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류문학론
Description
“문학이라는 연못에 페미니즘 비평이라는 돌을 던지다!”
여자 없는 남자들의 문학이 그리는 빈곤한 세계
남류문학, 관습과 권위를 깨고 거울 앞에 서다!

무라카미 하루키, 미시마 유키오, 다니자키 준이치로, 시마오 도시오… 일본 문학을 대표해온 남성 작가들을 ‘페미니즘 비평’이라는 거울 앞에 세운다면 어떤 모습이 비칠까. 일본을 대표하는 페미니스트이자 젠더 연구의 개척자 우에노 지즈코와 여성의 주체성을 탐구한 소설가 도미오카 다에코, 가부장제와 여성 억압의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비판한 심리학자 오구라 지카코가 근대문학사의 쟁쟁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겁 없이 메스를 들이대고, 이를 ‘남류문학론’이라 이름 붙였다.

세 여자는 남성 중심적인 텍스트로 대문호 자리를 차지한 ‘남류작가’는 물론이고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떠받드는 ‘남류평론가’, 다른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직된 문단까지 가차 없이 비판한다. ‘페미니즘’이나 ‘여성혐오’라는 말조차 낯설던 일본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남류문학론》이 마침내 한국어판으로 출간된다. 아밀, 이서영, 백설희, 밀사 등 여성 작가 및 활동가가 이 책을 먼저 읽고 추천했다.
저자

우에노지즈코,오구라지카코,도미오카타에코

上野千鶴子

여성학자이자사회학자.교토대학교에서철학과사회학을전공했고,도쿄대학교대학원에서인문사회계박사를취득했다.간토사회학회회장과일본학술회회원을지냈고,NPO법인여성행동네트워크(WAN)이사장,일본사회학회이사,‘혐오표현과인종주의를극복하는국제네트워크’공동대표를맡고있다.위안부문제해결을위한모임에도소속되어있다.1994년《근대가족의성립과종언》으로산토리학예상을,2011년《돌봄의사회학》으로아사히상을수상했다.저서로《가부장제와자본주의》,《여성혐오를혐오한다》,《위안부를둘러싼기억의정치학》,《여자들의사상》,《누구나혼자인시대의죽음》,《비혼입니다만,그게어쨌다구요?!》,《여자가말하는남자혼자사는법》,《불혹의페미니즘》,《집에서혼자죽기를권하다》,《페미니즘,한계에서시작하다》등이있다.2024년〈타임〉이발표한‘세계에서가장영향력있는100인’으로선정되었다.

목차

시유키준노스케:《모래위의식물군》/〈취우〉/《해질녘까지》
참을수없는현실감부재
성의구도자,1960년대에는가능했을지모르지만…
삭제하며읽는불필요한장치들
여성혐오자의엄청난거짓말
쾌락에젖은신음,심화되는여성혐오
통속적인소시민의사소한모험
작가의자의식과잉이드러나는〈취우〉
격차게임:인형사와인형
환호하는남자들과이론으로무장하는여자들
체제옹호로이어지는왜소한자아

시마오도시오:《죽음의가시》
고대의무녀인가,근대의여성인가
죽지못하는남자의애매함과성실함
병의왕복기로읽는《죽음의가시》
표현과체험사이
문체의힘과이형의타자
근대성애의이중구속
애인과아내:진보된근대성과뒤처진근대성
사랑의순교인가,이해타산인가
《죽음의가시》는포스트《무희》다

다니자키준이치로:《미친사랑》/《만》
문체의불쾌함에대하여
다니자키준이치로는정말로성을그리는가
카테고리로서의여자,애완동물로서의사랑
타인이욕망하는것에끌리는법
여자는어떻게페미니스트가되는가
풍자로서의《미친사랑》
다니자키의애욕은무섭지않다
마조히즘적인격,반증으로서의승리
윤리의식이결여된세계의성애

고지마노부오:《포옹가족》
‘미국’이라는기호없이
에토준과《성숙과상실》
흘러넘치는찝찝한풍요로움
넘쳐나는성적메타포와부당하게그려지는여성
용서와화해의어중간한그로테스크함
고독해질수없는남녀
일본의카미유클로델
비평가의역량은20년뒤드러난다

무라카미하루키:《노르웨이의숲》
와타나베군은블랙홀
여성의리얼리티
작가론보다독자론을유발하는무라카미하루키
‘이런이런’와타나베군의리얼리티
섹스장면이많다,죽는사람도많다
거리를좁히지않는다는원죄
커뮤니케이션과연애의불가능성
반복되는리듬,짧은문장
관계맺지못하는시대,관계맺지못하는연애소설

미시마유키오:《교코의집》/《가면의고백》/《금색》
주제로서의권태,지루한독자
미시마유키오가동시대에보낸것
《가면의고백》이동성애소설이아닌까닭
축제가끝난뒤를살아가는세대
결혼이미시마유키오를죽였나
시대의호모포비아가선택한논리적인죽음
여성혐오의본질,도움이되는자신이싫다
미시마유키오의할복자살
몸과정신의상극,안티리얼리티
슬프고도짧은만남
미시마유키오의르상티망
스모선수와미소년으로양분된취향
성에서인격이나구도를찾으려했던기묘한시대

후기
우에노지즈코-문학이라는연못에페미니즘비평이라는돌을던지다
오구라지카코-하나에의길
도미오카다에코-‘여성’이부재했던시대를지나비평의안드로지너스로

문고판후기
우에노지즈코-축제가끝나고
오구라지카코-출구는있다
도미오카다에코-시대라는일꾼

출판사 서평

두려움없이펼쳐라
우리는너무나오랫동안이책을기다려왔다!

‘남류문학(男流文学)’이란‘여류문학’이라는낡은명명에맞서는이름이다.여성들의글쓰기는사적이고감상적인것으로치부되고,남성의글쓰기는보편적이고고전적인것으로여겨지던시절,여성이목소리를내는것을끊임없이억압하는장벽과도같던시대에출간된《남류문학론》은단순한도발이상의전복적선언이었다.《남류문학론》을읽은독자들은더러는환호했고대개는분노했다.평론가쓰게데루히코는〈주간독서인〉에이렇게썼다.“대학원수준은되는도미오카씨,임시변통으로어찌어찌예습해온대학생같은우에노씨,예습부족으로생각나는대로말하는오구라씨”.문예지〈군조〉에는“남성적도그마에눈이멀었다고만하는논의에설득력이있겠는가”라는서평이실렸다.일간지〈아카하타〉1992년3월30일자지면에는이런기사가실렸다.“성에대한저속한논의,제대로읽을가치없어.”그러나문학평론가사이토미나코는《남류문학론》이출간된후문단보다독자가먼저달라졌다고말한다.‘여성을성적도구로밖에보지않는다’는독자들의비판이신문과칼럼에게재되기시작했다는것이다.

우에노지즈코는페미니즘비평이직면한두가지과제를언급한다.첫째는‘부당하게잊힌여성작가의작업을발굴하여재평가하는일’,둘째는‘부당하게고평가를받는남성작가의작업을다시읽고재검토하는일’이다.세여자는위험부담이높은,다시말해남성들의분노와반발을살것이거의확실한두번째과제를택했다.기왕에평론을할거라면이미높은평가를받아남자들이그가치를의심할엄두도못내는작가만논하자는비장한각오도세웠다.무라카미하루키부터미시마유키오까지시대를풍미한작가들이명단에올랐고,해당작가의작품은물론작품이거론된비평과기사,회고록,편지등어마어마한분량을읽고토론하는좌담이1년동안이어졌다.그치열한과정의결과물인《남류문학론》은남성문학이라는이름의연못에던져진돌처럼,오늘도끝없는물결을일으키고있다.


그것은진정한퇴폐도,성적해방도,낭만도아니다!

《남류문학론》은여섯작가들의작품속남성과여성의관계에집중하지만,작가마다무게중심은조금씩달라진다.‘여성의성’을테마로삼은다니자키준이치로와‘성적퇴폐전문가’로알려진요시유키준노스케의작품에서는섹스가비평의중심에자리한다.특히다니자키준이치로의《미친사랑》과《만》에서그려지는여성은하나의‘카테고리’로서의여성일뿐이며,이를향한애정또한대등한대상을향한것이아님을비판한다.

시마오도시오와고지마노부오의작품에서는가족을주제로삼는다.시마오도시오의‘병처(病妻)연작’에대해도식적으로만평론해온남성비평가들의시각도날카롭게비판된다.한편,고지마노부오의작품에넘쳐나는성적메타포가어떻게여성을부당하게그리는지도세심하게분석한다.

무라카미하루키의《노르웨이의숲》에서는연애를중심으로다룬다.소극적인태도로주변의모든것을빨아들이는주인공‘와타나베도루’부터도구처럼사용되는등장인물들의죽음,과도한섹스장면에이르기까지통쾌하게파헤친다.출간당시《노르웨이의숲》은‘100퍼센트의연애소설’이라는타이틀을내걸었지만,우에노지즈코는이렇게일갈한다.“이작품은연애소설이라기보다연애‘불가능’소설이에요.때문에(와타나베의말버릇이기도한)‘이런이런’의세계죠.”

미시마유키오의작품세계에서는동성애가중심에놓인다.사후에동성연인에게보낸편지가공개되기도했지만,한편으로그는‘시대의호모포비아’였다.도미오카다에코는저널리즘을들썩이게한그의죽음에대해“결혼이미시마유키오를죽였다”라고선언하며이렇게말한다.“그는갈등같은건존재하지않으며,부인이자기일에전혀관여하지않는생활을원했어요.그런생활이몇년이고계속될수있었을까요?”

이처럼작품을통해까발려지는지극히남성중심적인이기적인환상과욕망은통쾌함을넘어해방감을선사하고,시대를초월한듯보이는남녀관계나성행위조차시대의영향아래놓여있음을깨닫게한다.도미오카다에코는후기에서이렇게말한다.“어떤시대든반드시일꾼이존재하는법.그러나가장큰일꾼은바로시대그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