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가 세상에 말을 건네는 방법 : 대학원생, 연구자의 글쓰기와 조직 운동

연구자가 세상에 말을 건네는 방법 : 대학원생, 연구자의 글쓰기와 조직 운동

$24.00
Description
연구자는 어떻게 학계의 울타리를 넘어 현실과 연결되는가?
순수성의 강박을 벗고 글쓰기와 조직 운동으로 세상에 말 걸기
『연구자가 세상에 말을 건네는 방법』은 문화 연구자 구슬아가 자신을 포함한 현시대의 글쓰기 양상과 대학원생노동조합을 만들고 이끌어본 경험을 토대로 연구자의 글쓰기와 조직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1부에서는 연구자가 글을 쓸 때 무엇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맞닥트리는 고난은 어떤 것들인지 짚어보는 데 이어 그 모든 어려움에도 쓰기를 멈추지 않게 하는 동력과 그로써 지향하는 바를 제시한다. 저자는 개인적 글쓰기 경험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꿀팁’ 찾는 글쓰기 양상과 인정 욕구를 추동하는 글쓰기 플랫폼의 전략을 비판적으로 돌아보며, ‘꿀팁’과 ‘좋아요’를 좇는 온라인 글쓰기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문화 비평’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웹진을 운영하는 동안 어떤 과도기적 전략을 취해왔는지도 상세히 공유한다.
2부에서는 저자가 성균관대학교 조교 근로장학금 삭감 사건을 마주하여 동료들과 대학원생노동조합을 만들고 노조 위원장을 맡아 학계 안팎으로 활동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 분명 노동하고 있으나 노동자로서 인정도, 보호도 받기 힘든 대학원생들의 현실을 짚어내는 것은 물론, 그러한 관행과 관성에 맞서 구조적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외 대학원생노동조합은 어떤 전략을 취해왔고, 또 취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다루며 그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태도(정치적 낭만주의와 회의주의)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연구하는 활동가” 혹은 “운동적인 연구자”로서의 생생한 경험을 담은 이 책은 이미 마련된 지식의 수용을 넘어 새로운 지식 체계를 구성해야 할 책임을 진 모든 연구자를, 연구 자체만으로도 지난한 그 길을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는 환경에서 걷고 싶은 이들을 향한다. 그러한 환경이 준비된 세상을 막연히 꿈꾸기만 하는 대신 현실 세상에 말 걸기를 포기하지 않고 직접 만들어나가는 방법을 스스로 꾹꾹 밟아 걸어온 발자취로 안내한다.
저자

구슬아

저자:구슬아
성균관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한후같은대학일반대학원비교문화협동과정에서석사학위를받고박사과정을수료했다.모든사람이어떤방식으로든연루된영역으로서의음식과음식문화를분석함으로써현실과욕망,통념과진실,주어진조건에순응하는경향과벗어나려는경향,허구와실제,이데올로기와이데올로기등의대립도식일반이내포하는모순과불화,긴장을밝히는작업에흥미를가졌다.
그래서석사논문으로「음식상품화연구:현대의음식상품과기호학적양상」을연구하고,이를토대로단행본『자본주의의식탁』을썼다.이후비슷한문제의식에따라대중미식담론의계보와형식,내용을두루살피는박사논문을계획하고준비했다.
그러던2017년중순무렵,그시점에필요한일이라생각해대학원생의노동조합을만드는준비과정에동참했다.이후2년간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에서일했다.
연구할때는연구를위한글을,대학원생노동조합에서일할때는운동을위한글을썼으며,현재는문화적인것과정치적인것을다루는비평웹진『취향과판단』을운영하면서여전히집필노동자로사는중이다.살고있다.이변이없는한앞으로도이렇게살듯하다.필요한글을잘쓰는것과쓴대로살고사는대로쓰는것,이에더해함께무언가를하는이들의소중함을잊지않는것을목표로여긴다.

목차


서문.발헛디딤에서기적의반복으로

1부.연구자가세상에말을건네는방법
1.연구-글쓰기와계속해서새롭게반복하기
2.대학원의공부법:나를키운것은8할이세미나였고
3.급하게꿀팁찾는세계에서지식을대하는법
4.모두가꿀팁찾는세계에서인문학을나누는법
5.힐링과사이다가대세인세계에서의글쓰기①:희망편
6.힐링과사이다가대세인세계에서의글쓰기②:절망편
7.선생님,글을못쓰는병도있나요?

2부.연구나하라고요?저희도그러고싶습니다만
1.대학원생이노동조합이라니
2.대학원생이노동자라니
3.이와중에저는운동이처음이라
4.대학원생의노동조합은대학을바꿀수있을까:선례들
5.낭만주의,회의주의,탈脫정치와의작별
6.강제를통해자유를
7.대학-학계의두가지역사

연구자로살기를계속할이유:정혜진
인문학전공비정규교수:김진균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연구하는활동가’혹은‘운동적인연구자’가세상과관계맺는두가지방법

첫번째,글쓰기
누구나원하는시간에,원하는장소에서5분이면온갖것에대한‘꿀팁’을찾아낼수있는세상.이런세상에서지식을구하고자기화하여정연한글을써내는일에는어떤의미가있을까?저자는온라인커뮤니티에서취미생활용‘꿀팁’을찾는이들의글쓰기사례를상세히제시한다.모호함과복잡성을견디고스스로탐색하는과정을거친사람만이유의미한질문을던지고,돌아온답변을기점삼아지식의깊이와넓이를추구할수있다는사실을자연스럽게일깨운다.즉지식은‘획득’되는것이아니라‘구성’되는것이다.그과정은물론고통스러우나그만큼즐겁기도하다.

취미생활을위해서라면지식을구성하고개인적으로적용하는,고통과즐거움이교차하는지점에서멈추어도좋을것이다.그러나직업적연구자라면이야기가다르다.연구자는“기존의지식체계를활용하는한편그안에서해당체계의일부가될새로운무언가를만드는데까지나아가야”하기때문이다.연구자의글은같은분야전문가를대상으로하는논문이든,학계바깥의일반독자를향한칼럼이나단행본이든“타자를향한말건네기”가되어야한다.

연구는“진리탐색의새결과물이지식체계의일부가되게끔정연하고설득력있는언어로표현하는‘발화’를바탕으로이루어”져야하며,지적인글쓰기에서는“다른세계의사람이실수로문을열고들어왔을때잠깐무슨일이벌어지는지이해할수있도록,운이좋다면짧게라도말을걸어볼수있도록붙잡기쉬운작은손잡이하나를남겨”두어야한다는말이다.그러한목표는다가서는과정이지난한데다근본적으로달성할수없는것이라면서도저자는거듭,새롭게계속하려는시도를결코멈추지않는다.다른생각과지향을가진상대의세계에“하나의의미있는,주의를기울여볼만한질문이나제안”을전하는유일한방법이바로그것이기때문일테다.

두번째,조직운동
“대학원생이무슨노동조합?그럼고등학생노동조합,초등학생노동조합도생겨야되겠네?”
대학원생노동조합출범을다룬기사에달린댓글이다.이같은반응도무리는아니다.대학원생이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를거쳐진학하는상급교육과정으로서의대학원에다니며등록금을내고그에걸맞은교육서비스를받는소비자로서만존재한다면그렇다는말이다.하지만현실은그리단순하지않다.수업조교,연구조교,행정조교,학회간사등대학원생에게주어지는직책과그에따르는업무를소화하다보면정작공부와연구에할애할시간은충분치않다.‘대학원생의노동’이실재하며,그양과강도는흔히말하는‘대학원생의본분’을위태롭게할정도라는이야기다.그럼에도대학원생의노동자성은꾸준히외면받아왔으며,대학원생이노동자로서의권리를보호받을길은자연히요원해진다.

2016년겨울,성균관대학교문과대학학과사무실조교근로장학금삭감사건을마주한저자와동료들은대학원생노동조합을만들기로한다.2018년마침내대학원생노동조합이출범하기까지,그리고대학원생노동조합의위원장으로활동하며대학원생의노동자성을가시화하는과정에서저자는대학원의현실에대한바깥의몰이해와대학본부의저항은물론내부,그러니까대학원생-조교당사자들의망설임도맞닥트려야했다.나름의규칙안에서조용히움직이기를선호하는본래의성품을거슬러수많은변수를감내하고이해관계가다른이들과대면해야했음은물론이다.그럼에도멈추지않았던건“대학내에서일하는대학원생이노동자성을지님을인정하고그권리와역할을제도로써공식화하는가운데대학을민주적으로다시구성해내”는일에는집단을조직하고정치적절차를따르는것이불가피함을알았기때문일테다.

조직운동을하는대학원생은‘학문의순수함’을뒤로하고‘정치적목적’을위해움직인다는비난을피해가기어렵다.그러나대학본부를비롯해기존의상황을유지하고자하는진영조차다양한정치적전략을적극적으로활용하는마당에굳건히자리잡은현실에균열을내고유의미한변화를이끌어내려는쪽이탈정치적순수성에대한강박을벗어나지못한다면목적한바를이룰수없음은자명하다.대학본부와전임교원이내린제도적결정에순응하는‘미성숙한피교육자’의위치를벗어나뒤에올사람들에게“자유롭고평등한삶을뒷받침할구조를내포한지식생산의토양또한함께건”넬수있도록행동하는것역시“이직업공동체의일원이되기로결정된순간부과된책임”임을강조하며,저자는“조직된연구자들의개입과실천이억압적관성에따라주조되어온대학의역사내부에자유롭고평등한공동체의꿈이라는대안적역사를적어넣게될것”이라는전망이자믿음,꿈을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