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 자이언트 스텝 2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 자이언트 스텝 2

$11.42
저자

김서해

2023년「폴터가이스트」(앤솔러지『내게남은사랑을드릴게요』)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_7쪽
2_43쪽
3_78쪽
4_112쪽
5_149쪽
작가의말_184쪽

출판사 서평

반짝이는첫소설,응원하고싶은한걸음
〈자이언트스텝〉시리즈의시작
눈부신감각의탄생,김서해첫장편소설

반짝이는첫소설,응원하고싶은한걸음〈자이언트스텝〉이시작된다.신인작가의첫책을소개하는이시리즈를통해,한작가의탄생을지켜보고흥미진진한여정의첫순간을함께하는기쁨을경험하길바란다.

시리즈의두번째주인공은2023년1월「폴터가이스트」(앤솔러지『내게남은사랑을드릴게요』)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한김서해작가다.그는이단편소설을통해여름에시작된두소년의만남과그들이겪는기이한사건,서로를향한감정의물길을감각적으로그려냈다.“눈을들어바깥을바라봤다.도시가여름이라는유리병에담아둔작은모형처럼보였다”라는문장으로고독한소년의눈에비친여름의풍경을압축해내는가하면,“애들이랑있다가너랑있으면물에딱들어갔을때랑비슷해”라는문장으로수영선수인소년이고독한소년에게건네는고백을표현해내며독자들의마음을사로잡았다.

그리고같은해여름,작가는첫장편소설『너는내목소리를닮았어』로돌아왔다.출간전한구독플랫폼(크레마클럽)에연재되었던이소설은아직이름이충분히알려지지않은신인작가의작품임에도불구하고SNS에서뚜렷한반응을불러일으켰다.독자들은소설속밑줄그은문장을공유하며,자신과꼭닮은인물의내면에공감을표하는한편,마치자신의속마음을읽고옮겨다쓴듯한작가에게친근감을표하기도했다.

독자들이특히‘마음’을찍은부분은다음과같은장면들이다.주인공인해인이초라한자신의역사를요약하며“엎질렀는데흐르지않은꿈들,어엿하지못한삶”이라고말하는장면,혹은깨진화분을사진찍어SNS에올리며“보잘것없는방,바닥을뒤덮은흙도남에게보여주면괜찮아지는것같았다.내삶이아니라먼곳의소문처럼대할수있었다”고말하는장면등.자신만의빛깔로반짝이고싶지만여전히어둠속에잠겨있다고믿는이들이라면이문장들에공명할수밖에없으리라.

수많은작가가존재하지만지금꼭나의이야기를하는것처럼느껴지는작가는극히드물다.조심스럽게‘우리세대의작가’라고말할수있는그런작가말이다.마음의이지러진모양,불안과우울의농도를공유하고있어야하므로,또이를담은문장이마치나의목소리처럼느껴져야하므로.김서해의목소리는당신에게어떻게느껴질까?이작가의눈부신감각에당신도공명하기를.

“내마음을녹여서부어얼린것같은,그런노래야.”
계절의빛이다하도록이어지는해인과영원의대화,
마음속깊은어둠을비추고숨겨둔감정을피워올리는목소리

이작품은무엇보다대화에관한,어쩌면대화그자체인이야기다.서점에서우연히만난해인과영원은계절의빛이다하도록끊임없이대화를이어간다.어둡지만아늑한뒷골목에서,헤드라이트불빛이번져올라오는육교위에서,윤슬이반짝이는한강공원에서,두사람은오로지서로에게만집중하며이야기를주고받는다.저물어가는풍경속에서영원할것처럼대화하던제시와셀린느의〈비포선라이즈〉를사랑하는이라면,『너는내목소리를닮았어』에마음을빼앗기지않을수없을것이다.

해인이일하는서점에영원이손님으로찾아오면서두사람의대화는시작된다.영원은밴드‘카드뮴그린’의기타리스트로,어느공간이든자신의분위기로채우는사람.그런영원을바라보는해인의마음은산란하다.그에비하면자신이아무것도아닌존재같았기때문이다.그러나영원은해인에게어떤날엔친숙한질문을(“가장좋아하는노래가뭐예요?”)또어떤날엔낯선질문(“마음은자기건데,자기가아니면누가알아요?”)을던지며수많은이야기를듣기를원한다.친숙한질문은서로의거리를한층좁히고,낯선질문은숨겨두었지만언제라도드러내길바라왔던기억과감정으로이끈다.해인은이대화에매혹된다.

“남들이어떻게보든,나는그가짜같은말들이좋았다.머뭇거림마저정해진대본의일부같은데도이상하게내가나눠본대화중가장생생하고솔직했다.이미수놓인미래를전혀거스르지않는,운명같은정갈한통사와자연스러운쉼,그리고열정적인톤이나와영원사이를바느질하는것같았다.”_본문에서

어느여름밤의한강공원,영원은자신이만든곡을들려준후해인에게가사를붙여보라제안한다.잠시망설이던해인은익숙한일인것처럼이야기를써내려가기시작한다.“지어내는걸좋아”하므로,왜냐하면“혼자지어낸거라도,이야기는위로가”되니까.이윽고완성된가사를함께읽을때,해인은불현듯영원의존재에대해깨닫는다.어째서이토록자신의마음에꼭맞는대화를나눌수있었는지,어째서그가그렇게나지어낸사람같았는지.

그러니까이소설은해인의깨달음과함께,처음으로돌아가다시읽을수밖에없는이야기다.그렇게또한번읽힐때,각각의문장은전혀다른빛으로반짝이기시작한다.처음다가온의미와그다음으로다가온의미가전혀달라서,하지만역시나아름다워서,그차이에잠겨가만히오래도록헤아려보고싶어질것이다.마치시시각각빛의움직임에따라다채롭게반짝이는유리조각을들여다보는일처럼.

김서해는뭐가그렇게힘든거냐고,대체언제까지슬퍼할거냐고묻는사람들에게“아주다양한목소리”로다음과같이말하고싶다고이야기한다.“끝이날때까지.어쩌면영원히.”(작가의말)슬픔의결을온전히느끼며마음속숨겨진이야기를발견하려는사람들,그렇게나만의질서로살아가고자하는이들에게해인과영원의끊이지않는대화를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