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잡기 : 노년의 정원사가 자연에서 배운 것들 (리커버 개정판)

두더지 잡기 : 노년의 정원사가 자연에서 배운 것들 (리커버 개정판)

$19.80
저자

마크헤이머

저자:마크헤이머(MarcHamer)
영국웨일스에거주하는작가이자정원사로,삶과자연의깊은연결을탐구하는작품으로널리사랑받고있다.북부잉글랜드에서가난한어린시절과청년기의노숙생활을거쳐정원사로20년이상일하며쌓은경험은그의글에진정성과흙냄새나는생동감을불어넣는다.대표작『두더지잡기』와『씨앗에서먼지로』는노동을통해자연,생명,그리고인간존재의본질을시적으로풀어내며각각2019년그리고2021년웨인라이트자연문학상후보에올랐다.마크헤이머의글은소박하면서도철학적이며,자연과의조화를사랑하는독자들에게깊은공감을선사한다.현재그는아내페기와함께웨일스에서글쓰기와정원가꾸기를이어가고있다.

역자:황유원
서강대학교종교학과와철학과를졸업했고동국대학교대학원인도철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2013년『문학동네』신인상으로등단해시인이자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시집으로『하얀사슴연못』『초자연적3D프린팅』『세상의모든최대화』,옮긴책으로『짧은이야기들』『유리,아이러니그리고신』『패터슨』『모비딕』『바닷가에서』『폭풍의언덕』『위대한개츠비』등이있다.김수영문학상,현대문학상,김현문학패등을수상했다.

목차


추천서문

프롤로그

겨울새벽
정원사의일
두더지들1
길위의신사
흙과집
땅으로녹아든밤
걷는사람
두더지들2
들판위에서
무채색냄새
닳아버린것
패배없이피하기
망가진것들
사냥꾼의육감
은신법
살생의의미
두더지언덕
마지막사냥
또다른삶

에필로그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김소연시인추천,황유원시인번역
환경부선정2022우수환경도서
2019웨인라이트상자연부문후보
미국서점협회추천도서,16개국번역출간

“헤이머는그가자연으로부터겪어온것들을광활하게펼쳐보인다.
마침내왜곡없이우리가자연의본성을이해하도록.”
-김소연시인,‘추천서문’중에서

“이책은오로지자연속에서홀로긴시간을보낸사람만이
얻어낼수있는속깊은문장들로가득하다.”
-황유원시인,‘옮긴이의말’중에서

친근하지만미지의영역에있는동물,두더지

두더지는대개비밀스럽고신비로운동시에유쾌하고귀여운동물로받아들여진다.저명한아동문학《버드나무에부는바람》에등장하는두더지는순수하고온화한성격에책을즐겨읽는다.카카오프렌즈의인기캐릭터‘제이지’는힙합을좋아하는발랄한성격의두더지로,아이어른할것없이많은이에게사랑받는다.뿅망치로머리를때려잡는‘두더지잡기게임’은누구나한번쯤해본적있는흥미진진한놀이다.하지만두더지의진짜모습은우리가흔히접해온그런모습들과는조금도같지않다.우리는두더지를모른다.

두더지는세계곳곳의전원지역에서식하며,한국에도많은수의두더지가산다.농경지나정원에서두더지는큰골칫거리중하나다.땅위로잘올라오지않는습성상직접마주하기란쉽지않지만,토양을헤집어농작물에피해를주는두더지로적잖은농가가골머리를앓는다.인류는오래전부터두더지와의싸움을벌여왔다.고대로마시대에는땅에물항아리를묻어두더지를잡았다.16세기중반식량난에처한영국에서는국가가두더지잡이를장려함으로써공인된전업두더지사냥꾼들이생겨났다.그후영국에서는두더지잡이가일종의전통적사냥술로인정받을만큼대중화되었다.영국내두더지의개체수는약4천만마리로추산된다.

우리나라에서도다양한두더지퇴치술과사냥법,퇴치기기따위가농부들과정원사들사이에서많은관심을끈다.(유튜브에는두더지퇴치관련영상만수백건이올라와있다.)두더지는아이들이나도시인들에겐귀엽고친근한존재일지모르지만,농촌이나교외지역에선땅속의무법자로불리며농업종사자들의분노를불러일으키는유해동물로분류되곤한다.마크헤이머는이책에서그러한두더지의생태와그들의습성에깃든다양한진실을전한다.동시에농사와원예를망치는야생동물로서만이아닌,보이지않는곳에서묵묵히자기의삶을일구어가는한생명체로서의두더지의모습또한들여다본다.

자연의방랑자로살아온두더지사냥꾼의이야기

두더지는평생을홀로지낸다.어둠속에서,친구나가족없이,집단정체성없이,혼자굴을파고혼자먹이를잡고혼자보금자리를만들며살아간다.이책의저자마크헤이머도10대시절중요한성장기를그렇게보냈다.어릴적집안에서혼자채식주의자로지내며가족들과충돌하거나놀림받았던그는,열여섯살에어머니를여읜후아버지의반강제적권유로집을나와2년가까이를부랑자로살았다.위험한어른들을피해숲속에서,부둣가에서,생울타리아래에서몸을숨긴채잠을잤다.쟁여둔캔이나훔친빵을먹거나,먹을게없으면굶었다.봄,여름,가을에는쉬지않고걸었고,겨울에는상점에서일하며버려진아파트에서히피들과함께살았다.

10대의헤이머에게홈리스로지낸그시간이외롭고힘들기만한것은아니었다.그는숲속과강가에서함께잠을자던야생생물들과자기자신이똑같은존재라는사실을알아갔다.낮에는걷는동안온갖식물이열매를맺고잎사귀를떨구는모습을지켜봤고,밤이면보초를서는검은지빠귀의울음소리를들으며잠에들었다.실로그는자연‘속에’있지않았다.그가곧자연이었다.자기안의자연과가까워짐에따라헤이머는동물로서의감각을활짝열고서하루하루를자연그자체로살았다.헨리데이비드소로가《월든》에서말한“나는정신적인삶을추구하는본능과원시적인삶을갈망하는본능이나자신안에공존하는것을느꼈다.나는선한것못지않게야생적인것을사랑한다.”라는구절을몸소체현했다.

그렇게2년에가까운시간을보낸뒤친척집을찾아가일자리를얻으면서부랑자의삶은끝이났지만,이때의경험은그의여년에소중한토양이되었다.수많은직업을거친끝에정원사가된헤이머는일이없는겨울철에두더지잡이로생계를유지할수있었고,자연속에서쉬지않고걸었던10대때처럼들판을걸으며자연과의합일이주는무구한기쁨을누렸다.유년시절부터노년에이르기까지자연과함께해온삶이그에게남긴흔적과,자연을향해그가느끼는경외,그리고그런감정조차아무것도아닌것으로만드는대지와태양의압도적인능력을실감했다.자연을길들이는인간과자연을파괴하는인간,자연의가치를받아들이는인간의다양한면면을돌아보았다.삶에있어중요한것이무엇인지조금씩깨닫게되었다.

굴을파듯자기앞의삶을묵묵히살아가는일에관하여

책의첫문단에는이런문장이나온다.“인제나는늙었고,사냥을하고덫을놓고죽이는일에지쳤으며,그것으로부터배워야할것들은모두배웠다.”두더지잡기를그만두기로결심한그에게,그것은분명대단할건없지만소소하고감사한삶을,그가기꺼이사랑했던삶을가져다주었다.그덕에고지서요금을비롯한생활비도충당할수있었다.하지만마침내는바뀌었다.동물을죽이는일은줄곧그를지치게했고,좌절감을키웠다.20여년을정원사로일하며두더지잡이를병행했지만,더이상두더지사냥을하지않기로결심한그는그후겨울이면덫을놓는대신에글을썼다.

더는숨겨진것들을찾아다니지않아도되었다.“진정중요한것들은실은모두저곳에,그냥가질수있게,땅위에놓여있다.내가들고서가지고다닐수있는조각들처럼.숨겨진것들은숨겨진그자리에그냥그대로남아있어도된다.왜냐하면그것들의진실또한숨겨져있으며,일상의어떠한가치로받아들여지기에는그진실이너무도모호하고불가해하기때문이다.”(266p)헤이머가중요하게여기는것들은대개그의시선이가닿는자연에,이성의영역을넘어서는자연의영역에,혼돈속에자리한다.“인생은좀처럼우리의기대만큼단정하고깔끔하지않다.나는그런편이더마음에든다.이성은세상을경험하는여러중요한방식중하나에불과하다.”(50p)

이처럼마크헤이머는시인의감각과철학자의마음으로자연과동물을바라본다.두더지라는비밀스런동물과두더지사냥꾼이라는유별한직업에얽힌그의이야기는결국자연과우리의삶이새로운감각으로연결되기를바라는마음으로까지이어진다.두더지라는작은동물을둘러싼우리의편견,오해,신화를한꺼풀씩벗겨내며진행되는이이야기는,그래서어느노년의정원사가자연과의흔들리지않는유대감을아낌없이보여주는명상적인초상화처럼다가오기도한다.우리의인간다움에대해자연이귀띔해줄수있는소박한답변들을,오직자연에서만찾을수있는평범하지만중요한가치들을이고요한책을통해발견하게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