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가면

내가 너에게 가면

$15.90
저자

설재인

1989년생.한때는고등학교에서수학을가르쳤으나인생이요상하게흘러가서,이제는하루종일소설을쓰고읽는일을한다.근육이간을보호해주지못하는걸아주잘알지만그래도술을오래마시기위해매일세시간씩체육관에머무른다.2019년《내가만든여자들》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내가만든여자들》《사뭇강펀치》,장편소설《세모양의마음》《붉은마스크》《너와막걸리를마신다면...

목차

내가너에게가면007쪽
작가의말261쪽
추천의글265쪽

출판사 서평

“서로에게어깨를내어주는동시에의지할줄도아는이들이만들어가는산뜻한소설.”이다혜(작가)

“이다정한씩씩함으로우리는과거에서한발더앞으로나아갈수있다.”윤단비(〈남매의여름밤〉영화감독)

“어른이되어서도필요한말,“너의든든한아군이되어주겠다”는상냥한의지처럼
이소설은다정하게우리를보살필응원이되어줄것이다.”유지현(<책방사춘기〉대표)

“웃는일이많고싶었다.”
반짝이는변칙과우연들로변화하는작은세계

읍내에나가면삼분에한번씩아는사람을만나게되는작은항만군.사계절이뚜렷해벚꽃과녹음,단풍과설경이아름다운마을에서성주는초등학교돌봄교사로일한다.방과후에도아이들에게는어른의손길이필요하기에성주는아이들을성심껏보살핀다.일고여덟살된어린아이들의미숙함은너무나자연스럽고,누구하나소외되어서는안되었기에퇴근하면진이빠지기일쑤.하지만성주는어김없이체육관으로향한다.챔피언결정전무대까지오른프로복싱선수이기때문.물론아쉬운패배로언제다시출전할수있을지알수없지만,체급을낮춰도전하면승산이있을것이란기대로성주는악착같이체중을감량하는중이다.돌봄교사로서아이들에게한치의예외도없이공평한애정을나눠주려고노력하고,복싱선수로서체중조절을위해칼같은식단과규칙적인운동으로일과를채워넣는성주.철저한원칙주의자성주의하루는빈틈없는계획들로꽉차있다.
정해놓은루틴대로굴러가던조용한나날이소란스러워진것은봄날의새학기.돌봄교실에맹랑한아이애린과그의삼촌도연이찾아오면서부터다.둥근눈과긴속눈썹,여름을닮은피부색의애린과곱게묶은머리에우아한버들가지같은목을가진도연은직접구웠다며빵과구움과자들로마음을전해온다.처음에는마들렌이었다.그다음엔애플파이,또그다음엔갈레트브르통,급기야두사람은성주가다니는체육관에등록해매일저녁성주를찾아오는데……체중감량을위해끊었던탄수화물의맛은혀에착감겨들고,솔직한애린과상냥한도연과의대화는외로운줄도몰랐던마음을순식간에사로잡는다.
해야하는일,지켜야하는일도중요하지만,그저“웃는일이많고싶었”으니까.이제성주의작은세계는변하기시작한다.처음엔조금귀찮고번거로웠지만,반짝이는변칙과우연들로.

건강한상상력,명랑한목소리가전하는이야기
돌봄으로써우리는더강인해진다

프롤로그에서우리가처음만나는인물은성주의할머니이종옥이다.호상을맞이한그는저승사자들과마주앉아있다.저승사자들은언젠가종옥이“크게좋은일”을한대가로소원을하나들어주겠다고제안하고,종옥은손녀성주가빵이라도먹게해달라고빈다.손녀가하는운동이때리고맞는일이라가뜩이나못마땅했는데곡기까지끊었으니,밥은아니더라도빵이나마좀먹었으면싶은것이다.종옥은이승에세계절동안머물며손녀의삶을지켜보기로한다.자신이부순복싱트로피에깃든채.그러니까자신이곁에없더라도손녀가잘살기를바라는마음으로.덕분에그다음장부터,우리는손녀를바라보는할머니의시선그대로성주를지켜보게된다.자신이세운원칙으로꽉찬세계에서그가어떻게고군분투하는가를,또우연히찾아온친구들을받아들이며그세계가얼마나유연해지는가를.
설재인의건강한상상력이명랑한목소리에실려전해질때,우리는그가차마숨기지못하고드러내고야마는인간을향한애정을알아채게된다.멀리서나마사랑하는존재를오래도록지켜보고싶은마음,또누군가이처럼우리를애틋하게바라봐주길원하는마음.인간이란그런바람을품은연약한존재라는사실.더불어이야기의후반에이르러,종옥이한“크게좋은일”이무엇이었는지까지드러나면이작가의믿음에기대어우리의삶을따뜻하고풍요롭게일구어가고싶어지는것이다.연약하지만,상대를돌봄으로써우리는더강인해진다는믿음말이다.
종옥은성주를돌보았고,성주는종옥을살아가게해주었다.성주는애린을돌보았고,애린은성주의세계를밝혀주었다.내가돌본다고믿었던존재가되려나를돌보고있었음을깨닫게되는놀라운순간.책의마지막페이지를덮고나면,우리의마음속에는생각지못했던누군가가,혹은무언가가떠오를지도모르겠다.결코일방적일수없는돌봄의연결고리안에서서로를키워내고있었던존재들을.
내가너에게가면,정말어떤일이일어날까?이야기의힘에기대어,한동안벗어나지못했던제자리에서가뿐히한걸음뗄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