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백 희곡으로 읽는 애도공간

이강백 희곡으로 읽는 애도공간

$24.00
저자

김민주

저자:김민주
희곡연구자.2019년기억과애도에관한논문으로중앙대학교국어국문학과현대문학전공석사학위를받았고,2022년동대학원에서공간에관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1992년천안에서태어났다.2014년세월호가가라앉는모습이TV화면에실시간으로송출됨을지켜봤다.사람과사람의접촉을믿고,연대를통해서로의세계에틈입하는경험의힘을믿는다.

목차

서문

1부사건과사건이후
1.공동체의재명명:<족보>
2.반복되는사건의연결:<쥬라기의사람들>

2부흐르는애도
1.위로부터의애도:<호모세파라투스>
2.미완의애도와미완의봄:<봄날>

3부죽음의정치
1.상실의추체험:<유토피아를먹고잠들다>
2.애도(불)가능성:<칠산리>

4부애도공간
1.무대와실험공간:<셋>,<다섯>
2.대안공간과무경계의상상력:<느낌,극락같은>

후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기억과애도,그리고애도공간

희곡연구자김민주는『이강백희곡으로읽는애도공간』을펴낸의도에대해후기에서다음과같이밝힌다.“태양아래의우리는사랑하는사람들에대해언젠가는내가바로그들의상주가되리라는생각을하지못하고매일을살아간다.어쩌면그런사실을외면해야만순간에충실한삶을살수있는지도모른다.그러나바로그점이우리를하나의공동체로묶고,공통점을가지게한다.우리가잊고있거나애를써서외면하고있는죽음이후의삶이우리를어떤종이라고규정하고우리의삶을공동체의삶이되게한다.그러나바로그점에서죽음이라는공통점이전면에나설수없게우리는태양아래의것들로삶을규정한다.이책은그런삶의단일하고평화로운모양에균열을내고싶다는바람에서시작되었다.”

『이강백희곡으로읽는애도공간』은김민주연구자의기억과애도에관한석사논문과공간성에대한박사논문을기반으로지어진책이다.석사논문은이책의재료라고할수있다.저자는병원이나장례식장에서죽음이일상화된공간을많이드나든경험이자신을구성하는핵심기억이어서양식화된애도와그에따른의미부여에대해이론적으로집중했다.박사논문은이책의후반부에해당한다.저자는친인의죽음을막을수없을지라도인간으로서어떻게사유할수있는지와죽은사람들을보내는경험이인간을어떻게더인간다워지게하는지를이론적으로구상하고애도작업의존재의의를탐구하고자문제의식을확장했다.

저자는기억과애도,그리고애도공간에관해이론적으로연구하고자여러학자의개념을빌려왔다.이글턴의비극,야스퍼스와블랑쇼의죽음,프로이트와아스만의트라우마,라카프라의기억문제,알브박스의집단기억,위베르만의집단학살,바르트의애도글쓰기,바흐친의대화주의,위베르스펠트와알토넨의연극텍스트,풀의애도정치를살필수있다.또한장소/성을논의한투안과공간/성을궁리한슈뢰르,르페브르,푸앵카레,세르토,브룩,렐프를들여다볼수있다.이책의전반에걸쳐있는주요골자는부인된애도에대한공적애도를포괄한버틀러,애도는끝이없고화해할수없고해소할수없다는점에서애도작업은완수할수없을때에만기능을수행한다는데리다,포스트메모리작업에주력한허쉬의애도개념이다.

저자는후기를통해이책의용어에관해부연한다.“허쉬의욕망은여러단어로옮길수있지만욕망이라는말이주로성적욕구로해석되기때문에마지막까지고민했다.인간이육신을지닌존재라서가능한정신적행동이기때문에최종적으로욕망이라는역어를선택했다.데리다의‘workofmourning’에서‘work’라는단어가지닌인위적노동이라는개념을강조하고싶어애도작업이라는하나의단어로옮겼다.애도공간이라는조어는애도작업이공간에서일어난다는일반론이아니라애도작업이특정공간을형성하며다시그공간이애도작업을추동하는상태자체를나타내려는바람의결과다.”

책속에서

많은문학작품에서‘죽음’은극단적결말을만드는요소로취급되었다.등장인물이죽는지죽지않는지가희곡을비롯해일반적문학장르에서작품의결말이비극이냐,희극이냐를가리는판정조건의역할을해왔다.현실에서라면슬픔과비통함을견인할요소가무대위에서는얼마든지편안히감상할수있는대상이된다는점에서문학장에서재현되는소재로서의죽음은실제의죽음을의미화해그일부의기표로서만기능한다.(8쪽)

‘포스트?유신체제’혹은‘장기80년대’라는말은양적발전과질적좌절이벌리는격차를이어붙이는역할을할수있다.‘장기80년대’라는조어가말하는정서의지속을두고,이강백의1980년대희곡에전회하며드러나는정치성과애도의역학을살피기로한다.(16쪽)

버틀러와데리다의관점에는분명차이가있지만두논의모두프로이트의차원을넘어애도의윤리를필요로한다는데에서공통점을지니고있다.이글에서는애도가사랑하는사람또는중요한가치를상실한자를,즉애도주체를영원히바꿔놓을수있다고분석한버틀러의논의와완전한애도는수행불가능하며수행불가능해야만한다는데리다의논의에기대어분석을진행한다.(23~24쪽)

프로이트의방식대로설명되어온기존의애도가에너지를떼어내다른대상에이동하는움직임에한정되어살아남은자의트라우마를물리치는데에그역할이있다면이글에서다루는애도작업은기존의애도가지닌망각의위험성과정면으로대치하는행위로서투쟁이된다.종험이알던집안의내력과‘족보’를통해새롭게본집안의내력이서로다르다는사실은이미기억된것이기억되는방식에대해문제를제기한다.(55쪽)

자신들에게상실이일어났다는것을몰랐던대중이앎을통해비로소분노에이르렀지만그들이행하는것은사람을죽이려는‘폭도’적행동일뿐이라는점에서아직까지이강백의대중혹은군중관에는한계가있다.동시에청산에대한대중의무의식적욕망이강렬한것이라고해석할수있다.종험또는세남매가아닌‘집’공간을무대에남김으로써이공간으로대표되는죄의식에의요구가극을닫는다.(65쪽)

애도를정치적으로보는데에〈쥬라기의사람들〉의희생자최씨는‘유령’으로가시화되었다.그렇다면다음차례는책임소재의확정과제도적변화에의요구인데〈쥬라기의사람들〉의이강백은아직까지이를개인의‘죄의식’속에서찾으려하는것으로보인다.그러나분명히희생자의가시화는이뤄져있다.희생자를목격한개인은‘크리스챤아카데미사건’을겪은이후의이강백이자이강백이상정한관객일것이라는점에서능동적애도작업이이뤄지지않는다고판단하기보다는집단기억을통해견인된상실의발견이비로소애도로이어지려는조짐을보인다고해석할수있다.(79쪽)

이강백의1980년대희곡두편에서애도작업의요구는〈족보〉에서는‘죄의식’이라는이름으로,〈쥬라기의사람들〉에서는죽음에대한‘진실’의명백한증언으로소환된다.이지점까지이강백이제시하는해답은진실을본개인의진심어린반성과진술이며군중혹은대중의역할에는그한계가있는것으로보인다.풀의논의를빌려올때그것은참사의책임이있는자에게책임을묻는행위에까지이르지못하는발전도상중에있는애도작업이라고볼수있는데같은사건들이반복되었고반복되며반복되리라는것이그배면에있는한차이의발생가능성이존재한다고본다.그러나그것은아직까지가능성의영역에서만존재한다.(87쪽)

공적애도의형태는,즉국가적,도시적‘기념비’만들기행위는타인의행동을제어해의식에참여하게끔강제한다는점에서폭력성을띠고자유를침해한다.죽음을명명하면서유족이라는이름으로공동체를정의하고,그안에있을‘해결될수없는’타자를내사해흡수하며그런과정에서죽은자를승화시키거나재의미화하게되기때문이다.그것은함께갈수없는죽은자들에게함께가기를요구하는것이며등장하지않는유령을의미화함으로써살아있는인간을유족으로정의해그정체성의일부를변형시킨다.(119쪽)

〈호모세파라투스〉에서의국가적애도는특정한형태가고정된애도였다.죽음이국가적영웅행위로의미화되면서진정하고불가능한애도의수행은막혔다.희곡은관객이라는군중의이미지를객석에끊임없이제시하고그들과시선을동일시할것을제안하면서사이?공간이아닌한,즉이미규정된공간인한애도는불가능할것임을드러낸다.〈봄날〉에는애도불가능한공간과그공간내외부에서의애도시도가나타난다.애도작업과애도에대한이론적근거를개인의죄의식이나대속적뉘우침에서찾은〈족보〉와〈쥬라기의사람들〉과는달리1980년대를겪으면서이강백은‘군중’이라는항을애도주체의자리에놓기시작한다.그것은〈호모세파라투스〉에서는국가권력과착종된형태로,〈봄날〉에서는탈주해야만사유할수있는제한적인간으로보인다.(141쪽)

〈유토피아를먹고잠들다〉의무대는그자체로완결되고완성된하나의닫힌세계로서죽음만이도래하거나도래할세계를그려내는역할을한다고볼수있다.이것은기억할수없는것을기억해야만하고,싸울수없는것과싸워야하는상황에인물들이처해있기때문이다.압도적폭력은무대의벽화에조응되어관객앞에구현된다.(159쪽)

기억할수없는것을기억하기혹은그기억에서자유롭지않음을끊임없이반복해말하기를통해기억은역사로정초될가능성을지니고애도작업의수행성을제시한다.끊임없는반복과수행으로보이더라도수행불가능한애도작업의본질을통해이강백은거대한애도작업을진행해야하는시대의지난함을상기시키고그어떤초월성으로도메우지못할‘막내’의빈자리가있음을놓지않았다.그렇다면1990년대이후의작품을새롭게읽을수있다고본다.(192쪽)

투안이나아스만이공간에의미를부여하는현상은그자체로물성을지니고현현하는것이아니라인간과의상호보족적관계속에서만들어지는공간성을언급하는데에도움을준다.르페브르에따르면공간은생산되고그것은실천적인간의인위적행위다.바흐친의주체는대화에서비롯한분열중에서단수가아니며주체스스로가끊임없이상호작용을한다.바람직한주체란타자와의끊임없는대화를함의한공간을스스로만들어내는공간의생산과정과공간의의미화과정에,즉‘공간성’을생성하는과정에참여하는주체다.(209쪽)

자본주의적세계화는양화된공간성을강요하며억압에서해방되는길은지배공간과다른공간의생산가능성을확보하는것이다.르페브르와짐멜을동원해대도시의일상이지배질서의절대적영향하에있음을밝힌다면주로실내의고정된배경을사용하며무대배경의큰변화가나타나지않는이강백희곡의닫힌공간은일종의실험실로비유할수있다.예컨대〈호모세파라투스〉의공공성은공간적이다.비단작품속에서그것이이쪽과저쪽이라는한국전쟁이후의분단을환유하기때문만이아니라그것이공적이기에그러하다.(238쪽)

애도는상실을정리하는심리적과정이아니라부재와함께살아가는방식이며끝내봉합되지않는틈을견디는태도다.애도는수행불가능해야만한다는말은남은자가죽은이를내부로완전히흡수하는것이아니라타자를타자로남겨둬야한다는명령이다.타인의죽음을겪으면서살아가는한인간삶의공통분모로서문학은애도의장이된다.그러나그방식이위로와공감만은아닐것이다.문학은상실을매끄럽게의미화하려는충동을제지한다.문학은사물의배치를재조정하고세계를구성하는감각의질서를흔들때만이유의미하다.(249~250쪽)