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않을때보다붙들고쓰고있을때가살고있다는증명이다
『다시앉는밤』을쓴작가용윤선은의자에앉아있으면쓸수있다는것을안다고한다.정해놓은만큼쓸때까지일어나지않는다.아마도의자에앉기위해,의자에앉고싶어서쓰는지도모른다.작가는밤새꿈을꾸고몸을씻고커피를정성스레내려마시고밥을챙겨먹고의식처럼책을읽고그다음에쓴다.무슨이야기를쓸것인가에대한계획이나소망은없다,무작정앉아있다가정신을차려보면이미썼다.어떤날은밖이어두워져있고,어떤날은생각보다빨리썼을적도있었지만,빨리쓴날은안절부절못해작가는집에돌아가는길에고칠부분을마음에새기며걷는다.쓴글은해버린말처럼회한으로남는다고작가는말한다.쓰지않을때보다붙들고쓰고있을때가살고있다는증명이라고확신한다.쓰지않는시간들은쓰기위한시간을위한것이다.새롭게태어나기위해죽었던것처럼말이다.
책속에서
커피를잔에따르는걸보면욕심이얼마큼인지
알수있단다.
나도모르게컵에한가득따라서
잔받침에옮겨놓기도여간힘든게아니야.
---p.8
종일커피를못마셨다는생각에
벌떡일어나앉은밤이지만,한번더기도할게.
---p.14
서점에자주갑니다.
볼일보다지나가는길에서점을들리는것이아니라
서점을가기위해집을나서고버스를타고
지하철을타고걷습니다.
---p.17
요즘하는혼자만의한가지가있답니다.
기억하고싶은것이있을때는눈을뜨고
마음속으로나입밖으로한번말하고눈을감습니다.
그러면몸과영혼에저장된다고믿어집니다.
---p.22
세상을떠나셨더군요.
아니,돌아가셨다는말이맞을것같습니다.
죽음이란사랑,미움,기쁨,괴로움같은감정이
비로소끝나고자유의길에들어서는것이아닌가
생각하고있습니다.
떠났다는말보다는돌아가셨다는말이맞는것
같습니다.
---p.24
편집자와이야기를나누고집으로돌아오는길에
옆동으로들어갔지뭐예요.
지난번책을쓸적에는출판사에다녀오는날이면
항상지하철을거꾸로탔던것이생각납니다.
다행히순환선이어서오래앉아있으면
집에올수있었습니다.
그때는아홉달동안매번지하철을거꾸로탔습니다.
오늘은승강기에서내리자
문앞에어린이자전거들이있었습니다.
덕분에남의집이란것을알았지요.
무심코벨을눌렀으면그집에사는사람이
얼마나놀랐겠어요.
---p.34
마라이!
당신앞에작은화분을들고있는사람이보이면
나라고생각하십시오.
---p.43
선생님이몸소보여주신사물에대한관심이
외롭지않게살아가는데큰힘이됩니다.
선생님처럼의자를사랑하고플라스틱컵을좋아하고
볼펜한자루를몸에지닙니다.
몸과마음이든든해지지요.
---p.55
어느덧두려움이없어진것같습니다.
두려움은또오겠지요.
또오는두려움에몸을떨고눈물을흘리게되더라도
‘이것이두려움이구나.’생각하겠습니다.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