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계절 : 함께 살아있고 싶어서 쓰는 삼십 대 여자들의 이야기

도시의 계절 : 함께 살아있고 싶어서 쓰는 삼십 대 여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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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매일 퇴사하겠다고 주문 외는 직장인, 진짜로 퇴사하고 삶의 광명을 찾은 프리랜서, 논문 쓴다면서 매일 누워 있는 시간이 태반인 무기력한 대학원생, 가장 바쁘지만 실상은 가장 가난한 스타트업 대표. 진리, 예슬, 태인, 무해는 모두가 20대일 때 직장 동료로 만난 친구들이다. 퇴사의 이유도 그 다음의 길도 모두 달랐던 이들은, 모두가 30대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함께 글을 쓰기로 한다.

살아있기 위해 쓴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네 여자 친구들에게, 함께 쓰는 일은 서로를 돌보는 일이었다. 무기력을, 우울을, 고독을, 언제든 고통이 찾아올 수 있는 삶의 불안을 견디며 우리가 따로 또 함께 손을 잡고 서로 돌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들은 답이 없는 질문 같은 삶을 함께 쓰며 풀어간다. 스물네 개의 절기는 끝과 맺음을 반복해 순환하며 이어진다. 그 순환에 기대어 이들의 글쓰기는 계속 이어지며, 삶 또한 다음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저자

김진리,안예슬,엄태인,허무해

“내일해일이밀려와도나는오늘하나의조개를줍겠다.”를좌우명으로작은존재들에관한글을쓰며먹고사는프리랜서작가.

목차



무해의입춘―시작
진리의우수―석가의얼굴
예슬의경칩―깻잎은질기고무에선달큼한맛이난다
무해의춘분―반토막의삶
진리의청명―저마다의에너지로
예슬의곡우―만년필의사각거림

믿음을배반하는계절의풍경에부쳐-밤바

여름

무해의입하―돌봄받아마땅한우리에게
진리의소만―우리들의비수기가지나간다
진리의망종―귀엽고맛나고소중한
무해의하지―길어진낮만큼만
예슬의소서―네가만든콩국수가말해주는것
밤바의대서―바쁨,마음이죽어버리는것

여름의선술집-진리

가을

무해의입추―엄마의시간
예슬의처서―열정이떠난자리
진리의백로―계절의질감
무해의추분―이불바꾸는마음
진리의한로―그검은봉지속에들어있던것
밤바의상강―밤사의마더테레사

돌아오지않는공-무해

겨울

예슬의입동―마주하기
진리의소설―그애와먹는아이스크림에선뜨거운맛이난다
예슬의대설―불안을안고잠자리에누우면
무해의동지―어떤열등감
진리의소한―천천히일어서기
밤바의대한―절기의순환,마음의순환

새해인사-예슬

출판사 서평

<도시의계절>이브런치에연재되고있을때,그러니까이책의편집자나발행인이아닌독자로서이글들을접했을때.그때는떠오르지않았던의문이있었다.그러니까,왜계절을두고글을써?책의출간을논의하기위해저자들과모여앉은자리에서물었다.다들‘글쎄…’하는분위기.단하나의명확한이유가있었던것은아니었다고한다.

다들20대일때누군가의삶을지원하는조직에서일하다만난이들네명의면면을보면,절기든계절이든,이들이시간을두고반복되는흐름을마감으로글을쓰게된건퍽자연스러운일처럼보인다.함께또따로살아가는일을고민하고,자신의진창을미워하지않으려애쓰며,친구의삶을어딘가에고여있도록두고보지만은않는이들.거대한정치적구호만을따라외치는것이아니라일상에서의평등한관계의실천을고민하는이들.살아있기위해쓴다는말의뜻을이해하는이들.이들이함께글을쓴다면흘러가는만물의시간과그안에서있는나와우리의삶을사유하리라생각했다.

입춘으로시작하여대한으로마무리되는이책에는끝과시작이있지만,이들의삶은책이전과이후로이어진다.이책에실린글들은그중1년의토막이다.앞으로뒤로이어지는시간들에는최악이라느끼는날들도,꽤나괜찮은날들도다있을터.절기에1년농사가잘되라는기원이깃들어있듯‘쓰기’는그모든날들을서로기대어살아있기위한이들의의식이다.그리고그의식이꽤나괜찮은일상의주문이아니겠냐고,거기에함께하지않겠느냐고이들은읽는이들에게제안한다.

이책을편집하며낯선곳을여행했다.낯선곳에서,일,관계,일상,사회,자신이서있는시간과자리에관해써내려간글들을읽었다.흐르는시간속을살아내기위해이곳과저곳에서,우리는쓰고있었고,읽고있었다.이책과함께나또한이들과의관계와책을만드는이들,독자들과의관계속에연루된다.이번계절은지나가고같은이름의계절이또돌아오지만,지난계절의나와지금의나는같지않듯,이책을만나기이전과이후의나는결코같지않다.이책을읽는당신도절기의뜻을짚어보며누군가와함께먹을음식을떠올리고,다가올계절을채비하는마음을먹게될까.

책속에서

지금은우리네사람모두30대가되었다.퇴사한날도,그다음진로도각자의특기와성격에따라달라졌다.시간이지나면서만남의주기도단톡방에메시지가올라오는주기도점차멀어졌다.그럼에도우리가서로를여전히친밀한친구라고생각하는건서로삶의맥락을잘알고있기때문이다.우리는각기다르기에서로를궁금해하고,또다르지않기에서로를공감한다.―p.9머리글

이렇게저렇게어떻게든살아가고살아내는우리네사람의다양한모양새를그린이글들이당신에게안위가되길바란다.때로는굳건히혼자서,때로는잔뜩기댈수있는것들의실재에흔연해하면서.어떤때에는진창인자신의꼴에절망하지만,그런꼴안에서도기어이가능의등불을발견하기위해애쓰는우리보편의모습을건너다보면서말이다.―p.12머리글

나에게행복은자려고누웠을때,눈떠서들을음악과읽을글이기대돼내일도꼭살아있고싶은마음이다.글은기쁘고슬프고고독하고따뜻한사람들을연결하는가장멋진도구다.나는이것을30년전엄마와교환일기처럼주고받던일기쓰기습관에서처음배웠고,이후글로만난관계에서위로받고위로하며지속적으로실감했다.생명이계속되는복을얻어내일아침에도어김없이잠에서깨어난다면나는읽을거리부터찾을것이다.친구들과함께하는올해의절기프로젝트를마감할때까지는반드시다같이살아있고싶다.―p.23무해의입춘<시작>

숨이잘쉬어지지않아서가슴을치는날이잦았다.어떤생존본능이작동한걸까.그만두고도망치는대신내가무척좋아하는친구들을불러함께글을쓰자고했다.친구들은선뜻그러자고말해주었다.―p.32진리의우수<석가의얼굴>

하나로연결된이길에서코스의시작과끝에의미를부여한채,이긴거리를정말걸을수있느냐고자신에게재차물었다.끝내지못할거라면시작조차않는것이맞지않겠느냐고.하지만‘언제든포기해도괜찮다'라고생각하자두려운마음이잦아들었다.―p.38예슬의경칩<깻잎은질기고무에선달큼한맛이난다>

나의안위가흔들린건언제부터였을까.열두살무렵이떠오른다.골대가아닌나에게로향했던공들.비웃던친구들과아무렇지않은척했던나.술취한아빠의발길질.그저앉아있는엄마와오줌을지린나.깊이남겨진외로움과수치심.그감정이얼마나힘든지알기에,연민은나를움직이게한다.이게나의섭리일까.글을마무리짓던2022년4월26일서울은이상기후로기온이섭씨27도까지올랐다.다음날평등텐트촌에서는때이른모기를만나고생했다.섭리를거스르는기온과모기앞에서나는나의섭리를다시생각한다.믿음을배반하는것들앞에선자의운명으로.―p.69밤바,믿음을배반하는계절의풍경에부쳐

돌아온계절,여름의문턱에서어쩌면다시시작되었는지도모를극심한통증을두려워하지만은않는건이때문이다.회사를떠나면서그시절을지켜준동료들과도헤어졌지만,그중누군가는친구가되고또다른누군가는기억속소중한존재가되어여전히서로를돌보고있다.아픈나는여전히사랑받을것이고더욱돌봄받을것이다.그것이,어디한군데아픈곳없는불가능한경지보다는덜아픈삶을갈구해야하는우리모두가받아마땅한것들이다.―p.78무해의입하<돌봄받아마땅한우리에게>

내일상의어떤부분은대가족의시대보다왜소해졌는지도모르겠지만,또이만큼왜소해진생활이라야맛보는기쁨같은것도있다.작아져서귀엽고,드물어서더맛나고소중한것들.퇴근해서혼자충전하는시간의해방감,서울에서강원도만큼멀리있는존재들에대한그리움,사랑뭐그런것들.―p.94진리의망종<귀엽고맛나고소중한>

나는왜너를사랑하는가.그건오래되고어려운문제다.애인과함께산지오래된한친구는‘같이산다는건오히려멀어지는방법같다'라고말했다.함께살기위한단계를밟으면서,친구의말이진실로와닿았다.하지만설명할수없는감정이몰아칠때애인을끌어안고서야진정되는마음,잠시간잊히는고통,혹은이고통속에서도이사람을끌어안을수있다는안도감이존재한다.―p.106예슬의소서<네가만든콩국수가말해주는것>

“너는네얘기를왜이렇게안해?
“일기장에다써서그런가봐.”
나를이야기할수있는곳은일기장뿐이라고생각했을까.내세계에서밤의시간은철저하게배제했다.그래서진짜를이야기할수없었을까.누군가가진심으로물어봐주었다면꺼내볼수있었을까.찬란한낮이아니어도괜찮다고,너의밤이어떤모습이든괜찮다고,어둡고어두운밤마다네옆에있어주겠다고.이렇게내이야기를물어봐주는사람을기다렸는지모른다.내가지금누군가의이야기를물어봐주고기다려주는사람이되고싶은것처럼.―p.164밤바의상강<밤사의마더테레사>

어쩌면나이를먹는다는건,여러성취의합이아닌두려움을줄여가는과정이아닐까.―p.188예슬의대설<불안을안고잠자리에누우면>

첫만남에는언제나‘내일해일이밀려와도나는오늘하나의작은조개를줍겠다'며모정치인이했던말을뒤틀어서나를소개한다.사회나정치,경제,이념과같이거창해보이는것들이우리의삶을한껏휩쓸어놓을때도작은변화들과한사람,한사람이마음속에지닌작은가치들을잊지말자고말하면서.―p.199진리의소한<천천히일어서기>

오롯이혼자살기란사실불가능한일이라는생각이든다.내가나일수있도록하는데에는많은사람이필요하다.서로를있는그대로인정하고,상대의결정을지지하고,삶의면면을공유하고공감한다.그래야혼자가될수있다.―p.213새해인사-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