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 : 포식자에서 먹이로의 전락

악어의 눈 : 포식자에서 먹이로의 전락

$30.00
Description
“하지만 인간은 먹이입니다.”
페미니스 생태철학자 발 플럼우드가 악어에게 잡어먹힐 뻔한 경험을 통해 직면한 인간과 자연의 가장 비밀스러운 진리!

우리는 언젠가 모두 죽는다. 나이 들어 자연사할 수도 있고, 병으로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떠날 수도 있다. 불운한 사고나 범죄도 배제할 수 없는 사인 중 하나다. 그 과정과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언젠가 우리의 생명이 다한다는 것은 가장 확고한 진리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다른 존재에게 잡아먹히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은 감히 떠올리기조차 두렵고 잠시 스쳐 가는 것만으로 몸서리치는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악어의 눈』의 저자인 페미니스트 생태철학자 발 플럼우드는 그러나 인간은 먹이라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1985년 호주의 카카두국립공원에서 카누를 타다 악어를 맞닥트려 ‘죽음의 소용돌이’를 세 번이나 당한 그는 강렬한 금빛 테두리가 빛나는 포식자의 눈을 마주한 순간 지금껏 안온하게 몸담아 온 세계에 일어난 균열을 느낀다.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로서 모든 비인간 존재 위에 군림하며 그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서구의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 깨어지며 인간도 다른 모든 생명 존재와 마찬가지로 먹이사슬 안에 위치한다는 고통스러운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플럼우드는 이 충격적인 경험을 담담히 공유하며, 스스로 주인이길 자처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생태 위기의 원인으로 꼽는다. 또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생태적 관점에서, 비인간 존재를 윤리적 관점에서 다시 위치시키는 두 과제가 동시에 수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과 비인간, 문명과 자연, 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을 넘어 모든 생명 존재가 몸인 만큼 정신이며, 마땅히 존중 받는 동시에 차례가 돌아오면 먹이로서 자신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소 무겁고 인정하기 벅찬 이 이야기를 플럼우드는 시종일관 다정한 목소리로 전달한다. 그는 악어에게 잡아먹힐 뻔한 압도적 경험을 비롯해 10년 넘게 집 안팎을 오가며 삶의 일부를 함께한 웜뱃 비루비와의 추억, 아들의 묘지를 방문하며 서구 매장 관행에 대해 돌아본 경험을 나누면서 이런 관점이 우리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오히려 가장 근본적으로 삶을 관통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악어의 눈』은 우리가 눈감아버린 그러나 매우 중요한 이 진실에 용기 내어 다가가도록 우리를 독려하는 책이다. 다른 생명을 취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믿음직한 안내자이자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발플럼우드

호주의페미니스트생태학자이자활동가로한평생인간과자연의공생적관계를이론화하고실천하기위해노력했다.호주와미국등세계명문대학에서강의했고말년에는호주국립대학에서선임연구원으로활동했다.1970년대부터생태철학분야에서중추적역할을했으며,1985년호주카카두국립공원에서홀로카약을타던중악어에게잡아먹힐뻔했지만,기적적으로탈출한경험으로유명하다.이후자신이온몸으로생생히체감한자연의먹이사슬,자연과인간의관계에천착하며다수의에세이를집필했고,그의사후동료들에의해『악어의눈』으로편집되고출간되었다.대표작으로는1993년에출간한『페미니즘과자연의지배』와2002년에출간한『환경문화:이성의위기』등이있다.생태철학에대한기여를인정받아2001년루틀리지출판사가선정한50인의환경사상가중한명으로선정된바있다.

목차

서문

서론

1부포식자에서먹이로의전락

1장포식자와의만남
2장스톤컨트리의건기
3장균형잡힌바위의지혜:평행우주와먹이의관점

2부비인간생명존재와의소통

4장웜뱃경야:비루비를기억하며
5장베이브,말하는고기의이야기

3부생명과죽음의생태적순환

6장동물과생태:더나은통합을향해
7장무미:먹이로서죽음에접근하기

옮긴이의말

참고문헌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페미니스트생태철학자발플럼우드가악어에게잡아먹힐뻔한경험을통해직면한인간과자연의가장비밀스러운진리!

왜돼지는먹어도되고개는안되는가?개식용을반대하는움직임이있을때마다빠지지않고들려오는항변이다.그저‘보신탕’을포기하고싶지않은이들의볼멘소리라고치부하기에앞서왜많은사람이돼지를먹는것보다개를먹는것이더비윤리적인일이라고느끼는지생각해보고자한다면『악어의눈』이그사유의토대를마련해줄수있을것이다.

이책의저자플럼우드는악어에게잡아먹힐뻔한경험을공유하며‘먹이가될수있는존재’의범위를인간까지확장하고,영화〈베이브〉에서재현된동물농장의경우를예시로들며‘존중받아야하는존재’의범위안으로돼지를끌어들인다.그리고그경계밖에어떤생명종도남겨두지않는다.개별적집합두개로나뉘어있던존재들이완전한교집합안으로들어오는것이다.“모든살아있는생명체는먹이고동시에먹이그이상”이다.

돼자나개나먹이사슬의일부이니개를마음껏잡아먹어도된다는이야기는물론아니다.다만문제가되는것은포식그자체나먹히고사용되는생명의종류가아니라그생명과우리자신을완전히다른범주로바라보고,그들을고깃덩어리로환원하여도구화하는일이라는것이플럼우드의관점이다.개를먹는일이돼지를먹는일보다더끔찍하게느껴진다면그것은인간이오래전개를길들이며윤리적고려의범주안으로끌어들인반면,돼지는고기의범주에남겨두었기때문일것이다.그리고개를오직고기로바라보며사육하고도구화한다면그것이비판받아마땅한일이라는사실은달라지지않는다.

플럼우드가동물의모든쓰임을예외없이완강히거부해야한다고주장하는존재론적완전채식주의를비판하는것도같은맥락에서다.세부적상황을고려하지않은동떨어진방식의채식주의는존중받는생명의범위를인간밖으로확장할뿐윤리적범주와생태적범주의경계를더욱공고히하며,그경계밖에존중의대상이되지않는존재를여전히남겨둔다.농작이여의치않거나오히려포식보다생태에악영향을미치는환경에서이루어지는사냥과포식조차서구인의시각에서재단한다는것,동물을극도로도구화하고‘살’이나‘고기’로환원하는공장식사육농장과비교적동물을존중하는방식으로운영되는농장사이의차이를지워버린다는점역시저자가지적하는존재론적완전채식주의의한계다.

플럼우드에게죽음은우월한영혼이열등한육체를지상에남겨두고천국으로향하는일이아니며,그렇다고모든이야기가끝나버리는종착역도아니다.우리의몸이땅에묻혀수많은벌레와미생물의먹이가됨으로써,그토양에서식물이자라나고그식물이동물의먹이가됨으로써우리는지구적생태공동체의서사안으로걸어들어간다.우리는우리자신이먹이라는사실을받아들이는동시에비인간존재가존중과윤리적고려의대상임을,우리와그들의세계가나뉘어있지않음을인정해야한다.그것이플럼우드가악어의눈을통해발견하고,이책을통해우리에게전달하는진실이다.

책속에서

저는악어의눈을통해평행우주처럼보이는곳으로뛰어들었습니다.이곳은‘보통의우주’와는전혀다른규칙을가진우주입니다.이가혹하고생소한영토가바로모든것이흐르며,우리가다른존재의죽음을살아가고,다른존재의생명으로죽는헤라클레이토스적우주입니다.
---p.41

하지만인간은먹이입니다.인간은상어와사자와호랑이와곰과악어의먹이입니다.인간은까마귀와뱀과독수리와돼지와쥐와큰도마뱀의먹이이고,수없이많은작은생명체와미생물의먹이입니다.
---p.52

지난여름북부로키산맥의회색곰지역을걸으며숱한시간을보낸덕분에제존재를알리는쿠이콜(cooeecall)을숙련하였습니다.회색곰지역에서는당혹스럽고위험한뜻밖의일이일어나지않도록회색곰에게자신의존재를계속해서경고해야합니다.(“친구야,다시한번우스꽝스러운쿠이콜이야!여기입이크고맛없는또다른호주인이지나가.”회색곰이하품하는모습을상상할수있겠지요.)
---p.87

자신의세계와제세계를오가는방법을터득한덕분에비루비는우리사이의균형을능동적으로결정하고쌓아나갈수있었습니다.그는자신의웜뱃다움을온전히유지하면서제세계로들어올수있었습니다.
---p.131

돼지는고기고,돼지는대상이며,돼지는그들의주체성을부정하고멀리하고숨기는환원적폭력에시달린다는점이밝혀졌습니다.베이브는그가살아있을때만‘돼지’라고불리는것입니다.만족스러운표정을한고양이가자신의특권적이고보호받는지위를뽐내면서,베이브에게“네가죽은후에그들은네게‘돼지고기나베이컨’같은다른말을사용해.”라고설명합니다.
---p.185

타자를억압하고감금하고도구화하는일에공모하여삶을유지하는배타적계약인한,식민계약은모든사람에게해방을가져다주는방향으로확장될수없습니다.한번에하나의존재에게만확장되는그런계약으로는모두를해방시킬수없습니다.그렇게하려는시도는그저도덕적이원주의의장벽을새로운장소에다시세울뿐입니다.
---p.193

예를들어서부의호주밀지대를살펴봅시다.이곳은곡물생산을하면서토지가황폐화되었습니다.이에따른생태적비용(비인간동물이겪는피해도포함되어있습니다.)은극심합니다.이곳에서는캥거루처럼자유롭게생활하면서목초지에영향을덜끼치는방목동물을먹는것이적어도곡물을먹는것에비해생태적비용이훨씬절감됩니다.이렇게본다면이런맥락에서의완전채식은가장해를덜끼치며생태적비용도가장적게드는방식으로먹어야한다는의무와충돌할수있습니다.
---p.229

서구가죽음을다루는방식에는문제가있습니다.서구는본질적자아란육신을떠난영혼이라고바라보고,잘못된선택지를제시합니다.그선택지중하나는정신영역에서의연속성과영원성이고,다른하나는죽음이란물질적이고체현된자아의이야기가끝맺음하는곳이라고보는환원적유물론의개념이지요.
---p.239

플럼우드는스스로주인이길자처하는서구의주인모델이오늘날의생태위기를초래했다고바라보고,그오만한생각을거두고겸손한자세를취해야한다고주장한다.이때필요한것은인간이다른존재보다월등히우세하고우월하다는거짓된허영을벗기고,그허영이꼭꼭숨겨둔인간의가장비밀스러운진리를드러내는것이다.그진리는인간은자연과동떨어진존재혹은자연의먹이사슬과먹이그물바깥에위치한존재가아니라자연안에서자연을통해자연과함께생명을얻고성장하며죽음으로돌아가는존재라는점이다.
---pp.264~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