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시간들

그리운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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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리운 시간들》은 우리가 소중히 다루어오지 않았던,
하지만 미래를 생각할 때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누구나 보고 있지만 누구도 보고 있지 않는 감수성에 대한 것입니다.
평범한 일상과 풍경에 대한 시선을 늘 새롭게 일깨워주는 시인 오사다 히로시의 에세이.
말, 풍경, 사람, 책.... 미래로 나아가면서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따뜻하고 담담하게 들려주는 시인의 문장들.

《그리운 시간들》은 2015년 작고하기 2년 전에 출간된 오사다 히로시의 마지막 산문집이다. 이 글은 원래 NHK의 TV 칼럼 〈시점ㆍ논점〉에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7년에 걸쳐 시인 오사다 히로시가 들려준 말들을 날짜순으로 정리해 엮은 책이다. 〈시점 논점〉은 저명인, 문화예술인이 사회의 여러 문제나 세계정세에 대해 독자적인 시점으로 분석해 자신만의 말로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격동의 20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저자의 말처럼 여전히 갑작스럽고도 비참한 사고로 이어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재생을 바라는 마음을 시인은 문학 작품 속의 아름다운 문장들과 함께 전하고 있다.

저자

오사다히로시

시인,아동문학가,번역가,수필가,평론가.1939년후쿠시마에서태어났다.1960년와세다대학재학중시잡지[새]를창간하고,1965년에시집『우리신선한나그네』로문단에데뷔했다.나무,꽃,골목길,공원,계절의변화등일상의풍경을따스하게담아낸시를주로썼다.담백하면서다정한언어로일상의소중함을노래한시인이었다.암으로투병하다가2015년,75세를일기로작고했다.『심호흡의필요』(길가의돌문학상),『마음속에갖고있는문제』(길가의돌문학상),『세상은아름답다고』(미요시다쓰지상),『기적-미라클』(마이니치예술상),『숲의그림책』(고단샤출판문화상),『고양이나무』,수필집『나의이십세기서점』(마이니치출판문화상),『기억을만드는법』(구와바라다케오학예상)등여러작품을남겼다.

목차

국경을초월하는말11
소중한풍경16
거리를걷자20
인사하는말24
같은시대,다른세대28
회화와대화32
오래된책도읽어보자36
‘재(再)’라는말을생각한다42
기억을키우다46
수신력의회복50
구와바라다케오학예상을받고54
시간속의고향58
기풍의문제62
지루함의연구65
먼곳을바라보는눈70
어휘의미래75
타산지석80
긴하루의끝에84
사용법의철학91
‘장(場)’을만든다95
명사(名詞)의문제100
그림책을읽자105
한권의책109
책과친해지는습관114
나만의사전을만든다118
말은커뮤니케이션의기초123
번역시의즐거움126
‘바라보기’의소중함133
없어서는안되는장소137
풍경이라는가치관142
기량이라는척도146
하루의특별한시간150
청계천의하늘154
불문율의소중함161
나무가이야기하는것166
하루하루를만드는습관171
고향과Home176
읽지않는독서180
별난사람184
풍경이주인공이다189
사자(死者)와의대화194
대화에서생기는것199
50년째의러브레터-아내에게보내는조문을대신하여-203
고양이와살다207
장서의미래213
서경(敍景)의시217
아름다운책의필요222
문화는습관이다226
시다섯편232
하루를지켜보다242
바다를보러가다246

저자의말253

출판사 서평

시인오사다히로시는『심호흡의필요』와『세상은아름답다고』등의시집을통해우리가무심히스쳐온풍경과일상에대한시선을늘새롭게일깨워주는작가입니다.『그리운시간들』은2015년작고하기2년전에출간된저자의마지막산문집입니다.

이책은원래NHKTV의〈시점·논점〉이라는TV칼럼에서1995년부터2012년까지17년에걸쳐,오사다히로시가들려준말들을날짜순으로정리해엮은책입니다.〈시점·논점〉은저명인,문화예술인들이사회의여러문제나세계정세에대해독자적인시점으로분석해자신만의말로들려주는프로그램입니다.격동의20세기를떠나보내고새로운세기를살고있지만,우리는저자의말처럼여전히갑작스럽고비참한사고로이어지는나날을보내고있습니다.그리고그런우리의재생을바라는마음을시인은문학작품속의아름다운문장들과함께들려줍니다.

책제목의‘그리운’이라는말에대해오사다히로시가인터뷰에서한말이인상적입니다.일본에서‘그립다’라는말은보통‘옛일을회고(懷古)한다’라고할때의한자‘懷’를써서표현합니다.하지만오사다는이말을굳이한자가아닌히라가나를써서나타냈고,그것은‘그리운시간’이란지나간과거의시간이아니라,바로지금,우리가보내고있는일상속의시간과감각이라고말하고싶었기때문이라고했습니다.과거나옛일이아닌바로지금일상의평범한시간에대한그리움.오사다는그것이자신에게는매일아침이부자리에서일어날때의따스한기분,매일같은시간에쓰레기를버리는것,고양이에게시간맞춰밥을주는것,그런일상의평범한시간에대한그리움이라고말합니다.

전쟁이나갑작스럽게닥친비참한사고들,그런불가항력의재해에서우리가잃게되는가장크고소중한것은‘하루의평범한시간’입니다.그런하루하루의평범한시간속에서우리가잃어서는안되는소중한것들이무엇인지한편한편의글을읽으며새삼느끼고생각하게됩니다.특히한편한편의글마다세상을바라보는오사다의신선하고독자적인시점과함께소개되는문학작품속의아름다운문장들은이책을읽는즐거움중하나입니다.오사다히로시자신의시를비롯해아쿠타가와류노스케,이시카와다쿠보쿠,료칸,시가나오야,미야자와겐지,데라야마슈지,R.S.토마스,월트휘트먼,윌프레드오웬,에밀리디킨슨,세사르바예호등여러작가의문장들이소개됩니다.

“독자여러분께바라는것이있다면,바흐의평균율클라비어곡집48번처럼몇번이고반복되는주제를마음속에새기며읽어주시면좋겠습니다.”오사다히로시가이책을읽는독자에게바라면서남긴이문장을이책을옮긴저역시같은마음으로여러분에게전하고싶습니다.

책속에서

걷기를즐기려면눈을맑게하고,귀를맑게하고,또마음을맑게해야합니다.봄바람이부는5월은어느계절보다도걷는즐거움을주는계절입니다.근심마저비칠듯이맑은계절에는내마음의밖으로나가걷기를즐기며무용한시간을즐기고싶습니다.
---p.23

같은세대,다른시대,그렇게선을그음으로써우리사회는어찌할수없을만큼토막토막끊어져버렸습니다.그러나사회를활기차게만드는것은‘다른세대’끼리‘같은시대’를공유하는것입니다.서로다른세대가같은시대를함께살아갑니다.그소중함을잃어서는안됩니다.
---p.31

독서란시계추같은것입니다.비록오래된책일지라도,지나간과거의시대쪽으로크게흔들린다면,미래쪽으로도그만큼크게흔들리는것이독서가가진힘입니다.그런독서의힘을되찾고떠올립니다.또내안에서확인합니다.
---p.41

먼곳을바라보는눈은지금,이곳에있는것의존재에대한감각을예민하게합니다.눈을들어멀리봅니다.우리는종종그렇게먼곳을봄으로써자신의장소,자신의위치를분명히하려고합니다.그리고우리가눈을들어먼곳을보며깨닫는것은인간의진짜크기입니다.
---p.72

말이공허하면,사람도공허합니다.어휘라는것은마음이라는지갑안에자신이쓸수있는말을얼마만큼넉넉히갖고있는가하는것입니다.그말에의해,내가지금여기에,존재한다는것이생생히느껴지는것입니다.그런말을우리는얼마만큼갖고있을까요.
---p.79

명예나이익이목적이아니라자신의시간을얻는것,그것이진짜‘얻는것’이라는생각이지금우리에게서멀어진것같습니다.우리가잃어버린것은,좋은시간,자유로운시간,나의시간을‘얻는것’이사회의풍요로움이다,라는가치관입니다.
---p.93

그림책의가장큰특징은그것이‘건네주는’책이라는것입니다.왜냐하면그림책이우리에게주는것은이세계를즐기는법이라기보다는이세계를읽는법이기때문입니다.그림책이란누군가에게‘건네주는것’,‘보내주는책’이라는것을다시생각하고싶습니다.누가,누구에게,어떤식으로,책을보내주고건네줄지를말입니다.
---p.108

한권의책이사람에게남기는것은링크,연결입니다.한권의책에서또한권의책으로,하나의말에서또하나의말로,때로는국경을넘어서링크,연결을낳는책이있습니다.마음의그물코가되어서사람의기억을이어주는말이있습니다.
---p.113

책을펼친다는것은마음을닫는것이아니라여는것입니다.지금,내눈길이닿는곳에,또는내손안에,어떤책이있는가.그것을스스로에게묻는것에서부터독서가시작됩니다.우리는그렇게책과친해지는습관을통해,말을소중히한다는것,책을읽는다는것에대한믿음을스스로얻어왔습니다.그리고앞으로도얻고싶은것이제바람입니다.
---p.117

외국어로쓰인시를번역해서읽으며깨닫는것은,시는전달할것을전달한다,시는국경을넘는다,시는서로알지못하는사람과사람을,이시처럼적조차도친구로만들어버린다,라는것입니다.세상의모든이들을그립게만드는것.번역시가주는소중한감정은거기에있다고생각합니다.
---p.132

지금의우리는자신이풍경속에있고,그풍경속에서자신의감수성이키워진다는것을실감하기어려운곳에서살고있는건아닐까요?풍경은사람의가치관을키우고지켜주고확인하게해줍니다.그런풍경속에자신의몸을놓아두는것,펼쳐진풍경속에서자신의작음을깨닫는것,그런마음을잃어버린탓에인간은아주귀한존재가되어버렸습니다.그리고그것의위험에대해저는늘생각합니다.
---p.144

인생의특별한한순간이란사실은지극히흔한,아무것도아닌,어느한때어느한순간의풍경일뿐일것이다.그때는전혀알아차리지못한다.하지만어느순간,문득,아,그때그랬었지,깨닫고는나도모르게뒤를돌아본다.
---p.152

한번이라도혼자큰나무아래서발걸음을멈추고,머리위의커다란가지들을가만히올려다본다면,나무가드리우는초록속에서소리없이내려오는시간의그물망에나자신이부드럽게감싸여어디론가옮겨지는듯한신비로운기분에휩싸이게됩니다.
---p.169

말없이말한다는것은지금여기에없는사람에게물음을던지는것입니다.답을구하기위해서가아니라,답을구하려해도이제는답할수가없는것이사자이기에,여기에없는사람에게물음을던지는것은그렇게함으로써나자신을격려하고,나자신이격려를받기때문입니다.
---p.194

오늘날자주널리쓰이는어휘는대부분설명의어휘들입니다.하지만그렇게해서더잘이해할수있게되었나하면,오히려더알기어려워졌습니다.매뉴얼등에서볼수있는난해하고불분명한문장이그좋은예입니다.
---p.209

전쟁의시대란관념이폭력이되어버젓이돌아다니는시대입니다.하지만어떤세상에서든관념의폭력에굴하지않는영역을사람들의마음속에서지켜온것은서경시의말이었습니다.저는그렇게생각합니다.인간이인간을이세상의주인공으로생각할때반드시생겨나는것이관념의폭력이지만,애초에인간이이세상의주인공일까요?
---p.219

어른과달리아이는마치하루가인생그자체인것처럼살아갑니다.지금우리에게필요한것은그렇게아이처럼하루를바라보고지켜보는게아닐까하고생각합니다.가장당연한시간이가장신선한시간이어야한다는것을생각합니다.
---p.245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인사를다하고하늘의뜻을기다린다”라는말을생각합니다.‘인사’라는말을사전에서찾으면‘사람이할수있는범위의일’을말합니다.그런데인사를다한다는것이‘사람이할수있는범위를넘어서까지다하는것’처럼생각하게되었다는것에서많은문제가일어나고있다고생각합니다.
---p.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