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다 (이소정 시집 | 양장본 Hardcover)

깎다 (이소정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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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경남 창원에서 활동 중인 이소정 시인은 첫 시집 『깎다』를 한국예술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제1부에는 「플라세보」 외 시 10편, 2부에는 「봉림사지」 외 시 11편, 3부에는 시 「향유고래의 소멸」 외 13편, 4부에는 시 「깎다」 외 12편 등, 총 시 50편과 시인인 임창연 문학평론가의 해설 ‘시로 꿈을 꾸다’가 실려 있다.
저자

이소정

출간작으로『깎다』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011플라세보plasebo
014수술
015집중
016식탐
018거짓말이라는산
020동백이더붉은건
021물의힘
022노도櫓島를떠나며
024엄마의마당
026그집앞
027우주여행

제2부
031봉림사지鳳林寺址
033어떤죽음
034버스킹busking
035세병관洗兵館
036호객꾼
037누가주인인가?
038수양식당
040시금치꽃
041안도다다오AndoTadao
042덴푸라tenpura
0442019년오디세이odyssey
045배롱나무

제3부
049향유고래의소멸
050늙어가는집
051바다를처음보다
052꽃한송이피고지는시간에
053포도
054마산역은향기가난다
055포스트모더니즘
056짝사랑
057사월의노래
058사랑의증세
059신혼여행
060아파트를베다
062재규어의소리
064꽃을위한헌시

제4부
069깎다
070영혼결혼식
071명탯국
072낮달
073제망모가祭亡母歌
074퇴산리일기
075첨성대
076숨구멍
078이팝나무사이로비둘기날다
079목련은잘참는다
080노을
082마지막선물
084꽃은나이를먹지않는다

087시집해설
시로꿈을꾸다-이소정시집『깎다』를말하다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시로꿈을꾸다

-이소정시집『깎다』를말하다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1.시인

시는영감(靈感-inspiration)을통해오고시인은그영감을문장으로완성하는사람이다.특별히시의첫문장은참으로중요하다.만약첫행이읽는사람의마음을붙잡는다면그문장성공한작품일것이다.그래야만두번째행으로마음을끌어들일수가있는것이다.그런완성된시를쓰게되려면남보다많은시간과노력을기울여야할것이다.그래서시인의시를읽게되면그행간의사이사이의흔적에서지(智)적인역량(力量)을한눈에보게되는것이다.시쓰기에서쓰이는시어(詩語)나문장(文章)들은창조적이어야한다.그것을한마디로표현하자면변용(變容)으로나타내야한다.시는언어의의미와소리의융합으로이루어진언어예술(藝術)이다.예술이라함은어떤재주나능력이탁월하여아름답고숭고해보이는경지에이른것을말한다.평범한문장을가지고시를쓰는우(愚)를범하지말라는것이다.이렇게장황하게시의기초적인이야기를하는것은아직도많은시인들중에는너무도쉽게문장을만드는것을숱하게보아왔다.그래서시의기본은늘강조해도지나침이없을것이다.시인은현실을문장으로이야기하면서도시어로표현하기때문에언어예술이되는것이다.

이소정의첫시집『깎다』(창연출판사,2023)에서시인의말을통해선언을한문장을먼저보자.‘찰나를보았고//또다른세계를본다//시는/나의미래이다’라고말한다.
참으로당찬선언으로읽힌다.시인은어떤찰나를만나고보았을까?그리고어떤다른세계를보았을까?그리고시는나의미래라고말할수있는이소정시인은어떤시를쓰는사람인지궁금해진다.
그의시집『깎다』에는50편의시가실려있다.이제이소정시인의작품들을읽으며행간에숨은의미를찾아보고자한다.

2.거짓말

살아가면서수많은것들중에반드시없어져야할것이거짓말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잡초처럼뽑아내어도없어지지않고다시자라나는끈질긴존재이다.시인은이거짓말을어떻게말하고있는지다음작품을보기로하자.

산자를위한저녁이오고있다

죽음은언제나손에잡힐듯
곁에머물고있다

정결한새두마리
한마리는피를흘리며
한마리는살아서들을향해날아간다

신전에머문다고
신이될수는없듯이
왕의처소에머문다고
왕이될수는없다

애초에평등은없었다
이념이란인간이만든규칙
출발부터가모순인데
구원이없는파라다이스는신기루일뿐

제사장은새의피를옷에뿌리며
정결을선언했다
나병에서자유로워진그는
사람들속으로다시걸어서들어갔다

시너를뿌리고라이터로불을붙인그는
죽기전결백과자유를외쳤다
그곁에서기자도동료도말리지않았다
그가간곳이천국인지지옥인지
아무도증명해보이지않았다

혁명의불꽃이연기를피우자
그들은재빨리원탁회의를열었다
저마다왕을꿈꾸는자들은
핸드폰번호를누르며사람들을불러모았다

그들도머잖아벌거벗은채
날개없는새처럼날아야할시간을맞을것이다
영혼이영원히산다는말은
끔찍한형벌인동시에
축복으로들렸다

거짓혀를놀리는자에게
영원한삶이란
지옥을초대하는악기같은것이다

-「플라세보

시인은시의부제목에‘누군가나를대신해죽을수있다면’이라고말한다.제목「플라세보placebo」는-1.죽은이를위한저녁기도2.가짜약3.일시적인위안의말4.위로5.발림말(flattery)-다의적(多義的)의미를함축하고있다.이작품에서는이모든의미를문장속에다내포하고사용한다.
‘산자를위한저녁이오고있다’로시작되는문장은강렬하다.매일다가오는저녁을죽은자들은볼수가없기때문이다.그러나‘죽음은언제나손에잡힐듯/곁에머물고있’기때문에삶과죽음이란가장가까운친구같은존재이다.‘정결한새두마리/한마리는피를흘리며/한마리는살아서들을향해날아간다’는문장의새는사람으로바꾸어읽어도내용은달라지지않는다.새의죽음이든사람의죽음이든생명의소중함은인간의편에서나신의눈으로보아도다르지않을것이다.왜냐하면참새한마리가떨어져죽는것도하나님뜻이라고성경은말하고있다.-‘참새두마리가한앗사리온(Assarion:로마의화폐단위인데,작은수량이나매우하찮은것을비유할때쓰이는단어)에팔리지않느냐그러나너희아버지께서허락하지아니하시면그하나도땅에떨어지지아니하리라너희에게는머리털까지다세신바되었나니두려워하지말라너희는많은참새보다귀하니라(마태복음10장29~31절)’-하물며사람의머리털까지도기억하는하나님이인간의억울함도외면치않는다고말한다.그런데이죽음(생명)을가지고시체팔이를하는부류가있다고시인은말한다.‘시너를뿌리고라이터로불을붙인그는/죽기전결백과자유를외쳤다/그곁에서기자도동료도말리지않았다/(중략)/혁명의불꽃이연기를피우자/그들은재빨리원탁회의를열었다’는문장은누군가의분신자살(焚身自殺)을하는현장을기자와동료가보고는말리지않고방치한상황을보여준다.그리고는언론과야합을통해여론을만들어정치적인변화를자신들에게유리하게만들었던과거를우리는너무나도많이보아왔다.타인의죽음을부추기며이용하는비정한현실은개인의살해인동시에사회적인타살이라고명명할수가있다.지하드(jihad-이슬람교에서말하는이교도를대상으로하는성전聖戰)라는이름으로벌이는테러는수많은불특정다수를살해하기도한다.그테러리스트를부추기는방법이신념과함께거짓말로세뇌를시킨다.정상적인생각으로는설득이되지않을내용으로말이다.가령지하드로자살폭탄테러로성공하고죽으면천국에가서수많은아름다운여인들의시중을받으며영생을누리게된다는이야기이다.거짓말은이처럼숭고해야할인간의목숨도하찮게소비되게만드는범죄이다.
시인은시에서이렇게거짓에대한결론을‘거짓혀를놀리는자에게/영원한삶이란/지옥을초대하는악기같은것이다’라고맺는다.참으로무서운말이다.지옥은불구덩이에갇혀죽지않는다고생각하면‘영혼이영원히산다는’고통은생각만해도끔찍한형벌인것이다.
거짓말에대한또다른「거짓말이라는산」이라는작품을보자.

해양드라마세트장입구
솜사탕을파는이가있다
색이입혀진설탕을넣으면
영롱한빛깔의구름과자가만들어진다
현란한기술로손을놀리면
먹음직한솜사탕이부풀어오른다

그가쌓아올린명성은위태롭다
입에서나오는현란한어휘들은
매혹적이지만
비가내리면녹아내릴소금산이다

소금이몸으로들어가녹아내리면
보약처럼맛으로전해지고
황산을만나면염산이되어
사람의살과뼈도녹이는맹독이된다

거짓말은설탕처럼달다
독이되어영혼을녹이는암석이다
가볍게귀로들어와먼지처럼쌓이는
맹독의암석이다

솜사탕을혀에대지말고
손으로눌러보라
납작하게눌러진솜사탕은
다만맹독의설탕덩어리

거짓말산은아무리높게올려도
백주에사라지는
맹독의허상

-「거짓말이라는산」전문

설탕과소금은눈으로보아서는쉽게구별이안된다.맛을보기전에는알수가없다.소금과설탕은물에녹는다는공통점이있다.소금은짜고설탕은달다.시인은소금과설탕을맹독이라고말한다.일상생활에서꼭필요한것들이지만사람에게독이될수있다고말한다.거짓말이라는것도귀에는달콤하게다가와속삭이지만결국에는영혼도팔게만드는맹독이라는말이다.화려해보이고부풀어진솜사탕도눌러보면찌그러지는것처럼거짓도이와같다고말한다.거짓의삶은해양드라마세트장처럼연극무대일뿐이다.

죄없이사라진절이있다

진경대사사리를봉안했던보월능공탑
일제강점기에서울로가서
용산의국립중앙박물관뜰에서
하염없이비를맞는중이다
탑의운명이야죽을때까지비를맞을테지
소박맞은여자처럼집에서쫓겨나
객지에서떠돌고있다

죄없이무너진절이있다

한집안의번영을위해빈관으로
스님들을속이고
절근처땅에관을묻자
절은무너지고그집안도결국망했다

가끔내가당신의마음을훔친후
당신의인생이무너질까
달아났던기억의파랑이부표처럼떠올랐다

신우대흔들리는자드락길을따라
폐사지를등지고돌아서는길

오고가는바람이단어들을소환하여
종이도마에올리고칼질을하여전을부친다
한상을조촐하게차려그대에게내어놓는다

-「봉림사지」전문

봉림사지는창원시의창구봉림동에위치한절터이다.창원봉림사지는나말여초구산선문중여덟번째선문인봉림산선문이있던유서깊은절터다.
봉림사지에있던진경대사보월능공탑(보물제362호)과탑비(보물제363호)는현재국립중앙박물관에이전돼있다.또삼층석탑(경남도유형문화재제26호)은의창구상북초등학교로이전된상태다.임진왜란화재로소실이되어사라졌다고전해온다.또한시인이말한설화도전해지고있다.
인간의욕심은죽음이후에도영화를누리려는어리석음을갖고있다.그나마종교는인간의욕망을다스릴수있는가장이성적인행위이다.예부터종교건물이들어선곳을성지(聖地)라고부른다.그래서죄인들은피난처로도망하여이곳에서자신의목숨을보존하기도했다.또한부정한것은절대로들이지않는곳이기도하다.그런데집안의부유함을얻고자시체를들였으니그성지는오염이된것이다.세상이오염되는것은끝없는욕심의결과인것이다.


3.세상

시인은그시대를살아가면서시대의중심을읽어야하는숙명이있다.그것이시인된자가안고가는고통이기도하다.이소정시인은그의시에서어떤눈으로세상을읽고있을까?

너는오늘
썩은복숭아를먹는사람

과수원에서낮에복숭아를
한바구니따다가우물물로
씻어부엌부뚜막에두었다

늦은밤에서야생각한다
복숭아를먹는즐거움이란
한입두입먹다가
과육속의벌레마저삼키는일

너는오늘
썩은세상을먹는사람

장날좌판에서토막낸
갈치를사다가소금에절여
냉장고에넣어두었다

늦은밤생각한다

바다를먹는즐거움이란
썩은생선살을발라먹는일
우리가저질러놓은
미세플라스틱마저먹어치우는일

-「식탐」전문

시인은복숭아먹는일을썩은과육속의벌레를먹는일이라고말한다.벌레가먹었다는것은가장맛있게잘익은과일이라는말이다.맛있는것이먼저썩어가는건마치먼저핀꽃이먼저진다는것과같은이치이다.사람이맛있어하는건벌레도좋아하는것이다.서민들이좋아하는갈치는지금은고등어보다비싼생선이되었다.가격상승의실질적인원인은경쟁적인남획(濫獲)때문이다.갈치가성어가되기전단계인풀치까지잡아먹어서급격하게개체수가줄어들었기때문이다.갈치에관한속설로는사람이바다에빠져익사하면제일먼저갈치가달려들어그것때문에갈치의맛이사람고기맛과비슷하다는말은괴담일뿐이다.갈치는심해어라서1기압밖에되지않는대기압을견디지못해육지로올라오면금방죽어버린다.모든생물은죽는순간부터썩기시작한다.인간이살아가기위해서는무엇인가는희생을해야한다.그것은삶의아이러니이기도하다.시인은‘먹는즐거움이란/썩은생선살을발라먹는일’이라고말한다.거기에더해‘미세플라스틱마저먹어치우는일’이라고말한다.전지구적으로기후위기를말하고있다.기후위기는산업화로인해발생한온실가스배출과자원소모로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