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을 삼키고 잘 죽되 오래 사는 기술

독을 삼키고 잘 죽되 오래 사는 기술

$24.00
Description
지금의 우리에게 까다롭고 어렵지만 필히 상대해야 할 질문들
『독을 삼키고 잘 죽되 오래 사는 기술』은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웹진 『취향과 판단』의 ‘이달의 에디터’ 꼭지에 연재한 글과 비슷한 시기 다른 지면에 게재한 글 가운데 일부를 골라 수정하고 보완해 엮은 책이다. 스무 편의 글 중 『시로 여는 세상』에 게재한 한 편과 『현대비평』에 게재한 한 편을 제외한 나머지 열여덟 편이 『취향과 판단』의 연재분이니 웹진 『취향과 판단』의 ‘이달의 에디터’ 종이책이라 해도 무방하다. 글은 다 같은 글이라지만 웹진의 문법과 종이책의 문법은 다르기에 기존의 원고를 종이책에 적합하도록 고치고 정돈했다. 웹진의 한 꼭지로 발행하는 단계에서 부득이하게 생략하거나 간단히 처리하고 넘어간 내용은 되도록 자세히 풀었다.
1부는 소셜 미디어와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글 다섯 편을 포함했다. 각양각색의 소재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이 모두는 오늘날 우리에게 또 하나의 생활 영역으로 자리매김한 소셜 미디어의 특성과 환경이자 조건으로서의 소셜 미디어가 사람들의 사고와 실천에 미치는 영향을 헤아리기 위한 작업이다.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소셜 미디어에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 그러니까 인간의 삶을 생산적 방향으로 이끄는 속성과 소모적 방향으로 이끄는 속성이 공존한다. 바꿔 말해 소셜 미디어는 새로움을 생산하는 저항적 문화/정치의 가능성을 배태할 수도 있다. 소비, 사물과 말, 행위의 단순한 양적 팽창과 자기 착취를 부추겨 기존의 지배적 질서를 강화하는 순치의 기술로 작동할 수도 있다. 1부의 글 다섯 편은 소셜 미디어의 두 가지 속성 중 주로 후자에 집중했다.
2부에는 작품을 비평한 글 다섯 편을 실었다. 언뜻 보기에 글감으로 쓸 작품의 선정을 구슬아 연구자가 제멋대로 한 모양새이지만 내러티브와 내용의 전개 속에서 드러나는 인물의 생각과 행동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했을 때 ‘주체성’이라는 주제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을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 판단했으므로 나름의 선정 기준은 있었던 셈이다. 저자는 다만 어떤 작품에 대한 글이든 ‘작가론’으로 흐르는 것만은 경계했다.
3부는 통념, 고정 관념, 고착화한 욕망과 믿음에 관한 글 다섯 편이다. 인간의 인지적 발달에 크게 기여한다고 알려져 각광 받는 ‘체험 학습’의 한계를 경유해 경험과 학습을 향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쓴 글이 있다. ‘우리’인 한국인과 ‘남’인 비한국인을 가르려는 분할과 배제의 경향과 ‘사실상 한국인’이지만 ‘진정한 한국인’과 같은 관념적 범주를 형성하고 지탱하는 욕망을 다룬 글이 있다. 사랑을 참칭하는 나르시시즘적 지배와 복속의 욕구가 실상 사랑도 아닐뿐더러 사랑의 생산적 성격과는 정반대인 파괴적 정위임을 지적하는 글이 있다. 전체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삶의 필연성과 이를 인정하는 자세에 대한 글이 담겼다.
4부에는 가장 일상적인 동시에 ‘생활 밀착’적이고 사소한 글거리인 취미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거기서 출발해 한 번쯤 고민해보면 좋을 주제들을 다뤘다. 그 무엇에서도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권태의 상태에 여행과도 같은 순간을 도입할 필요에 관한 글, 쓸모없는 것의 쓸모, 지성의 활용과 실천적 수행 사이의 유기적 결합의 산물인 향상, 노스탤지어를 포함한 낭만적 견지와 현실을 위한 대안의 관계를 검토한 글, 소비를 권하고 부추기는 세계에서 그 세계의 명령을 무작정 따르기도, 그렇다고 저항하기도 어렵다는 난관에 처한 우리의 초상을 그린 글을 담았다.
저자

구슬아

저자:구슬아
성균관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의일반대학원비교문화협동과정에서석사학위를받았으며박사과정을수료했다.기회가닿으면강의하고원고청탁을받으면집필하면서지내다2017년말부터2020년1월까지2년동안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에서활동했다.이후다시기회가닿으면강의하고원고청탁을받으면집필하면서살다2022년1월에문화적인것과정치적인것에관한웹진<취향과판단>의첫호를발행했고2025년4월에마지막호를내기까지필진가운데한사람겸편집장겸운영자로일했다.현재도연구노동자혹은집필노동자로서의삶을지속하고있다.

욕망과현실,허구와실제,특수와보편,내부와외부,주어진조건에순응하는경향과저항하려는경향,이데올로기와이데올로기등의대립도식과그것이내포하는모순,불화,긴장을밝히는작업이중요하다고믿어그러한문화연구혹은문화비평을수행하고자노력중이다.저서로『자본주의의식탁(2015,자음과모음)』과『연구자가세상에말을건네는방법(2024,yeondoo)』이있고공저로『부사스럽게부사사전(2021,yeondoo)』과『일복같은소리:투명한노동자들의노필터일이야기(2023,동녘)』가있다.

정확하게읽고올바른한국어문장을쓰는것,쓴대로살고사는대로쓰는것,모호함을견디고수용하는것,자아말고타인을제대로사랑하는것,무언가를얻거나이루기보다해치지않기위해주의를기울이는것,함께일을만들고해나가는동료들의소중함을잊지않는것이평생의목표다.

목차

책머리에

1부소셜미디어와정념의조각들
1.언젠가는꼭‘단톡방’freelife
2.무엇을위하여리뷰알람은울리나
3.죽지도않고자꾸오는사물의생명력
4.현대인의SNS사용법:돌진하는주체와파라소셜한것
5.어떤욕망의(여러)이름(중하나)인오마카세

2부영상이미지의조각들
1.의적로빈후드,로빈후드,후드
2.잘죽는법:제보당의야수와토마답체
3.방황으로서의삶과그한가운데의사랑:앙투안두아넬연작
4.딜레마를통과하는선(善)
5.오래사는법:기억과시시한유산

3부통념과의식의조각들
1.무엇이든체험해야하고체험하면안다는믿음
2.‘사실상한국인’은대체어느나라사람?
3.연애잘하는비법알려드립니다:픽업아트읽기
4.‘있는그대로의나’의‘내면을보’고‘아무조건없이사랑해줄’사람
5.독을삼키는법:복어를먹듯전부를수용하기

4부일상과생활양식의조각들
1.여행,좋아하세요?
2.취미원예론(1):취미란무용해서취미인것
3.취미원예론(2):꺾여도괜찮은마음에더해숙련하기
4.취미원예론(3):자연스러움을곁들인문명의안쪽에서
5.나라에서허락하는유일한마약이니까

원고출처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비평이라는정의,관점,표현

『독을삼키고잘죽되오래사는기술』에서다루는사물,작품,기술,현상,인식,행위등모두는‘문제적’이기때문에글감으로꼽혔다.일부는어딘가잘못된말썽거리라는의미에서문제적이고,나머지일부는지금의우리에게까다롭고어렵지만필히상대해야할질문을제기함에따라진지한독해와논의의대상이된다는의미에서문제적이다.문화/정치는상호대립적원칙들의존재와양자를조화,화해,타협하려는시도들의공통형식그리고불화한채남은것들을재현하는영역이기에구슬아연구자는욕망과현실,허구와실제,특수와보편,내부와외부,주어진조건에순응하는경향과저항하려는경향,이데올로기와이데올로기등의대립도식과그것이내포하는모순,불화,긴장을밝히는일이중요하다고믿고대상의좋고나쁨을따지기이전에이를면밀히살피는작업에집중했다.

저자는종국에는일종의가치판단에도달할수밖에없다는진실을알고있었다.『독을삼키고잘죽되오래사는기술』은저자의‘자기이야기’고저자가마뜩잖게혹은마땅하게여기는문제들에대한저자의견해를모아놓은책이다.만연한플랫폼글쓰기와는다른글쓰기를전개해야겠다는의지가곧행위로이어졌다.저자는장르나형식,내용의다름을염두에둔것은아니었다.저자의‘자기이야기’가그저폐쇄적자아를강화하며“순전히개인적이라는점에서자의성을벗어날수없기에일회적대증요법에그칠뿐”인글로남는일만은경계하겠다는다짐을실천에옮긴결과물이다.저자는이책이독자에게다가가부딪히는‘저의’자의식이기를,하나의말건넴이기를,또실효성이있는질문이자제안이되기를바란다고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