고있다.
그리움은추억이낳은또다른쌍생아일수도있다.추억이없다면그리움도형성될수없다는것이다.시간여행에서우리는상황을떠올리기도하지만그상황을조작하면서새로운그림을그리고변화를모색해보기도한다.인간은누구나그러면서과거에집착하지않고미래를보며열심히살아가는것이다.
김명이시인의초기작품엔눈물이절반이었고이웃에대한사랑,가족에대한애틋한그리움을노래한작품들이많았다.거친바다와더불어살아온‘청일호여선장’은가족들의삶을위해여자이기를포기했던어머니의긴한숨이담긴노래였던것이다.지구를지배하는건남자지만그남자를다스리는건여자라고한다.그보다더위대한건어머니이다.
곡절많은세월,굽이굽이한많은사연들을어찌말로다표현할수가있을까.시인이기에시로서노래하고썰을풀어낸것이다.시집『이것이인생이다』의시편들은영화‘타이타닉’에서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LeonardoDicaprio)의상대역을맡은여자주인공케이트윈슬렛(KateWinslet)이할머니가되어,젊은이들에게자신이경험했던지난이야기들을담담하게들려주는것같은작품이었다.
한편으론거친바다와하나가되며이웃과가족을넓고따뜻한가슴으로풀어낸그주옥같은노래들은시라기보다,‘넓은들동쪽끝으로옛이야기지즐대는실개천이휘돌아나가고’로시작되는정지용시인의향수처럼,시골할머니가손자에게들려주는아련한고향의옛이야기즉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고할수있다.
이제김명이시인이세상과화해하고가족과이웃공동체와함께하며부르는노래는더이상눈물과한숨으로쓴『간양록』이아닌,삶의고통을당당히싸워이겨낸사람이넉넉한긴호흡으로세상을살아갈것을주문하며남기는지혜서라고할수있다.
그녀의상상과거짓된꾸밈이전혀없는리얼리즘장편대하소설과같은시집『이것이인생이다』에들어있는61편의서사시를감상하며드라마속으로들어가본다.이제할머니가된김명이시인과함께시간여행을떠나는것이다.

햇볕이와닿는한낮
푸른바다가눈이부셔라
남해마을바다는에메랄드지천이네

무지개길을찾아돌고돌아
신창풍차해안도로달리다
멋스런풍차앞넓게뻗은갯벌,
낙조에맞물린불타는바다
아름답기도하여라

출렁다리처럼길게뻗은
바지선아래새끼게들
짱뚱어구멍속으로숨바꼭질에
시간의개념도잊은채
아이도어른도놀이터가되는곳
동화속풍경같은
보도블록길이환상적이다
길이무지개다
-「사천무지개길」전문

추억의빼다지를열면그안엔갖가지옛이야기들과사진들이잔뜩들어있었다.그중에서몇장끄집어내어보면이젠켜켜이먼지가쌓이거나아예주택개량으로사라진옛시골집사진도나온다.
사람의일생도지나고보면참으로화살촉처럼빠름을알수가있다.아등바등힘겹게악다귀하며아금박지게살아왔는데어느새머리엔서리가내려백발이성성하고,폭삭낡은슬레이트지붕을이고촉수뻗은가지로상처입은몸을칭칭동여맨생은힘겹게둥치를질질끌고가는삼천포멸치배처럼저녁놀에매달린다.
황혼의시인은마산광암바닷가청일호여선장에서이젠노년의여유를찾으며광폭한바다와사투를벌이는대신,사천무지개길을찾아서망중한을즐기고있다.에메랄드빛남해는아이도어른도놀이터가되는것이다.
정확한지명은사천무지개해안도로이며대포어촌마을부잔교갯벌탐방로에있다.그곳에는질척거리는질곡같은생처럼잔뜩흐리기만한해안선따라갯벌이펼쳐져있어,비오는궂은날장화와레인코트를걸쳐야만할것같은느낌이들기도하는장소다.
하지만맑은날무지개도로는이제새로운명소로자리잡고있는곳이다.‘낙조에불타는바다’에선그곳을찾는이들마다추억의빼다지에보관하는장면이바로갯벌의풍성한먹거리와에메랄드를연상케하는바닷물,산자락너머로길게깔리는붉은저녁놀의아름다움이다.
그것은대자연이우리에게준선물이며복된낙원이라고할수있다.붉살이내리는대포항횟집에들러잡어한접시에허기를달래고스러지는아청빛물결처럼그리움의자락을노을에흘리는저녁이다.
한달쯤두문불출한채해변민박집에서라도늘퍼지게나는누구인가,산다는건무언가생각하며쉬고싶지만,퍼뜩정신을차려보면김명이시인이머무는마산진동광암이나사천실안노을이펼쳐지는근처대포항이나모두바닷가인것을.
그냥시뻘건석양밑에서지인과가족들이아무생각없이하루휴식을취할뿐이다.여기는사천과삼천포가합쳐진버뮤다삼각지대같은중간지대이다.

울엄마찰칵찰칵베틀에앉아
몇날며칠무명베짜서
검정물들인이불껍데기에
빨강깃달아
하얀목화솜속을채운폭신한이불
여섯식구그이불하나밑에꼼지락꼼지락,
엄동설한이맘때가되면
그때그이불이생각난다

밖에나간식구들밥한끼
엄동설한그겨울에
놋양푼에밥을담아식을세라
아랫목이불밑에묻어놓고
사립문에왔다갔다들랑날랑
조바심이아궁이에불을지폈다

꽁꽁얼어호호불며일하던손들이
방바닥을쓸며이불밑으로밀어넣고
저녁이면여섯식구의발들이
함께헝클어져웃음꽃이피었지
지금은다하늘가고나혼자남아
가끔씩형제간의정을키운
폭신했던검정이불이생각난다
-「구들방아랫목」전문

시인은어린시절엄마가베틀에앉아무명천을짜던‘구들방아랫목’으로시간여행을떠나본다.이땅의어머니들이고단한노동의굴레와속박에서벗어나지못하면서도가난한집안과가족들을위해희생하며,낮과긴밤을보내며물레와베틀질을해야만했던시절의이야기들은따뜻함보다는눈물겨움이더많았다고해야옳을것이다.
그러나시인은따뜻한아랫목에놓아푹신했던검정이불과당시무명천을만들던목화솜을떠올리며포근한기억의풍경들을작품에옮기고있다.그‘구들방아랫목’엔적당히게으름을피우고싶던겨울밤의추억이지금까지많은이들의뇌리에남아있을것이다.
이불밑에서벌떡일어나지못한채아직도몽중몽(夢中夢)속에서전쟁을치르고있고그전쟁놀이는언제끝날지알수가없다.거뭇발어둠속에서헐떡이는들개나하이에나처럼고개를숙이고배밀이를하다보면어느새막막궁산의구렁이가똬리를틀고있다.누워서이리뒹굴저리뒹굴하다보니이불이또르르말려뱀처럼틀어져있는것이다.
문득게으른하품을하고눈곱이낀채찔끔눈물어린눈으로방향을틀어보면태양빛이붉으레미하다.저것은일출인가석양빛인가의아해서다시눈을비비고쳐다봐도아침인지저녁인지도무지헷갈리기만한데,엄마는여전히베틀위에서탈칵탈칵씨줄과날줄을교차하며북을밀었다당겼다반복하고있다.
엄마는긴한숨인지신음인지내뱉으며어깨와허리를연신두들기고있다.저너머는분명히평화가있겠지,잘사는날도있겠지하며부스스몸을틀고일어나는데여전히이불은똬리를틀고있고생과사가교차하던구들장은방금전의따뜻한여운이머물고있다.
또하루가뉘엿뉘엿늘퍼지는지시작되는지희붐한빛따라곰삭은김치가드락에고봉밥이개다리소반에얹혀있다.“‘퍼뜩씻고아침묵어라.학교안갈기가?지각할라.아부지도불러가아침드시라캐라”
엄동설한이맘때가되면시인은그때그아침일출인지저녁노을인지희붐하고붉으레미하던,그해안의주단빛파스텔색과분주히하루를시작하던여섯식구의웃음꽃이그리워진다.힘겹고가난했던시절이지만그래도그리운건가족의포근함과아랫목의따뜻함이다.아궁이화덕의군불때던장작불도그리워진다.

그무엇을찾으려고
한평생을바다에저당잡혀
그토록동분서주했던가
바람을잡으려고그물을쳐도
그물에걸리지않는바람소리
파도가흰이빨을무섭게드러내면
나는파도의등뼈를타고
바람의곡조따라마음졸이며
온몸으로춤을추어야만했었지

그렇게희로애락을함께했던
바다는내인생의동반자
갈매기벗을삼아
상괭이와말씨름하며
그렇게또한세월살았지

사시사철유행도모르고
바다가지어준젖은옷한벌
바다가내게베푼만가지은혜가
오늘의나를만들어주었네?
바다생활40년을살다가
다내려놓고돌아보면
가져갈것하나없는빈손인것을
-「이것이인생이다」전문

이제더이상불안한기다림으로시간을소모하며덧없는사막속으로의미없는여행을떠날필요가없다.달빛도별빛도길따라달려와빠르게지나가며마산항의불빛따라길게이어지고연락선뱃고동과어선들의엔진소리에하루가열렸다가내려앉고있다.더이상목적없는고비사막같은시간은김명이시인에게존재하지않는다.
‘한평생을바다에저당잡혀’하기싫은일을억지로했던그녀는어쩌면지옥에서고통을당하고있었다고해도과언이아니었다.젊은날사랑하는연인을두고다른남자와하기싫었던결혼을강요받았고,그남편마저일찍세상을떠나어둡고캄캄한바다,차갑고괴물같은바다의삶에족쇄를찬채40년을거친바다와사투를하며살아왔다.
그모든것을가족을위해서라는명분으로젊은날결혼도등떠밀려했었고,남편사별후에도가족의생계를위해막막한바다의삶을살아야만했던그녀의이름은‘김명이’가아닌‘어머니’였던것이다.작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