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관 일지 (안삼환 장편소설)

역관 일지 (안삼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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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안삼환 교수의 제3의 장편소설 『역관 일지』

서울대 독문학과에서 2010년에 정년퇴임한 이후 10년만에 창작자로 변신하여 『도동 사람』(부북스, 2021)과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솔, 2024)라는 두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아온 안삼환 작가는 지난 11월 초에 그의 제3의 장편소설 『역관 일지』(부북스 2025)를 출간했다.
『역관 일지』의 주인공인 독문학자 김일술 교수는 자신이 김개남의 후예인 줄도 모르는 채 독문학 교수가 되었다가 정년 퇴임하여 일단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를 우리말로 번역하고 있는 ‘역관(譯官)’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번역상의 기쁨과 어려움을 일지로 기록하려는 것만은 아니고, 번역자인 동시에 대학교수요 지식인이기도 하기에, 지난 2024년 9월 25일부터 2025년 4월 4일까지의 기간에 한반도 남쪽에서 일어난 개벽적인 사건들에 대한 한 지식인의 기록과 성찰이 『역관 일지』의 주된 내용을 이루며, 따라서 이 소설은 이 반년 남짓한 시일 안에 일기 형식으로 기록된 66편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 ‘역관(譯官)’인 동시에 교수요 지식인이기에

이 진부한 66편의 부분 서사들을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로 엮어주고 있는 끈이 주인공 김일술 교수와 시인 서선숙의 꿈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완산 녹두’의 발언이다. 1895년 초에 진도까지 가서 일본군의 손에 죽는 이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해골은 일제 강점기인 1906년에 한 일본인에 의해 ‘채집’되어, 홋카이도로 갔다가 1996년에 그 ‘해골’ 상태의 유해가 다시 한국으로 봉환되어, 2019년에 전주 완산의 ‘녹두관’에 안장된다. 아무튼, 그 ‘해골 영령’이 어느 날 김일술 교수와 서선숙 시인의 꿈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해골이 ‘완산 녹두’로
무명이며, 무향(無鄕)인 이 ‘완산 녹두님’이 김일술 교수에게 나타나 자기가 편의상 잠시 ‘김일술’이 되기로 했다는데, 여기서 김일술 교수는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라던 수운의 가르침을 연상하면서 잠시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요컨대, 2024년 12월 3일 이래의 진부하고도 비루한 정치적 일상이 역관 김일술에 의해 성찰되고 기록되지만, ‘완산 녹두’와 시인 서선숙의 코멘트들을 받음으로써 그 일상적 언어는 순화되고 철학적 깊이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 안삼환은 동학농민혁명으로부터 3.1독립혁명, 4.19혁명,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쳐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의 장엄한 한국 민주주의의 전개 과정을 독자와 함께 더듬어보고 성찰하고자 하는 것인데, 과연 독자가 그의 의도에 잘 따라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요컨대, 이 소설은 우리가 겪어온 시대에 대한 작가의 역사의식, 동시대 민주시민에 대한 연대 의식, 조국에 대한 사랑, 지식인으로서의 사명감 등을 한데 반죽한 우리 시대의 문제작이다.

- ‘완산 녹두’를 통해 보다 높은 차원의 역사의식으로
소설 『역관 일지』는 검열을 의식하지 않고 작가의 생각과 비판의식을 자유롭게 펼쳐내고 있지만, 가끔 꿈에 나타나는 ‘완산 녹두’의 개입과 논평이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독특한 중개 역할을 한다. 이런 소설적 장치는 독자를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역사적 진실을 들춰내고 그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작가의 직설적인 현실 비판은 ‘완산 녹두’라는 영매의 중개를 거침으로써 보다 높은 차원의 역사의식으로 고양된다.

- 『역관 일지』는 일종의 사초(史草)로도 읽혀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일종의 사초(史草)로서도 읽히며(유희석 교수의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정지창 교수는 “지난 겨울, 추위와 눈보라에도 굴하지 않고 광장과 거리에서 아름다운 빛의 혁명에 동참했던 젊은이들과 그들을 응원했던 모든 이들이 21세기 개벽의 전환기를 되새기며 『역관 일지』를 읽어보기를 권하기”도 한다.
저자

안삼환

저자:안삼환
서울대문리대독문과및동대학원을졸업하고독일본(Bonn)대학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연세대및서울대독문과교수,한국괴테학회장,한국토마스만학회장,한국독어독문학회장,한국비교문학회장,한국훔볼트회장,한독문학번역연구소장을역임했으며,현재서울대명예교수이다.저서로는『괴테,토마스만그리고이청준』,『한국교양인을위한새독일문학사』등이있고,역서로는『빌헬름마이스터의수업시대』(괴테),『토니오크뢰거』(토마스만),『텔크테에서의만남』(귄터그라스)등이있다.

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에서외국인독문학연구자에게수여하는‘야콥및빌헬름그림상’(2012)을수상했고,독일연방대통령으로부터‘십자공로훈장’(2013)을받았다.

단편소설로「후모어찾기」(2022),「천년의미소」(2022),「백제의미소」(2024)가있고,장편소설로『도동사람』(2021)과『바이마르에서무슨일이』(2024)가있다.『역관일지』는안삼환의세번째장편소설이다.

목차

I.해골영령-11
II.역관일지-29
III.‘역관’의말-223

작가의말-227

「작품해설」유희석
소설로서의사초-‘빛의혁명’은어떻게이야기가되는가-229

추천의말(염무웅/정지창/이종민)-243

출판사 서평

작품은꿈이야기에서시작한다.순국한지100년을훌쩍넘겨서야일본에서환국하고,그리고나서도20년이지나서야비로소이땅에서안식처를찾은무명의-팔다리도,몸뚱이도없는영령인동학농민군이서사의문을연다.그는도강(道康)김씨로설정된다.그런그가1인칭화자인김일술에게현몽(現夢)한데서텍스트가풀려나가는것이다.김일술은“S대독문과교수로일하다가정년퇴임을”한인물이고작가자신의분신이다.농민군이그런‘나’의꿈에현현하여혁명이좌절된사연을들려준다.

이와같은동학담과쌍벽을이루는서사가괴테의『파우스트』번역담이다.독문학자로서은퇴한이후열성적인시민수강생을상대로괴테의『파우스트』를강의하고번역하는이야기가펼쳐진다.『파우스트』를읽지못한독자라도‘무엇이괴테가남긴걸작의핵심을틀어쥐고있는지’를단박에이해할수있게끔요령이있다.‘폭풍과돌진’으로일컬어지는독일문학/사상운동의최고봉에해당하는창조적성취를해명하는서사인바,그렇다고그와같은해명이들어가는번역담은전혀고답적이지않다.누구나가『파우스트』의전모를파악할수있게서사가전개되는것이다.

동학혁명의정신을작가는이렇게설명한다.

수운이무너져가는조선왕조를보면서창도해낸이땅의평등사상,즉반상(班常),적서(嫡庶),남녀,빈부의차별을모두철폐하여‘사람섬기기를하늘섬기는것과똑같이함’[事人如天]으로써,‘나라의운세를바로잡고백성들을평안하게하자[輔國安民]’고한것이바로동학사상,즉1860년대초의이땅에가장필요한복음이었습니다.그래서,전봉준,손화중,김개남,김덕명,최경선장군님과이름없는수많은‘녹두님들’이이복음에화답하여동학농민혁명을일으켰고,이혁명의기운이,대륙을탐하는제국주의일본의신진외교세력및육군세력과이땅위에서장렬하게맞부딪히는것입니다.그가열한싸움에서동학사상이지는것은스나이더소총과개틀링기관총때문이지그사상이취약해서진것이아니었지요!그러니까,우리도이제자주포를가지고있고방산무기를수출하는이시대에는동학사상이그어느사상과견주어도밀리지않을겁니다,아마도”!(95-96쪽)

괴테의파우스트에서그유명한구절"영원하고도여성적인것이/우리를이끌어올리는도다!"작가는이여성성을이렇게푼다.

이‘영원성및여성성’이라는괴테의개념을확실히설명한다는것자체가정말‘영원한숙제’입니다.그럼에도,‘영원성’과‘여성성’을복합명사로쓴것은틀림없으니,그해석은늘‘영원성및여성성’을휩싸고도는그어떤지고한추상명사일것입니다.후세를낳는것도,인류의미래를이어가는것도여성입니다.더욱이‘영광의성모’와‘속죄하는여인’그레첸은온갖고통을다겪고나서마침내영광의자리에오른지고지순한여성의상징으로서그녀들의‘여성성’은파우스트와같은죄인을구원하고인간으로완성시킬수있는‘은총(Gnade)’을품고있다는것입니다.(168-169쪽)

김일수교수의꿈에나타난영령은이땅의여성성을이렇게표현한다.

김교수가‘영원하고도여성적인것’에대해말하는것을나도잘들었어야.서양사람괴테는여성의사랑을결국‘은총’으로보는것같던데,이땅에서의여성의사랑은내생각으로는‘자비심과희생정신’이아닐까싶더구만이라.(170쪽)

이일지를기록하는김일술교수의마음은동학혁명의정신과이땅의여성성의사랑인자비심과희생정신이‘빛의혁명’으로이어지고있다는것을기록하여남기고싶어하는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