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숲

이끼숲

$15.80
Description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 작가
천선란 연작소설 『이끼숲』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메모로부터 출발한 이야기 『천 개의 파랑』(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에서, ‘목놓아 울다 문득 나무와 들풀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누군가의 슬픔을 상상했던 날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나인』(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까지, 천선란의 이야기는 어떤 바람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에 공명하며, 독자들은 그를 ‘2022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한 것일 테다.

만일 당신이 지금 이 세계에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면, ‘구하고 싶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란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살고 싶다’는 강렬한 생존 욕구만큼이나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구하려는 의지가 커진 듯하다. 아마 이 마음은 출구 없이 꽉 닫힌 이 세계에 작용하는 압력에 비례하여 더욱 간절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면서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결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 작품이 이야기의 세계에 존재해온 ‘구원 서사’라기보다, 말 그대로 이야기의 안팎에서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정말로 구하고 싶다는 작가의 강력한 바람으로 쓰여졌음을 짐작게 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존재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서 결코 눈 돌리지 않는 작가가 우리와 함께 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 이로 인한 안도감과 든든함으로 독자들에게 『이끼숲』을 전한다.

저자

천선란

1993년인천에서태어나안양예고문예창작과를졸업했고,단국대학교문예창작과에서석사과정을수료했다.동식물이주류가되고인간이비주류가되는지구를꿈꾼다.작가적상상력이무엇인지에대해늘고민했지만,언제나지구의마지막을생각했고우주어딘가에서일어나는일들을꿈꿨다.어느날문득그런일들을소설로옮겨놔야겠다고생각했다.대부분의시간늘상상하고,늘무언가를쓰고있다.2019년9월...

목차

바다눈
우주늪
이끼숲

해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슬픔이유별나도되는곳으로가고싶다.”
슬픔을향한가장강력한옹호,
마침내닫힌세계를뚫고나가는지극한슬픔의힘

세편의연작소설은지상이멸망한후지하도시로추방된인류의미래를배경으로,여섯명의친구들이함께하는사랑과우정,모험을그려낸다.지하도시의인간은다음세대,즉다시지상으로올라갈세대를위해인류문명을지속시키는중간다리이자충실한일꾼에불과하지만,여섯명의친구들은그안에서도서로눈을맞추고,포옹하며,손을맞잡고숨이벅차도록함께달린다.

「바다눈」은첫사랑임을깨닫자마자잃고마는,소년의아픈성장을그려낸작품이다.지하도시의연구소경비원인마르코는어디선가들려오는노랫소리에홀린듯이끌린다.“거대한고래울음같은,잘게부서진별같은아름다운목소리”를가진소녀은희는마르코의순수한마음을일깨우며그를사랑의세계로이끈다.물론이사랑은기쁨만으로이루어져있지않다.지하도시의질서가그안으로틈입하기때문이다.

마르코는부당한노동환경에맞서파업에나선선배커커스를보며혼란을겪는다.아직어떤판단을내리지못한채심적압박을느끼는그에게친구유오는“아무도뭐라고안해.마음에쫓길필요없어”라고말해준다.덕분에마르코는대의와당위에짓눌려옴쭉달싹못하는대신,선택에따른결과―“커커스가바랐던것은노동의대가였고,회사가쥐고있던것은커커스의목숨이었다.정당한전투가아니었다.(…)커커스는패배한게아니라,밟혔다”는깨달음―를통찰하는방향으로나아간다.사랑과노동이라는사건을충실히겪는사이,유독작았던마르코의키와체구는친구들중단연우뚝해진다.독자는이육체적성장을지켜보며쉽게설명할수없는짙은비애를느끼게된다.

「우주늪」은누구보다증오하고,또열렬히사랑하는쌍둥이자매에게보내는편지글이다.지하도시의위원회에등록되지않아,평생좁은방에갇혀사는의조는쌍둥이자매의주가한없이밉고부럽다.자유롭게지하도시를오가며배우고,일하고,만나는의주에게,의조는쨍하게울리는분노의목소리로숨겨둔이야기를전한다.

의조는들키지않고지하도시를오갈수있는배관통로를발견하고의주의뒤를밟는다.자신이살수도있었을삶을추적하던어느날,그는환풍구를두고누군가와눈이마주친다.“너는,비밀이니?”의주의친구치유키는의조의상황을알아채고그에게글을가르쳐준다.그리고그배움덕분에의조의감정은사랑과이해로나아간다.차갑게찌르는듯하던문장들은페이지가넘어감에따라,답답한지하도시를뚫어버릴듯뜨겁게흘러넘친다.편지의마지막대목에이르면독자는분노가실은삶을향한갈망이었다는사실을,또그갈망이해내는놀라운행위를먹먹하게목격하게된다.

「이끼숲」은상실의슬픔과함께살아가는이들을위한이야기다.붕괴사고로사랑하는유오를잃은소마는,친구들과유오의클론을훔쳐지하도시밖으로탈출하고자한다.유오를닮았지만유오는아닌존재,그런클론이라도데리고지상으로벗어나고자하는마음을어떻게설명할수있을까.아마급작스러운상실을경험한이들이라면이마음을헤아릴수있지않을까.

지하도시의위원장은그만슬픔을멈추고현실로복귀하라고명령하지만,소마는“나는여전히그애를잃은슬픔이유별나다”고말하며이를위반한다.친구들덕분에지하도시의맨위층,지상의바로아래까지도달한소마는결국지상으로한걸음을내디딘다.눈앞에펼쳐지는신비로운풍경,그리고그곁에는유오가함께있다.

세편의연작소설중가장긴분량을가진이작품안에서,화자는내내슬픔에가득찬목소리로이야기를들려준다.‘슬픔’이라는감정이지속되는것을원하지않는사람들,적당한기간이라는게있을수없는‘애도’가깔끔하게완료되기를바라는사람들에게마치저항이라도하는것처럼.이야기와함께하는사이,독자들은마음속에들어차있던오랜슬픔과마주하게될것이다.

연작소설『이끼숲』에담긴지극한슬픔의힘은마침내닫힌세계를뚫고나간다.슬픔을향한가장강력한옹호,구하겠다는바람으로쓰여진이작품을통해,천선란의소설세계가지닌에너지?이야기가끝나고다시발딛고선땅으로돌아왔을때,절망속에서도사랑을잃지않고살아가고싶도록만드는힘을느낄수있길바란다.

*『이끼숲』은CJENM의‘UntoldOriginals(언톨드오리지널스,CJENM이발굴하고선보이는‘아직발견하지못한,무궁무진한이야기’라는뜻의브랜드슬로건)’프로젝트의세번째시리즈로발표되었다.이프로젝트는CJENM과블러썸크리에이티브가함께기획한IP를소설로선보인후영상콘텐츠로확장하는것을목표로한다.배명훈의『우주섬사비의기묘한탄도학』,김중혁의『딜리터:사라지게해드립니다』가발표됐으며,김초엽이다음순서를준비중이다.이야기의확장은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