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 문화는 어떻게 현실에서 도망가는가?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 문화는 어떻게 현실에서 도망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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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가 20여 년 만에 세상에 다시 나오는 이유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는 문화비평가 이택광이 서사와 재현을 중심에 두고 문화를 통해 2000년대 한국 사회를 분석한 비평서다. 2002년 초판이 출간된 이 책을 2020년대에 와서 다시 펼쳐 보는 일은 당시로부터 한국 사회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혹은 그러지 못했는지 가늠해보는 바로미터가 될 터이다.
제목의 ‘음란하다’라는 형용사는 대중문화가 소비자를 자극하기 위해 활용하는 포르노그래피적 음란함만을 지칭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택광은 보드리야르가 이야기한 ‘외설’과 같은 맥락에서 “물리적 리얼리티가 완전히 소거된 도착 상황”, 다시 말해 엄연한 현실로부터 눈을 돌리게 하는 이데올로기적 판타지를 ‘음란하다’고 정의한다. 특히 한국에서 한 번도 제대로 존재한 적이 없었던 민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영화와 문학 작품, 문화 현상을 통해 체현되며 그렇게 만들어진 보수적 ‘가족-민족 로망스’가 어떻게 현실의 문제들로부터 대중의 눈을 가리는지 냉철한 시각으로 짚어낸다. 그러한 판타지의 속임수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판타지가 빚어지고 먹혀들 수밖에 없는 현실의 구조를 낱낱이 드러낸다는 것 또한 이 책의 미덕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는 주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영화와 문학 작품, 문화 현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회자가 될 만큼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거나 잘 알려진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저자의 논지를 이해하고 따라가기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색으로서의 보수를 넘어 대중의 내면에 교묘하게 자리 잡은 보수성 그 자체를 추동하는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가 리얼리티의 본질을 가리는 현실이 여전함을 생각했을 때, 20년 전의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톺아보는 일은 오늘날에도 분명 의미를 가질 것이다.
저자

이택광

저자:이택광

문화비평가,경희대학교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영미문화전공교수.영국워릭대학교대학원철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은뒤셰필드대학교대학원영문학과에서문화비평전공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대중문화,미술,영화에대해글을쓰며,여러매체에기고한다.지은책으로는『빨간잉크』,『철학자의아틀리에』,『버지니아울프북클럽』,『무례한복음』,『인문좌파를위한이론가이드』,『인상파,파리를그리다』,『이것이문화비평이다』,『99%정치』등이있다.

목차


개정2판을내며
개정판을내며
책을내며

프롤로그-서사의무덤에새겨진묘사라는비문

제1장서사는초월의욕망이다
1.’재현의위기’는우리에게무엇이었나?
2.리얼리즘의적들,루카치를욕보이다
3.게으른앵무새들,문화비평가가되다
4.제임스본드,오우삼을만나다
5.멜로드라마영화의노스탤지어

제2장스펙터클과서사의위기
6.시놉티콘의‘용감한신세계’
7.성냥팔이소녀가재림한진짜이유
8.유토피아또는포르노그래피

제3장아버지의이름으로
9.〈해리포터〉와〈반지의제왕〉,민족로망스의네버?네버랜드
10.친일문학의미학
11.축구는독립운동이다
12.이문열과이인화,두보수주의자의초상
13.유승준과황석영,유령아버지는어떻게아들을찾아오는가?

제4장문화는적대이다
14.〈친구〉,현실을우회하는한가지방법
15.지극히해피하지않은〈해피엔드〉
16.〈텔미썸딩〉,계급에대해말하지않기
17.〈죽거나혹은나쁘거나〉,아버지의이름이계급을만날때
18.리얼리티는상징적표면을가지고있다

제5장우리가섹슈얼리티와‘그짓’을하는몇가지방법
19.섹슈얼리티와의음란한탱고
20.황수정,억압된것은어떻게귀환하는가?
21.정양의누드

제6장한국문화의새로운지형도
22.386세대의불행
23.김영민,잡된글쓰기의모티브
24.강준만은옳은가?
25.어느분석철학자의형이상학
26.김용옥이텔레비전으로간까닭은?
27.김지하를위한변명
28.이진경,진중권,김규항

에필로그-보수주의에맞선지도그리기

출판사 서평

『한국문화의음란한판타지』의목적,현실의모순그자체를드러낸다

최근감명깊게본영화나문학작품을떠올려보자.그작품의무엇이당신의마음을건드렸는가?감독혹은작가가묘사한작품속세계가놀랄만큼‘리얼’해서스스로그사건을겪은것처럼눈물을흘리고후련함을느꼈는가?애국심이나가족에대한사랑이한층고취되었는가?그렇다면이제냉철한눈으로그작품이말해주지않은것들은무엇인지되짚어볼차례다.『한국문화의음란한판타지』는그러한회고를한층깊이있게만들어줄안내서다.

이책의목적은특정한작품이나담론을비판하는데에있지않다.오히려저자는그러한담론이등장하게된현실의모순그자체를드러내고자했다.보수주의자로알려진문인의뒤틀린강박은어디에서그뿌리를찾을수있는가?우리는왜그렇게한일전에집착하는가?청순한이미지로인기를끌다몰락한여성배우가유달리뭇매를맞은진짜이유는무엇인가?일견쉬워보이는이질문들은사실그리단순하지않다.격동의근현대를겪은한국인이갈망하는‘민족’의존재혹은부재를먼저파악해야제대로답할수있는문제이기에그러하다.저자가마르크스,제임슨,벤야민등서구이론가의담론을토대로논의를이어가면서도서구의지식체계를그대로이식하여한국의상황을재단하는실수는결코범하지않는것도같은맥락에서다.

‘개정2판을내며’에서저자는“지금마주하는이세계의야만성을무기력하게관망할수밖에없다는점에서이책에서도모하고자했던글쓰기를통한참여라는내기획은실패로귀결한것이아닌가”생각한다고쓴다.지적자극을가장열정적으로흡수하고벼리던시절의저자가단행한‘보수주의에맞선지도그리기’라는야심찬시도는그러나오늘날결코무의미하지않다.그러한시도에도여전한세계의야만성이오히려20여년전의지도를토대로새로운길을그려나가야할필요성을확인해주기때문이다.저자의말처럼“만물은반복한다.그러나결코동일한반복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