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씨, 이름이 뭐예요? (서미경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복덕씨, 이름이 뭐예요? (서미경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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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경남 창원에서 활동 중인 서미경 시인은 첫 시집 『복덕씨, 이름이 뭐예요?』를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제1부에는 「순진한 빠꼼이」 외 시 18편, 2부에는 「밤의 영광」 외 시 19편, 3부에는 시 「언니 감꽃이 떨어지고 있어요」 외 17편, 4부에는 시 「봉구네 국수」 외 19편 등, 총 시 76편과 문학박사 차민기 문학평론가의 시집 해설 ‘트랜스액션’으로 소환되는 체험의 서사체’가 실려 있다.
저자

서미경

서미경시인은경남창원출생으로월간〈한비문학〉에시로등단했다.한국방송통신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경남대학교평생교육원시창작반과마산문학관시창작반을수료했다.현재민들레문학회,붓꽃문학회회원으로활동중이다.시집으로『복덕씨,이름이뭐예요?』가있다.

목차

005시인의말

1부
013간월재억새몰이
014그녀가놓은작은불
016함안고택
018순진한빠꼼이
020해운대의밤
021복덕씨,이름이뭐예요?
022아부지전상서
023단풍의구운몽
02418세코스모스동창생
026이순신장군과어머니
028얼음땡
029신데렐라두번째이야기
030용서모임
032다지나가
033아버지의딸로살아간다는것은
034이진법으로나를채우는시간
035맴맴
036나는야하얀기억에물주는여자
038신이시여

2부
041어머니를부르고싶은날
042남도의열락처
044나의시절
047무병
048한그릇으로부터
050난로를사랑한눈사람
052난로를사랑한눈사람·2
053오동도의여수
054밤의영광
056오후의거리
058첫고백
059맹숭맹숭한마음엔네가딱
060가을은안단테안단테
061별이총총
062추어탕365
064서울나기
066하늘아래바다
067윤동주유고보존정병욱가옥을다녀와서
068이제네차례야
070구룡사

3부
073자백
074살림살이
076언니감꽃이떨어지고있어요
079스물은
080어쩌다어른
082아가에게
084갱년기
085수평이되기까지
086내리사랑
087삶의현장
090희망이란놈앞에서
091보경씨
092어머니의알
093영감편히있지소
0940과1의대화
095시쓰기
096날마다퇴근
098통도사의세처녀

4부
101봄은
102배냇짓
103통영행
104영이와숙이
105영이와숙이·2
106길에서만난사람들
108설상가상
109한철동무
110봄밤,고독에사무치는일
112봉구네국수
113오늘은태산
114단서를찾아라
115풀리지않는선물
116남편과애인
117동안거
118남해설흘산
119계절따라
120봄
121미스김라일락
122기도
123■시집해설
‘트랜스액션’으로소환되는체험의서사체
차민기(문학평론가·문학박사)

출판사 서평

서미경시인의시들은활자로고정된채관념속에서만맴돌지않는다.그것들은기억을비집고나와,다양한감각으로변환되어읽는이의체험들과엮인다.그리고그체험의무더기들은과거와현재를넘나들며시집전체를역동적으로이끌어가는힘으로작용한다.대자연의풍경이나소소한일상의사물들이나그살아움직이는몸짓들은뚜렷하다.그리고그몸짓들은은근하다.그은근함속에“스멀스멀”읽는이들의체험서사들이스며드는것이다.그리하여시적대상이나상황이읽는이의체험과완전한교감을이루어시는온전히‘나의것’으로읽히게되는것이다.서미경의시들을읽어가는것은사소해보일지모르는일상의것들에서촉발되는트랜스액션들을경험하는것이며,그낱낱의일상,혹은사물들에게말을건네는행위가될것이다.이시집을읽는이들이여!시인의언어로자신의‘과거들’과화해하시라.그리하여이가을에저마다의일상들에예쁜꽃송이하나씩을매달아보시라.

-차민기(문학평론가·문학박사)


‘트랜스액션’으로소환되는체험의서사체



차민기(문학평론가/문학박사)


1.개별체험들의감성적소환,‘트랜스액션(Transaction)’

‘감성’과‘이성’은고대로부터인류지성사의양단에공고하게자리하던개념이었다.그리하여감성에치우친시대에낭만주의가출현했고,이성이득세하던시대에사실주의가등장하였다.그러나이양단의바탕에는결국‘사람의나날살이’라는기본생체험이전제되어있다.결국‘예술’은‘인간의삶을어떻게변주하고또어떻게전망할것인가’에대한개념어인셈이다.예술에전제된이체험의좌표점들을개별적이고객관적사건으로구분하지않고,‘감성’의매개값으로연결지어그과정에서공시적,통시적의미를추출하고자한이는미국의철학자존듀이였다.
존듀이는‘감성’과‘이성’의이분법적세계관을부정하면서,인간의인식과교감은세상에존재하는낱낱의존재들과상호작용함으로써그것이인식대상(개별대상또는사건)의지속적이면서도질적인변화를유도한다고보았다.이때인간과세계가서로영향을주고받는과정에서작용하는인식과정을‘트랜스액션(transaction)’이라규정하였다.그가말하는트랜스액션은한개인이그를둘러싼모든것들(혹은상황)과의교감을가능케하는인식작용으로서,이트랜스액션을발현하게하는단초를‘경험’이라고본것이다.


2.‘체험씨’들의결실,「복덕씨,이름이뭐예요?」

이시집은모두76편의시편들이1~4부에고루나누어져있다.여기에실린작품하나하나는‘그때’(과거)와‘지금’,‘여기’와‘거기’,또는‘이것’과‘저것’들과같은모든시.공간적대상(상황)들에서촉발된트랜스액션의변환어라할만하다.시인이트랜스액션의영역으로낱낱의개별대상들을끌어오는방법은여러가지가있는데그중대표적인것들이‘기억’,또는‘환기’이다.

……
낙엽을모아책갈피에꽂아두는
풋풋한시절
첫미팅때고개한번못들고
탁자에줄그어진곳만
냅다쳐다본시절
…(줄임)…
미용실언니가너무짧게잘라버린머리
말못하고나와집에서보자기쓰고
울었던시절
운동장조회하고구멍난양말들킬까봐
제일늦게들어갔다가벌서던시절
…(줄임)…
사상터미널내리자딱봐도촌뜨기인
우리를봉고차로데려가
세계문학전집강매당하게하던시절
…(이하줄임)…

-「「순진한빠꼼이」」일부

모두36행으로이루어진이시는온통과거사건들에대한‘기억’이다.성장기의개별적체험이면서도어쩌면사소할수도있는이낱낱의사건들을읽어내리다보면,문득읽는이들의기억속에도시행과겹치는구체적사건들이떠올라올것이다.시인의개별체험이그만의개별적사실에그치는게아니라,동시대를살아낸이들이면누구나겪어봤음직한보편적세계를불러오고있기때문이다.이러한공감적경험서사들은개인의사건을개별적자리값에고정시키는것이아니라,트랜스액션이라는매개변수를통해연속성을지닌다른사실들로확장되며,그과정에서우리는‘감성’을공유하는통합적정서를경험하게된다.

천주산옹골진계속줄기따라굽어진곳에
아버지를모셨다
일년에두번아버지만나는길에
어머니항상동행이시다
살아서미운정만나누셔서내려오시는길
발뒤꿈치에미련이한짐이다
등뒤에서울어주던뻐꾹새소리
예전에울어주던그울음소리맞냐며
아버지께물어보시더니
올해는기력이쇠하여그울음소리나혼자만
듣고내려온다

뻐꾹새야
다음명절엔절창으로울어다오
소릿값은내섭섭지않게치를테니
아버지듣고누웠을뻐꾹소리
어머니듣고
아버지도포자락에회환으로
한번놀아보시게

-「「영감편히있지소」」전문

생전에그닥살갑지못했던아버지를땅에묻은뒤,해마다그무덤에동행하시는어머니의모습을저만치두고보는장면이다.산자와죽은자의아득한골짜기를“뻐꾹새소리”가그득메우고있다.“올해는기력이쇠하여”동행하지못한어머니를위하여화자는“다음명절”을기약하며“뻐꾹새”에청을넣는다.쇠한기력의어머니가그‘절창’을듣고서환한“아버지도포자락에회한으로”한바탕놀아보시기를기원하면서.
시인이개별체험들을시적으로환원하는방법은다양하다.「순진한빠꼼이」,「18세코스모스동창생」,「첫고백」,「살림살이」들과같은시들은모두과거의구체적체험들을불러오는방식이다.그에비해「맹숭맹숭한마음엔네가딱」,「하늘아래바다」,「구룡사」,「영감편히있지소」,「0과1의대화」,「시쓰기」들은시각,청각,후각등의다양한감각적환기를통해읽는이들의경험서사를이끌어낸다.이런점에서이시들에쓰이는감각적형상화는개별대상이나상황들에대한전신(全身)의교감기호들이라할만하다.따라서시인에게과거와현재의체험서사들은,시집「『복덕씨,이름이뭐예요?』를일구어내는가장근원적인‘체험씨’라부를만하다.

……
어서오세요하면
뒤따라오는무릎아픈할머니
급히재촉하며
어서오라안하나
어여온나

맛있게드세요하기전에
맛있게무까?
선수치며물어보는할아버지

나보다띠동갑아래인거같은데
만날오빠속풀러왔어
궁물많이줘
기분좋게버릇없어
그냥웃고

밥값천원덜낸거같다고
한여름헐레벌떡뛰어오신할머니
내가더미안해추어탕한그릇싸드리고
……
점심때는애인
저녁때는부인
하루두번이나오신다고
아는체했다가
눈치없다고구박받고

추어탕으로한끼때우신손님들
속이그득해져나가는뒷모습은
세상부러움없다
산다는거
배부르고등따시면그만이지

-「「추어탕365」」일부

‘음식’은사람과사람,사람과공간을매개하는대표적인기호가운데하나이다.특히이시의이야기토막이된‘추어탕’은,‘할머니-할아버지’,‘띠동갑아래’,‘애인’,‘부인’등의다양한세대층과구성원들을모두“추어탕365”안에자리앉히는보편적체험씨로기능하고있다.그리고그체험씨는단순히시를형성하는소재로끝나는게아니라그들간의상호작용을통해읽는이에게로까지확장된다.그래서시어하나하나,시행하나하나를읽어가는동안코끝엔‘제피가루’의알싸함이맡아지기도하고,혀끝엔갈아넣은미꾸라지의까끌거림이느껴지기도할것이다.
이처럼서미경시인의시들은활자로고정된채관념속에서만맴돌지않는다.그것들은기억을비집고나와,다양한감각으로변환되어읽는이의체험들과엮인다.그리고그체험의무더기들은과거와현재를넘나들며시집전체를역동적으로이끌어가는힘으로작용한다.“한데바람이허리춤을끌어안으면”,“간월산은일어나허물었던벽들과기둥을세우고/낮은자세로나부낀다”(「간월재억새몰이」일부),“지문처럼닳아빠진가마솥뚜껑만지작거리며/아궁이앞에앉았다/마음보다따뜻했을자궁의온도/스멀스멀올라왔다/고가의젖줄인우물/두레박도철벅철벅소리를내줬다…./할머니의우주였던고가는살아있었다/우물도살아있고/나도살아있고”(「함안고택」」일부)와같은시들에서처럼대자연의풍경이나소소한일상의사물들이나그살아움직이는몸짓들은뚜렷하다.그리고그몸짓들은은근하다.그은근함속에“스멀스멀”읽는이들의체험서사들이스며드는것이다.그리하여시적대상이나상황이읽는이의체험과완전한교감을이루어시는온전히‘나의것’으로읽히게되는것이다.


3.여성성의‘장소’헤집어읽기

인문지리학의창시자라불리는‘이푸투안(Yi-FuTuan)’은‘공간’과‘장소’의경계를‘체험’으로설정해두개념의차이를설명해낸다.그에따르면공간은물리적이고유형화된구조물이라면장소는그공간안에서이루어진무형의서사에대한인식이며그를바탕으로역사를내재하는곳이다(공간과장소」,태림문화사,1995).문학적공간과장소에대한상상력은박태일의글(한국근대시의공간과장소」,소명출판사,1999)에서한층분명해졌다.그는시짓기를집짓는일에빗대면서“문학공간이란글쓴이가구축적경험을빌려이루어놓은구체적인체험현실이기때문에텍스트읽기란그러한현실을되겪는일이다”라고쓰고있다.이런맥락에서보자면시에서의모든공간은단순한공간의의미를넘어장소로서의의미체인셈이다.서미경의시집「『복덕씨,이름이뭐예요?』」에유난히구체적공간들이눈길을끄는것은이런이유이다.

겨울문학기행
함안어느조씨의고가를들렀다
백년이흐른세월의무게를기와에올리고
위풍을과시하고있지만고고하게애처로웠다

학식높은할아버지사랑은신식여성과하시고
노모를봉양하러맞이한신부는고택과
같이늙어갔다
…(줄임)…

-「「함안고택」」일부

문학기행답사지로서의‘함안고택’은1연에서단순한공간으로제시되었다.“백년이흐른세월의무게를기와에올”린품새는“위풍을과시하”는여느기와집과다르지않다.그러다2연에서는그안에이루어진서사의한장면이환기된다.집주인이었을“학식높은할아버지”와“신식여성”간의사랑,그리고‘노모봉양’이라는현실문제를앞세운혼인은그신식여성과의사랑을이고택밖으로밀어내었다.그래서이고택의서사는학식높은할아버지의사랑을제대로받지못한채,늙은시어머니봉양으로청춘을받친한여성의이야기로살아난다.3연에이르러화자가고택안낱낱의세간들을어루만지는행위는그여성에대한공감이며위로일것이다.그리고그공감과위안은다시‘나’에게로환원되어‘고택’전체가‘나’에게의미있는장소로변환된다.그리하여‘나’는“할머니의우주였던고가”와더불어“나도살아있다”는자각에이르게되는것이다.
이러한구체적공간에서의교감과자각은1부에서4부에이르는76편의작품들에고르게녹아들어있다.

감꽃이바람의간섭도없이투두둑
담장을따라떨어질때
내발디딘곳마저내주며깔깔웃음으로
그것들을꿰어목걸이를만들었었지
떨어진감꽃을줄줄이세우고있을때
자야언닌부엌에서행주로부뚜막을훔치다
눈꺼풀을가볍게하고보퉁이를마련했었지

동네에서기와를얹은집이하나
위채는일본식건물을본떠각진집이보기좋았고
아래채는머슴살이하는골방두개가있는
마당에는가지많은감나무와우물도있었다

언니와난그집에서밥물을퍼다날랐고
해가기울면등목도하고수박도띄워놓았다
아래채골방에서식모살이하는자야언니는
어려서부모가입에풀칠하기도어렵다하여
그집으로팔려왔다고한다
…(줄임)…

-「「언니감꽃이떨어지고있어요」」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