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극장 (홍예진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소나무극장 (홍예진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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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극장의 유령이 배우 한 사람을 골라 몸을 빌려 연기를 한다는 거지.
그렇게 선택된 배우가 공연의 스타가 된다는 거고.
두 사람 다 유령 얘기 몰라?”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리라니. 유령이라니. 하지만 파인아트센터 아트디렉터 지은은 믿을 수밖에 없다. 제 눈으로 벌써 본걸. 배우도 아닌 자신이 왜 극장의 유령을 맞닥뜨렸을까? 놀란 건 유령도 마찬가지.

“설마, 제가 보입니까?”

1929년생, 이름은 차인석. 유령의 정체다. 그는 아주 오래전 한국전쟁 때 사리원에서 총을 맞았다. 차인석이 기억하는 생애는 거기서 끝이다. 자신이 왜 소나무극장엘, 왜 이후 새로 개관한 파인아트센터에 몸이 묶인 채 70여 년을 떠돌고 있는 건지 그조차도 모른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그를 붙든 것일까.

연출가를 꿈꾸는 수찬, 극작가를 꿈꾸는 영임, 그리고 배우를 꿈꾸는 인석은 대학 교내 연극부에서 만났다. 인석과 영임은 연인 사이, 그리고 수찬은 남몰래 영임에게 연정을 품었다. 수찬의 아버지가 신문사 건물을 지으려 점찍어 둔 솔숲이지만, 그들은 그곳에 소나무극장을 짓고 싶다. 언젠가 세 사람이 함께할 공연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부풀지만 야속하게도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수찬은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려 끝내 소나무극장을 지었지만 그에게는 어떤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소나무극장은 파인아트센터로 이름을 바꾸었다. 아트디렉터 지은은 그곳에서 인석을 만났다. 배우의 몸을 빌려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인석을. 그리고 지은은 영임마저도 만나게 되었다. 죽어서도 연기과 연인을 잊지 못하고 극장을 떠도는 인석과 이제 나이 든 영임은 재회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의 만남을 지은이 도울 수 있을까.
저자

홍예진

경희대학교산업디자인학과,프랑스파리ESAT무대미술학과를졸업한뒤아트디렉터로활동했다.단편〈초대받은사람들〉로외교부주관재외동포문학상대상을수상하며작품생활을시작했다.앤솔러지《소설뉴욕》에단편〈미뉴에트〉를발표하고프란시스차의《살아가는동안》을우리말로번역했으며2021년산문집《매우탁월한취향》을출간했다.지금은미국코네티컷바닷가마을에서살고있다.

목차

1부
2부
3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극장의유령이배우한사람을골라몸을빌려연기를한다는거지.
그렇게선택된배우가공연의스타가된다는거고.
두사람다유령얘기몰라?”

홍예진의첫장편소설《소나무극장》에는이야기가가득하다.아니,소설이니까이야기가가득한게당연한것이아니냐고?그런말이아니다.단단한서사가빼곡하게들어차있다는말이다.어느한페이지도대충넘길수없다.1943년,한시인을사랑한여인은그를만나러시모노세키항을떠나는곤론마루호에올랐다가폭격으로사망한다.시인의시집은많은사람에게사랑받았으나냉전의시대는그를내버려두지않았다.그는협동농장으로끌려가기전대들보에목을맸다.배우지망생이었으나인민군형을찾으러사리원으로떠났던정훈부대원인석은끝내총을맞고,부잣집외동딸로곱게만자랐던극작가지망생영임은전쟁통에모든걸잃는다.어찌어찌살아남은연출가지망생수찬은친구들을그리워하며그들의바람이었던소나무극장을짓지만그들은아무도돌아오지않았다.사이사이한국현대사는계속소설속으로파고든다.일제강점기시절,언론사를꾸리기위해애썼던수찬의아버지이야기나남로당원큰아들을둔탓에피난을가지도,안가지도못하고이리저리눈치보며허둥대는인석의어머니이야기나,5공시절친구의아들을지키기위해부역을할수밖에없었던수찬의이야기가숨막히게이어진다.그뿐아니다.파인아트센터로이름을바꾼소나무극장을둘러싼사람들의암투가있다.소설을맨앞에서이끌어가는주인공아트디렉터지은은과연어떻게극장을지켜낼까.홍예진의서사는부드럽지만날카로워읽는내내가슴이저릿하다.그런데다유령이라니.그들이꿈꾸었던소나무극장을70여년째떠나지못하고맴도는그가여운영혼이라니.

작가홍예진은1940년대부터우리가사는현재까지거침없이시간을넘나들며이야기를꼼꼼하게직조한다.일제강점기부터한국전쟁을지나냉혹했던5공시절까지한국현대사가소설속에생생하게그려진다.식민치하에서숨죽이고,전쟁을겪고,이별하고,5공을견뎌내고.그러는동안누군가는끝내죽었고누군가는살아남았고누군가는유령이되었다.원고지3천매에달했던소설은압축에압축을거듭해700매가되었다.그래서소설은숨가쁘다.눈돌릴틈이없다.사랑의기억에만기댄소설이아니다.아트센터의권력자가되고자하는이들의암투까지,소설은바쁘게내달린다.소설을쓰기전실제아트디렉터였던홍예진은우아한문장으로극장을세밀하게묘사했다.한땀한땀바느질하듯만든소설은그래서무척이나단단하다.홍예진의장편소설《소나무극장》은폴앤니나소설시리즈다섯번째책으로출간되었다.

영혼의여행을위해
티켓을사고극장으로향하는발걸음

돌아보면나는순간을가로지르는공연보다땅에발붙인극장그자체에더끌렸던것같다.어떤종류의극장이든다르지않았다.소극장의아늑함에도,대극장의웅장한세트에도,흔한극장의스크린에도늘가슴이뛰었다.웅성거리던객석에불이꺼지고,어둠을품은무대가조명을받아깨어나면서시작되는여행이나를휘두르는게즐거웠다.어딘가로떠나기위해항공권이나기차표를사는것처럼우리는영혼의여행을위해티켓을사고극장으로향하는것아닐까.---작가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