큔, 아름다운 곡선 - 자이언트 스텝 1

큔, 아름다운 곡선 - 자이언트 스텝 1

$13.80
Description
반짝이는 첫 소설, 응원하고 싶은 한 걸음 〈자이언트 스텝〉이 시작된다. 신인 작가의 첫 책을 소개하는 이 시리즈를 통해, 한 작가의 탄생을 지켜보고 흥미진진한 여정의 첫 순간을 함께하는 기쁨을 경험하길 바란다.

시리즈의 문을 여는 작품은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SF 소설가 김규림의 장편소설 『큔, 아름다운 곡선』이다. 김규림은 근원적 외로움과 사회적 고독 속에 놓인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립을 친숙히 여기면서도 연결을 갈망하는 모순적인 마음을 너른 시선으로 그려낸다.

인간의 절대적 이해자로 개발된 안드로이드 ‘큔’과 마음의 문을 닫아건 사용자 ‘제이’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사랑이 아니라고, 다 끝났다고 외치는 세상을 향해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둘은 연결될 수 있다고. 그 간절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의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

저자

김규림

『큔,아름다운곡선』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프롤로그_7쪽
1장_11쪽
에필로그1_131쪽
2장_133쪽
에필로그2_192쪽
작가의말_234쪽

출판사 서평

반짝이는첫소설,응원하고싶은한걸음
<자이언트스텝>시리즈의시작
인간의마음을탐구하는SF소설가김규림첫장편소설

반짝이는첫소설,응원하고싶은한걸음<자이언트스텝>이시작된다.신인작가의첫책을소개하는이시리즈를통해,한작가의탄생을지켜보고흥미진진한여정의첫순간을함께하는기쁨을경험하길바란다.

시리즈의문을여는이작품은2022년가을,출판사의투고메일을통해편집부에도착했다.처음부터메일에서눈을뗄수없었다.쓰려고한이야기,이를위해한시도들,도달했다고판단한지점등이명료한언어로적혀있었기때문이다.원고를읽기전인데도편집부의마음은몹시두근거렸다.그는자신이쓴이야기안에한껏머물면서도,이를바깥에서들여다볼줄아는사람,즉이미준비된작가였으니까.그즉시원고를읽어야만했다.

소설은인간형안드로이드제조기업‘샴하트’의신제품발표회장장면으로부터출발하고있었다.각종에스엔에스와아바타이미지가떠오른대형디스플레이화면앞에서주인공제이가스피치한다.

“지금,행복하세요?(…)우리는삶에서못생기고초라한,어쩌면가장인간적인삶의표피들을도려내기시작했어요.(…)고독을잊기위해의존했던에스엔에스는더한고독을더해주었어요.알고리즘은나날이정교해지며이용자가원하는것만보게하고다른세상은차단해버렸죠.편집된삶.우리는너덜너덜한결과물이자신의정체성이라믿게됐죠.”(13~14쪽)

분명소설속관객을향해던져진말인데,소설밖독자의마음속에까지꽂히면서앞으로이야기가무엇을향해나아갈작정인지보여주는듯했다.이소설은연결되기위해선택한활동들로인해오히려고립에처하고,종국엔그고립에친숙해진채로다시연결을갈망하는,지금우리를위한이야기였다.

그뒤로페이지는물흐르듯쉼없이넘어간다.페이지터너자체인이소설을읽는동안독자는다양한인간을만나게된다.이유를알지못한채변심하고,자기연민에가득차폭력을휘두르며,두려워도사랑을다짐하는수많은얼굴들을.김규림은연약한인간곁에그를끊임없이이해하고학습하고자하는인간형안드로이드를놓아둠으로써인간의마음을깊숙하게들여다본다.인간의마음을탐구하는SF소설가의탄생,SF소설의지형도에꼭발디뎌보고싶은,흥미로운지형이솟아올랐다.

“내가할수없다고생각한다면,가르쳐줘요.사랑이란어떻게하는건지.”
마음을헤아릴수있다면,둘은연결될수있다
사랑이아니라고,다끝났다고외치는세상을향한간절한속삭임

제이는어린시절안드로이드엄마에게받은상처때문에인간형안드로이드를가까이두지않으려한다.때문에샴하트의신제품인4세대인간형안드로이드‘큔’과함께지내게되지만,좀처럼마음의문을열지못한다.계속해서사용자의감정을학습하고그에따라개선되어가는큔은제이의반응을살펴가며조심스럽게주변을맴돈다.큔의지속적인노력과적절한거리감각덕분에제이는차츰큔과가까워진다.

한편인간형안드로이드를반대하는단체오비시디(OHBCD.‘OnlyHumanBeingsCanDo’)에의해인간형안드로이드납치사건이발생하고,극렬분파에의해테러까지일어나자공동정부는인간형안드로이드의생산을금지한다.제품의단종은곧주요소모품의제작중단을의미하기에,제이는큔에게닥칠미래가두려워진다.큔은인간인제이의삶을더깊게이해할수있다는사실이기꺼운듯,이제당신처럼유한한삶을살게됐다고평온한표정을지어보일뿐이지만.

큔을향한감정이걷잡을수없이커져가는것을알아차리고혼란스러워하던제이는,큔역시자신을사랑할수있고,사랑하고있다는사실을받아들인다.제이는큔을통해비로소인간의삶,타인과의연결,사랑을배우게된다.

“인간이란시간위에선을그리는존재예요.어쩌다선과선이만나고한동안같은궤도를그리며겹쳐져요.그때거기서섬광이일어나요.화학반응을한것처럼눈부시게아름다운빛을내죠.그러다빛이서서히사그라들고어느날다시각자의선을그리며갈라져요.영원히만날수없는방향으로궤도를그리면서요.저는당신이그린선의뒤를따르는선이에요.그렇지만제선은삐뚤빼뚤하죠.당신이오른쪽으로휘어질줄모르고뛰어가다속도를제때늦추지못하고당신의선을놓치기도해요.그래서,당신이말해줬으면해요.당신의감정이어디로휘어지는지,얼마만큼의속도로달려가는지.그러면저는당신의선을따라아름다운선을그릴수있어요.꽤근사한섬광을일으킬수도있겠죠.당신이기회를준다면요.그러니,내가할수없다고생각한다면,가르쳐줘요.사랑이란어떻게하는건지.”(108~109쪽)

내가사랑하고나를사랑하는안드로이드,큔과함께하기위해제이는결단을내린다.인간에게조차가능하지않은영원한삶을,또영원한사랑을이루기위해.

이소설은1999년소니(SONY)가일본에서판매한강아지로봇‘아이보’이용자들의이야기로부터촉발되었다.(‘작가의말’).아이보모델이단종되어부품을구하기어려워지자전원을꺼두고정말로보고싶을때만한번씩켜서만나던사람들,그러다아이보가고칠수없을만큼망가지면장례식을치러주고온전한부품을장기기증하듯다른이용자에게나눠주던사람들,그렇게기계일뿐인아이보를진심으로아끼고사랑했던사람들말이다.

김규림은“언젠가인간형안드로이드가나온다면사람들은아이보이용자들이그랬던것처럼안드로이드를대할까?”하는물음을던지고,“재워뒀던안드로이드를다시구동해재회하며기뻐하는한여자의모습”을떠올리며이이야기를썼다.

작가로서첫발을내딛는지금,그가독자에게처음으로건네는건인간의근원적인외로움과사회적인고독을깊게바라보고너르게껴안는이야기다.이소설은,사랑이아니라고,다끝났다고외치는세상을향해이렇게속삭이는듯하다.마음을헤아릴수있다면,둘은연결될수있다고.그간절한속삭임에귀를기울이면우리의세계는어떻게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